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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복 님의 서재입니다.

천외천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팔복
작품등록일 :
2014.01.22 13:19
최근연재일 :
2016.04.15 13:39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180,671
추천수 :
4,542
글자수 :
258,503

작성
16.03.14 11:03
조회
1,150
추천
29
글자
11쪽

사천집합(四天集合) 2

DUMMY

"우리 왔다!"


도천이 들어올 때처럼 거칠게 문이 열리며 세 명의 인영이 들어왔다.


가면을 쓴 금발의 색목인에 보기 드문 미인, 그리고 홍안의 소년으로 구성된 조합이 음식으로 보이는 보자기들을 양손 가득 들고 있었다.


"어?"


"음?"


"...!"


색목인, 창천과 도천이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너는...! 그렇군. 결국 만났던 것이로군."


"오! 오랜만이네."


일전에 마주한 적이 있던 두 사람이다.


창천이 몸을 숨기기 위해 하북성 산자락에 펼쳐 놓았던 진법을 도천이 우연히 찾았었다. 이름도 없는 산자락 속에 상승의 진법에 펼쳐졌음에 수상함을 느낀 도천이 망설임 없이 부수며 들어갔고, 진이 전부 부서질 상황에 기겁한 창천이 마침내 나서서 도천을 막았다.


수상한 진법에 천외천급의 고수가 그것도 색목인이 나타났다. 누가 보더라도 수상하다.


팽가인의 기질이 그러하듯이 수상한 자를 보고 가만히 있을 도천이 아니다.


말 한마디 나눌 세 없이 천양신도가 창천에게 연화를 토해내고, 부득불 창천도 출수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는 불승불패(不勝不敗).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고 격돌이 절정에 이르러 갈 때 돌연 무기를 거두었다. 이후 간단한 대화를 나누고 헤어졌다.


크진 않지만 도천이 부상을 입은 채 돌아오니 하북팽가는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그나마 도천이 돌아온 이후 전각을 벗어나지 않고, 부상을 확인한 이들도 가주를 포함한 세가의 최고수들뿐이었기에 소란이 커지기 전에 무마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 번 발생한 소문은 시간이 흘러 무림맹주 만통지황 제갈효에게 이르렀고, 소문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도천의 부상이 창에 의한 창상임 또한 팽가의 수석장로 무퇴도(武退刀) 팽무월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러저러한 정보들은 결국 창천이란 결론에 도달하고 이후 제갈효는 신마궁의 발호에 맞추어 검천에게 창천을 찾아달라는 요청을 할 수 있었다.


결국, 도천에 의하여 창천이 무림으로 나오게 된 것이었다.


"네가 깽판을 치고 가준 덕에 내가 말이야.. 아~주 귀찮게 됐어."


창천의 청안에 안광을 토해낸다. 동시에 흘려보내는 기세 또한 날카롭다.


"그 눈빛. 어디 다시 한 번 붙어보자는 것이냐!"


도천의 두 눈에서 투기가 타올랐다.


처음 보았던 그 때부터 싸우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상대였다. 서로 간에 고운 말이 오고갈 리 만무했다.


"어디, 어디. 그만하지."


허공을 채우는 기세가 늘어갈 때, 하나의 인영이 중간에 난입하여 기세를 끊어버린다. 다름 아닌 비천이다.


"너는...!"


여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기운이 사방팔방으로 퍼져나가 기세를 끊어놓고 있다. 당장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무위다. 이런 여류고수가 있음을 들어본 적이 없다.


"누구냐?"


비천은 내뿜던 기세를 거두고 포권을 쥐었다.


"처음 뵙습니다. 환 대협. 사위련이라 합니다."


"사위련! 네가 비천이란 말인가?"


"무림의 동도들이 그렇게 불러주지요."


한바탕의 격랑이 방안을 휩쓸었다.


"...허!"


"비, 비천!"


"말도 안 돼!"


"...!"


"저, 정녕..!"


무림의 정상급 고수들이 너무 놀라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저 막연히, 당연히 남자이리라 믿어왔던 천외천의 비천이, 낭인을 대표하는 천외천이 여인이라니!


이 상황이 재미있는지 창천이 턱을 쓰다듬으며 말을 보태었다.


"비천이 여자라서 놀라는 거야? 그럼 창천인 내가 색목인인 건 어때?"


쿠웅!


천둥이 한번 치고 간다.


"..."


"쯧쯧, 어찌 반응이 이리도 한 결 갔냐?"


창천의 비꼬는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머릿속이 혼돈으로 가득 찼다.


비천도 그렇고, 창천도 그렇고, 지금껏 그들이 생각하였고 믿어왔었던 형상과는 전혀 다른 인물들이다.


