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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거스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괴사(武林怪史)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데거스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1.24 18:15
최근연재일 :
2024.02.26 12:20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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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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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16,954

작성
24.02.1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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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남궁혈사(1)

DUMMY

다음 날,

연회 당일이 되었다.


객실에 머물던 이들과 외부에서 찾아온 손님들이 모두 모이니 연회장은 그야말로 인산인해(人山人海) 그 자체였다.


사람들은 저마다 앞다퉈 얼굴도장을 찍기 위해 남궁양과 남궁반에게 몰려들었고, 그 탓에 남궁희를 비롯한 직계 혈족들도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편, 이러한 치열한 분위기와 상반되게 나와 일행들은 편안하게 연회를 즐겼는데,


“오오, 이 음식은 참으로 진미(眞味)로구나! 제갈 머시기야 이 요리의 이름이 무엇이더냐?”


“초염미계(椒鹽米雞)라고, 안휘성의 명물로 취급받는 요리입니다.”


“닭 속에 여러 재료를 집어넣고 그대로 요리하다니 참으로 기발한 생각이로다.”


제갈성문이 따로 남궁희에게 부탁한 덕에 그녀는 안휘성을 대표하는 산해진미를 즐길 수 있었다.


‘원기를 제어하느라 힘을 못 쓰게 된 뒤로 줄곧 기운이 없어서 걱정했는데, 다행이군.’


옅은 미소를 지으며 기운을 차린 그녀를 바라보았다.


“누가 안 뺏어 가니까 천천히 먹어라.”


“아고 잇다.(알고 있다.)”


만약 다른 이들이 음식을 흡입하고 있는 백설을 본다면 눈살을 찌푸렸겠지만, 모두 안면을 트기 위해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다 보니 다행히 제지할 사람은 없었다.


“대협, 저희도 이제 그만 들도록 하죠.”


“예, 알겠습니다.”


“저 그런데 괜찮으십니까?”


“무엇이···?”


“그, 대협의 검···순구는 둘째치고, 흑검과 백검은 스승님의 유품이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연회에 참석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곤 하나 소중한 검들을 맡겨두셨으니···”


그의 말대로 나는 현재 지니고 있던 검들을 모두 남궁세가에 맡긴 상태였다.


연회에 참석하기 위해선 병장기를 맡겨야 한다는 규칙 때문이었다.


“남궁세가의 규칙이 그렇다는데 어쩔 수 없지요. 저는 괜찮습니다. 게다가 잘 보관하다 돌려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대협께서 괜찮으시다면야···”


내 대답에 제갈성문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혹시라도 기분이 상했을까 걱정한 모양이다.


“자, 저희도 들죠. 이러다 저 녀석이 다 먹어치울 것 같으니.”


“하하! 알겠습니다.”


백설이 음식을 모두 거덜 낼 수도 있었기에 서둘러 젓가락을 들었다.


그렇게 식사를 즐기며 남궁세가에서 준비한 행사가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첫째 날이 끝이 났다.


그리고 돌아온 둘째 날


오늘은 조금 여유가 생겼는지, 연회가 끝날 무렵 남궁희가 나와 일행들을 찾아왔다.


“식사는 입에 맞으십니까?”


“예, 덕분에 입이 호강하고 있습니다.”


“다행입니다. 숙수에게 따로 신경을 써달라고 언질해 놓은 보람이 있군요.”


“어려운 부탁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당연히 들어드려야지요. 가문의 숙원과도 같았던 문제를 해결해주시지 않으셨습니까? 이는 마땅히···”


그때 일련의 무리를 본 그녀가 미간을 좁혔다.


“저들은···”


일전에 봤던 남천검문의 무인들,

그들이 남궁양과 남궁반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남궁세가와는 원수지간이나 마찬가지라고 들었는데, 연회에 참석한 것도 모자라 인사를 건네려 찾아 간다고?’


등골을 스치는 불길한 기분,

발걸음을 옮기는 그들의 얼굴엔 묘한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





남궁반은 남천검문의 무인들이 다가오자 의아해했으나, 가문의 수장답게 이를 내색하지 않고 여유로운 미소로 그들을 맞이했다.


“오, 남대협 아닌가?”


그의 인사에 남천검문의 대장로 남백이 정중히 포권을 취한다.


“어제는 인사를 드리지 못해 송구합니다. 늦게나마 태상가주님의 탄신을 축하드립니다.”


“고맙네. 헌데 남천검문에서 이 자리에 참석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구만,”


남궁양의 지적에 뒤따라온 무인들의 표정이 굳는다.


왜냐하면, 과거 남천검문과의 대립을 지시했던 인물이 바로 남궁양이었으니까.


도발과도 같은 너스레에도 남백의 표정은 흔들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저희도 남궁세가의 행사에 참석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마치 본래는 이곳에 올 생각이 없었다는 뜻으로 들리는군.”


“예, 그랬었죠. 허나···”


씨익!


그의 입가에 악의 가득한 미소가 그려졌다.


