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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거스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괴사(武林怪史)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데거스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1.24 18:15
최근연재일 :
2024.02.26 12:20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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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702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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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16,954

작성
24.01.30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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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하남-이가장(2)

DUMMY

하남 이가장(李家莊),


하남에서 알아주는 명문 무가이자 단창을 이용한 창법을 주력으로 다룬다고 알려진 곳으로, 쾌속하기 그지없는 움직임과 더불어 쉴새 없이 이어지는 이가장의 이화창(梨花槍)은 무림은 물론 관에서도 그 명성이 자자했다.


그렇기에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이가장에 끔찍한 변고가 생길 거란 걸.


“헉, 헉···”


이가장의 소장주 이경은 붉게 변한 세상을 보며 고통어린 신음을 흘렸다.


주변에 흩뿌려진 붉은 피,

공포어린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식솔들,


“크흑!”


다들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거지?

상처는? 어쩌다 그렇게 다친 것이냐?


수많은 의문이 머릿속에 맴돌았으나,

이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아···”


내가 그런 것이구나.


‘내가···내가 이 빌어먹을 것에게 홀려···’


당장이라도 상처입힌 식솔들에게 무릎을 꿇고 사죄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부족해.’


‘닥쳐라. 이 사특한 것아!’


‘좀 더, 좀 더···’


‘제발 나를 내버려둬!!’


쉴 새없이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

사내의 것인지, 여인의 것인지도 모를 이 목소리는 사람의 이지를 흐려지게 만들었다.


‘이대로는···’


혼미해지는 정신에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던 찰나,


“오,오라버니?”


흠칫!


등 뒤에서 하나뿐인 동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아이의 목소리를 들으니 정신이 확 깬다.


‘안돼! 여기서 정신을 잃었다간···’


저 작고 연약한 아이에게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


언제 의식을 잃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지금 선택할 수 있는 건 이곳에서, 가문에서 최대한 멀리 도망치는 것 뿐이었다.


‘미안하다 진아. 미안하네 모두들···’


그렇게,


한달 뒤 찾아오는 남궁세가 태상가주의 탄신 연회를 위해 선물을 준비하던 이가장의 소장주는, 가문의 무인과 식솔들을 습격하곤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도망치던 그의 손에는 남궁세가에 선물하기 위해 준비해두었던 한 자루의 명검이 쥐여져 있었다.

······························

························

··················

············

·········

······

···






서문여령에게 이가장에서 벌어진 참사에 대해 전해듣곤 침음을 흘렸다.


“그러니까 소장주가 어느날 갑자기 가문의 식솔들을 공격하고 도망쳤다는 거군요.”


“네, 서신에는 마치 홀린 것처럼 검을 꽉 쥔 채 놓지 않았다고 적혀있어요.


“심마에 걸렸을 가능성도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생각하기엔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에요.”


“예를 들면 어떤 것이 있습니까?”


서문여령이 편지에서 본 내용을 하나씩 읊었다.


“소장주가 도망친 이후, 이가장에서 무력대를 보내 한번 소장주를 발견한 적이 있는데, 그때 소장주가 생전 처음 보는 검법을 펼치며 추격대를 물리치고 다시 도망쳤데요.”


“으음···”


“이상하잖아요. 아무리 심마에 빠져 제정신이 아니라고 해도 처음 보는 검법으로 무인들을 격퇴했다는 게.”


“확실히 령이 네 말대로 이상하긴 하구나. 이가장의 무인들은 실력이 출중하기로 소문이 자자하거늘.”


“그뿐만이 아니에요. 서신을 보낸 동생의 말로는 소장주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검법을 배운 적이 없데요.”


그러니까 서문여령의 말을 조합해보면,


“태상가주의 탄신을 축하할 선물을 고르다 우연히 명검을 발견했는데, 그 검을 사들인 이후로 소장주가 정신을 잃고 자취를 감추더니 생전 배운 적도 없던 검법을 사용한다. 이 말이군요.”


“네.”


“그것 때문에 소저께선 그 검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의심하고 있고요.”


“저뿐만이 아니라 서신을 보낸 동생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귀신들린 검을 잘못 산 게 아니냐고.”


“흐음, 확실히 가능성이 없진 않겠군요.”


“그렇죠?! 그런데 소장주가 마공이나 사술을 익히다 심마에 빠진거라고 소문이 돌아서···”


“이가장 입장에선 대외적으로 곤혹스럽겠구나. 가문의 후계자가 마공을 익히다 심마에 빠졌다는 소문이 퍼진다면 작게는 가문의 위신부터 크게는 소장주의 지위까지 흔들릴 수 있으니,”


제갈성문의 지적에 서문여령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지금 그 일로 소진이도 많이 힘들어 하고 있어요.”


