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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거스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괴사(武林怪史)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데거스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1.24 18:15
최근연재일 :
2024.02.2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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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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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16,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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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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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구룡산-만년금구(1)

DUMMY

금구가 살고 있다는 구룡산 심처(深處)로 향하는 길.

곽박이 나와 일행들에게 경고했다.


“만년금구가 사는 곳은 여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귀기가 짙으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헌데···저 아이가 함께 가도 되는 겁니까?”


제갈성문이 곽박의 옆에 붙어 있는 들개를 향해 물었다.


처음 귀림에 발을 들였을 때 마주했던 귀축(鬼畜),

귀령문을 벗어났을 때부터 녀석은 호위처럼 곽박의 옆을 지키고 있었다.


“혹시라도 아까 봤던 녀석들처럼 변하는 건···”


“아하하···그럴 일은 없으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영구 이 녀석이 보기와 다르게 순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한번 길들인 귀축은 주인을 배신하지 않거든요.”


“영구라면···?”


“이 녀석의 이름입니다.”


곽박이 이름을 부르자 녀석이 고개를 휙 돌리며 그에게 머리를 들이민다.


마치 쓰다듬어달라고 떼쓰는 듯한 모양새,

확실히 단순한 주종관계를 넘어 감정을 교류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신기하군요. 어찌 보면 귀괴(鬼怪)나 마찬가지인데, 이토록 사람을 잘 따르다니,”


“귀괴요?”


“원기를 통해 육신을 얻게 되며 태어나는 괴이를 뜻하는 말입니다. 또 다른 경우로는 반괴가 있습니다만, 저 아이는 굳이 분류하면 귀괴에 속하지요.”


“괴이의 존재에 대해선 스승님께 얼핏 들어 알고는 있었습니다만, 따로 기준을 나누어 분류하는 줄은 몰랐습니다.”


그가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는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다 문득 떠올랐는지,

조심스럽게 내게 한가지 질문을 던졌다.


“저···그런데 대협께선 어찌 저희 귀령문을 도와주시는 겁니까? 오늘 처음 본 저희를 돕는 이유도 그렇고, 대협과 일행분들께선 그냥 귀림을 빠져나가시면 될 텐데, 이렇게까지 호의를 베푸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스승님의 가르침 때문입니다.”


“스승님이요?”


“예, 괴이에게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고, 천하에 존재하는 모든 괴이와 요설에 대해 기록하라는 게 스승님의 가리침이였습니다.”


곽박이 감탄한 듯 탄성을 내뱉는다.


“그런 깊은 뜻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그럼 대협의 스승님께선···”


“돌아가셨습니다.”


“죄,죄송합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보다 곽소협께선 어떠신가요?”


“예?”


“목숨이 위험할 수 있는데도 길잡이를 자처하지 않으셨습니까?”


그저 모른 척 하고 있어도 되었을 텐데, 굳이 스스로 위험을 자처한 이유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그건 그냥 그러는 게 사문의 입장에서 제일 나을 것 같아서요···”


“사문의 입장 말입니까?”


“네···스승님께선 부상을 입으셨고, 대사형께선 장차 귀령문을 책임져야 하는 몸이고, 다른 사형들께서도 전투로 지치셨고···대협께 도움이 될 거라 장담할 순 없지만, 그나마 제가 가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풀어 해석하면, 귀령문에서 누군가 희생해야 한다면 자신이 가장 나을 것 같아 이리 나섰단 것이다.


‘아무래도 곽소협은 스스로의 가치를 낮게 여기고 있는 것 같은데,’


내 생각은 좀 달랐다.


문주인 곽소충이 흔쾌히 동행을 허락하고 사문의 신물까지 맡겼다는 건 그만큼 그에 대한 믿음이 있다는 것이나 마찬가지,


‘정작 당사자는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이런 문제는 타인이 알려주는 것이 아닌 스스로 깨닫는 게 나을 것 같아 굳이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곽소협께선 귀령문을 사랑하시는군요.”


“네, 제게 있어 귀령문은 집이고 사부님들과 사범님들, 그리고 사형들은 가족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그분들이 다치게 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순박하고 천진난만한 그의 미소에 나도 모르고 피식 웃었다.

처음 대면했을 때부터 느꼈으나,

그는 세상에 때 묻지 않은 참으로 맑고 순수한 청년이었다.


곽박의 덕에 나와 일행들은 처음 출발할 때와 달리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그렇게

대략 일 각 정도 이동한 끝에,


“···이 길을 넘어가면 계곡과 폭포가 나오는데, 만년금구는 그 폭포 안쪽에 있는 동굴에서 살고 있습니다.”


“폭포라···혹시나 해서 묻는데, 이 주변엔 금구 말고 다른 괴이는 없습니까?”


