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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거스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괴사(武林怪史)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데거스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1.24 18:15
최근연재일 :
2024.02.26 12:20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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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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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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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남궁혈사(5)

DUMMY

남궁양은 오십 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무림인으로 살아왔다.


그 과정에서 흔히 천재(天才)라 불리는 족속들을 수도 없이 봐왔지만, 그 누구도 이토록 자신을 경악시킨 적은 없었다.


‘고작···고작 한번 본 것만으로 검법의 식(式)과 그 형(形)을 모두 파악했단 말인가?’


하나의 초식도 아니고, 각기 다른 여러 종류의 검법과 그 초식들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성운의 모습은 경이롭다 못해 두려웠다.


게다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저건···’


지금 그가 펼치고 있는 검법은 분명 남궁의 것이었으나, 남궁의 것이 아니었다.


‘저 초식은 창천검법···’


허나, 그 안에 담겨 있는 건 창항검법의 묘리였다.


그렇다.


지금 그는 검법의 묘리와 초식을 섞어 새로운 무공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것도 기존의 가문의 무공들보다 더욱 뛰어나고 위력적인 검법을 말이다.


이는 즉 그가 가문의 검법을 모두 이해하고 받아들였다는 뜻,

남궁양이 입술을 깨물며 생각했다.


‘···장래가 촉망되는 인재이니 그저 좋은 관계만 유지하면 되리라 생각했으나,’


그저 좋은 관계 정도로는 안 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저 녀석과 적대하면 안 되겠군.’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원한을 샀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죽여야 한다.


그것만이 가문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으니까.


노회한 무림인의 감은 그 어떠한 근거보다 앞서는 법, 남궁양은 성운으로 인해 무림의 판도가 뒤바뀔 것이라는 강한 예감을 느꼈다.





*****





남궁양이 속으로 성운과 척을 지지 않겠다 다짐하고 있을 때,


당사자는 이러한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 검법을 펼치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몸을 움직여보니 생각처럼 쉽지 않구나.’


남궁세가의 검은 일반적인 검법들과 달리 확고한 뜻이 담겨 있다.


끝없는 하늘 같은 고고함과 태산 같은 무거움,

어쩌면 이것들이야말로 남궁세가의 의지이자 신념이 아닐까 싶다.


이해하기 쉽게 간략하게 표현하자면

유(柔)와 패(覇) 그 사이에 자리 잡은 중(重)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초식에 담겨 있는 무거움과 중도(中道) 묘리를 상기하며 검법을 펼쳤다.


남궁의 의기가 가장 잘 드러나는 창궁검법과 다른 검법들과 달리 다채로움을 지닌 창항검법, 이 둘의 조합은 놀라웠다.


무거움에 의를 두 되,

부드러움과 쾌속함이 자연스럽게 섞여든 것이다.


어쩔 땐 빠르게 찌르고,

어쩔 땐 부드럽게 밀어내다,

어쩔 땐 상대를 찍어누른다.


힘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허실(虛實)을 이용해 서서히 상대를 압박하고 끝내 숨통을 끊어내는 검법, 본래 남궁의 검에선 볼 수 없었던 변화였다.


시연을 끝마치자

남궁희가 홀린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유대협 방금 그건···”


“남궁소저께서 보여주신 창항검법과 창궁검법을 합쳐보았습니다.”


“검법을 합쳤단 말입니까?”


“예, 어쩌다 보니,”


“그게 가능한 건가요?”


“그렇게 말씀하셔도···”


실제로 된 것을 어찌하겠는가?


마땅히 설득할 말을 떠올리지 못해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고 있는데, 지금껏 침묵을 유지하던 남궁양이 입을 열었다.


“검법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겠는가?”


“으음, 따로 생각한 것은 없으나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남궁의 정신과 무인의 향상심을 담아.


“창궁무애검법은 어떨까요?”


창궁무애검법(蒼穹無涯劍法),

훗날 제왕검형과 함께 남궁세가의 신공절학으로 자리 잡은 검법이 탄생하게 된 순간이었다.


“무애라···잘 어울리는 이름이로구만, 자네만 괜찮다면 본가에서 따로 방금 전 그 검법을 비급으로 만들어도 되겠는가?”


“예, 제가 관여하긴 했으나 본디 남궁에 뿌리를 둔 무공 아닙니까?”


“고맙네. 아무래도 희가 그 검법에 홀딱 빠져버린 것 같아서 말일세.”


그의 시선이 남궁희에게로 향한다.

그녀는 현재 방금 전 검법을 되새기는 듯 턱을 쓸어만지며 상념에 빠져 있었다.


그녀가 저러는 것도 이해는 간다.