“소진이라면 이가장의 금지옥엽 말이더냐?”


“네, 제가 아끼는 동생이에요.”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하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도중,

돌연 서문여령이 간곡한 어조로 내게 말했다.


“유공자님. 염치 없는 부탁이라는 건 알지만 제발 이가장을 도와주세요.”


“어허! 령아, 유대협께서 정신을 차리신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런···”


“전 괜찮습니다.”


몸에 이상이 있거나 한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괴이와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괴이에게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고, 괴이에 대한 정보를 기록하는 것이 저의 사명입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정말로 감사해요!”


서문여령의 감사에 옅은 미소로 화답했다.


‘그나저나, 물건에 깃든 괴이라···’


스승님과 함께 떠돌아다니던 시절에 몇 번 본 적이 있다.


‘전 주인이 쌓은 업(業) 혹은 염(念)으로 인해 원기(冤氣)가 서리며 생겨난 게 대부분이지.’


이를 잔념귀(殘念鬼)라 칭하는데, 보통 이러한 잔념귀들은 그 힘이 미약하여 답중급에도 들지 못하는 잡귀 취급을 받는다.


허나, 이를 오랫동안 사람의 곁에 둔다면 해로운 것 역시 사실이다.


잔념귀들은 자신들의 염을 가까운 사람에게 전파하여 정신을 갉아먹고 피폐하게 만드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검에 제법 강한 잔념귀가 서려 있는 것 같은데,’


의아한 점도 있었다.


평범한 사람도 아니고 무가의 소장주가 잔념귀에게 당했다는 게 솔직히 믿기 어려웠다.


예로부터 무인들은 심신을 단련한 덕에 잡귀들에게 당하는 일이 극히 드물었으니까.


‘그런데도 심마에 빠진 것처럼 날뛰고 처음 보는 검법까지 펼쳤다는 건···’


어쩌면,

그 검에 서려 있는 건 평범한 잔념귀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





며칠 뒤,

하남성 남양의 터줏대감인 이가장은 평소보다 더욱 소란스러운 상태였다.


안 그래도 소장주의 사태로 정신이 없는 와중에 귀한 손님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이가장의 가주 집무실,


“본가를 찾아주어 고맙네. 무명이 자자한 창일검(蒼日劍)을 이리 만나게 되어 영광일세.”


이가장의 장주 이양천의 인사에 얼굴에 짙은 흉터를 지닌 사내가 무뚝뚝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같은 백도의 일원으로서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자 왔을 뿐이니 이리 환대해주실 필요 없습니다.”


그의 뒤에 도열해 있던 무인들의 등에는 창천(蒼天)이란 글자가 수놓아져 있었다.


남궁세가,

그들이 이번 일에 대한 소식을 듣고 움직인 것이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가장을 돕기 위해서 온 거라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달랐다.


“세간에서 남궁의 이름이 들려오고 있는데 어찌 뒷짐을 지고 있겠습니까?”


“···남궁세가에서 본가에 이토록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을 줄은 몰랐군.”


마치 질책하는 듯한 모양새.


그렇다.

그들이 이가장을 찾아온 것은 이번 소란을 두고 남궁세가의 이름이 언급된 것에 대한 항의와 함께 이가장을 압박하기 위해서였다.


“이가장의 소장주께서 태상가주님의 탄신 선물을 구하다 심마에 빠졌다는 얼토당토않은 소문이 퍼져 본가에서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창일검 남궁종수가 자식 관리를 못 해 남궁세가에 피해를 입게 만드냐고 돌려 말하자 이양천의 표정이 굳었다.


“세인들이 떠드는 말일 뿐이네. 그런 헛소문으로 인해 남궁세가에 심려를 끼쳤다면 사죄하지.”


이양천은 고작 그런 헛소문만 듣고 여기까지 찾아온 거냐고 맞받아쳤다.


남궁종수는 뭐라 더 말을 꺼내려 했으나,

뒤에서 들려오는 미성(美聲)에 입을 닫았다.


“작은 소문에 불과할지라도 본가의 명예와 관련된 일이라면 거리낌 없이 나서는 것이 남궁의 방침입니다.”


“···소저께선?”


“인사가 늦었습니다. 무림의 말학 남궁희가 명망 높은 화절창(花切槍)대협을 뵙습니다.”


그녀의 소개를 들은 이양천은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검화(劍花) 남궁희,

남궁세가의 직계 혈족이자,

백도의 후기지수들 사이에서 가장 촉망받는 인재(人才)


그녀가 직접 이가장에 찾아온 것이다.


아름다운 미모와 상반되는 그녀의 날카로운 눈빛에 절로 침음이 흘러나온다.


