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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판꿀주먹 님의 서재입니다.

전직 영업사원의 싱글벙글 연예계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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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판꿀주먹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9
최근연재일 :
2022.11.2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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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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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3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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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6) 겉과 속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DUMMY

(36) 겉과 속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바나나가 문제네.”


넘버스의 최대 주주 앨런이 잘 익은 바나나를 하나 까먹으면서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다.


“바나나가 왜요? 그거 상했어요?”

“어, 왔냐? 아니 이건 맛있는데 올해 바나나 작황이 영 안 좋네.”

“···혹시 식품기업도 주식 들고 있어요?”

“당연한 거 아니야? 기본적으로 현금장사고 배당 많이 줘서 내가 신경 거의 안 써도 달러 알아서 잘만 벌어오는데. 불황이라고 하도 밥은 먹고 살아야 하잖아?”

“그런가요. 근데 그거 맛있어 보이는데 더 없어요?”


앨런은 사무실 구석을 가리켰다. 4도어 냉장고 옆 작은 테이블 위에 잘 익은 바나나 한 송이가 놓여 있었다.


“바나나가 참 좋은 식재료야. 섬유질 많아서 변비도 예방해주고 운동하고 바로 먹으면 부담도 거의 없지. 근데 한숨은 왜 쉬냐?”

“신인 개발팀 이직률이 너무 높아서요.”

“원래 엔터업계가 다 그렇지 않나?”

“그렇긴 한데 잘 버티던 사람들도 이번에 글로벌 오디션 일정 좀 무리하게 돌려서 그런가 많이 관두네요.”

“그거길래 적당히 갈아 썼어야지. 아니면 보너스라도 좀 넉넉하게 뿌리던가.”

“··· 누가 보면 CEO출신인 줄 알겠네. 형도 투자가 전문인거지 경영 쪽은 꽝 아니에요?”

“회사 말아먹고 미국으로 야반도주한 사람보다는 경영 잘할 거 같은데.”

“아니. 이 형이 사람 아픈 구석을 찌르네.”

“회사에서는 형 말고 주주님이라고 불러라.”

“여긴 형 사무실인데요?”


언제나처럼 사이 좋은 두 사람이었다.


///


바로 다음날 아침, 승현이가 바로 내 옆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스티브가 여유 있는 시간대가 왜 하필 지금인 거지?


“그거야 여기 애들은 보통 학교를 안 다니니깐 그렇지.”


아. 맞네. 여기는 자퇴생들 천지지. 정말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이 시간대에는 여기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운동하기 참 좋았는데, 신경 쓰이는 인물이 갑자기 나타나서 그런가 오늘따라 운동이 안 되는 느낌적인 느낌이다.


“확실히 실내에서 하는 운동은 재미가 없네요.”

“어. 확실히 그렇지.”


쪄 죽을 정도로 더운 한여름 아니면 비가 미친 듯이 쏟아질 때, 그것도 아니면 한파가 몰아칠 때 정도 말고는 밖에서 사람 구경도 하면서 운동 하는 게 훨씬 시간이 잘 간다.


“근데 넌 학교 안 가냐?”

“한국 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하이스쿨을 가요?”


그렇다! 덩치만 봐서는 전혀 고등학생같이 보이지 않지만 이 자식은 무려 고1이다. 아마 학교를 다니게 된다면 우리 학교에 내 후배로 오지 않을까 싶다. 몇 없는 학교 다니는 연습생들은 나랑 반은 다르지만 다 우리 학교에 다니니깐. 승현이의 한국어 실력이 아직 부족해서 일반학교 다니는 게 무리라고 회사에서 판단한다면 어디 국제학교에라도 보내겠지.


“아. 확실히 운동은 야외에서 하는 게 좋은데. 형도 공감하죠?”

“서울은 비가 많이 와서 밖에 운동기구가 많이 없나? 캘리에서는 다들 밖에서 운동했는데. 올 때 보니깐 이야기 들었던 거보다는 안 춥던데 왜 안에서 운동을 하지?”


이 자식이 아직 K-미세먼지 맛을 못 봐서 이런 소리를 하는구나. 이 날씨에 밖에서 달리면 수명이 준다고! 아무튼 운동하면서 입을 한시도 안 쉬고 놀리는 거 보면 서부 사람들은 원래 다 이런 건가? 라는 싶은 편견이 막 생기려고 한다.


“그래. 승현이 역시 기본기가 딱 잡혀있네. 그래도 일주일 정도는 지켜보고 프로그램 짤 테니깐 쉬엄쉬엄 해.”


아니, 다른 사람 대할 때와는 다르게 승현이에게 왜 이렇게 친절한 거야? 여기 처음 온 나를 굴릴 때는 아주 만면에 미소가 가득하더니 와 배신감 생기려고 하네. 준혁이가 나를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나? 그래도 준혁이 생각을 하니 마음이 좀 편해진다. 사람은 역시 비교의 동물이라니깐.


