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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판꿀주먹 님의 서재입니다.

전직 영업사원의 싱글벙글 연예계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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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판꿀주먹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9
최근연재일 :
2022.11.23 12:15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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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5,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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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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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8) 조별과제 1회차 모임 일단 끝

DUMMY

(28) 조별과제 1회차 모임 일단 끝


“자. 잡담은 여기까지 하고 다시 집중하자.”


지훈이 형이 노련하게 상황을 정리한다. 이제 드립 칠 각이 보여도 좀 참아야 하나. 아. 드립은 타이밍이 생명인데. 고오급 유머가 협상장에서 얼마나 분위기를 풀어주는데!


내 앞에 있는 음료를 플라스틱 빨대로 쪽쪽 빠는데 진짜 각자 음료수 시킨 거만 봐도 성격이 다 보인다. 지훈이 형은 샷 추가 아이스 아메리카노, 지원이 형은 차이티라떼, 그리고 나는 원래 얼죽아지만 요즘에는 특별히 카페인 섭취를 안 해도 체력이 좀 남아서 아무거나 시키는 편이다. 오늘은 딸기바나나요구르트스무디가 맛있어 보여서 이걸 시켰다. 음. 이 집 스무디 잘하네. 커피맛은 어떨까?


회의는 둘이 주도했고 가끔 나한테 의견을 묻는 선에서 진행이 되었다. 옆에서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자니 여러 명이 무대를 할때는 동선이 진짜 중요해 보인다. 그리고 서로 다리나 팔각도도 가능한 한 비슷하게 맞춰야 관중석에서 볼때 이쁘다고 한다. 영준쌤이 수업 때 맨날 각 안 맞는다고 소리 지른 이유가 있었군.


단체 무대 경험은 예전에 신입사원 장기자랑 때 딱 한번 있었다. 그나마 그 중에서 제일 능력자가 영상 보고 안무 적당히 따서 가르쳐주면 그거 외우는 것만 해도 벅찼었지. 근데 지금은 동선을 논하고 있다니 격세지감이라는 게 바로 이런 건가 보다.


“유진아? 듣고 있니?”

“네? 아. 당연하죠. 어디까지 이야기했죠.”


너무 대놓고 딴 생각을 하고 있었나? 나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빛이 좀 미묘하다. 하지만 나는 무려 멀티태스킹이 되는 남자! 몸으로는 춤을 추면서도 머리 속으로 그날 무슨 샐러드가 나올지 예측을 하는 게 가능하지.


“그래. 일단 원곡에서 동선을 어떻게 바꿀거나면···”


지원이형이 옆 의자에 던져놨던 가방을 열더니 그 안에서 동그란 자석을 3개 꺼낸다. 그리고 그걸로 각자 무대에서의 위치를 마킹하기 시작했다. 저거 농구 작전 타임 때 감독들이 쓰는 거 아닌가? 저런 게 가방에서 왜 나와? 오늘 지원이 형의 새로운 모습을 많이 알고 간다.


“음. 내 생각에 동선을 그렇게 짜고 퍼포먼스를 하면 중간에 너무 쉬는 타이밍이 안 나올 거 같은데.”


나는 하나도 모르겠는데 이 와중에 지훈이 형은 또 지적할 게 있나 보다. 버스 타는 거 달달하구먼.


“그런가요? 그럼 이 부분을 이런 식으로 바꾸면 어떨까요?”


실시간으로 수정이 이루어진다. 나는 저걸 봐도 축구게임에서 바둑알 움직이는 거만 생각나다. 근데 이 둘은 이런 조약한 걸로도 무대에서 어떤 움직임이 나올지 상상이 가능한가 보다. 대단한데? 평생 숫자 가득한 보고서만 보고 살았는데 이런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접하게 되는 날도 오는군.


아무튼 그 후로도 둘 만의 토론은 계속 이어졌다. 다시 슬슬 심심해지려는 찰나에 테이블 위에 던져 놨던 폰들이 동시에 울리기 시작했다.


[띠리리리-!] [알람 왔어요!] [삐삐-! 삐삐-!]


“응?”


충전하고 있던 폰을 들고 화면을 확인해보니 넘버스 어플에 알람이 하나 떠 있었다.


[댄스B반 연습생들에게 추가 안내사항이 있습니다. 월평에서 할 노래 제출 후 각 조당 한 번씩 사전점검이 있을 예정입니다. 까먹지 말고 꼭 신청해주세요!]


“오. 월평 방식 달라졌더니 사전에 미리 한번 봐주네요.”

“저것도 영준쌤이 해줄려나? 예약은 지원이 너가 할래?”

“네. 제가 할게요. 근데 곡도 정해졌는데 이 참에 연습실도 미리 잡아 놓을까요?”

“아. 내가 미처 그 생각을 못했네. 천수동 연습실에서 하자.”


참 알아서 착착 진행되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근데 천수동 연습실? 거긴 또 어디야?


