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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판꿀주먹 님의 서재입니다.

전직 영업사원의 싱글벙글 연예계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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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판꿀주먹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9
최근연재일 :
2022.11.23 12:15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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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글자수 :
205,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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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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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27) 조별과제는 역시 버스 타는 게 꿀이다

DUMMY

(27) 조별과제는 역시 버스 타는 게 꿀이다


남산구 용산동의 그 사무실 안. 우리의 대주주씨가 커다란 모니터 앞 의자에 앉아 화면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형. 뭐해요?”

“어. 왔냐?”

“아니. 그래도 사람이 왔는데 돌아보지도 않고 뭘 그렇게 열심히 해요?”


대표가 근처까지 걸어와서 모니터를 들여다보니 화면에서는 인디게임 최고의 흥행작이 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어. 게임이네? 그런 것도 하고 사는 사람이었어요?”

“응? 뭐라고?”

“이거 레고 비슷한 게임 아니에요? 조카가 저번에 사달라고 해서 사준 생각나네.”

“아. 이거? 너 스미스씨 알지?”

“혹시 블랙스미스씨 말하는 거에요? 사옥 설계한 건축사무소 대표?”

“그래. 블랙스미스가 하이테크 건축을 하다니 아이러니가 따로 없지.”

“아니. 스미스씨랑 지금 이 상황이 무슨 상관인데요?”


편한 운동복 차림의 대주주는 앉아있던 의자를 살짝 옆으로 밀어서 대표에게 모니터 화면을 자세히 보여주었다.


“이 건물 보이지?”

“오. 잘 만들었네. 우리 조카 하는 거 보니깐 맨날 곡괭이질만 하던데. 형이 한 거에요?”

“아니. 내가 이거 만지고 있을 시간이 어디 있어?”

“그럼 지금 이건 뭔데요.”

“사옥 설계도면 아무리 봐도 잘 이해가 안 가서 좀 알기 쉬운 방법 없냐고 하니깐.”

“하니깐?”

“자기가 출강 나가는 학교에 유학중인 한국인 대학원생 하나를 소개시켜 주더라고.”

“그럼 이건 그 대학원생이?”


대주주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긍정의 표시다.


“페이 넉넉하게 송금해주니깐 엄청 빨리 해주던데? 내가 봤을 땐 분명 하청도 돌렸을 거야.”

“확실히 알아보기는 편하네요. 근데 엄청 화려하네요. 조카가 하는 거 옆에서 봤을 때는 분명 이 정도가 아니었는데?”

“서버는 뉴저지에 있는 내 개인서버 잠깐 빌려줬고 무슨 모드? 그런 거 깔라고 하더라.”


화면 안에 화려한 조명이 사방에서 고층빌딩을 비추고 있었다.


“빨리 새 사옥으로 사무실 옮겼으면 좋겠네요. 지금은 너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이제 지하 다 파고 슬슬 골조 올리고 있으니깐 조만간 완공이지. 왜 한강뷰 사무실에서 언더락 위스키라도 한잔 하시게?”

“바빠 죽겠는데 그런 거 즐길 시간이 어디 있어요. 내가 누구처럼 반백수인 줄 아나.”

“내가 공식적인 직함이 없다 뿐이지. 일하는 양만 따지면 너보다 많을걸?”


언제나처럼 사이 좋은 두 사람이었다.


///


오늘은 날씨가 좀 우중충했다. 예전에는 이런 날씨면 관절이 살짝 쑤시곤 했는데 요즘은 다른 쪽 고통이 더 심해서 그런가 잘 못 느끼겠다. 아무튼 예전에 이런 날이면 바로 운동 같은 거 포기하고 집에서 술이라도 했겠지만 이제는 자동적으로 몸이 연습실 지하로 향하고 있다.


“아. 진짜 연습생만 아니면 더 굴리는 건데.”


옆에서 스티브가 참 끔찍한 소리를 하고 있다. 날씨 때문에 지하에 습기가 좀 찬 터라 안에 에어컨을 살짝 틀어놓아서 평소보다 좀 시끄럽다. 실내 런닝머신으로 몸을 푸는데 예전에 준혁이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진짜 드럽게 재미없네.’


“왜 재미 없냐? 그럼 이거 해볼래? 이번에 새로 들어온 스텝밀 머신인데.”


스티브 옆에는 에스컬레이터와 러닝머신을 반쯤 섞어놓은 이상한 기계가 있었다. 정말 살면서 처음 보는 거다. 하지만 스티브는 익숙한지 콘솔 조작을 하면서 동시에 나한테 말을 걸었다.


“저게 뭔데요?”

“계단 운동 좋은 거 알지? 근데 평소에 하기 힘드니깐 평지에서도 쉽게 할 수 있게 만든 거야. 이거 비싸다?”


흠. 케이지 안 다람쥐처럼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고 있는 거 노잼이었는데 한번 해볼까?


“좋아요.”


그리고 그날 난 지옥 바로 앞까지 다녀왔다.