‘끄응, 남궁가주가 제 딸아이를 이리 직접 보낼 줄은···’


이건 그만큼 남궁세가에서 이번 일을 가볍게 보지 않고 있다는 의사표현이었다.


“소문은 익히 들었으나 직접 마주하는 건 처음이군. 이가장에 온 걸 환영하네.”


“환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보니 남궁가주께서 칭찬이 자자한 이유를 알겠군.”


“과찬이십니다. 아직 많이 부족한 몸이니 많은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과찬이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은연중 풍겨 나오는 기세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녀는 약관이 지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벌써 상승의 경지를 노리고 있었다.


‘남궁가주가 다른 자식들보다 이 아이를 아끼는 이유를 알겠군.’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재능이다.

이대로 한 십년만 지나면 무림에서 알아주는 고수로 성장하지 않을까 싶다.


창일검으로도 모자라 자신이 아끼는 딸까지 이가장에 보냈다는 건 단순히 경고만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뜻, 더 이상 말 돌리지 않고 그녀에게 직접 이가장에 방문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이번 소동을 매듭짓기 위해서 오게 되었습니다.”


“매듭이라면, 자네들이 아들 녀석을 찾는 걸 도와주겠다는 겐가?”


“예, 본가에선 하루라도 빨리 이 소동이 끝나길 바라고 있습니다. 장주님께서도 하루라도 빨리 심마에 빠진 이소협이 가문에 돌아오길 바라실거라 생각합니다만,”


“그건 그렇지.”


“해서 저희가 이가장을 도와···”


탁!


그 순간.

집무실 문이 열리며 한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겨우 열세 살쯤 되었을까?

그녀는 분노한 표정으로 남궁희를 향해 소리쳤다.


“아니에요!”


그녀는 이양천의 딸이자,

실종된 소가주, 이경의 하나뿐인 동생인 이소진이었다.


“오라버니는 심마에 빠지신 게 아니에요! 다 그 검 때문이라고요!”


“소진아! 손님들께 이게 무슨 무례더냐?!”


“하지만 아버지! 령이 언니도 서신으로 분명 검 때문에 그런 거라고 했어요. 그래서 지금 엄청난 기인(奇人)을 모셔 오고 있다고···”


“어허, 그만!! 더 이상 소란을 피우지 말고 처소에 들어가 있거라. 강총관.”


“예,옙! 죄송합니다 아가씨,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이양천의 외침에 뒤따라온 총관이 발버둥치는 그녀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크흠! 이거 실례가 많았네. 저 아이가 사라진 아들놈과 워낙 사이가 좋다 보니 아직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상태일세.”


“···남매가 사이가 좋다니 부럽군요. 이소저의 심정은 이해합니다. 그런데 엄청난 분을 모시고 온다는 건?”


“딸아이가 서문세가의 여식과 가깝게 지내는데, 며칠 전에 그쪽에 서신을 보냈던 것 같네. 그래서 이번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데리고 가겠다는 답변이 왔는데, 그걸 보고 저러는 걸세.”


서문세가라는 말에 남궁희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힘을 보탤 사람은 많을수록 좋죠. 서문세가에선 언제 당도하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문밖에서 이소진을 내보냈던 총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주님, 서문세가에서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으음?”


잠시 눈빛으로 남궁종수와 남궁희에게 양해를 구한 이양천이 총관에게 말했다.


“마침 남궁세가의 손님들과 함께 논의할 일이 있을 것 같으니 집무실로 안내하게.”


“예, 헌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


“아,아닙니다. 일단 바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뭔가 떨떠름한 총관의 태도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이양천은 얼마지나지 않아 그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





이가장까지 가는 길은 순탄했다.


부산물을 팔며 전낭이 풍족해진 덕도 있고, 이가장과 왕래가 잦은 서문여령이 직접 길을 안내해줬기에 도착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이가장에 도착하자 서문여령이 대표로 나서서 신분을 밝혔다.


“서문세가에서 온 서문여령이라고 해요. 소진이의 서신을 받고 찾아왔어요.”


“예,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이가장에 제법 얼굴이 알려진 것인지,

문지기들은 그녀를 보자마자 흔쾌히 안으로 들여보내 줬다.


그렇게 객실에 머물며 잠시 기다리고 있는 사이,

내원을 담당하는 총관이 찾아왔다.


“현재 집무실에 남궁세가의 손님들이 와계십니다. 장주님께서 그분들과 함께 보시자고 하시는데 괜찮으신지?”


“유공자님 괜찮으시죠?”


“예, 저는 상관없습니다.”


“그럼 바로 가요.”


총관의 안내를 따라 두 사람과 함께 집무실에 발을 들이니, 예리한 기세를 풍기는 무인들이 우리를 반긴다.


