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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복 님의 서재입니다.

천외천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팔복
작품등록일 :
2014.01.22 13:19
최근연재일 :
2016.04.15 13:39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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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503

작성
16.03.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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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글자
12쪽

호왕군림도(虎王君臨圖) 1

DUMMY


"무림맹은 필히 비무를 노릴 것이요."


"비무를?"


"무림맹 사절단의 규모를 파악해 보았소. 일개 사절단의 규모가 아니더이다. 무림맹의 일각이 움직이는 것과도 마찬가지였소."


"그것이 비무와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군?"


"내가 파악한 대로라면 이 정도 사절단을 보낸 이유는 사황성과 천마신교에 보내는 전갈이오. 이번 행사에 개입하지 말라는 의미지. 설사 혈천이 여기에 있다 해도 그런 뜻을 파악한다면 혈뇌신산과 살각에서 그를 제동 했으면 했지 더 날뛰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을 터. 천하의 만통지황이 그리 한다는 것은 무림맹 홀로도 자신이 있다는 증거요. 몇 가지 가능성을 따져보았을 때 그 만큼 자신할 수 있는 수는 하나뿐이더이다."


"그것이 비무라는 뜻이군."


상석에 앉아 이야기를 듣던 그가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백호가면 아래로 수염을 어루만졌다.


"흐음...모르겠군. 무림맹주가 그리 할 정도로 비무가 승산이 있는가?"


"물론이오."


대답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다.


냉혹한 뱀가면의 눈동자는 이미 계산을 모두 끝마친 후에야 이 자리에 앉았다.


"본궁의 힘은 확실히 무림맹을 압도하오. 전쟁을 한다면 십 할의 승리를 자신할 수 있소. 하나 비무는 그 장에 서는 몇 명의 고수들 간의 수준으로 판가름이 나는 법. 일대일 비무에는 언제나 존재하는 변수까지 계산을 할 때 오할의 승률이 최대치였소."


"으음."


납득했는지. 백호신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인궁은 신마궁 십이지궁 중에서도 가장 무를 숭상한다. 배신을 당했다고 해도 중원무림의 고수들을 무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언젠가 다시 중원에 나갈 그 날을 기다리며, 그들의 강함을 인정하고 자신들을 단련해왔다. 강호의 정세나 삼대세력의 정세에 관해서는 어두워도 고수들의 힘은 누구보다 잘 안다.


중원 무림의 고수들은 확실히 강하다. 그 중에서도 정파의 고수는 더욱 수준이 높다. 언제 어디서 나올지 모르는 기인이사나 은거한 전대고수들은 제외하고도 무림백대고수 내의 서열이 이를 증명한다.


신마궁의 고수들도 특히나 절대의 반열에 오른 마군들의 강함은 인정하지만 정파의 절세고수들과 비교하면 솔직히 자신할 수가 없다.


'확실히...어렵군.'


진다 생각지도 않으나 이긴다고 단언도 못하겠다.


'오할...결국 반반이로구나.'


"비무를 거부할 수도 있지 않겠나. 힘은 충분하니 지난 번 무당파와 같이 단번에 각파를 공격한다면..."


백호신마 스스로도 내키지 않은 방법을 내어보지만 독사신마는 고개를 저을 뿐이다.


"의미 없는 일이오. 개파대전까지 하였는데 그런 짓을 한다면 설사 이긴다고 해도 얻을 것이 없소. 그 말대로 하기 위해선 사마 출신의 십이지궁까지 모두 나서야만 하오. 그러나 지금 신마궁은 백호궁의 전신임을 내세우며 정파를 표방하고 있소. 지금은 그들과 함께 행동하기에 시기가 좋지 않소."


"시기라...확실히 좋지 않아."


"사마 출신의 궁이 나서는 것은 적어도 우리가 확실히 기반을 잡은 후가 될 것이오. 그 때는 신마궁의 이름으로 십이지궁이 천하에서 대업을 시작하겠으나."


"지금은 오히려 겨우 돌려놓은 명분마저 날려 먹겠지."


십이지궁의 절반은 사마에 속한다. 같은 신마궁에 속한다고 해도 그들의 방식은 너무 위험하다.


"시기만이 문제는 아니오. 이미 구대문파의 전대고수들이 은거를 깨어 원로원을 나섰고 중원 각지의 제자들이 사문으로 복귀하고 있소. 수성에서 최고의 힘을 내는 정파이니 지금 그들의 힘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고 무림맹의 만통지황이라면 이미 대비책을 내어 놓았을 터, 실행을 할 수 있다 해도 힘드오."


"...비무를 해야만 하는 건가?"


"사절단의 머리가 누구이냐에 따라 달라지겠으나 만통지황이라면 자신의 뜻을 확실히 이행할 수 있는 이를 머리로 내세웠을 것이오. 사실 전면전을 치룰 생각이 아니라면 비무로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강호의 오랜 전통. 거절할 이유도 마땅치 않소. 상황이 이렇다면 우리도 어차피 무림맹과 결을 하려 준비하고 있었으니 비무로 방향을 잡는 것이 그리 나쁘지 않을 게요."


결국은 비무라.


