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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거스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괴사(武林怪史)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데거스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1.24 18:15
최근연재일 :
2024.02.26 12:2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48,717
추천수 :
1,109
글자수 :
216,954

작성
24.02.21 12:20
조회
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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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글자
11쪽

귀림-귀령문(3)

DUMMY

가공할 정도의 귀기로 인해 되살아난 짐승들,

놈들이 귀령문을 향해 매섭게 달려든다.


“짐승들이 몰려온다. 다들 전투태세를 갖춰라!!”


“예!”


“사범들은 선두에 나서고, 그 아래의 제자들은 귀축들을 움직여 지원하라!”


별관 창문에서 통해 눈 깜짝할 사이 정문으로 달려간 곽소충은 제자들을 지휘하며 짐승들을 상대할 준비를 갖췄다.


이번이 처음이 아닌 듯,

그들은 노련하게 움직였는데,


“온다!”


한 사범의 외침과 함께 짐승들이 담을 뛰어넘기 시작했다.


썩은 핏물과 침을 흘리며 이빨을 들이미는 짐승들,

곽소충이 망설임 없이 놈들을 향해 일장(一掌)을 뻗었다.


콰직!


힘없이 터져나가는 육신,

되살아났다곤 하나 그 본질이 시체인 것은 변함이 없었다.


그를 비롯한 사범들의 활약으로 겉으로 보기엔 어렵지 않게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았으나,


귀령문 사람들의 수가 스무 명도 안 되는 것에 반해, 이곳에 쳐들어온 짐승들의 숫자는 족히 수백, 끝없이 몰려드는 망령들의 향연에 귀령문 사람들은 서서히 밀려났다.


이대로 지켜만 봐선 안 되겠다 싶어 나와 일행들도 손을 보태기로 했다.


“저희도 돕겠습니다.”


“···미안하지만 부탁하겠네.”


“맡겨주십시오.”


갑작스럽게 짙어진 귀기와 그로 인해 산자를 공격하는 시체들, 대체 어쩌다 이런 일이 생긴 것인진 알 수 없지만, 이대로 가다간 사상자가 나올 수도 있다고 판단해 백곡을 뽑아 들었다.


“크르릉!!”


머리가 반쯤 함몰된 이리를 베어 넘기고, 피부와 털이 부식되어 있는 곰을 반으로 양단했다.


서걱-


나와 제갈성문이 일선에 나서자,

사범들에게 여유가 생겼다.


‘그나저나 귀림에서 살아가던 귀령문이라 이렇게 막아내는 거지, 다른 무림방파였다면 이미 반쯤 혼란에 빠져 지리멸렬했겠군.’


흉측한 모습으로 달려드는 시체,

피부로 느껴지는 오싹한 귀기까지,


나조차도 이곳이 이승인지 저승인지 헷갈릴 지경인데 무림인들은 오죽할까?


악몽을 꾸고 있는 것 같은 기분에 이를 악물고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하나, 둘···

귀령문 내부에 짐승의 사체가 쌓여간다.


곽소충을 비롯한 사범들의 노고도 있었으나,

곽박을 비롯한 젊은 제자들의 활약도 만만치 않았다.


그들의 지시를 받고 손발처럼 움직이는 귀축들,

눈앞에 있는 짐승들과 달리 녀석들은 충견처럼 귀령문 사람들을 지켜냈다.


‘다들 대단하군. 특히···’


곽박과 그가 부리는 귀축들이 유독 눈에 띈다.


마치 한 몸인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적들을 상대하는 게 마치 진을 짜고 움직이는 무인들 같았다.


‘저쪽은 걱정할 필요 없겠군.’


제자들에게 시선을 떼고 눈앞에 적들에게 집중했다.


처음엔 당황하며 주춤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승기를 잡아갔고, 대략 일각 정도 쉬지 않고 검을 휘두르니 짐승들의 숫자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이대로만 가면 어렵지 않게 정리할 수 있겠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뿔을 들이미는 사슴을 베어내던 그때,


짐승들과 사뭇 다른...아니, 심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는 존재들이 귀령문에 모습을 드러냈다.


비틀거리며 당당히 정문으로 들어온 다섯 사람,

곽소충과 사범들이 경악성을 내뱉으며 멈칫한다.


“사,사부님?”


“맙소사, 저분들까지···”


“대체 어찌하여···”


오래전 타계한 귀령문의 사조들,

그들이 귀기로 인해 순리를 거스르고 다시 눈을 뜬 것이다.


