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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판꿀주먹 님의 서재입니다.

전직 영업사원의 싱글벙글 연예계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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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판꿀주먹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9
최근연재일 :
2022.11.23 12:15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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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00
추천수 :
413
글자수 :
205,276

작성
22.11.2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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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1) 사고는 항상 동시에 여러 가지가 같이 터진다!

DUMMY

(41) 사고는 항상 동시에 여러 가지가 같이 터진다!


지체하지 않고 바로 소리가 난 쪽으로 달려갔다. 평소에 꾸준히 운동을 한 게 효과가 없지는 않았는지 급하게 달려갔는데도 숨이 하나도 차지 않았다. 아,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준석이는 안 다쳤나?


“괜찮아?”

“어. 누렁이는 멀쩡해.”


현장에 도착해보니 준석이는 한 손으로는 누렁이를 안고 다른 한손으로는 다리를 붙잡고 쓰러져 있었다. 설마 차에 치인 거야?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차에서 선글라스를 쓴 아저씨 하나가 내리고 있었다. 약간 당황한 눈치다.


“학생 괜찮아? 근데 그렇게 갑자기 끼어들면 어떡해?”


이 아저씨가 사람 쳐 놓고 적반하장이네. 사람이 먼저지 차가 우선이야?


“아. 죄송합니다. 저희 집 개가 갑자기 뛰는 바람에.”

“그래. 앞으로는 조심하고 혹시 몰라서 명함 하나는 주고 갈게. 그럼 나는 급해서 이만.”


명함은 옆에 서 있던 내가 대신 받았다. 그리고 그 아저씨는 차를 끌고 바로 가버렸다. 한 타이밍 늦게 명함상태를 확인해 보니 내 경험상 가짜 같지는 않다. 일단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고 준석이의 상태를 살폈다.


“걸을 수 있겠어?”

“일어날 수는 있을 거 같아.”


준석이를 부축여서 일단 일으켜 세웠다. 근데 꼴을 보아하니 도저히 펜션장까지 걸어가는 건 힘들어 보인다.


“집에 전화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아. 내가 폰을 두고 와서.”


현대인이라면 폰과 물아일체의 경지인 게 당연한데 그걸 두고 왔어? 그럼 누구에게 연락을 하지. 당연히 난 준석이 부모님 번호 같은 건 모른다.


“일단 지원이 형한테 전화 해볼 게.”

“고마워.”


나는 바로 지원이 형에게 연락을 했고 그 후 꽤 큰 소란이 벌어졌다.


///


“다리뼈에 금이 갔네요. 일단 깁스 해드릴 테니 열흘 정도 착용하고 계시다가 추후에 상태를 다시 보죠.”


이곳은 준석이네 펜션장에서 차로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병원이다. 내 연락을 받은 지원이 형이 바로 준석이 부모님께 이 소식을 알렸고, 식재료를 사러 근처 시장에 가셨던 준석이 아버님은 급하게 차를 돌리셨다고 한다.


‘그래도 차에 치인 거 치고는 상태가 좋은 건가?’


내가 의학 쪽은 완전 문외한이라 잘 모르겠다. 의료기기 같은 거라도 팔았었으면 그래도 좀 달랐을까?


“...깁스를 열흘이나요?”

“그래요. 답답하긴 하겠지만 최대한 고정시킨 상태에서 안 움직이는 게 좋아요.”


근데 옆에 있던 지원이형과 준혁이의 얼굴을 보니 이유를 아는 거 같다.


///


“표정이 왜 이렇게 안 좋아요?”

“유진이 너. 저번 월말 평가 준석이 무대 봤지?”

“어. 봤던 거 같은데요?”


무대 장면이 잘 안 떠올랐던 걸 보면 그렇게 인상적이지는 않았었나 보다. 그래도 무대에 올라간 거 정도는 기억이 난다.


“그래도 나랑 준석이는 이야기를 좀 하거든.”

“그래요?”