독사신마가 스스로 계산하고 내놓은 답이 그렇다면, 믿어주는 것이 그의 일이다.


"비무를 한다면 무림맹이 내세울 고수의 수준은 어느 정도가 되겠는가?"


"절대고수."


"...!"


"그 정도 수준이 아니라면 정파를 대표하는 무림맹의 이름이 가지는 무게를 감당할 수 없소. 정파의 이름을 대표하는 무림백대고수와 그에 버금가는 고수, 적어도 그에 근접하는 고수여야만 하오."


무림백대고수라면 신마궁에서는 오대마군이다.


둘 사이에 차이점이 있다면 무림백대고수는 아직까지 무림에 영향력을 가지는 전대고수가 포함되어 있지만 오대마군은 그렇지 않다는 것.


당대에 무림백대고수에 속하는 전대고수는 정파에 다섯과 사파에 둘, 마교에 하나 그리고 새외에 넷이다. 하나 같이 상위권 이상에 이름을 올린 강자들이다.


"혹 검성과 같은 전대고수 중 비무에 나설 만한 이가 있소?"


"검성. 검성이라... 과연, 그 이름은 무섭소. 금우마군이 속수무책으로 패했다 했던가. 그가 비무에 나선다면 확실히 오대마군으로서는 불리하겠지. 하지만..후훗!"


재미있는 농담이라도 들은 듯 독사신마가 웃었다.


전대고수가 비무장에 선다? 웃기지도 않은 일이다.


도산검림의 강호에서 그 긴 세월을 살아내고 은퇴까지 한 전대의 고인들이다. 그러한 강함이라면 정기가 쉬이 쇠하지 않고 양생공과 선술을 뿌리로 둔 정파, 특히나 구파일방의 무공이라면, 절대의 경지를 이루어 환골탈태를 이루었다면 지나가는 시간만큼 더욱 강해진다. 무당의 신검진인만 하더라도 은거 후 더욱 지고한 경지를 이룩하지 않았던가.


이러한 전대고수들의 존재만큼은 사파와 마도가 따라잡지 못하는 유일한 힘이다.


하나 전대고수들은 쉽게 나서는 법이 없다. 문파의 존폐가 위태로울 지경에서야 겨우 수성에 힘을 더하는 정도인데, 비무는 말해서 무엇 하랴. 비무장 위에 전대 고수들이 서있는 경우는 없다 단언해도 문제없으리라.


"그러니 경계해야 할 부분은 검성과 같은 전대고수와 비견되는 당대의 고수들이오."


"그렇군."


오대마군의 무력은 각기 상위권의 백대고수와 비견할만하나 검성과 겨룰만한 고수는 드물다. 검성이 나설 경우는 없다고 해도 당대의 고수 중에 검성에 비견될 고수가 있다면 승부의 축이 기울 수도 있다.


"정파의 백대고수들 중 무당의 검성(劍星), 화산의 매화검봉(梅花劍峰), 종남의 신검무적(神劍無敵)의 전대고수들을 최고로 치고, 남궁의 검황(劍皇), 팽가의 도황(刀皇)이 그들과 대등하니 그들만 견제하면 되는 것인가."


"그들만이 아니오. 그들은 대외적으로 들어난 무림백대고수의 십대강자에 속할 뿐. 당장 당대의 무당제일검이 제 스승 검성에 비견 되고 화산의 매화신검(梅花新劍)이 검봉과 검을 겨룰 수 있다 하오. 또한 점창파의 현천검제(玄天劍帝)와 하남의 정의검문의 군자검(君子劍)이 비록 백대고수 내의 서열은 낮으나 진실 된 무위가 측량할 수 없다 하니 검황과 도황까지 포함한 네 명의 고수를 염두에 두어야 하오."


자궁 속에서 동면을 가장한 채 천하에 이목을 뻗쳐 놓았던가. 자야에 숨은 자들과 실력을 저평가 받는 고수들 중 망설임 없이 네 명을 골라내는 독사신마다.


"...많군."


검성에 비견될 당대의 고수가 여섯이라.


너무 많다.


일반적으로 문파와 문파, 세력과 세력 간에 비무에 참가하는 고수들의 숫자는 셋에서 다섯이다. 여섯이면 그 숫자를 초과하는 숫자이니, 무림맹주가 정녕 비무를 원한다면 그 자신감이 납득이 간다.


"무림맹주. 만통제황이라 했던가. 정말 대단하군."


승리를 준비하라.


가진 것을 부끄러워하여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수치이자 상대에 대한 모욕이다. 그러니 최선을 다하여 승리를 쟁취하라. 이는 인궁 제일의 가르침이라.


협의를 지켜라.


무를 수련하여 힘을 가진 자에게는 책임이 따르니 협의를 지켜 행하라. 이는 인궁의 제이의 가르침이라.


독을 가진 자가 독을 사용함을. 계책을 부릴 줄 하는 자가 계책을 부림을, 힘을 가진 자가 힘을 사용함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오직 정도를 지키라.


제 일규를 통한 패도로 뭇 경쟁자들을 무찌르고 제 이규를 통한 행실로 정도임을 증명했으니 백호궁이 한 때 군웅회를 세우고 중원을 떨쳐 울렸던 힘의 원천이다.