곽소충의 부름에도 시체들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빈틈을 노리듯 그들에게 달려들 뿐이었다.


“이 초식은···!”


“생전의 무공까지 펼친단 말인가?!”


그들은 내공 대신 귀기를 이용해 당연하다는 듯 생전에 익혔던 무공들을 펼쳤다.


“큭!!”


전대 장문인의 장법을 받아낸 곽소충이 신음을 흘리며 소리친다.


“제자들은 위험하니 다들 물러서라!!”


“스승님 하지만,”


“이분들은 너희들이 상대할 수 없는 고수시다.”


“제자들은 날뛰는 짐승들을 우선으로 처리하도록, 사조님들은 우리가 맡겠다.”


되살아난 사조들은 총 다섯,

충분히 해볼 만한 숫자였으나 생각만큼 쉽진 않았다.


“크흑, 팔이 저릿하군. 돌아가신 이후 깨달음이라도 얻으신 건가?”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반적인 내공이 아닌 귀기를 이용한 탓일까?

그들의 무위는 살아 있을 때보다 더욱 위협적이었다.


만만치 않은 실력에 그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던 와중,


“이런···조심하게!!”


시체 둘이 사범들을 제치고 나와 일행들에게 달려들었다.


캉!


한 구는 내가 상대할 수 있었지만,

제갈성문이 나머지 한 구를 상대하는 건 무리였다.


“크윽···!”


“백설!”


그가 밀리는 것을 보고 백설을 부르자,

그녀가 눈살을 찌푸리며 손을 뻗었다.


“한낱 시체 주제에 어디서 감히 본녀의 시종을 건드느냐?!”


화르륵!


푸른 불꽃이 상대를 감싸며 폭발한다.


쾅!!


“제갈머시기야. 이 틈에 빨리 처리하거라.”


“아,알겠습니다.”


백설의 불에 그을려 넝마가 된 시체를 처리하는 건 제갈성문 혼자서도 가능할 터.


나는 눈앞에 있는 시체부터 처리하기로 했다.


창백한 얼굴로 검초를 펼치는 노인,


‘생전에 어떠한 경지를 이뤘는지는 모르나,’


애석하게도 그는 내 상대가 아니었다.


살기가 짙은 그의 검을 비껴치듯 흘려내곤 검 끝에 잔잔한 파도를 일으켰다.


양천검(陽天劍) 벽해(碧海)


고요한 검기의 파도가 노인을 덮쳤고,

이내 녹슨 검과 함께 그의 몸이 반으로 갈라진다.


촤악-


검게 변한 핏물을 쏟으며 그대로 쓰러지는 육체,

그를 본래 있어야 할 자리로 돌려보내고 주변을 살폈다.


다른 이들의 전투도 어느새 끝이 나 있었다.


눈살을 찌푸린 채 복부를 부여잡고 있는 곽소충,

옆구리가 검붉게 변한 걸 보면 전투 도중 부상을 입은 것 같았다.


“괜찮으십니까? 피가···”


“나는 괜찮네. 그나저나 돌아가신 스승님께 손을 쓰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군.”


그의 눈에는 죄스러움과 아련함, 그리고 지금 이 상황에 대한 옅은 분노가 서려 있었다.


“자네들에겐 큰 신세를 졌네. 손님으로 모셔와서 대접하진 못할망정 못 볼 꼴을 보게 했으니,”


“개의치 않으니 그리 말씀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보다 하루 빨리 귀림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대로 내버려 뒀다간 주변에 살고 있는 양민들에게까지 피해가 갈지도 몰라.’


죽은 짐승들이 사람들 습격한다는 이야기만 퍼져도 이 일대에 난리가 날 것이다.


“사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큰 소란이 벌어지겠지.”


짐승뿐만이 아닌 사람의 시체까지 되살아나서 그런지 그의 표정은 전보다 더욱 심각해졌다.


“허나, 마땅한 방법이 없네. 애당초 원인을 알아내려면 만년금구에게 물어야 하는데, 대화는커녕 우릴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나 있는 상태라···”


“으음, 그럼 혹시 금구가 있는 곳까지 저희를 안내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자네들을 말인가?”