“몸 다 풀었지? 그럼 본격적으로 운동 시작하자.


약간 좋아졌던 기분이 다시 나빠지려고 한다.


///


“자. 여기가 아침 먹는 장소야.”

“음. 별 건 없네요.”


이번에는 내가 승현이를 안내해주고 있다. 몇 달 전만 해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준혁이 뒤만 졸졸 따라다녔는데 이제 누구를 안내해 줄 정도로 성장하다니, 감개무량하다. 처음 사수 노릇 할 때도 이런 기분이었던 거 같다. 몇 달 동안 부사수가 싼 똥을 열심히 치우고 나니 그딴 건 눈처럼 사르르 녹아 버렸지만.


“근데 너 지금 어디 사냐? 숙소 사는 거 같지는 않은데.”


연습생이 입고 다니는 옷 상태를 보면 이 사람이 집에서 다니는지 아니면 숙소 생활을 하는지 아주 쉽게 알 수 있다. 대학교 때만 해도 자취나 기숙사에서 사는 애들이랑 집에서 다니는 애들이랑 대충 차이 나잖아? 비슷한 원리다.


“일단은 서울 사는 친척집에서 다니고 있어요.”


본가는 미국 땅값 비싼 동네고 서울에 사는 친척이라. 도움은커녕 모른 척만 했던 누구 친척들이 생각나네. 아, 그래도 그 중에 딱 한 분은 가끔 나한테 용돈도 주고 그러셨다. 가끔 집에 초대하셔서 맛있는 것도 사주시고 그랬었다. 전라도에 사셔서 자주 놀러 갈 수는 없었지만.


친척 이야기하니깐 갑자기 생각난 건데 나는 남들이 명절 때마다 항상 이야기하는 귀성길 교통체증이나 기차표 대란 이런 걸 하나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알바비 잘 쳐주는 명절은 나한테 대목이라 어디 갈 수도 없었고, 친척은 개뿔 가족이랑도 거의 연을 끊고 살았는데 명절 같은 건 다 남의 일이었다.


“그래? 회사는 가깝고?”

“메트로, 아 한국은 지하철이라고 하나요? 아무튼 그거 타면 금방이던데요. 처음 탔을 때 엄청 신기하던데.”


그래. 내가 비록 미국을 가본 적은 없지만 대중교통이 개판이라는 건 익히 들었다. 고등학교가 배경인 미드를 보면 고딩들이 학교 갈 때 중고 캠리 같은 거 몰고 가던데, 승현이는 운전도 할 줄 알겠네.


“그러고 보니 너. 운전 잘하냐?”

“가끔 부모님이 캠핑하다가 마신 술 안 깨시면 대신 집까지 끌고 갈 정도는 되죠.”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일이라 약간 놀랐지만 겉으로 티는 안 냈다. 그 동안 부모님이랑 주고받은 메시지와 승현이의 반응을 보면 아마 난 미국에서 온 거 같은데, 이런 걸 신기해 하면 이상하게 생각할 거다.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을 잘 아는 것처럼 연기해야 하다니.


“나도 처음에 타봤을 때 신기했지. 편하고 깨끗한데 저렴하기까지 해서.”


서울 물을 먹은 지 몇 달 지난 컨셉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방금 막 미국에서 온 애 상대로는 꽤 잘 먹힐 거다.


“그렇죠? 역시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었어.”


아직까지는 잘 먹혀 들어가는 거 같다. 내가 그래도 영업직 짬밥이 몇 년인데 고딩 하나 못 속여 먹을라고. 아무튼 그렇게 나란히 앉아서 샐러드를 씹기 시작했다.


다 먹고 학교 가기 위해서 일어났는데 승현이가 내 뒤를 계속 따라왔다.


“왜 따라오냐?”

“어. 형 사는 데 구경가면 안되나요?”

“나. 바로 학교 가야 해서 그런 거 시켜줄 여유가 없는데.”

“학교에서 언제 오는데요?”

“끝나면 바로 레슨 있어. 너는 오늘 레슨 없어?”

“있긴 하죠. 그때까지 형이랑 놀면서 시간 때우려고 했는데 이제 뭐하지?”


승현이는 진짜 심각한 고민에 빠진 듯한 눈치였다. 그래 그 자리에 앉아서 계속 고민이나 해라. 나는 학교나 가련다.


///


학교에 가서 얌전히 수업을 듣는데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현진이가 우리 교실에 들어왔다. 회사에서도 시달렸는데 학교에서도 날 가만 안 두네. 그래도 간만에 현진이를 봐서 그런가 반갑긴 하다.


“오랜만이다?”

“그래. 넌 연습 잘하고 있냐?”