이건 처음 안 사실이네. 아무래도 지원이형이랑 준석이는 같이 좀 오래 살았고 아무래도 나나 준혁이보다는 편한 스타일이긴 하니까.


“저번 월평 결과가 별로 안 좋았나 봐.”

“아···”


전에도 이야기 했었지만 월평 2번 연속으로 결과가 안 좋으면 굉장한 불이익이 있다. 근데 다음 월평은 얼마 안 남았고 준석이는 지금 깁스를 하고 있다. 그럼?


“다음 월평은 못 보는 거네요.”

“어.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회사에서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네.”


내가 기획사 입장이라면 이런 경우에 어떻게 나올까. 안타깝긴 한데 원칙은 원칙이라고 나올까? 아니면 사건사고 같은 경우는 한차례 유예? 참고로 다음 월평은 평소처럼 혼자 무대를 한다.


“근데 회사에 연락은 했어요?”

“아니, 아직. 준석이 정신 없는데 우리가 대신 해야 하나?”


아니. 사건 사고가 터졌으면 윗선에 보고 하는 게 우선이지. 군대도 안 다녀왔.. 다녀왔을 턱이 없군. 아무튼 어설프게 알아서 수습한다고 밍기적거리다가 일이 더 커지는 게 다반사다. 고로 여기서 올바른 판단은 회사에 전화를 한다! 다.


신인개발팀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바로 서울로 올라왔다. 원래 버스 타고 올라오려고 했는데 그냥 가까운 지하철역까지 준석이 아버님이 태워다 주셨다. 집까지 못 데려다 줘서 미안하다고 하셨는데 아들이 다쳤는데 여기까지 태워다 주신 게 어디야. 아, 준석이는 일단 집에 남았다.


서울로 올라오는 동안 계속 우리 셋은 말이 없었다. 아무래도 같이 산 세월이 있어서 그런 가 다들 안타까운 마음이 큰 거 같다. 그렇게 집에 도착할 때까지 조용하게 갔다.


“준석이 집으로 뭐 보내줄 거 없을까요?”


분위기라도 좀 바꿀까 싶어서 말을 꺼내 봤다.


“음. 뭐가 필요하면 부모님이 이리로 오시거나 전화라도 주겠지”


별로 효과는 없었던 거 같다. 분위기가 영 별로라 도망치듯 내 방으로 들어왔다.


‘내가 인성에 문제가 있나?’


안타까운 건 사실이지만 이정도로 풀이 죽을 만한 일인가 싶다. 물론 대놓고 이렇게 말하면 인성 쓰레기라고 소문이 날 테니 티는 못 낸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무한경쟁 현대사회에서 내가 너무 오래 있었던 거 같다. 요즘 2회차 학창생활을 하면서 좀 내려놨나 싶었는데 가끔 나도 모르게 본능처럼 튀어 나올 때가 있다.


///


그 다음주도 집 안 분위기는 별로 좋지 않았다. 준석이는 여기서 별로 챙겨갈 게 없었는지 아무 연락이 없었고, 나도 내 앞가림 하느라 바빠서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날은 갈수록 더워져 갔고 모두의 불쾌지수는 계속 올라가기만 했다.


“아오, 죽겠다.”


레슨 끝나고 연습을 하다가 바닥에 잠깐 퍼질러져 있다. 연습실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줘서 다행이다. 땀이 줄줄 흐르는 채로 에어컨 바람 오래 쐬면 감기 걸리지 않을까 살짝 염려도 되지만 당장 더워 죽겠는데 그거는 나중 문제다.


“아. 집에 가기 싫다.”


집에 있는 에어컨은 무려 황금스타 마크가 붙어있는 물건이다. 대충 90년대 만든 제품인 거 같은데 그런 거치고는 아직 잘 돌아가고 있다. 근데 고장 나면 부품이 없어서 수리불가 판정이 나올 거 같다.


