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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복 님의 서재입니다.

천외천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팔복
작품등록일 :
2014.01.22 13:19
최근연재일 :
2016.04.15 13:39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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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8,503

작성
16.03.18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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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글자
9쪽

사천집합(四天集合) 3

DUMMY

나가려는 도천의 발길을 잡은 목소리의 주인, 방금 전까지 대화를 나누던 창천이었다.


"뭐냐?"


"자기 들을 것만 듣고 휑하니 가버리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지금껏 밥도 못 먹게 만들고 말이야. 우리가 손해 보는 것 같잖아."


대가를 요구하는 것인가.


창천이라는 인물이 겨우 이 정도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도천은 오히려 실수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더니 품속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다.


"잊을 뻔했군. 나의 첫 작품이다."


가볍게 날아드는 물체를 받아든 검천은 손가락 한마디만한 그것을 엄지손가락으로 훑었다.


"자수정이로군. 그리 흔치 않은 기물이야. 이것을 네가 만들었다고?"


도천이 건넨 것은 자수정이었다. 손가락 한마디 크기에 세공이 제법 잘 된 것이 상당한 값어치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보석으로서의 가치가 아니다. 자수정을 쥔 손에서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진기를 돌려보니 보다 많은 양의 진기가 단전으로 돌아온다. 기물이다. 무인이라면 누구라도 탐낼 기물이다.


도천은 이것을 자신의 작품이라고 말했다. 배운지 얼마 되지 않은 솜씨로 이 정도의 세공을 해냈을 리도 없으니 결국 이러한 현묘한 효능을 자수정에 깃들게 만들었다는 이야기인데..쉽게 상상이 되질 않는다.


"본가에도 이런 종류의 기물이 몇 가지 있다. 그러한 기물들 중에 하나를 살피다가 머릿속에 영감이 하나 떠올랐다. 그 영감을 시험하다보니 만들어진 첫 작품이다. 저기에 애송이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 말하는 도천의 시선은 구석 한 귀퉁이에 아무 말 없이 서 있는 성을 향했다.


천부적인 기재. 성의 모습이 기억에 남았던 모양인지.


확실히 도천이 건넨 자수정. 이 중에서 성을 제외하곤 딱히 필요한 인물이 없다.


자수정은 검천의 손에서 비천의 손으로 갔다가 종국에 성의 손으로 들어갔다.


"가, 감사합니다. 대협."


생각지도 못한 기물을 받았다.


고개를 깊이 숙여 감사함을 표현한다.


"이제 되었나?"


기물로 값을 치웠으니 되었냐고 묻는다.


수천 개의 보석 중 하나를 찾기 힘든 기물을 값으로 치렀다. 오히려 과하다 말해야 할지 모른다. 헌데 창천의 반응이 묘하다.


"저기..그런 말이 아니라. 그저 나도 질문 하나 해도 되냐는..뭐, 그런 말이었는데..."


"..."


순간의 정적이 방안을 맴돌았다.


"...미안."


"물. 어. 라."


딱딱 끊어지는 도천의 한 마디. 꽉 쥔 주먹. 어떤 것인지는 몰라도 치밀어 오르는 무언가를 겨우겨우 억누르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아니면 못 다한 승부를 내보겠나? 그럼 충분할 것 같은데."


"아니, 그건 사양할게."


창천은 두 손을 다급히 내저었다. 시선은 재빨리 돌려 도천을 따라온 네 남자들에게 꽂았다.


'저 놈 상대하다간 내 사지가 모자랄 거야.'


"질문이 하나는 아닌데 물어도 되냐?"


"예. 괜찮습니다. 대협."


소림신검이 한 발 앞으로 나선다.


연배와 배경이 모두 비슷한 네 명이다. 다만 가장 무공이 높은 소림신검이 은연중에 대표의 역할을 맞고 있었다.


"몇 가지 물어볼 건데..일단은 나머지 인원들은 언제 도착하냐야? 내일?"


"...!"


