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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판꿀주먹 님의 서재입니다.

전직 영업사원의 싱글벙글 연예계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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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판꿀주먹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9
최근연재일 :
2022.11.23 12:15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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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5,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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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1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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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40) 너 부자였구나?

DUMMY

(40) 너 부자였구나?


“우와와”


도착해서 내린 곳은 내 상상 이상의 장소였다. 대저택 이런 건 물론 아니었지만, 토지 면적만 따지면 그거에 버금가 보인다.


“아. 너는 여기 처음 오지.”


왜 너네 집도 아닌데 준혁이 너가 이 타이밍에 으스대는 거냐? 이거 완전 웃긴 놈이야.


“너 알고 보니 부자였구나?”


어쩐지 평소에도 숙소에 비싼 식재료를 턱턱 사오고, 방문 틈으로 훔쳐 본 거긴 하지만 방안에 각종 음향기기들이 쌓여 있더라. 진짜 부자들은 어떤 식으로 든 티가 다 난다.


“내가 아니라 부모님이 부자지. 더 정확히 말하면 할아버지.”

“하하하. 원래 우리 집 그냥 농사짓는 집안이었어.”


썰을 들어보니 원래 포도 농사를 좀 크게 짓고 있었는데 펜션 붐이 불면서 곁다리로 가지고 있던 땅값이 엄청 올랐다고 한다. 그 땅을 팔아서 음식점이랑 이 펜션장을 차리신 거고. 역시 수익률은 토지를 못 따라가는구나.


‘젠장. 연습생도 부자 아니면 못하는 세상인가.’


약간 배알이 꼴리기 시작하지만 기왕 여기까지 온 이상 분위기 흐리지는 말아야겠다. 나 혼자 꽁해서 이런 기회를 못 즐기면 나만 손해다. 그리고 앞으로 준석이랑 좀 더 친해지기 위한 노력을 해봐야겠다!


“자 방은 여기를 쓰면 된다.”


준석이 아버지가 독채 하나를 통으로 내어 주셨다. 이런 곳에서 하루 자려면 얼마나 들까 머리 속으로 계산을 해봤는데 감이 잘 안 잡힌다. 호텔 말고 이런 곳을 놀러가봤어야 알지!


“저녁 먹을 때 부를 거니까 그때까지 쉬고 있어.”


그럼 짐을 한번 풀어 볼까나. 안에 들어가니 1층에는 부엌과 화장실, 그리고 구석에 작은 방 하나가 있고 바로 정면에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다. 통창이 아주 큼지막해서 해도 아주 잘 들어올 거 같다.


“1층은 누가 쓸래?”

“형이 유진이랑 2층 쓰면 안되요?”

“그럴까? 맨날 너 얼굴 보는 것도 지겹긴 하지.”


그렇게 준혁이는 자기 짐을 들고 1층 방으로 들어갔다. 근데 이 사람들 왜 이렇게 한번 와본 것처럼 행동을 하지?


“아. 여기 펜션은 구조가 똑같아서 그래.”


짐을 들고 2층으로 올라가면서 지원이 형이 내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매번 같은 집에서 잔 건 아니지만 올 때마다 구조는 거의 비슷했다고 한다. 하긴 원래 설계는 같은 거 돌려 막는 게 싸게 먹힌다. 초기 투자금이 빵빵하다면 이야기가 좀 다르지만, 그건 정말 큰손들이나 할 수 있는 거고.


2층 한 켠에는 큰 방이 하나 있고 반대편에 티테이블이 놓여있는 작은 공간이 있었다. 누구랑 방을 같이 쓰는 건 정말 오랜만이라서 좀 어색한 감이 없지는 않다. 그나마 지원이 형이 상대적으로 편한 타입이라서 다행이다. 그래도 숙소 내 방에는 당분간 아무도 안 들어왔으면 한다. 여행 가서 하루이틀 같이 쓰는 거랑 평소에도 지지고 볶는 건 아주 다른 이야기거든.