인궁의 가르침이 이러하니 백호신마가 모든 것이 불문명하고, 불리한 상황에서 승리의 요건을 찾아낸 만통지황에 대해 감탄함은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만통지황 제갈효는 제갈세가가 배출해낸 최초의 맹주이자 무림맹 사상 최고의 맹주라 평가를 받는 자요. 그의 일처리는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다고 했으니, 우리가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었던 게요."


"세상일이란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군. 이만한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승패를 장담할 수가 없다니."


백호신마는 찻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식어버린 찻물은 삼매진화로 데울 수도 있었으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고 단숨에 목구멍으로 넘겼다. 독사신마도 백호신마를 따라 찻물을 들이켰다.


식어버린 찻물은 특유의 향도 맡을 수 없었고 입안에 쓴맛만을 여운처럼 남겼다.


"훗."


갑자기 실소를 흘리는 백호신마.


궁주로서의 무게를 벗더니 무의 완성을 이룬 무신으로서의 면모만이 전신을 감쌌다.


"무인이란 본래 싸우는 존재. 상황이 어떠하든 그저 싸우고 이기면 되는 것을..."


오랫동안 잊고 있던 것을 깨우치는 듯이 백호가면 밑의 미소가 점점 더 짙어지며 서방신(西方新) 백호의 기상이 서서히 또한 맹렬히 풍겨 나오기 시작한다.


"그래. 비무행이 좋겠어."


"...!"


본능인가. 아니면 경험인가.


독사신마, 그가 말하려던 계책이 백호신마의 입에서 먼저 나왔다.


"비무행이면...육십 년 전 중단한 그것이 맞소?"


"가능하겠는가?"


"가능하게 만들겠소. 그런 일을 하기 위해 본인이 이곳에 있으니..."


화두가 있었는지.


독사신마 또한 마음속의 무언가를 벗어버리고 안광을 빛내었다.


'이제는 말할 수 있겠구나.'


마음을 다잡고 찻잔에 새로이 찻물을 따르는 백호신마에게 말했다.


"할 말이 있소."


"...?"


"연무장에서의 일이오."


"연무장에 흑룡이 있었다는 것이면 이미 알고 있다."


벽안금발의 흑룡은 감추려고 해도 눈에 띈다. 굳이 눈으로 살펴 찾지 않아도 이미 연무장에서 보았고, 수양이 부족하였는지 감정이 동해 철장신군을 상대로 과하게 손을 썼다.


헌데 독사신마가 말하려는 바는 그게 아닌지 고개를 젓는다.


"흑룡이 아니오."


"흑룡이 아니다? 그럼..."


"그 옆에 있던 검객. 아마도 검천인 듯 하외다."


"검천!"


검천의 이름을 듣는 순간 백호신마의 눈동자가 진중해졌다.


검천. 그의 이름은 신마궁에서도 무거웠다.


온갖 수식어와 찬사를 한 몸에 받는 최고, 최강의 검객임은 분명하지만 그 검학의 한계를 짐작할 수 없어 신강의 십만대산에서 천마신교를 지배하는 마천과 함께 요주의 인물로 꼽힌다.


일전의 천마신마와의 두 번의 싸움으로 그에 대한 평가는 더욱 높아졌다. 천마신마가 비록 십이신마 중위권에 머무르는 신인이라고는 해도 두 번이나 검을 섞고도 검로를 짐작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야기가 길어지겠군."


마지막이었던 찻물을 비우고 삼매진화(三昧眞火)로 새 찻물을 끓였다. 새로운 찻물은 긴 대화가 준비되었다는 표현이었다.


"연무장에서 그대에게 전음을 보내던 때였소."


===



작가의말

오랜만에 길게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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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사천집합(四天集合) 1 +1 16.03.11 1,180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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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백호신마(白虎神魔) 2 +2 16.02.26 1,123 32 8쪽
52 백호신마(白虎神魔) 1 +1 16.02.22 1,511 32 8쪽
51 뇌서신마(腦鼠神魔) 4 +1 16.02.19 1,302 30 8쪽
50 뇌서신마(腦鼠神魔) 3 +1 16.02.15 1,349 30 9쪽
49 뇌서신마(腦鼠神魔) 2 +1 16.02.14 1,439 40 8쪽
48 뇌서신마(腦鼠神魔) 1 +2 16.02.13 1,467 40 8쪽
47 과거지연(過去之緣) 3 +1 16.02.12 1,469 45 10쪽
46 과거지연(過去之緣) 2 +1 16.02.11 1,481 41 7쪽
45 과거지연(過去之緣) 1 +2 16.02.09 1,468 38 7쪽
44 추격전(追擊戰) 1 +1 16.02.08 1,329 38 9쪽
43 무림집회(武林集會) 2 +1 16.02.07 1,430 37 9쪽
42 무림집회(武林集會) 1 +1 16.02.06 1,483 43 7쪽
41 비정무천(非停舞天) 2 +1 16.02.05 1,589 40 9쪽
40 비정무천(非停舞天) 1 +1 16.02.04 1,812 4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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