“좋은 제안을 받아서 말입니다. 남궁세가에 복수할 기회를 놓칠 순 없지 않겠습니까?”


콰광!!


말이 끝남과 동시에 정문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남궁양은 곧장 소란의 근원지로 향하려 했는데, 그 순간 남백이 그의 배후를 노리며 전력을 다해 일권(一拳)을 내질렀다.


그의 등을 뚫고 들어가는 주먹,

남백은 속으로 환호성을 터트렸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그 모든 게 허상이었음을 깨달았다.


스르륵-


이형환위(移形換位)

그가 공격한 것은 남궁양이 남긴 잔상이었다.


신출귀몰한 움직임으로 그의 기습을 가볍게 피해낸 남궁양은 아무것도 없는 맨손에 내공을 둘러 검(劍)의 형상을 만들어내곤, 그의 팔을 잘라냈다.


서걱!


“크흑!”


“설마하니 이런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을 줄은 몰랐군.”


기감을 통해 저 멀리 들려오는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불이다!”


“대체 누가 이런 짓을...!”


“대주, 저놈들입니다!!”


“남천검문?! 저자들이 어찌···”


불을 낸 범인이 남천검문의 무인들이라는 걸.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네,네놈들은 누구···컥!”


“무슨 일이냐?!”


“저,저기!!”


정문을 지나 연회장을 향해 달려오는 복면인들, 대충 세도 그 수가 족히 백(百)명은 넘었다.


연회도중 발생한 화재,

기다렸다는 듯 공격해오는 침입자들,

다른 무가였다면 가문의 기둥이 흔들릴 정도의 대형 사고라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이곳은 남궁세가, 침입자들의 수가 제법 많다곤 하나 가문의 무인들만으로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었다.


그래,

원래라면 그리 생각했을 것이다.


흉측한 형상을 한 괴인들을 마주하기 전까진,


“무슨···”


“이,이놈들 검이 통하지 않습니다!”


검격을 가볍게 막아내는 괴인,

수십 구의 아귀들이 복면인들을 따라 남궁세가에 습격해 온 것이다.


불식 간에 벌어진 참사에 남궁양이 표정을 굳혔다.


촤악!!


그는 앞을 가로막는 복면인 셋을 일검에 베어버리곤 소리쳤다.


“본가의 무인들은 악적들을 몰아내라. 또한 객들께 맡아놓은 병장기들을 꺼내오거라!!”


현재 이곳에서 병장기를 패용한 건 남궁세가의 무인들 뿐,

무인들이 호위한다 해도 한계가 있었기에 연회에 참석한 손님들의 힘을 빌릴 생각이었다.


“피해가 더 늘어나지 않도록 저 괴인들은 대주와 장로들이 상대한다! 또한 남궁가의 혈족들은 들으라!”


그는 남궁반과 자신의 손주인 남궁석, 남궁인, 남궁희를 불러모았다.


“석이는 손님들과 힘을 합쳐 적들을 경계하며 부상자들을 옮기고, 인이는 무공을 익히지 않은 식솔들을 대비시켜라.”


그의 지시에 일공자 남궁석과 이공자 남궁인이 결연한 목소리로 답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희, 너는 무인들을 지휘하여 악적들을 상대하거라!”


“태상가주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갑작스러운 비상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남궁세가의 혈족들은 가주와 태상가주의 지시 아래 신속하게 움직였다.


“장로와 대주들은 반이 네가 직접 지휘하거라.”


“알겠습니다.”


모든 명령을 마친 남궁양은 다시 등 뒤로 시선을 돌렸다.


우드득!


“참으로 발칙한 짓을 저질렀군.”


“크윽!”


“장로님!!”


그가 남백의 목을 움켜쥐자 검을 뽑아 들고 덤벼드는 남천검문의 제자들, 용기는 가상하나 미련한 짓이었다.


쿠궁!!


“커헉!”


“모,몸이···”


기파를 흩뿌리자 그들은 손 하나 까딱하지 못한 채 피를 토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몰락한 남천검문 혼자서 이런 일을 벌이는 건 불가능할 터, 배후를 말해라. 그렇지 않으면 네놈들은 남천검문이 불타오르는 걸 보게 될 것이다.”


“큭! 크흐, 흐흐흐···미안하지만,”


“························”

“불타는 건···본문이···아닌 남궁세가다. 과거의 업보가···네놈들을 불태울 것이다.”


“···그래, 자네의 뜻은 잘 알았네.”


우두둑!


남궁양은 그가 입을 열 생각이 없다는 걸 확인하곤 망설임 없이 목을 꺾어버렸다.


그리고 남아있던 남천검문의 잔당들까지 모두 처리한 뒤 남궁반, 장로들과 함께 전투에 합류하려던 찰나,


몇몇 복면인들이 앞을 막아섰다.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둘씩 복면을 벗어던졌는데,


“오랜만이군. 남궁가주, 아! 지금은 태상가주였건가?”


그 중 선두에 서 있는 노인의 얼굴을 본 남궁양이 표정을 굳혔다.


