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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거스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괴사(武林怪史)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데거스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1.24 18:15
최근연재일 :
2024.02.26 12:20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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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16,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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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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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구룡산-만년금구(2)

DUMMY

백설과 힘을 합친 덕일까?

어렵지 않게 짐승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


“곽소협, 이제 어디로 가야 합니까?”


“예,예···? 아! 따라오십쇼.”


당황하는 곽박의 표정이 의아하긴 했으나 별일 아니라 생각하곤 그의 뒤를 따라갔다.


계곡을 역행하여 반각 정도 발걸음을 옮기니 저 멀리 거대한 폭포가 눈에 들어온다.


“저곳입니다. 저 폭포 안에 있는 동굴에 금구가 살고 있습니다.”


족히 오 장(丈)은 될법한 높이의 절벽과 그 아래로 쉴새 없이 쏟아지는 물줄기를 본 백설이 눈살을 찌푸리며 혀를 찬다.


“쯧, 누가 거북이 아니랄까 봐. 용케 이런 곳에 자리를 잡았구나. 덕분에 몸이 다 젖게 생겼군.”


“감내해야지.”


“그런데, 폭포 주변엔 짐승들이 거의 없네요?”


제갈성문의 물음에 친절히 답해줬다.


“금구의 존재감 때문입니다.”


“존재감이요?”


“예,”


그는 잘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본디 괴이나 영물에겐 특유의 존재감이 있다.


어찌 보면 위압감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강한 영물이나 괴이일수록 그 존재감이 더욱 커진다.


이 주변에 짐승들이 없는 건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귀기로 인해 괴이가 된 만큼 금구의 존재감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겠지.’


오랜 세월을 살아온 영물답게 금구의 위압감은 보통이 아니었다.


제법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느껴질 정도,

흡사 끈적한 뱀이 내 몸을 조여오는 기분이다.


“그럼 가시죠.”


각오를 굳히고 일행들과 함께 폭포 안쪽으로 발을 들였다.


콰과과과!


쏟아지는 물을 뚫고 안으로 발을 들이자, 넓직한 동굴이 우리를 맞이한다.


어두울 것이란 예상과 달리 곳곳에 뚫려 있는 구멍과 형화충(螢火蟲) 덕분에 동굴 내부는 대낮처럼 밝았다.


“여기입니다. 이 길을 따라 안으로 쭉 들어가면···”


그런데 그 순간.


쿵!


심상치 않은 굉음과 함께 동굴이 흔들린다.


“금구, 그놈이로군. 조심하거라. 벌써 우리가 침입한 걸 눈치채고 있는 것 같구나.”


백설의 주의에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천천히 동굴 내부로 진입했다.


계속해서 나아간 결과,

동굴의 통로가 점점 넓어지더니 거대한 공동(空洞)이 나왔다.


천장에 고드름처럼 솟아 있는 종유석과 바닥에 고여 있는 물웅덩이, 그 중심에는 태산과도 같은 거대한 그림자가 있었다.


“저게 바로 만년금구···”


족히 삼 장(丈) 가까운 덩치,

온몸을 감싸는 단단한 등껍질,

오래된 고목처럼 두꺼운 네 개의 다리까지,


과연 만년을 살아온 영물다운 외견이다.


금구의 마주한 백설이 침음을 흘린다.


“으음, 저놈 완전히 괴이가 되어버렸어. 몸에서 영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고 기분 나쁜 귀기만 가득하구나.”


“시,심각한 겁니까?”


“그렇다 제갈머시기야. 본래도 강력한 영물이었던 놈이 괴이가 되어버렸으니,”


“···느껴지는 원기로만 따지면 완전한 함성급이군.”


남궁세가에서 봤던 살신아귀도 충격적이었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금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숨을 쉴 때마다 흘러나오는 귀기,

본능이 말하고 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존재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괴물이라고,


본래라면 도망치는 게 옳은 선택이다.


허나,


‘지금 여기서 도망쳐봤자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


귀림의 귀기가 짙어질수록 망령들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고, 그리되면 민가의 피해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게 될 뿐이다.


할 수 있으냐, 없느냐가 아닌 반드시 해야 하는 일,


‘금구를 제정신으로 되돌리든, 아니면 해치우든,’


사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여기서 끝을 봐야 한다.





내가 속으로 결의를 굳히고 있을 때.

백설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저 거북이 놈이 대체 어쩌다 저리된 것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구나.”


[그우우우···]


금구가 껍질 속에서 거대한 머리를 꺼내곤 우리를 바라본다.


아직 이성이 남아있는 건가?


백설에게 시선을 던지자,

그녀와 앞으로 폴짝 뛰어가 금구를 향해 소리쳤다.


“망할 거북아! 본녀의 말이 들리느냐?”


[그으으···]


“정신이 들거든 좀 대답해 보거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게냐? 그 기분 나쁜 원기는 대체 무엇이고?!”


[그으윽···너는···여우···?]