“예,”


백설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마침 일행 중에 금구와 안면이 있는 녀석도 있고,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확인한 이상 외면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자네들에게 너무 큰 짐을 지우게 되는데···”


나는 별로 개의치 않았으나,

일행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어 백설과 제갈성문을 바라봤다.


“본녀는 찬성이다. 그 답답한 거북이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다.”


“저도 괜찮습니다. 대협의 말대로 이대로 내버려뒀다간 큰 피해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둘은 모두 내 뜻에 동의해주었다.


“허! 이것 참···자네들은 사람을 부끄럽게 만드는 재주가 있구만,”


그는 사문의 피해가 두려워 금구를 피했던 자신을 질책하며 이를 악물었다.


“석군아, 네가 책임지고 이곳을 수습하도록 하거라.”

“알겠습니다. 그런데 스승님께선···”


“난 이분들과 함께 금구를 만나러 가겠다.”


“예? 안 됩니다! 그 몸으로 어찌 그러십니까? 차라리 제가 갈 테니 스승님께선 안정을 취하십시오.”


제자들을 비롯한 사범들이 그를 뜯어말리며 자신들이 길 안내를 하겠다 나선다.


부상을 입은 상태로 금구와 만나러 가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고 만류하는 것이다.


사제들과 제자들의 의지에 곽소충이 뭐라 말을 꺼내려던 그 순간,


곽박이 당찬 목소리로 소리친다.


“사부님, 제가 가겠습니다!”


“뭐라?”


“사범님들은 이미 지치셨고, 사형들은 사문을 지켜야 하니 저 말고 누가 이 일에 적임이겠습니까?”


“허!”


보통의 경우라면 철없는 막내 제자의 혈기라 여기고 불허하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그래, 생각해 보면 박이 네가 가는 것이···알겠다. 네가 손님분들을 안내해드리도록 하거라.”


그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했다.


“또한 만일을 대비하여 금령박(禁令縛)을 챙겨가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어디론가 뛰어가는 곽박,


“도움을 받는 입장에서 정말로 미안하네. 마음 같아선 내 직접 가고 싶지만,”


“아, 아닙니다. 저희는 신경 쓰지 마십시오.”


문도들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다,

세상에 어떤 제자가 부상당한 스승을 위험한 장소로 보내고 싶어 하겠는가?


다만, 막내 제자인 곽박을 선뜻 보내준 건 조금 의외였다.


“헌데 제자들을 저희와 동행시켜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차라리 대략적인 위치만 알려주시고 저희끼리···”


“걱정하지 말게, 박이 저놈이 저래 보여도 제 몫은 톡톡히 할 걸세. 오히려 사문의 신물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으니 어떤 면에선 나보다 더 나을 게야.”


“신물이라면?”


“금령박, 사이한 것들을 붙잡고 구속하는 주구(呪具)라네. 태생적으로 술법에 재능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미약하게나마 영력을 타고나서 그런지는 알 수 없으나. 본문에서 금령박을 제 뜻대로 다룰 수 있는 건 저 녀석이 유일할 걸세.”


그에게 그런 재주가 있는 줄 몰랐다.


“혹시라도 금구와 싸우게 된다면 큰 도움이 될 게야.”


“문주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감사는 우리가 해야지. 크윽···”


“스승님!”


제자들이 몸을 비틀거리는 그를 부축한다.


창백한 얼굴과 경련하듯 떨고 있는 손,

부상과 별개로 현재 그는 심기가 많이 흐트러진 것 같았다.


무리는 아니다.


곽박이 곽소충을 아버지처럼 따르듯,

그 역시 자신의 스승을 부모처럼 따랐을 터.


부모와도 같은 스승이 사후 편히 눈을 감지 못하고 구천을 떠도는 것도 모자라 자신의 손으로 처리했으니, 멀쩡하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문주님께선 이만 들어가서 쉬십시오.”


때마침 금령박을 찾으러 갔던 곽박이 돌아왔다.


“금구는 저희가 해결해 보겠습니다.”


“후우···후우···염치 없다는 건 알지만, 부탁하네···”


“예, 걱정 마십시오.”


나는 곽소충에게 정중히 인사를 건넨 뒤,

곽박의 안내를 따라 일행들과 함께 발을 뗐다.


갑작스럽게 미쳐버린 영물과 죽은 사람마저 다시 움직이게 만들 정도의 귀기, 하나부터 열까지 의아한 점투성이였지만,


‘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곧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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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천중산-백설(2) +1 24.02.05 1,242 2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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