///


“흐어어.”


하체가.. 하체에 힘이 없다. 다리가 몸에 제대로 붙어 있는 거 맞지? 이런 기분은 운동이랑 담 쌓고 살다가 취직하고 신입사원 수련회 때 등산 끌려간 다음 날 이후로 처음이다. 계단 운동이라고 처음에 얕잡아봤는데 스티브가 씨익 웃더니 단계를 올린 순간부터는 반쯤 기억이 없다.


“아씨. 이 상태로 연습 어떻게 하지.”


요즘 진도 나가는 곡이 가뜩이나 스탭이 복잡한 노래라 눈에 힘 빡 안주고 있으면 바로 동작을 놓치기 일수다. 근데 다리상태가 이 모양이면 보는 거 따라서 하다가 바로 스탭이 꼬일 거다. 내 능력은 어디까지나 내 운동능력과 체력 안에서 발휘가 되는 거지 무슨 초인으로 만들어 주는 게 아니다.


좀 쉽게 비유를 하자면 오토파일럿 모드를 켠 상태인 비행기랑 같다. 항공유가 가득 차 있으면 알아서 목적지까지 잘 날아가지만, 기름 떨어지면 바로 추락이다. 비행기 생각을 하니 갑자기 식은땀이 나고 손이 덜덜 떨린다. 하체가 탈탈 털려서 그 반동이 상체까지 오는 거겠지?


‘병가. 병가 같은 건 없나’


여기도 명색이 회사인데 있지 않을까? 아무튼 힘겹게 레슨을 받으러 연습실 안으로 들어가는데 안에 분위기가 이상하다. 뭐지. 데자부인가? 아니면 개꿀잼 몰카??


“오. 유진이 왔어?”


이 와중에 지원이 형이 유달리 밝은 표정으로 날 맞이한다. 이 형이 그래도 살가운 편이긴 했지만 평소에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무슨 일이야.


“아. 네. 근데 안에 분위기가 왜 이래요?”


약간 떨떠름하게 대답을 하는데 지원이 형 바로 뒤에 있던 사람이 대신 대답을 한다. 아니 저 사람은!


“너가 유진이구나. 우리 구면이지?”


넘버스의 왕자가 여기서 왜 나오지? 당황스러운 시추에이션이네.


“아. 네. 안녕하세요.”


첫인상은 그냥 그랬던 거 같았는데 이제 와서 예의를 차린다고 뭐 크게 달라지는 게 있을까 싶긴 하다. 그래도 내 몸에 밴 습관 때문인지 자연스럽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래. 사회생활에서 인사 잘하면 나쁠 건 하나도 없지.


“너랑 지원이랑 나랑 같은 조야.”

“네?”


그 사이에 발표가 나왔어? 잠시 둘에게 양해를 구하고 넘버스 어플에 접속해서 공지에 있는 조 명단을 확인해보았다.


[B반 7조 김 지훈 / 백 지원 / 이 유진 자유곡]


진짜다. 올라운더 지훈이형, 보컬천재 지원이형 그리고 (체력만 정상이라면) 춤은 어디 가서 안 밀리는 나. 이거 완전 사기 조합이다.


‘근데 이게 잘 된 건가?’


솔직히 전체적인 퍼포먼스는 뭘 해도 될 조합이긴 하다. 근데 팀 전체의 점수는 높아도 내가 여기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전혀 예상이 가지 않는다.


‘연습하다 보면 슬슬 각이 나오겠지?’


회사에서나 학교에서도 그랬다. 사생활에서는 나랑 그렇게 궁합이 좋았던 사람도 막상 비즈니스 영역에 들어가면 생각보다 결과물이 신통치 않았던 적이 종종 있었다. 즉 해보기 전에는 모른다는 거다.


머리 한 구석으로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지훈이형에 대한 호감작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연습실 문이 열리면서 사람이 하나 들어왔다. 당연히 영준쌤인줄 알았는데 아니다.


“아. 여기 댄스B반 연습실 맞죠?”

“네.”

“공지사항은 다들 확인하셨나요?

“네!”

“오늘 예정되었던 수업은 다음주로 연기가 되었습니다. 대신 지금부터 서로 조별로 상의 하셔서 다음 월평 때 어떤 곡을 하실지 이번 주 일요일까지 넘버스 어플로 제출해주세요.”


그러고 그 사람은 밖으로 나가 버렸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 아마 신인개발팀 직원이겠지? 아무튼 다리 상태가 영 아닌데 오늘 레슨이 캔슬된 건 정말 다행이다. 설마 스티브가 이거까지 예상해서 오늘 날 굴린건가. 진짜면 정말 무서운 사람이다.


“음. 오늘 레슨은 캔슬이네. 지원아 유진아 일단 나가서 이야기 할까?”


지훈이 형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기 시작했다. 나야 뭐 상관없고 눈치를 보니 지원이 형도 별로 이견은 없는 거 같다. 그렇게 우리 셋은 밖으로 나갔다.