"반응을 보니, 내일이구만."


"어, 어찌 아셨습니까?"


"맹주가 미쳤다고 무력부대만으로 사절단을 보내겠어? 천하의 만통지황이 팽가의 도천과 소림의 신검까지 보내면서? 팽가와 소림사의 고수들이 포함되고 무림맹 장로들까지 포함된 사절단을 꾸려서 무림맹의 이름을 확실하게 대표하는 사절단을 꾸렸을 거야. 그런데 무력부대만 왔다면, 당연히 뒤에 제대로 된 본대가 있다는 이야기겠지."


"..맞습니다."


"추가로 그럼 왜 너희들만 먼저 왔느냐, 인데...맹주가 지시했나보지. 뒤에 도착할 본대가 제대로 무게 잡을 수 있게 분위기 휘저어 놓으라고?"


"...!"


정확했다.


바로 내일 도착할 본대의 구성부터 무력부대만을 선발대로 나누어 먼저 출발시킨 이유까지 틀린 부분이 없다.


내일 도착할 본대에는 팽가의 오호도객과 소림사의 나한승이 포함되었으며, 서른여섯의 무림맹 장로들 중 무려 다섯이 포함 된 대규모 인원이다.


창천. 단순히 강대한 신위를 지닌 무인이 아님을 느낀다.


"대충 알겠구만. 그럼 두 번째 질문은 이거야. 왜 온 거냐?"


"...?"


"그 정도로 대규모 인원이 와서 해야 할 이유가 뭐냐고. 사절단이라고만 보기에는 너무 과하지만 적의를 가졌다고 판단하기에 명분 따위가 애매해서 말이지. 도대체 무림맹주의 의도가 짐작이 안가."


"음...!"


"왜? 너무 곤란한 걸 질문했나?"


"그건 아닙니다. 다만..."


"다만?"


"제게는 권한이 없습니다. 무림맹의 무사가 아닌 제가 유출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아아. 그랬지. 참."


소림신검의 말마 따라 그는 무림맹주가 내린 임무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었다. 그것은 사람의 문제를 떠나 권위의 문제다.


정파무림을 지탱하는 무림맹주가 특별히 내린 명령이다. 제아무리 그 명령을 받는 자리에 동석했다고는 하나 무림맹 소속이 아닌 소림신검이 함부로 외인에게 유출시킴은 것은 있을 수 없다.


다만, 무림백대고수에 이름을 올린 소림신검이라면 그 정도는 무시해도 좋으련만 검치라는 별명답게 우직했다.


소림신검도, 팽일성도 심지어 도천마저도 제외해야 한다.


그렇다면 두 사람. 창천의 검지가 그 둘 중 소철을 지목했다.


"너!"


"예? 예!"


"사방신단의 단주라면 권한이 있겠지. 네가 대신 말해봐."


지목을 당한 소철은 잠시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다가 먼저 소림신검에게 양해를 구했다.


"신 대협. 실례하겠습니다."


"저는 괘념치 않으셔도 됩니다. 오히려 번거롭게 하여 죄송합니다."


뒤로 물러나는 소림신검과 앞으로 나서는 소철의 자리가 바뀌었다.


앞으로 나선 소철은 창천과 마주하게 되었고 그 말문을 열었다.


"맹주께서는 이번 사절단이 두 가지의 임무를 가진다 말씀하셨습니다."


"호오? 두 가지씩이나?"


"예. 그렇습니다. 첫 번째는 신마궁이 개파대전을 취함으로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수많은 문파와 고수를 지우고 무당파마저 범한 단체가 육십 년 전의 멸문한 백호궁의 전임임을 자처하면서 갑자기 개파대전을 하는 이유를 파악하라 하셨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창천이다. 어느 정도 납득한다는 듯한 반응인지. 하지만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일이긴 하지.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부족해. 두 번째 임무는 뭐냐?"