“예, 구룡산은 오래전부터 금구가 다스리던 땅이라 주변에 다른 영물이나 괴이는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때 제갈성문의 어깨에 올라타 있던 백설이 짧은 앞발로 자신의 턱을 쓸어만졌다.


“흐음, 이상하구나.”


“뭐가?”


“금구 그놈이 오래전부터 이 땅에 살았다는 것 말이다. 본녀가 알기로 그놈은 살던 곳은 이곳이 아니었느니라.”


“확실해?”


“아무리 본녀가 세상일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한들, 눈과 귀를 닫고 살진 않았다. 본녀가 알기로 금구가 살던 곳은 이곳이 아니라 좀 더 북쪽에 있는 지역이었으니라.”


“으음···”


백설의 말이 사실이라면 귀령문이 세워지기 전 금구가 터전을 옮겨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는 건데,


“보통 영물들이 터전을 바꾸는 게 흔한 일인가?”


“절대 흔하지 않느니라. 보통 영물은 자신이 태어난 땅에서 죽을 때까지 산다. 보금자리를 떠난다는 건 자신의 관리 하에 놓인 그 땅의 정기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매한가지이니 말이다.”


“························”


“심지어 이런 귀기가 가득한 땅이라면 더더욱 그러하지. 괴이면 몰라도 영물인 금구에게 이곳은 그리 살기 좋은 환경이 아니니라.”


“그렇단 말이지···”


머릿속으로 수많은 추측들이 오갔다.


지금까지 알아낸 정보는 금구가 원래 살던 곳을 버리고 이곳에 왔다는 것,


‘살던 곳을 버리고 귀기가 가득한 땅에 자리를 잡았다는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뜻인데,’


금구와 마주치기 전,

좀 더 정보를 모아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뒷발로 귀를 긁고 있는 백설에게 부탁했다.


“사소한 거라도 좋으니까. 금구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을 말해줘.”


“흐음, 일단 놈은 영물 중에서도 선하고 지혜롭기로 유명했느니라. 다소 깐깐한 구석이 있긴 했으나, 괴이를 낮잡아 보지 않는 몇 안 되는 영물이었지.”


백설이 이토록 후한 평가를 주는 건 처음이다.


“이러한 성향 때문인지 가끔 영물들끼리 싸움이 나면 녀석이 나서서 중재하기도 했다.”


“그런데 대체 어쩌다가···”


제갈성문의 중얼거림에 그녀가 콧김을 내뿜는다.


“흥, 왜 갑자기 미쳐버린 건지는 본녀도 모른다. 허나, 놈은 오랜 세월을 살아온 영물, 그 거북이 놈이 미쳤다면 필히 무언가 변고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짐작가는 이유는 없어?”


“이유라···딱히 뚜렷하게 생각나는 건 없구나. 하지만 굳이 뽑아본다면, 원기에 잠식당했을 확률이 높다.”


“원기에 잠식당한다라,”


유양산의 일이 생각나는 건 기분 탓인가?


‘녹촉 때처럼 이번에도 놈들이 수작을 부린 거라면?’


스스로를 교라 칭하며 뼈를 찾고 다니던 자들,

그놈들의 존재를 떠올리자 나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진다.


그런데,

내 표정으로 본 백설은 고개를 저었다.


“놈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희박하다고?”


“그래, 원기에 잠식되었다는 말을 듣고 네놈은 전에 봤다던 그 녹촉이란 괴이를 떠올렸겠지. 하지만, 금구는 영물이다. 원기에 쉽게 잠식되지도 않을뿐더러 놈들이 지니고 다니던 일 촌(寸) 정도 크기의 뼈칼로는 어림도 없다.”


“···그런가.”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이렇게 되면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셈인데,’


절로 지끈거리는 머리,

금구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구룡산 깊숙한 곳에 위치한 동굴,


그곳엔 귀림의 어느 곳과도 비교할 수 없는 짙은 귀기(鬼氣)가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그 중심에는 한 거대한 그림자가 있었다.


[그으으윽···]


붉게 충혈된 눈, 거무죽죽하게 변한 피부,

만약 백설을 비롯한 다른 괴이와 영물들이 이 모습을 봤다면 경악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바로 영물중에서도 지혜롭고 현명하다 알려진 만년금구였으니까.


등껍질에 남아있는 누런 금빛이 없었다면 그 누구도 그가 금구라는 걸 알지 못했을 정도로, 그의 외형은 기괴하게 변해 있었다.


[그우우우···]


어딘가 괴로운 것인지,

금구는 한시도 쉬지 않고 신음과도 같은 숨소리를 내뱉었다.


그러다,


[그와아악!]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구룡산 일대가 흔들린다.


그의 포효하자 주변에 귀기가 짙어진 것이다.


이에 반응하듯 구룡산 곳곳에서 몸을 일으키는 짐승의 사체들,


“끄어억···”


“끄르륵!”