///


대충 짐을 방구석에 던져 놓고 간단하게 씻은 다음에 거실 소파에 몸을 던졌다. 사람은 세명인데 화장실은 2개라 그런가 스트레스가 없다. 우리 숙소는 사람이 4명인데 화장실은 하나뿐이라 아침부터 매번 전쟁이다. 남자들끼리도 이정도인데 여자들끼리 몰려 살면 어떨까?


“아. 이제 뭐하지.”


티비를 틀어 놓고 채널 여기저기 돌리고 있는데 시간대가 시간대라 그런가 별로 재밌는 게 없다. 그렇다고 기껏 여기까지 왔는데 방구석에서 폰이나 들여다보고 있자니 그것도 좀 아니다. 캠핑장 근처나 좀 어슬렁거려 볼까?


“아. 난 잠이나 잘래.”

“아직 짐정리할 게 있어서.”


혹시 같이 갈까 싶어서 물어봤는데 다들 거절한다. 그럼 나 혼자 나가야지 뭐.


“살짝 덥긴 하지만 날씨 좋네.”


이제 확연한 초여름 날씨다. 그래도 여긴 건물이 빽빽하게 서 있지 않아서 그런가 확실히 도시보다는 덜 덥다. 한여름 지하철 안은 에어컨을 아무리 세게 틀고 운행을 해도 잠깐 타면 하나도 안 시원하다.


강화도 하니까 예전 학교 다닐 때 국어 과목 선생님이 해준 이야기가 떠오른다. 마니산 정상에 가서 누워 있으면 시야 가리는 게 하나도 없어서, 살면서 처음 보는 하늘을 볼 수 있다고 했었나? 여기도 약간만 걸어 나와도 나무 말고 시야 가리는 게 하나도 없다.


“이제 슬슬 들어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한시간쯤 돌아다니니 슬슬 땀이 나기 시작한다. 들어가서 씻고 밥 먹으면 딱이겠네.


///


씻고 나오니 다들 거실에 모여 있었다. 저녁은 대체 언제쯤 먹는지 물어보려 는데 누군가 노크를 한다. 그리고 바로 현관문이 열렸다. 이럴 거면 문은 왜 두드린 거야.


“자 준비 다 했으니 나와서 밥 먹자.”


아. 밥 제공해주시는 어르신이 그럴 수도 있지. 태세전환이 너무 빠르다고? 이게 다 사회생활이다.


넓은 마당 한구석에는 장작이 잔뜩 쌓여 있었고, 옆에는 구멍 난 드럼통 여러 개도 있다. 저건 노포에서나 보던 건데 완전 제대로 인데?


“자. 고기는 많으니까 양껏 먹어라.”


불을 피우다 잠깐 사라졌던 준석이 아버님은 양손 가득 고기를 들고 다시 나타나셨다. 이거 다 먹을 수 있는 거 맞아? 고기와 버섯, 쌈채소 기타 등등을 세팅하고 본격적으로 불판에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돌판에 구워 먹었지.”


추억팔이도 곁들이시면서 고기를 구워 주셨다. 원래 고기부심 있는 사람 옆에선 그냥 얌전히 있다가 다 구우면 맛있게 먹는 게 정답이다. 더구나 이분은 펜션 사장님 인데 오죽 잘 구으시겠어? 아마 고기부심도 장난 아니실 거다.


‘미쳤네.’


고기는 평범한 거 같은데 장소가 장소라서 그런가 미친듯이 들어간다. 옆 불판에는 조개탕도 하나 올려져 있는데 정말 술이 미친듯이 땡긴다. 어지간히 많이 마셔도 숙취 하나 없을 거 같다. 법적으로 미성년자라서 한방울도 못 마시는 게 한이다.


“왈!”


응? 미친듯이 고기를 흡입하고 있는데 옆에 시고르자브종 한 마리가 돌아다니고 있다. 드럼통이 뜨거울 만도 한데 익숙한 지 근처에서 계속 알짱거리고 있다.


“너도 먹고 싶냐?”


내가 개를 안 키워봐서 그런데 이거 줘도 되는 거야? 고기를 씹으면서 고민하고 있는데 저쪽에서 아버지랑 같이 고기를 굽고 있던 준석이가 뼈에 살점이 좀 붙은 부분을 고르고 식혀서 누가 봐도 개밥그릇으로 보이는 곳에 담기 시작한다. 저건 또 언제 가져온 거야. 원래 내가 시야가 넓은 편인데 고기에 정신이 나가긴 했나 보다.