당연히 남자이리라, 당연히 중원인이라, 그렇게 생각했기에 그들이 받은 충격은 이루 말 할 수가 없었다.


"저, 정녕..."


"창천이 맞냐고? 너는 할 줄 아는 말이 그것 말고는 없니? 색다른 건 없어?"


"..."


일순간 침묵이 지배한다. 대신에 눈을 돌려 도천을 쳐다보았다.


"창천이 맞다."


한 마디면, 족했다.


팽일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주제도 모르는 애송이가 백부님께 겁도 없이 덤비는 그 모습에 끓어오르던 화를 겨우 참고 있었는데, 화를 참지 못하였었다면? 오히려 큰 무례로 세가의 누를 범할 뻔하였다.


"용서하십시오. 대협. 무례를 범했습니다. 팽가의 팽일성이라 합니다."


"소림의 심옥기입니다. 만나 뵈어 영광입니다."


"무림맹의..."


팽일성 일 동 네 명이 재빨리 포권을 취했다.


과연 명문의 가르침을 받은 후예들이다. 무례를 범했음을 인정하고 고개를 숙임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창천이다."


"비천이에요."


창천도 비천도 상대가 예를 차리니 예를 찾았다.


처음 있었던 어수선함은 사라지고 훈훈함이 감돌았다.


"그런데 천하의 도천이 여기에는 웬일이야?"


"네가 답을 해주어야 하는 의문이 있다. 백호신마에 관한 것이다."


질문은 도천에게 하였다. 그러나 대답은 검천으로부터 돌아왔다.


"네가 답을 주어야 하는 질문이 있다."


검천을 통해 나오는 물음을 가만히 듣던 창천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화르륵!


칠흑빛의 불꽃이 불타오르며 오른손을 뒤덮었다.


"이건!"


방안을 채우는 검은 빛을 본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형태는 다르나 백호신마가 보여주던 백색의 기류와 너무나도 흡사한 힘이 흑염에서 느껴졌다. 그러나 이것은 창천의 천외강기가 아니었다.


창천의 무형강기는 한 올의 힘조차도 흘리지 않고 병기와 신체에 갈무리 하여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


"도대체 그건 무슨 사술이냐?"


예상했던 반응인지 히죽 웃는 창천이 입을 열었다.


"천외강기는 크게 응축(凝縮)과 증폭((增幅)으로 분류된다. 네 천양강기가 대표적인 증폭형, 검천의 화신검이 응축형의 좋은 예가 되지."


생각지도 못한 무학의 이론이 창천의 입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크게 두 갈래로 나뉘는 그 아래로 극강의 공격력을 위한 방출(放出), 신체와 병기에 힘을 더하고 방어력을 굳건히 하는 강화(強化), 불파(不破)의 방어력을 위한 정련(精鍊), 마지막으로 스스로를 강하게 하고 적을 약하게 만드는 역장(力場)의 형이 있다. 뭐.. 안으로도 따지고 들어가면 몇 단계 더 나눌 수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이 안에서 지지고 볶는 거야. 이 중에 네 것은..."


"방출이군. 그리고 너와 검천은 강화."


"정답! 참고로 백호 놈은 응축-방출형이야."


"그렇군."


그 누구도 설명하지 못하는 천외강기에 대한 체계적인 정리다. 막연한 느낌의 설명이 아니라 구체적인 분류까지 이루어진 이론은 머릿속의 막혀있던 무언가를 시원하게 뚫어주는 듯 했다.


백호신마를 향한 웬지모를 친숙한 창천의 어투도 신경 쓰지 못할 정도로 강론에 빠져 있었다.


창천은 계속하여 흑염이 불타오르는 우수를 들어 보이며 말하였다.


"잘 보라고."


말이 끝나자마자 손 안으로 흑염이 빨려 들어갔다.


흑염이 뿜어내던 그 강렬한 기세도 손 안으로 빨려 들어가며 사라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이것이 창천의 천외강기, 무형강기다.


"보는 것처럼 내 무형강기(無形罡氣)는 응축 중에서도 극도의 응축이야. 그 중에서도 강화의 형으로 밖으로 흘러나가는 기운이라고는 한 올도 없어서 이렇게 육안으로는 확인이 불가능하지. 백호의 것도 원리는 이거랑 비슷해. 다만 녀석의 응축도가 내 것보다 한 단계 높고, 그에 따라 사용 방식의 차이가 있지."


"..."