에어컨 빵빵한 회사에서 나오기는 싫지만 잠은 집에 가서 자야 하니 가방을 챙겨 들고 연습실을 나왔다. 방학이라 그런 가 연습실에 불이 꺼지는 날이 없다. 다들 참 열심이다. 나도 월평이 얼마 안 남아서 평소보다 훨씬 더 연습을 많이 하고 있지만, 진짜 연습벌레들이 많다.


“그래도 이 시간쯤 되니 다닐 만은 하네.”


올해가 유독 더운 건지 아니면 내가 더위 내성이 떨어진 건지 모르겠는데 아침 9시만 지나도 정말 미친듯이 덥다. 그래서 요즘은 일정보다 일찍 회사에 나오고 있다. 스티브만 잘 피해 다니면 이게 훨씬 낫다.


“예전에는 도서관에서 살았었는데...”


단언컨데 공공도서관은 시민들의 세금을 가장 값지게 쓰는 수단 중에 하나다. 나처럼 한여름에 어디 못 가는 사람들이 시원한 곳에서 맘껏 책을 보고 공부를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장소였다. 중간에 알바를 하러 안 갔으면 아마 거기서 하루 종일 살았을 거다.


“요새 땀 많이 흘려서 그런 가 붓기가 잘 빠지네.”


회사 건물 나가기 전에 잠깐 화장실에 들려서 얼굴 상태를 체크해 본다. 예전에는 항상 부어 있어서 그런 가 티가 잘 안 났다. 근데 요즘은 조금만 부어도 티가 많이 나서 항상 붓기를 체크하는 습관이 생겼다. 잘생기고 예쁜 애들이 왜 거울을 항상 끼고 사는지 궁금했는데 이제 이유를 알 거 같다!


‘아 정말 더운 건 싫다.’


밖으로 나가자마자 격하게 다시 에어컨이 빵빵한 실내로 들어가고 싶다. 하지만 내일 일정 또 소화하려면 집에 가긴 가야 한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걷기 시작했다. 물론 땀 안 흘리는 한도에서.


‘화장실에 사람이··· 역시 없군”


날이 더워지고 여기 사는 사람들 대부분 다 일과 끝나면 회사에서 샤워를 하고 온다. 근데 난 어차피 집에서 다시 씻을 거, 두 번 씻는게 귀찮아서 그냥 집에 좀 일찍 와서 여유롭게 씻는 편이다.


“룰루랄라.”


시원하게 샤워를 끝마치고 미리 틀어 놓은 에어컨 덕분에 시원한 방 안에서 선풍기로 머리를 말린다. 드라이기로 말릴 때보다 확실히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하지만, 이렇게 더운데 뜨거운 바람은 좀 아니다. 전기를 더 많이 쓰기도 하고.


그리고 보니 이제 슬슬 머리도 다듬어야 한다. 치렁치렁한 머리가 거슬려서 그냥 밀고 싶지만 기장 조절하는 선에서 항상 타협을 하게 된다. 정말 여자사람들은 여름을 어떻게 버티는 걸까.


그래도 시원하게 씻고 반쯤 벌거벗은 상태로 침대에서 누워서 선풍기 바람을 쐬고 있으니 천국이 따로 없다. 그렇게 한참 누워서 폰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톡이 하나 띡 온다. 뭐지. 또 스팸인가?


[방학했다고 소식 들었는데 집에는 안 올 거니? 안 오면 우리가 간다?]


날라온 톡의 발신인이 무려 <엄마>다. 옆에서 주변 사람들을 봐 온 결과 명절이나 방학같이 길게 쉴 일이 있으면 보통 본가에 간다. 근데 난 그런 경험이 하나도 없어서 아예 생각 자체를 못하고 있었다.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하나.’


일단 시간부터 벌자.


[여기 일정이 너무 많아서 당분간 못 움직일 거 같아요]


잠시 후 톡이 하나 더 날라왔다.


[이번 휴가는 한국으로 갈 테니 간만에 얼굴 좀 보자]


한국을 온다고? 큰일났네.


///


살면서 한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 부모라고 나를 보러 온다면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까? 남일이 아니라 바로 내 일이다. 그리고 오는 날짜도 모른다. 무슨 이게 서프라이즈 파티도 안고 말이지.