창궁무애검법은 성별에 상관없이 그 위력을 백분 발휘할 수 있는 검법이었으니까.


“그런데, 자네에게 보답하기 위해 무공을 보여줬건만, 도리어 더 큰 선물을 받게 되었군.”


“괜찮습니다. 저도 검법을 견식하며 깨달은 게 많습니다.”


이는 사실이다.


남궁의 검을 보며 나는 검법, 더 나아가 무공의 심오함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이 물음을 잘 풀어낸다면 큰 깨달음을 얻고 다음 경지에 발을 들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그런 묘한 확신이 든다.


‘당장엔 어려운 일이니···’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나아가기로 했다.





남궁양의 허락 아래 남궁세가의 검법을 견식한 지 어느덧 열흘이 지났다.


그동안 나는 휴식을 취하며 창궁무애검법을 비급으로 만드는 것을 도와주었고, 비급이 완성되자마자 떠날 채비를 갖췄다.


“이리 떠나신다니 많이 아쉽습니다.”


함께 비급을 만들며 전보다 더 가까워진 탓인지,

남궁희가 아쉬움을 표했다.


“해야 할 일이 있어 너무 오랫동안 신세를 질 수도 없는 노릇이니 양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유대협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그리고 같은 하늘 아래 살다 보면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날이 있지 않겠습니까?”


“꼭 그랬으면 좋겠네요.”


“가주님과 태상가주님께선?”


“두 분 다 가문의 일로 자리를 비운 상태이십니다.”


“이런, 아쉽군요.”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두 사람과 인사를 나누지 못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대신 조부님께서 유대협께 인사와 함께 이걸 전해드리라고 하셨습니다.”


그녀가 내게 목함 하나와 서신 하나를 건넸다.


“이건?”


“대협께 제대로 된 보답을 해드리지 못한 것 같다고 조부님께서 준비한 선물입니다. 서신에는 대협께서 좋아하실만한 이야기가 적혀 있다고 했고 목함은 나중에 시간 날 때 열어보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좋아할 만한 이야기라는 말에 조금 흥미가 간다.


“태상가주님께 감사하다 전해주십시오.”


“앞으로 어디로 가실 것인지 계획은 있으십니까?”


“글쎄요. 일단은 발길이 닿는 대로 떠돌아다닐까 합니다.”


의도치 않게 큰 소란에 휘말렸으니 한동안은 조용히 천하를 떠돌며 괴이를 찾아 나설 생각이다.


내 대답에 남궁희가 피식 웃는다.


“대협이라면 그리 말씀하실 줄 알았습니다.”


한차례 고개를 끄덕이던 그녀가 돌연 진중한 어조로 말한다.


“대협,”


이윽고,


그녀와 정문에 모여 있던 남궁세가의 무인들이 일제히 나와 일행들을 향해 포권을 취하며 고개를 숙였다.


“남궁세가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협과 일행분들의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진심이 담겨 있는 눈빛,

나 역시 마주 서서 인사를 건넸다.


“저야말로 덕분에 많은 걸 배우고,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몇 달 전만 해도 이런 인사를 받으면 부담스러워했을 것이다. 그러나 무림에 대해 그리고 무림인에 대해 어느정도 알게 된 지금은 아무렇지 않았다.


이것이 그들이 마음을 전하는 방법 중 하나였으니까.


짧은 시간 동안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 모든 게 하나의 경험이자 인연이었기에 나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등을 돌릴 수 있었다.





일행들과 함께 남궁세가가 위치한 합비를 벗어났을 무렵,


“인간, 아까 그 목함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니 열어보는 게 어떻겠느냐?”


어깨에 타고 있던 백설이 꼬리를 살랑거리며 목함을 열어볼 것은 권한다.


마침 나도 서신의 내용이 궁금했던 참이라 같이 확인해보기로 했다.


뚝!


새끼줄을 풀고 목함을 열자 그윽한 향과 함께 영롱한 자태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 정체는 다름 아닌 삼(蔘),

어린아이 팔뚝만 한 크기의 삼을 보자 제갈성문이 탄성을 내뱉는다.


“백년삼이군요. 상태를 보니 상등품입니다.”


삼이 귀하다는 건 알고 있었으나,

정확한 가치를 몰라 그에게 물었다.


“이 정도 물건이면 못해도 금자 천냥은 가뿐히 넘을 겁니다.”


“···그렇게나 비싸다는 말입니까?”


“백년삼은 평범한 약재가 아닌 내공을 늘려주는 영약이니까요.”


“·····················”


“남궁세가에서 대협께 보답하고자 제대로 마음먹은 모양입니다.”