‘저 상석에 앉아 있는 분이 장주님일 테고,’


푸른 무복에 검처럼 날카로운 기세를 갖춘 저 두 사람이 아마 남궁세가에서 온 사람인 모양이다.


서문여령이 얼굴을 비추자,

이가장주는 허허롭게 웃으며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소장주의 일로 속이 이만저만이 아닐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문 문파의 수장답게 웃으며 객을 맞이하는 걸 보니 그의 연륜이 느껴진다.


“허허, 어서 오너라.”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장주님.”


“그래, 참으로 오랜만이로구나. 서문가주께선 잘 지내시고?”


“아버님께선 여전하십니다.”


“다행이구나. 그런데 뒤에 계신 분들은?”


“아, 이분은 제 외숙부님이십니다.”


서문여령의 소개에 제갈성문이 앞으로 나서서 인사를 건넸다.


“제갈성문이라 합니다.”


“오! 제갈세가에서의 혈족께서 본가에 오실 줄은 꿈에도 몰랐구려. 만나뵙게 되어 반갑소. 그럼 그 뒤에 계신 소협께서도 제갈세가에서 오신 것이오?”


“이분께서는···”


제갈성문이 뭐라 소개해야 할지 잠시 망설인다.

괜히 그를 곤혹스럽게 하고 싶지 않아 직접 나섰다.


“유성운이라 합니다. 무림에서 명망 높은 이가장주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흐음, 내 견문이 좁아서 그런데 어느 분의 자제인지 알 수 있겠나?”


“송구하게도 제겐 내세울 만한 사문이나 가문이 없습니다.”


“허면 이가장에는 어찌?”


“서문소저의 부탁을 받고 오게 되었습니다.”


“자네가 딸아이가 말한 기인인가?”


“무슨 말씀을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으나, 저는 그런 대단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저 소장주님의 실종과 관련해 짚이는 부분이 있어 온 것뿐입니다.”


“···잠깐, 그럼 서문세가에서 온 건 자네들이 전부란 말인가?”


“그렇습니다.”


“허!”


이가장주가 짧게 탄식을 내뱉으며 고개를 떨구자 서문여령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


“장주님, 여기 유공자님은 엄청난 재주를 지니신 분입니다. 분명 이번 일에...”


그녀가 서둘러 변호하려 해도 소용없었다.


“후우···여령아 서문가주께는 내가 잘 말씀드릴 테니 며칠간 머물다 돌아가도록 하거라.”


“장주님!”


아무래도 이가장주는 그녀가 이번 일을 가벼이 여기고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무리는 아니지.’


위급한 상황에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청년 한 명을 데리고 와 돕겠다고 하면 누가 좋다고 받아들이겠는가?


오히려 사기꾼 취급하지 않고 정중하게 대해준 이가장주가 대단한 것이다.


“이장주님, 혹 실례가 안 된다면 하나만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마음 같아선 축객령을 내리고 싶네만, 제갈세가와 서문세가의 면을 봐서 허락하지. 뭔가?”


목소리에서 묻어나오는 짙은 불신(不信),

씁쓸하지만 이건 내가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혹 소장주께서 사라지기 전 혼잣말을 하거나 이상한 이야기를 한 적 있지 않습니까?”


“지금, 내 아들을 광인 취급하는···”


“예를 들면, 밤마다 누가 자신에게 말을 거는 탓에 요 며칠 잠을 설치고 있다라던가.”


“!!!!!!!!!!!!!”


이장주가 두 눈을 부릅 뜬다.


“자네가 그걸 어떻게···!”


“역시 그랬군요.”


갑자기 혼잣말을 중얼거리거나,

밤마다 이상한 소리를 듣는 건 잔념귀에게 시달리고 있다는 증거이다.


‘잔념귀가 자신을 소유한 상대에게 말을 걸거나 괴롭히는 건 흔한 일이지.’


검을 익힌 적도 없는 사람이 검법을 다루고,

이유 없이 무분별하게 사람을 공격하고,

혼잣말을 하며 불면을 호소했다?


‘이야기만 들었을 땐 긴가민가했는데, 이걸로 확실해졌군.’


이가장의 소장주는 심마가 아닌 괴이에게 잠식당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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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남궁혈사(2) 24.02.14 1,006 22 14쪽
23 남궁혈사(1) 24.02.13 1,038 23 13쪽
22 화경의 고수 +1 24.02.12 1,090 26 15쪽
21 창천검(3) +1 24.02.11 1,084 26 16쪽
20 창천검(2) 24.02.10 1,104 26 14쪽
19 창천검(1) 24.02.09 1,114 24 13쪽
18 팔공산-갈저(2) 24.02.08 1,094 29 13쪽
17 팔공산-갈저(1) 24.02.07 1,188 2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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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천중산-백설(2) +1 24.02.05 1,242 2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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