"자, 그래서 결론. 백호는 어떻게 응축형을 사용하면서 증폭형도 같이 보여줄 수 있었는가? 답은 간단해. 증폭은 불가능 하지만, 응축은 증폭을 흉내 내는 게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간단히 말해서. 백호는 몸속에서 응축시키고 있던 기운을 너희들 앞에서 깨뜨려 버린 거야. 바로 이렇게!"


파아아악!


다시 한 번 우수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흑염이 막강한 기운을 줄기줄기 뿜어내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그리고 잠시 후, 화광반조처럼 사그라들었다.


"응축하던 기운을 강제로 깨뜨리게 되면 이렇게 반작용을 이용해서 밖으로 강한 힘을 뽑아낼 수도 있어. 지속시간은 짧고, 이 짓을 하고도 괜찮은 구결도 찾기 힘들고, 익숙하지도 않아서 실전에서 활용하기는 난해하지만 눈속임용으로는 썩 나쁘지 않지. 그렇지 않아?"


말이 끝나기 무섭게 흑염이 꺼졌다. 더 이상 태울 연료를 잃은 것처럼 그 강렬했던 기세의 흔적초차 찾을 수가 없다.


"어때? 이걸로 궁금증은 다 풀렸나?"


"아직, 한 가지. 한 가지 질문이 남았다."


"물어봐."


"그는 왜 그런 수고스런 일을 한 것이냐? 네 말대로 고작 눈속임에 불과한 재주를 보여줘서 무엇이 생긴다고?"


"말했잖아. 눈속임이라니까?"


"그게 무슨...?"


"눈속임이어도 보이는 건 끝내줬잖아."


"...!"


"사람은 눈으로 보는 것만큼 뇌리에 크게 새겨지는 게 없어. 그런데 응축계열은 솔직히 볼 건 없지. 기운도 거의 드러나지 않고 말이지. 기천을 넘는 인파에서 그걸로 얼마나 큰 인상을 줄 수 있겠어. 우리랑 같은 급이 아니면 알아 볼 수도 없으니 속임수를 쓴 거야. 실제로 결과도 괜찮았잖아. 안 그래?"


"으음!"


부정할 수 없는 말이다. 도천 스스로도 그 자리에서는 그것이 눈속임임을 알아보지 못했으니, 군웅들로서는 그 숫자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그들이 본 것이라곤 백호신마가 두 천외천을 앞에 두고서도 물러서지 않는, 아니 오히려 물러서게 만드는 무신으로서의 무위와 위엄만이 뇌리에 각인 되었으리라.


"내가..들러리였나."


아무도 그 말에 대답하지 않으나 그 침묵만으로 충분한 답이 되었다. 당장 중원에 퍼져나갈 소문이 어떠할지 굳이 알아보지 않아도 짐작이 된다.


으득!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이가 갈린다.


"돌아간다!"


누군가에게 이용당했다는 사실이 어디 듣기에 좋을까. 도천과 같은 강직함이 지나친 이라면, 느끼는 수치심은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인가. 일어나는 도천을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았다.


"잠깐, 기다려."


===


작가의말

댓글 좀...

‘..’이라도 좀...




오타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30 가랑비2
    작성일
    16.03.14 14:57
    No. 1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글이 힘있고 장쾌해서 시원시원 합니다.
    참고로 맞춤법 몇가지...
    보태었다 -- 보탰다, 거의 들어나지 않고 -- 거의 드러나지 않고, 지난 친 -- 지나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9 한사
    작성일
    16.03.14 14:57
    No. 2

    좋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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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백호신마(白虎神魔) 3 +2 16.02.29 1,309 3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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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백호신마(白虎神魔) 1 +1 16.02.22 1,511 32 8쪽
51 뇌서신마(腦鼠神魔) 4 +1 16.02.19 1,302 30 8쪽
50 뇌서신마(腦鼠神魔) 3 +1 16.02.15 1,349 30 9쪽
49 뇌서신마(腦鼠神魔) 2 +1 16.02.14 1,439 40 8쪽
48 뇌서신마(腦鼠神魔) 1 +2 16.02.13 1,467 40 8쪽
47 과거지연(過去之緣) 3 +1 16.02.12 1,469 45 10쪽
46 과거지연(過去之緣) 2 +1 16.02.11 1,481 41 7쪽
45 과거지연(過去之緣) 1 +2 16.02.09 1,469 38 7쪽
44 추격전(追擊戰) 1 +1 16.02.08 1,329 38 9쪽
43 무림집회(武林集會) 2 +1 16.02.07 1,430 37 9쪽
42 무림집회(武林集會) 1 +1 16.02.06 1,483 43 7쪽
41 비정무천(非停舞天) 2 +1 16.02.05 1,589 40 9쪽
40 비정무천(非停舞天) 1 +1 16.02.04 1,812 4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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