현진이는 다소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원래 안 이런 애였는데 회사에서 그 프로그램 준비한다고 아주 열심히 굴리나 보다.


“평소랑 비슷하지.”

“그래? 난 요즘 죽겠는데.”


내 예상이 맞았나 보군. 근데 현진이가 나온다는 그 프로그램은 대체 언제 방영하는 거지.


“아. 그거? 여름 방학 시즌에 시작해. 자세한 건 스포라서 말할 수 없어.”


그래. 보통 저런 건 엠바고가 칼같이 걸려 있게 마련이지. 그래도 아는 사람이 나오는 만큼 1회 정도는 꼭 본방사수 해야겠다. 혹시 보면서 뭐 얻어갈 수도 있잖아?


[띵동땡동-!]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아. 난 간다.”

“그래.”


터덜터덜 우리 교실을 나가는 현진이의 뒷모습이 마치 이틀 풀로 야근하고 집에 기어들어가는 직장인의 모습 같다. 급식 때 저런 모습 보여주기 쉽지 않은데.


///


오전 수업까지만 듣고 조퇴 후 학교를 나왔다. 오늘 특별한 일정은 따로 없어서 굳이 조퇴를 안 해도 된다. 하지만 방학이 얼마 안 남기도 했고 또 내가 순수한 고등학생 1회차도 아닌데 학교에 갇혀 있어봐야 시간 낭비지.


지하철로 오면서 오늘 남은 스케줄을 하나하나 체크해본다. 몇 시간 후에 랩 레슨 들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한숨이 나온다. 하면 결국 는다고 주변에서 이야기하는데 진짜 늘긴 하는 걸까. 내가 그래도 맘먹고 달려들면 어지간한 일들은 보통 이상 성과가 나오는 편이긴 한데.


“하다 보면 결국 되겠지.”


원래 시간만이 유일한 해결책인 경우가 가끔 있다. 99시간 노력하고 포기했는데 알고 보니 딱 1시간만 더 했으면 성과가 나오는 그런 거 말이다. 현실적으로 놔 버릴 수도 없는 만큼 시도해 볼 때까지는 계속 해보는 수 밖에 없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벌써 내릴 역에 다 와간다. 들고 있던 폰을 가방에 집어 놓고 문 앞으로 가는데 어디선가 많이 보던 몽타주가 서 있다.


‘어라?’


출장 가기 전에 선물 사오라고 개소리를 했던 동기 녀석이다. 업무 파트가 다르고 연차가 올라갈수록 점점 데면데면해지고 있었는데 이렇게 우연히 보게 되다니 아주 반갑다. 근데 이 시간에 왜 회사에 안 있고 지하철을 타고 있지? 상반기 회계 결산한다고 아주 죽어나갈 시기인데?


“아. 네 팀장님. 지금 다 와가요. 네. 그 계좌로 입금 처리 했습니다.”


전화내용이 심상치 않다. 혹시 이게 뉴스에서만 듣던 직원횡령 뭐 그런 건가? 내가 알기로 입금 같은 사소한 건 저 자식 짬에 하는 업무가 아닌데?


대화를 몰래 엿들으니 호기심이 생긴다. 아직 레슨 시간까지 여유가 좀 있다. 평소에 이미지 메이킹을 잘해놔서 한번쯤 늦는다고 해도 별 문제는 없을 거다. 심심한데 미행이나 해봐야겠다. 두근두근하네.


///


몰래 따라가다 느낀 건데 교복, 특히 예고 교복같이 튀는 건 절대 미행에 적합한 복장이 아니다. 그래도 대화내용 엿들은 걸 잘 생각해보면 목적지가 어딘지 정도는 추측할 수 있어서, 그럭저럭 안 들킬만한 거리를 두고 따라갈 만 했다.


근데 계속 따라가다 보니 주변이 굉장히 익숙한 게 전 회사 근처다. 동기 녀석은 중간에 어디로 안 새고 바로 회사로 복귀해버렸다. 그냥 내 망상이었나? 어지간히 심심했나 보다.


“괜히 여기 오니깐 마음만 심난해지네.”


갑자기 회사에 이상한 놈이 들어와서 그런가 평소에 하지 않던 짓을 다한다. 이쯤에서 포기하고 돌아갈까? 지금이라도 서두르면 레슨은 제 시간에 받을 수 있을 거 같다. 막 돌아가려고 마음 먹었던 바로 그때였다.


‘어, 저 사람은?’


회사 정문 바로 앞 큰 길에서 고급 승용차가 멈추더니 한 사람이 수행원으로 보이는 사람과 같이 내린다. 약간 거리가 있어서 100% 확신은 못하지만 분명 어디선가 봤던 사람이다. 거래처 사람이었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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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 월말 평가가 모두 끝나고 나서 22.10.19 137 2 11쪽
32 (32) 두 번째 월평, 시작 22.10.14 15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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