“본녀를 알아보겠느냐?”


[넌···분명···조그만한 아이였는데, 어찌···]


“언제적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냐?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어쩌다 이리되었는지부터···”


“잠깐.”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백설을 막아섰다.


“왜 그러는 것이냐?”


“뭔가 이상해.”


그녀는 금구가 정신을 차렸다 여기고 있는 듯했으나, 내 직감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혼탁한 눈빛과 아까부터 토해내고 있던 신음,

백설의 생각과 달리 그는 지금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다.


이를 증명하듯.

금구의 거대한 동공이 붉게 변하더니 짙은 귀기가 동굴 안을 가득 채웠다.


[너,넌···여우가 아니다···여우는 더 작고···연약한···아이였다.]


“이 미친 거북이 놈이 누구보고 연약하다고...!”


“피해!!”


그녀가 욱해서 반박하고 있을 때.

금구의 거대한 앞발이 백설을 향해 떨어졌다.


쿠궁!!


곧장 몸을 날려 그녀를 낚아챈 덕에 다행히 가까스로 피해냈다.


“후우···”


“저 망할 놈이 본녀를 죽이려고 작정했구나!”


“괜히 성질부리지 말고 진정해. 저렇게 되고 싶지 않으면,”


백설은 방금 전까지 우리가 서 있던 자리를 보곤 입을 꾹 닫았다.


완전히 반파되어 있는 땅바닥,

만약 피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었을진 안 봐도 뻔하다.


“거북이 놈의 정신이 오락가락 한 모양이구나.”


“이대로 대화를 계속하는 건 어렵겠지?”


“본녀는 곤죽이 되기 싫느니라.”


그럼 뭐 어쩔 수 없지.

그녀를 다시 땅에 내려놓고 순구를 뽑아 들었다.


백곡으론 금구의 등껍질과 가죽을 뚫는 게 어려울 것 같아 내린 결정이다.


“일단 힘으로 제압하고 그 뒤에 사정을 알아봐야겠군.”


“동감하느니라.”


나와 백설이 전투태세를 갖추자 뒤에 있던 두 사람도 각자 병장기를 뽑아 들었다.


“곽소협,”


“네,네!”


“그 밧줄로 금구를 묶을 수 있으십니까?”


그가 들고 있는 금령박(禁靈縛), 온갖 사이한 것을 붙잡고 구속하는 귀령문의 신물이라면 금구를 묶을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내 물음에 곽박이 마른 침을 삼키며 답한다.


“···어렵긴 하지만, 가능은 할 겁니다. 대신 주구를 사용하기 위한 영력을 모으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그거면 충분합니다. 제가 시선을 끌 테니 기회를 보다 놈을 속박하기 직전 신호를 주시고, 제갈 대협께선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곽소협을 지켜주십시오.”


“네!!”


이번엔 백설에게 시선을 옮겼다.


“금구의 약점 같은 건 없어?”


“놈이 딱히 말해주거나 한 적이 없어 잘 모른다. 다만 생긴 것과 다르게 기괴한 술법을 사용하니 조심하는 게 좋을 게다.”


“술법?”


“물가에 살던 거북이라 그런지 주변에 있는 물들을 자유롭게 조종하더구나.”


알아낸 약점이라곤 없고,

주의해야 할 것만 늘어났다.


“임기응변을 잘하는 수밖에 없겠군.”


[그으으···]


괴로운 듯 몸을 떨던 금구,

이제는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린 건지,

나와 일행들을 향해 살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우우우!!!]


재차 날아드는 앞발,

저 무식한 공격을 막아내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탁!


빠르게 땅을 박차 놈의 발길질을 피해내곤 등껍질을 향해 검을 내리쳤다.


캉!


하지만, 순구는 금구에게 피해는커녕 작은 흠집조차 남기지 못했다.


‘등껍질을 공략하는 건 불가능하겠군.’


이렇게 되면 남는 건 등껍질 밖에 나와 있는 팔다리뿐인데, 가죽 두꺼워 검격이 통할지 의문이다.


나는 놈의 공격을 한번만 허용해도 그 자리에서 즉사인 반면, 녀석에겐 내 검이 통하지 않는 상황,


‘참으로 부조리한 일 아닌가?’


답답하다 못해 억울할 지경이었으나,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나는 쉴새 없이 발을 놀렸고,

쥐새끼처럼 도망치는 나를 잡기 위해 금구가 고개를 틀던 찰나,


‘음!’


녀석의 뒤통수 부근에 박혀 있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하얀 빛깔의 물체,

그건 다름 아닌 뼈였다.


‘설마···?’


무슨 영문에서인지 전처럼 원기가 느껴지는 건 아니었지만 틀림없다.


창천검에 숨겨져 있던 것과 같은 뼈가 분명하다.


‘그나마 차이점이 있다면,’

남궁세가에서 찾은 게 작은 손가락 뼈에 불과했다면 저건 어지간한 장정의 팔뚝보다 두껍고 길다는 것 정도?