두 번째를 묻는 대목에서 잠시 멈칫한 소철이다. 첫 번째보다 분명 중요한 것인지. 쉽게 말문을 열지 못하다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이번 행사를 무림맹과 신마궁. 둘 만의 행사로 못 박기 위해서라 하셨습니다."


"...그렇지. 그 정도는 되어야지."


원하는 답을 얻었다.


가면 아래 창천의 입 꼬리가 올라가고 가볍게 박수를 친다.


"확실히 사황성과 마교의 개입을 막을 생각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말이 되지."


무엇을 알았는가.


진정 얼마 안 되는 소철의 대답만 가지고 무림맹의 앉아있는 만통지황의 의도를 파악한 것인지.


"사절단의 인원은 전부 몇 명이냐?"


"..사백이 조금 넘습니다."


"사백? 조금 적은데...그 정도로 보낼 거라면, 최소한 백대고수 한 명은 더 있어야 돼."


흠칫.


"니 반응을 보니 알겠다. 누가 뒤에서 같이 오는 놈은?"


"투신창 전 대협입니다."


답을 하면서도 감정을 숨길 길이 없다.


눈앞의 창천과 무림맹주가 겹치는 듯한 느낌은 단순한 착각이 아니다. 앉은 자리에서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통찰력. 무림맹주 제갈효를 제외하고 이와 같은 능력을 가진 자는 처음이었다.


"...창천 대협..."


무슨 말이라도 하기 위해 말문을 떼어보지만 딱히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이는 부당 소철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이미 창천과 함께한 시간이 있었던 검천과 성은 몰라도 그 외의 이들은 그 표정부터 감정이 들어났다.


"어디보자...창잡이를 불렀다면 여차하면 이곳에서부터 한판 해보겠다는 의도일 테고. 뭐, 그건 내가 신경 쓸 게 아니니까."


창천은 소철의 어깨를 두드리는 것으로 감사함을 표현했다.


"고마워. 충분히 알고 싶은 걸 알았어."


확실히 만족한 듯하다. 입가에 미소는 어느 때보다도 밝으며 가면 속의 청안 중 한쪽은 슬그머니 찡긋거린다.


작가의말

숙제 해야 하는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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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천집합(四天集合) 3 +1 16.03.18 1,187 20 9쪽
58 사천집합(四天集合) 2 +2 16.03.14 1,150 29 11쪽
57 사천집합(四天集合) 1 +1 16.03.11 1,179 22 12쪽
56 백호신마(白虎神魔) 5 +2 16.03.07 1,192 23 10쪽
55 백호신마(白虎神魔) 4 +2 16.03.04 1,081 28 7쪽
54 백호신마(白虎神魔) 3 +2 16.02.29 1,308 35 10쪽
53 백호신마(白虎神魔) 2 +2 16.02.26 1,122 32 8쪽
52 백호신마(白虎神魔) 1 +1 16.02.22 1,510 32 8쪽
51 뇌서신마(腦鼠神魔) 4 +1 16.02.19 1,301 30 8쪽
50 뇌서신마(腦鼠神魔) 3 +1 16.02.15 1,348 30 9쪽
49 뇌서신마(腦鼠神魔) 2 +1 16.02.14 1,439 40 8쪽
48 뇌서신마(腦鼠神魔) 1 +2 16.02.13 1,467 40 8쪽
47 과거지연(過去之緣) 3 +1 16.02.12 1,469 45 10쪽
46 과거지연(過去之緣) 2 +1 16.02.11 1,480 41 7쪽
45 과거지연(過去之緣) 1 +2 16.02.09 1,468 38 7쪽
44 추격전(追擊戰) 1 +1 16.02.08 1,328 38 9쪽
43 무림집회(武林集會) 2 +1 16.02.07 1,429 37 9쪽
42 무림집회(武林集會) 1 +1 16.02.06 1,482 43 7쪽
41 비정무천(非停舞天) 2 +1 16.02.05 1,588 40 9쪽
40 비정무천(非停舞天) 1 +1 16.02.04 1,812 4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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