설마 이렇게 귀한 물건을 선물로 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지긋이 산삼을 바라보자,

내 생각을 읽은 제갈성문이 너털웃음을 터트린다.


“남궁세가에서 그만큼 대협께 감사하고 있다는 뜻이니 돌려줄 생각 마시고 흔쾌히 받으시죠. 그들도 그러길 바랄 겁니다.”


“···후우, 아무래도 그래야겠지요.”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곤 상자 안에 들어 있는 종이를 확인해 봤다.


“잎사귀를 때고 복용하라 적혀 있군요.”


그 말에 백설이 귀를 쫑긋 세운다.


“버릴 거라면 본녀에게 양보하거라.”


“잎을 먹는다고 별다른 효험은 없을 텐데,”


“그건 인간의 기준에서나 그런 것이다. 영약의 줄기에 잎에는 미약하게나마 영기가 있어 본녀 같은 괴이나 영물들에겐 큰 도움이 되느니라.”


“네가 그렇다면야···”


잎만 주는 건 조금 그래서 잔뿌리 몇 개를 뜯어 같이 건네주었다.


백설은 그걸 받자마자 거리낌 없이 입에 전부 털어 넣었는데, 순간 그녀의 몸 주위에 옅은 영기가 돌더니 모두 체내에 흡수되었다.


“흠, 나쁘지 않군.”


내 어깨에서 내려온 백설이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전보다 반치 정도 커진 키,

여전이 여아(女兒)의 모습이라는 건 변함 없으나 아예 효과가 없는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힘이 참새 눈물만큼 회복되었느니라.”


“그래도 아예 효과가 없는 건 아니니 다행이네.”


“영약을 통째로 먹으면 더 좋을 것 같다만,”


“이건 안돼.”


그녀가 백년삼을 바라보며 침을 흘리자 단호하게 목함을 닫았다.


서운한 듯 토라진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는 백설,

그녀의 투정을 무시하고 제갈성문에게 물었다.


“따로 영약을 섭취하는 방법 같은 게 있습니까?”


“영약을 먹고 심법을 운용하여 그 기운을 흡수하면 끝입니다. 다만, 주변에 사람이 없는 공간에서 복용하는 게 좋을 겁니다. 객잔에 들어가면 제가 호법을 서 드릴 테니 그때 드시지요.”


“알겠습니다. 헌데, 저만 잔뜩 받은 것 같아 죄스럽네요.”


“하하, 아닙니다.”


제갈성문이 품속에서 서책 하나를 꺼내 보여줬다.


“저 역시 이번 일로 남궁세가에게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그 서책은?”


“천통자(天通子)가 남긴 진법서입니다.”


“천통자가 누군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고대 무림의 기인(奇人)이라 알려진 인물입니다. 무공부터 시작해 진법 등 다양한 비급과 서적을 남겼는데, 대부분 실용성이 없어 수집용으로 취급받습니다.”


“그런데 그걸 왜···”


“저희 제갈세가에서는 천통자의 비급과 서적을 따로 연구하고 있어서···단순히 기인의 장난으로 만들어졌다기엔 비급의 내용이나 서술이 워낙 상세하더라고요.”


그가 서책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래서 가문에서 천통자의 서적을 모으고 있는데, 때마침 남궁세가가 이를 알고 보유하고 있던 서적을 넘겨주었습니다. 아마 본가에 가져가면 형님께서 기뻐하실 겁니다.”


“그렇다니 다행이군요.”


서책을 조심스럽게 품속에 넣던 그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대협 근데, 서신은 언제 열어보실 생각이십니까?”


“안 그래도 확인해볼 참이었습니다.”


내가 좋아할 만한 이야기라,

대체 무슨 내용을 적어놓았을까?


호기심을 품고 서신을 펼쳐 보니,


‘절강에 있는 금지(禁地)?’


그 안엔 최근 구룡산이란 장소를 두고 절강 사람들 사이에 떠도는 요설이 적혀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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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팔공산-갈저(2) 24.02.08 1,094 29 13쪽
17 팔공산-갈저(1) 24.02.07 1,189 24 15쪽
16 천중산-백설(3) 24.02.06 1,213 28 12쪽
15 천중산-백설(2) +1 24.02.05 1,242 29 15쪽
14 천중산-백설(1) +1 24.02.04 1,349 27 13쪽
13 회자정리(會者定離) +1 24.02.03 1,390 33 14쪽
12 순구의 진실 +1 24.02.02 1,365 34 12쪽
11 하남-이가장(4) +2 24.02.01 1,399 33 15쪽
10 하남-이가장(3) +2 24.01.31 1,391 32 14쪽
9 하남-이가장(2) +5 24.01.30 1,578 3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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