‘금구가 미치게 된 게 저것 때문인가?’


확신할 순 없으나 그럴 가능성이 컸다.


슬쩍 고개를 돌려 곽박과 눈을 마주쳤다.


끄덕!


준비가 얼추 끝난 모양,

기회는 단 한번 뿐이었기에 집중해야 한다.


“백설!!”


“왜 부르는 것이냐?!”


“잠시만 시선을 끌어줘.”


“뭐라? 갑자기 무슨···”


“설명은 나중에 해줄 테니까. 빨리!”


“이익! 후에 제대로 해명해야 할 게다.”


백설이 특기인 푸른 불꽃을 금구에게 뿜어냈다.


“이놈아. 여기다!!”


나를 쫓아오던 금구가 날아드는 불꽃에 눈살을 찌푸리더니 몸을 돌린다.


‘지금···!’


허공으로 뛰어올라 등껍질 위에 올라탔다.


내가 자신의 몸에 올라탔다는 걸 인지한 것일까?


놈이 괴성을 토해낸다.


[그와아아!!!]


포효와 함께 요동치는 물웅덩이,

그것들이 이내 기다란 창이 되더니 내게 날아든다.


사전에 백설에게 금구의 능력에 대해 전해들은 덕에 반응하는 건 어렵지 않았으나 받아내는 건 다른 문제였다.


물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의 위력,

마치 남궁양의 검격을 받아내는 기분이다.


‘힘으로 막아내기보단···’


흘려내는 게 이로울 것이라 판단해 창을 쳐내며 앞으로 나아갔다.


목적지는 금구의 머리,

멈춰서면 안 된다는 일념 하나로 계속해서 발을 내디뎠는데,


푹!


‘크윽!’


미처 흘려내지 못한 수창(水槍) 하나가 어깨를 꿰뚫었다.


아릿한 고통에 잠시 주춤거렸지만,

정신을 다잡고 이를 악물며 몸을 날렸다.


점점 쌓여가는 상처,

흐르는 피가 눈에 들어가 시야를 가리기 직전,


탁!


드디어 금구의 머리 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순구를 들어올리곤 남아있는 내력을 모두 쥐어짰다.


음천검(陰天劍) 폭수(瀑水)


콰광!!


맹렬한 기운을 품은 검격이 녀석의 머리를 강타했다.


‘이걸로 피해를 주는 건 힘들겠지만, 최소한 잠시나마 움직임을 멈출 수는 있겠지.’


내 예상대로 검압의 묘리를 담아낸 일검에 금구가 균형을 잃고 휘청이더니 한쪽 무릎을 꿇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모두 했다.’


이제 남은 건 곽박의 몫,


금구가 멈칫하는 찰나, 곽박의 손에 들려 있던 금령박이 길게 늘어지며 놈의 거대한 육신을 휘감기 시작했다.


땅에서 샘솟는 물처럼 끊임없이 늘어나는 밧줄,

모습을 보니 상대에 따라 그 길이가 자유롭게 늘어나고 줄어드는 것 같았다.


“유대협! 반각···그 이상 붙잡아 두는 건 불가능 합니다. 그러니···으윽!””


[그우우우!!]


금구는 금령박을 풀어내기 위해 발버둥을 쳤고, 그럴 때마다 곽박이 머리를 붙잡고 주춤거린다.


아무래도 저 금령박은 사용자의 영력을 이용해 대상을 속박하는 원리를 지니고 있는 모양이다.


‘서둘러야겠어.’


여유 부릴 틈도 없이 금구의 머리에 박혀 있던 뼈를 움켜쥐고,


쑤욱!!


그대로 뽑아 들었다.


그러자


몸을 감싸는 심상치 않은 기운,


“!!!!!!!!!!!”


얼마 안 가 내 눈 앞이 까맣게 변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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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남궁혈사(1) 24.02.13 1,039 23 13쪽
22 화경의 고수 +1 24.02.12 1,091 26 15쪽
21 창천검(3) +1 24.02.11 1,085 26 16쪽
20 창천검(2) 24.02.10 1,104 26 14쪽
19 창천검(1) 24.02.09 1,115 24 13쪽
18 팔공산-갈저(2) 24.02.08 1,094 29 13쪽
17 팔공산-갈저(1) 24.02.07 1,189 24 15쪽
16 천중산-백설(3) 24.02.06 1,214 28 12쪽
15 천중산-백설(2) +1 24.02.05 1,243 29 15쪽
14 천중산-백설(1) +1 24.02.04 1,349 27 13쪽
13 회자정리(會者定離) +1 24.02.03 1,390 33 14쪽
12 순구의 진실 +1 24.02.02 1,365 34 12쪽
11 하남-이가장(4) +2 24.02.01 1,399 33 15쪽
10 하남-이가장(3) +2 24.01.31 1,391 32 14쪽
9 하남-이가장(2) +5 24.01.30 1,578 3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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