///


“아. 지원이랑 유진이는 같이 사는 거야?”

“네. 방은 달라요.”


지금 셋이서 연습실 근처 카페에 와 있다. 남자 셋이 카페라니 영업할 때 상대업체 사람이랑 미팅할 때 말고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 아. 생각해보면 이것도 일종의 비즈니스긴 하다.


“그래. 뭐 생각해 놓은 건 있어?”


같은 조라는 소식도 방금 전에 들었는데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 하지만 지원이 형은 좀 달랐는지 칼같이 대답이 나왔다.


“일단 2인 3인 4인에 따라서 어울린 만한 노래를 몇 곡 생각해 봤는데요···”


그 이후로 한동안 브리핑이 이어졌다. 이게 장기 연습생의 짬이라는 건가. 나는 그냥 멍청하게 반대편 의자에 앉아서 듣고만 있었다.


“음. 좋네. 유진이 너 생각은 어때.”

“좋네요.”


살면서 처음 제목을 들은 노래도 좀 있었지만 저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있자니 자동으로 설득이 된다. 여기서 내가 괜히 말을 얹어봐야 마이너스만 될 거 같다. 근데 가만히 듣고 있던 지훈이 형은 할말이 좀 많았나 보다.


“이거 좋네. 아는 조명 스탭분에게 미리 이야기하면 핀 조명도 쏴 주실 수 있을 거 같은데? 리허설도 시간대만 잘 맞으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원래 5인 안무지만 월평 무대는 좁으니깐 셋이서 해도 괜찮을 거 같아요.”


이런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자니 멍게팀장과 일 잘하는 에이스 대리, 그리고 갓 들어온 부사수가 같이 있는 거 같다. 원래 내가 에이스 대리 역할이고 우리 팀장은 평범한 사람이었지. 밥값 못하는 멍청이가 된 기분은 참 오랜만이지만 뭐 어쩌겠어. 이게 현실인데.


아무튼 결정된 노래는 도쿄돔에서 공연도 했던 보이그룹의 타이틀 곡 중 하나였다. 도쿄돔을 가보지는 못했지만 일본에서 계약하러 갔을 때 그쪽 담당자가 고시엔 단골출전하는 고등학교 출신이라 몇 가지 주워들은 이야기는 있다. 미팅 끝나고 야구 보러 간다고 일부러 미팅장소를 거기 근처로 잡는 바람에 멀리서 외관을 본 적도 있는데, 확실히 크긴 컸다.


그때는 와. 여기 4만명 넘게 채우면 그거 티켓값이 다 얼마야 이런 생각만 했었는데 참 인생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아 내 경우는 이게 아닌가?


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막힘 없이 일이 죽죽 진행되어 갔다. 이게 바로 두 베테랑 연습생의 힘인가. 직장이나 학교에서 보통 남 똥 치워주는 일만 했던 나로서는 굉장히 생경한 경험이다. 근데 가끔 또 날로 먹고 그러는 게 인생 아니겠어?


“유진이 생각은 어때?”

“좋네요. 그대로 진행하시죠.”


언젠가 이 대사 한번은 해보고 싶었는데 여기서 하게 되는구나. 근데 내 앞에 앉은 두 명이 날 이상하게 보기 시작한다.


“유진이 고등학생이라고 하지 않았어?”

“이해하세요. 가끔 이상한 드립을 치더군요. 인터넷을 많이 하나?”


역효과네. 근데 지원이 형 평소에 날 저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갑자기 배신감이 느껴진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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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 월말 평가가 모두 끝나고 나서 22.10.19 137 2 11쪽
32 (32) 두 번째 월평, 시작 22.10.14 151 2 11쪽
31 (31) 예지몽은 아닌 거 같은 개꿈 22.10.11 164 3 11쪽
30 (30) 3인 연습, 첫날 22.10.07 167 2 11쪽
29 (29) 뜻밖의 조우 22.10.04 186 3 11쪽
28 (28) 조별과제 1회차 모임 일단 끝 22.09.29 211 4 12쪽
» (27) 조별과제는 역시 버스 타는 게 꿀이다 22.09.26 231 3 11쪽
26 (26) 월말평가 대격변 22.09.23 252 4 12쪽
25 (25) 어느 날 갑자기 숙소에 이상한 놈이 들어왔다 22.09.20 263 5 11쪽
24 (24) 너가 여기서 왜 나와! 22.09.16 278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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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 B반 승급! 22.09.08 281 5 11쪽
21 (21) 토요일 끝 22.09.05 292 5 10쪽
20 (20) 개꿈 22.07.01 341 9 9쪽
19 (19) 중간고사 끝! 22.06.27 357 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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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 재능 22.06.09 381 1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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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 잠깐 쉬어가기 22.06.07 391 15 10쪽
13 (13) 첫 무대 +1 22.06.02 436 14 10쪽
12 (12) 포스터 속의 그녀 22.05.31 463 1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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