“자 천천히 먹어.”

“왈왈!”


며칠 굶은 것처럼 미친듯이 뼈를 빨아먹기 시작한다. 평소에 밥을 안 주나?


“너네 집 개야?”


준석이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하. 누렁이가 원래 떠돌던 들개였었는데 준석이를 워낙 잘 따라서 지금은 우리가 키우고 있지.”


누렁이라니 이름이 참 직관적이긴 하다. 개를 키워본 적은 한번도 없지만 그래도 인터넷에 고양이나 강아지 영상이 뜨면 한번씩 눌러는 봤다. 아, 동물 농장은 못 봤다. 보통 그 시간엔 자고 있어서 말이지.


“아하. 다들 고기를 잘 먹네. 더 가져와야겠다.”


멍하니 누렁이가 밥을 먹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준석이 아버지께서 자리를 비우셨다. 그동안 내가 살아왔던 인생이랑 다른 이런 삶도 있구나. 이렇게 유유자적 하게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 같다.


///


고기를 다 먹고 방 안에서 배를 두드리면서 누워 있다. 예전에 이런 곳을 진작 좀 다녀볼 걸 그랬나? 그럼 다녀와서 일도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인생에서 이런 곳 놀러 다닐 여유가 없긴 했어.”


일단 이런 곳에 오려면 자차가 필수니깐 거기서부터 컷이다. 그리고 여럿이 같이 가야 재밌지 혼자서 놀러 오면 진짜 재미없을 거다. 원래 음식 중에서도 일정 분량 이상의 재료를 넣고 끓여야 훨씬 맛이 있어서, 집에서 하면 때려죽여도 식당에서 파는 맛이 안 나오는 게 있다. 여행도 비슷한 점이 있는 거 같다.


아무튼 좋은 거 먹고 해도 져서 어두워진 방 안에 누워 있자니 잠이 솔솔 온다. 먹고 바로 누우면 소화 안 되는 거 너무 잘 알지만 일어나는 건 정말 귀찮다.


“그래도 잠깐 밖에 나가 볼까?”


몇 달 꾸준히 운동을 해서 그런가 원래 늘어져 있는 거 좋아했던 내 몸이 알아서 움직이고 있다. 조금 더 어두워지면 별도 보일 거 같다. 아무래도 여기는 주변에 뭐가 없어서 서울보다 별이 훨씬 더 잘 보이겠지?


방에서 별이 잘 보일 때까지 시간을 좀 죽이다가 밖으로 나왔다. 1층에 내려오니 지원이 형이 냉장고를 뒤지고 있었다.


“뭐해요?”

“응? 아 뭐 마실 거 있나 해서.”


그렇군. 아까 열어봤을 때 안에 별거 없던데.


“저 잠깐 나갔다 올게요.”

“그래.”


현관문을 열고 나가니 선선한 공기가 온몸을 스치고 지나간다. 아까 해가 떠 있을 때와는 완전히 느낌이 다르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우와와.”


서울같은 대도시에서는 광공해라고 하던가. 아무튼 그거 때문에 인공위성이나 달 정도만 보였다. 근데 여기는 차 타고 멀리 온 보람이 있는 게 별이 제법 많이 보인다. 대학교 교양수업을 듣다가 학교에 있던 천문대에 갈 일이 있었는데, 체감상 그때보다 하늘에 별이 더 많다.


‘해외에서 별 볼 생각은 한번도 못했네.’


일 마치고 호텔방이나 바에서 술 한잔 하면서 야경은 자주 봤지만 별을 본 기억은 없다. 어차피 주로 대도시로만 출장 다녀서 하늘 상태는 서울이랑 별로 다를 게 없었을 거다.


살짝 더 걸어 나와서 캠핑장 전체에 은은하게 켜져 있는 조명에서 멀어지니 별이 더 잘 보인다. 멍하니 서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여러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힐링이라는 건가.