되살아난 망령들은 본능적으로 산자를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한편, 금구는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기괴한 울음소리를 낼 뿐이었는데,


[그우우윽!]


괴로운 듯 몸을 떠는 그의 머리에는 사람 팔뚝만 한 두꺼운 뼈가 박혀 있었다.





*****





백설의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도무지 짐작 가는 것이 없자, 나는 결국 생각하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후우, 일단 금구와 대면한 뒤에 차근차근 알아봐야겠군.’


뭐가 됐든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겠다 마음먹고, 곽박의 뒤를 따라 금구가 머물고 있다는 계곡으로 향했다.


“여기가 곽소협이 말한 계곡이군요.”


“예. 맞습니다. 이대로 상류쪽으로 쭉 올라가다 보면 폭포가 있습니다.”


양 옆에 수풀을 끼고 흘러내리는 물줄기,

폭포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던 순간,


파드드득-


주변의 귀기가 요동치며 산이 흔들리는 것 같은 착각과 함께 새들이 도망치듯 일제히 하늘로 날아올랐다.


“!!!!!!!!!!!!”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잠시 주춤거리고 있던 와중

영구가 주변을 경계하며 이빨을 드러낸다.


“끄르릉!”


“영구야? 갑자기 왜···”


“곽소협.”


“예,예??”


“뒤로 물러나십시오.”


다른 곳들보다 배 이상 짙어진 귀기와 주변에서 느껴지는 기척, 영구가 괜히 주변을 경계하는 게 아니었다.


“쯧, 아주 바글바글 하구나.”


“그러게.”


바스락, 바스락...


고요한 침묵 속에서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는 수십 마리의 짐승들,


쥐, 멧돼지, 사슴, 심지어 호랑이까지,

그 종류는 참으로 다양했으나 모두 하나같이 죽은 사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본능적으로 산 자를 증오하는 것인지,

녀석들은 앞에 있는 영구에겐 시선도 주지 않고 나와 일행들만을 노려왔다.


주둥이를 들이미는 이리 한 마리를 고혼으로 돌려보내고, 제갈성문에게 말했다.


“제갈대협, 영구와 함께 곽소협을 지켜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근데 홀로 괜찮으시겠습니까?”


“예, 괜찮습니다.”


우웅-


백곡에 선명한 검기가 서린다.


“이놈들은 저 혼자···아니 둘이서 충분합니다.”


“특별히 본녀가 손을 보태줄 터이니, 영광인 줄 알거라.”


어느새 내 옆에 자리잡은 백설이 양손에 푸른 불꽃을 쥐고 사방에 흩뿌렸다.


“끄르륵!!”


“끼에에엑!!”


괴로워하는 짐승들,

백설의 불꽃은 녀석들을 순식간에 집어 삼켰다.


뒤에서 구경만 하고 있을 수 없어 나도 앞으로 나섰다.


음천검(陰天劍)

화시침수(化矢針水)


콰직!


화살처럼 날카롭게 바루어진 수십 개의 검기가 달려들던 짐승들을 단번에 꿰뚫는다.


넝마가 되어버린 짐승들의 사체,

눈 깜짝할 사이 상황이 정리되자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곽박이 말을 더듬는다.


“어,어떻게 저 많은 귀물들을 순식간에···”


“생각보다 더 빨리 정리되었군.”


“제갈대협께선 놀랍지 않으십니까?”


“응? 하하, 내겐 어느정도 익숙한 일이라, 자네도 유대협과 함께 다니는 동안은 적응하시는 게 좋을 걸세.”


“그,그렇군요.”


이런 광경에 익숙해지라니,


‘귀림 밖의 무림인들은 모두 이런 건가?’


세상의 경험이 없던 곽박은 성운과 그의 일행을 보며 무림에 대해 큰 착각을 하게 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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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남궁혈사(3) 24.02.15 1,028 23 14쪽
24 남궁혈사(2) 24.02.14 1,006 22 14쪽
23 남궁혈사(1) 24.02.13 1,039 23 13쪽
22 화경의 고수 +1 24.02.12 1,091 26 15쪽
21 창천검(3) +1 24.02.11 1,085 26 16쪽
20 창천검(2) 24.02.10 1,104 26 14쪽
19 창천검(1) 24.02.09 1,115 24 13쪽
18 팔공산-갈저(2) 24.02.08 1,094 29 13쪽
17 팔공산-갈저(1) 24.02.07 1,189 24 15쪽
16 천중산-백설(3) 24.02.06 1,213 28 12쪽
15 천중산-백설(2) +1 24.02.05 1,242 29 15쪽
14 천중산-백설(1) +1 24.02.04 1,349 27 13쪽
13 회자정리(會者定離) +1 24.02.03 1,390 33 14쪽
12 순구의 진실 +1 24.02.02 1,365 34 12쪽
11 하남-이가장(4) +2 24.02.01 1,399 3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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