“네놈은···”


이제는 사라진 사도문파,

회원문의 장문인 적혈괴(赤血怪),

남궁양과 같은 화경급 고수로 한때 안휘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인물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육방도문의 대주 천수주도(千首炷刀)

태웅방의 소방주 태산웅(太山熊) 등등,


남궁세가에게 멸문당한 사도문파의 생존자들을 비롯해, 평소 원한을 가지고 있던 사파인들이 줄줄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각 지역에서 이름을 알린 초절정 고수인 만큼 남궁양은 긴장감을 지울 수 없었고, 한편으론 미처 청산하지 과거의 망령들이 현재에 이으러 가문을 위협한다는 사실에 몹시 분노했다.


으득!


“네놈들이었나? 이런 발칙한 짓을 벌인 흉수가?”


“어찌 우리의 탓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모두 네놈들이 쌓은 업보이거늘.”


노인, 적혈괴가 펄럭이는 왼팔의 소매를 감싸며 낮게 웃었다.


“흐흐, 오늘에서야 비로소 네놈이 잘라간 나의 왼팔과 회원문의 원한을 갚을 수 있겠구나.”


“감히···네놈 따위가 나를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


같은 화경의 고수라 해도 그 실력은 천차만별,

적혈괴의 실력은 남궁양보다 명백히 한 수 아래였다.


본인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는지,

그가 태연한 목소리로 답한다.


“걱정 말게. 우리는 자네들의 발을 묶는 것으로 족하니,”


노인의 입가에 섬뜩한 미소가 그려졌다.


“한때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자네들도 식솔들이 죽어 나가는 모습을 보며 괴로워하시게.”


“이 천인공로할 놈들이···!!”


남궁양의 옆에 서 있던 남궁반이 뭐라 일갈하려 했으나, 적들은 그럴 여유 따윈 주지 않았고 두 사람은 분노를 삼키며 그들을 격돌했다.


가문의 핵심 전력인 가주와 장로들이 발이 묶인 탓에 남궁세가의 피해는 점점 커져만 갔다.


“끼이이익!!”


“끄악!!”


“사,살려···”


“당황하지 말고 침착해라!”


그야말로 아비규환,

아귀를 베어낼 수 있는 실력을 갖춘 대주들이 나서봤지만,


딸랑, 딸랑···!


사술사들이 종을 흔들자 아귀들이 돌연 방향을 튼다.


위협이 되는 대주급 인사들을 피해 다른 무인들을 표적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이런···괴인들을 쫓아라.”


“더 이상 피해가 커져선 안된다!”


“어딜 가시나?”


“흐흐, 저 악귀만들 쫓다보니 우리는 눈에도 보이지 않는가 보군.”


“이놈들···”


길을 막아서는 복면인들,

대주들이 시간을 지체하는 사이 아귀들은 더욱 활개를 치고 다녔다.


그 모습에 남궁양은 당장이라도 이놈들을 처리하고 달려가고 싶었지만, 적혈괴는 그리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아무리 검왕이라도 이 몸을 앞에 두고 한 눈을 팔면 쓰나?”


“큭! 이 노괴가 감히···”


적혈괴의 권강을 쳐낸 남궁양이 하늘을 가를 기세로 검을 내리쳤다.


제왕검형(帝王劍形) 참천일고(斬天日告)


그의 검초가 땅을 뒤엎었다.


삼 장(丈) 가까이 초토화된 바닥,

주변의 소음이 모두 묻혀버릴 정도의 굉음이 울려퍼졌지만 애석하게도 적혈괴는 죽지 않았다.


“이거 참으로 위혐했구려.”


그가 가공할만한 신법으로 아슬아슬하게 몸을 빼내자 남궁양은 침음을 흘렸다.


‘이대로 계속 시간을 끌었다간···’


가문의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될 게 명약관화(明若觀火),


‘어쩔 수 없군.’


남궁양은 부상을 입는 한이 있어도 눈앞의 악적들을 정리하고 식솔들을 돕겠다 마음 먹었는데,


문득 이상함을 감지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귓가를 강타하던 무인들의 비명이 잦아든 것이다.


적혈괴를 비롯한 적들도 이를 알아챈 걸까?


그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아귀들이 있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이내 경악성을 내뱉었다.


“저게 대체···”


“허,허허허!!”


남궁양은 고요함의 원인을 발견하곤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이지 볼 때마다 사람을 놀래키는군.’


목이 잘린 채 바닥에 쓰러져 있는 괴인들,

그 중심에는 백검(白劍)을 든 한 청년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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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창천검(1) 24.02.09 1,115 24 13쪽
18 팔공산-갈저(2) 24.02.08 1,094 29 13쪽
17 팔공산-갈저(1) 24.02.07 1,188 2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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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천중산-백설(2) +1 24.02.05 1,242 2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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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자정리(會者定離) +1 24.02.03 1,390 33 14쪽
12 순구의 진실 +1 24.02.02 1,365 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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