“왈왈왈!”


응? 어디서 개소리가 들리지? 고개를 내려보니 누렁이가 발발거리면서 돌아다니고 있다. 저렇게 풀어놓고 기르다 누구 물면 어쩌지 싶어서 자세히 봤는데 알고 보니 어두워서 목줄이 안 보였던 거다. 준석이가 누렁이를 산책 시키고 있는 중이었다.


“이렇게 어두운데 산책을 시켜?”

“안 시키면 밤에 잠을 안자.”


음. 나는 평생 개 기르기는 그른 거 같다.


“아. 초대해줘서 고마워.”


준석이가 직접 나를 초대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예의는 차려야지. 이 타이밍에 이 멘트를 하는 게 적절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원래 내가 이런 애매한 인간관계에서 할 말은 하는 스타일이다.


근데 준석이는 내 감사인사를 들을 후에 그냥 고개만 끄덕이더니 별말없이 누렁이를 끌고 다른 쪽으로 가 버렸다. 참 사회성 부족한 친구다. 몇달 같은 공간에 있었던 나도 그런데 처음 보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에이. 별구경이나 마저 해야지.


///


다음날 아침 꽤 기분 좋은 상태로 잠에서 깼다. 꿈도 안 꾸고 아주 잘 잔 느낌이다. 예전에는 실적 압박 때문에 가끔 잠이 안 오기도 했는데, 요즘은 워낙 몸을 많이 써서 그런가 잠 하나는 잘 온다. 물론 가끔 꿈을 아예 안 꾸는 건 아니다.


“산책이나 다녀올까?”


시계를 보니 아직 아침 먹기는 좀 이른 시간이라 정신도 차릴 겸 해서 밖으로 나갔다. 해가 중천이면 확실히 덥지만 이 시간대는 그래도 움직일 만 하다. 연습생 생활 하면서 이렇게까지 멀리 올 일이 별로 없을 거 같은데 이참에 실컷 즐기다 가야겠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시골길을 걷고 있을 때였다.


‘어? 저거 누렁이 아니야?’


목줄은 어디 갔는지 누렁이 혼자 길을 빨빨거리고 있었다. 참견할까 싶다 가도 오지랖 같아서 신경 끄고 가는데 갑자기 검은 세단 하나가 내 시야에 들어왔다. 진행 방향을 보면 방금 누렁이가 간 쪽으로 가는 거 같은데?


그때였다.


“누렁아!!”


‘어? 저거 준석이 목소리 아니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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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 사고는 항상 동시에 여러 가지가 같이 터진다! +1 22.11.23 6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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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 3인 연습, 첫날 22.10.07 166 2 11쪽
29 (29) 뜻밖의 조우 22.10.04 185 3 11쪽
28 (28) 조별과제 1회차 모임 일단 끝 22.09.29 211 4 12쪽
27 (27) 조별과제는 역시 버스 타는 게 꿀이다 22.09.26 231 3 11쪽
26 (26) 월말평가 대격변 22.09.23 251 4 12쪽
25 (25) 어느 날 갑자기 숙소에 이상한 놈이 들어왔다 22.09.20 263 5 11쪽
24 (24) 너가 여기서 왜 나와! 22.09.16 277 6 10쪽
23 (23) 넘버스의 왕자님 22.09.14 282 6 11쪽
22 (22) B반 승급! 22.09.08 280 5 11쪽
21 (21) 토요일 끝 22.09.05 292 5 10쪽
20 (20) 개꿈 22.07.01 341 9 9쪽
19 (19) 중간고사 끝! 22.06.27 356 9 9쪽
18 (18) 새로운 도전 22.06.15 365 13 9쪽
17 (17) 올바른 셀카를 찍는 방법 22.06.13 367 13 11쪽
16 (16) 재능 22.06.09 381 15 9쪽
15 (15) 우리만의 작은 비밀 22.06.08 386 12 10쪽
14 (14) 잠깐 쉬어가기 22.06.07 390 15 10쪽
13 (13) 첫 무대 +1 22.06.02 435 14 10쪽
12 (12) 포스터 속의 그녀 22.05.31 462 1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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