전 부모님과는 사실상 의절 관계였다. 아마 부고 소식이라도 날라오는 거 아니면 평생 얼굴 볼 일은 없었을 거다. 가끔 돈 좀 보내라 이런 문자가 날라 왔지만 깔끔히 무시 했었다. 내가 왜 그때 차단을 안 했는지 몰라.


아무튼 지금 굉장히 당황스럽다. 잡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어서 그런 가 노래도 잘 안 나오는 거 같다.


“혹시 너 집에 무슨 일 있어?”

“아뇨. 별 거 없는데요.”

“그래? 그럼 정신 좀 차리자.”

“넵.”


보컬 수업 들으면서 정말 오랜만에 혼이 나는 거 같다.


“음.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자. 다음 수업때는 제대로 하자?”

“수고하셨습니다.”


나 답지 않게 왜 이러지. 정신차리게 세수라도 하고 오자.


“어푸푸푸.”


날이 더워서 평소보다 살짝 미지근하긴 하지만 그래도 찬물이 몸에 닿으니 정신이 좀 돌아온다.


“정신차리자. 이유진!”


그래. 인생 살다 보면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다. 그런 거 살면서 많이 겪었잖아? 넌 할 수 있다!


“어? 유진이 형이다?”


승현이다. 왜 저자식만 보면 왜 내 멘탈이 무너지는 걸까?


작가의말

월드컵이 참 재밌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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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 사고는 항상 동시에 여러 가지가 같이 터진다! +1 22.11.23 70 1 11쪽
40 (40) 너 부자였구나? 22.11.14 92 3 12쪽
39 (39) 어느 여름날 22.11.10 78 4 11쪽
38 (38) 별다른 거 없는 평범한 하루 22.11.07 86 3 11쪽
37 (37) 과연 진짜 우연한 만남일까요? 22.11.04 98 1 11쪽
36 (36) 겉과 속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22.10.31 115 4 12쪽
35 (35) 뉴페이스 등장! 22.10.28 120 2 11쪽
34 (34) 초대 22.10.25 133 2 11쪽
33 (33) 월말 평가가 모두 끝나고 나서 22.10.19 137 2 11쪽
32 (32) 두 번째 월평, 시작 22.10.14 151 2 11쪽
31 (31) 예지몽은 아닌 거 같은 개꿈 22.10.11 163 3 11쪽
30 (30) 3인 연습, 첫날 22.10.07 166 2 11쪽
29 (29) 뜻밖의 조우 22.10.04 185 3 11쪽
28 (28) 조별과제 1회차 모임 일단 끝 22.09.29 211 4 12쪽
27 (27) 조별과제는 역시 버스 타는 게 꿀이다 22.09.26 231 3 11쪽
26 (26) 월말평가 대격변 22.09.23 252 4 12쪽
25 (25) 어느 날 갑자기 숙소에 이상한 놈이 들어왔다 22.09.20 263 5 11쪽
24 (24) 너가 여기서 왜 나와! 22.09.16 277 6 10쪽
23 (23) 넘버스의 왕자님 22.09.14 282 6 11쪽
22 (22) B반 승급! 22.09.08 280 5 11쪽
21 (21) 토요일 끝 22.09.05 292 5 10쪽
20 (20) 개꿈 22.07.01 341 9 9쪽
19 (19) 중간고사 끝! 22.06.27 356 9 9쪽
18 (18) 새로운 도전 22.06.15 365 13 9쪽
17 (17) 올바른 셀카를 찍는 방법 22.06.13 367 13 11쪽
16 (16) 재능 22.06.09 381 15 9쪽
15 (15) 우리만의 작은 비밀 22.06.08 386 12 10쪽
14 (14) 잠깐 쉬어가기 22.06.07 390 15 10쪽
13 (13) 첫 무대 +1 22.06.02 436 14 10쪽
12 (12) 포스터 속의 그녀 22.05.31 462 1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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