“천수동에도 연습실이 있어요?”

“아. 유진이 넌 거기 안 가봤나?”

“이번 달에 B반 올라왔는데 가봤을 리가 없죠.”


고인물 유세냐! 아무튼 지원이 형의 설명에 의하면 천수동 연습실은 메인 연습실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24시간 개방이라고 한다. B반 연습생이라면 누구나 미리 예약만 하면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다고 한다.


“그럼 예약 경쟁률이 세지 않아요?”

“숙소에서 멀어서 생각보다 세진 않아.”


하긴 나만 해도 하루 일정 다 끝나면 지쳐서 방에만 박혀 있을 때가 많으니 남들도 보통은 그럴 거다. 하다못해 헬스장만 해도 집이나 회사 근처에 있으면 가서 운동 깔짝깔작하다가 사우나라도 하고 온다. 근데 아주 조금이라도 멀면 기껏 비싼 일년 짜리 회원권 사놓고도 썩히기 일수다.


“시설이 막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프라이빗하게 연습하기는 좋아.”


경험자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뭐. 아무튼 우리 조의 첫 연습 스케줄이 정해졌다. 아 이제 집에 가서 좀 쉬자. 앉아서 쉬면 좀 나아질까 싶었는데 일어나니깐 다리상태가 아까랑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집에 가서 유진이랑 스케줄 맞춰보고 연락 할게요.”


음. 집에서도 편히 쉬기는 글렀구먼.


///


연습이 취소되어서 그런가 중간에 카페에 들렸는데도 평소보다 조금 일찍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안 보이는 거 봐서 우리가 제일 먼저 왔나 보다. 대충 씻고 다시 거실로 나와서 지원이형과 서로 스케줄을 맞추기 시작했다.


“내일은 어때?”

“내일은 레슨 꽉 차있어서 힘들 거 같은데요.”


사실 뻥이다. 레슨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내일까지 도저히 다리 상태가 회복될 거 같지가 않다.


“그래? 그럼 다음 날은 상관없지?”

“네. 그날은 레슨 하나밖에 없어서 저녁시간은 거의 통으로 비어 있어요.”


원래 그 시간에 개인연습 좀 하려고 미리 예약해 놨지만 그거야 취소하면 그만이니깐.


“알았어. 일단 지훈이 형에게 연락을 해볼게.”


지원이 형이 이야기하다 말고 잠깐 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마 톡으로 물어보는 거 같은데 그냥 전화가 편하지 않나?


“좋아. 지훈이 형도 그날 시간 난다고 하네. 근데 연습하기 전에 같이 밥 한번 먹자고 하네?”


나야 상관없다. 원래 또 같이 밥도 먹고 술도 먹고 사우나도 가고 그래야 친해지는 법이지. 비록 지금은 민증 검사 때문에 술은 못 먹지만 말이다.


“좋아요.”


아. 이제 들어가서 좀 쉬자. 참 긴 하루였다.


///


“으으으···”


침대로 다이빙했는데 아직도 다리가 땡긴다. 어디서 계단 오르기가 이쪽에서는 끝판왕이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데 절대 허튼 소리가 아니다. 예전에 잠깐 저렴한 월세에 혹해서 살았던 동네 생각이 난다. 흔히 말하는 달동네였는데 무거운 물건 들고 올라갈 때마다 아주 죽을 맛이었지.


아무튼 그래도 할 일은 해야 한다. 갑자기 일어난 이벤트 때문에 향후 일정이 다 꼬여서 픽스된 일정 말고 나머지는 다시 다 짜야 한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대부분의 B반 연습생들은 지금 다 이러고 있지 않을까 싶다.


“아. 일 다시 하는 거 진짜 싫다.”


그래도 지금은 고작 개인 스케줄 정리 다시 하는 거라 삽질도 할만하다. 예전에 결정권자 변덕으로 밤새서 만든 사업계획서랑 브리핑 자료 다 폐기해야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거 겪고 이직 결심을 굳혔었지. 정말 가족 같은 회사였어.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어쩌면 천국일지도 모른다. 몸은 힘든데 스트레스는 확실히 적다. 적어도 학자금 대출이랑 매달 여기저기서 퍼가는 각종 비용들도 없다. 물론 아직은 새로운 걸 많이 배우는 단계라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프로의 세계는 어디나 다 고난과 역경이 있는 법이다. 일할 때 하하호호 거릴 일만 있으면 오히려 돈을 내고 하지 왜 돈을 받겠어?


“진짜 세계에 들어가면 다르겠지?”


취준 할 때만 해도 이제 모두 해치웠나? 싶었는데 실상은 아니었던 것처럼 말이다. 아. 남들은 수능 끝나고 입학 기다릴 때도 그랬다는데 난 아니었다. 그 시간에도 열심히 알바를 해야 했거든.


아무튼 몸도 머리도 혹사를 했더니 아주 피곤하다. 오늘은 아주 꿀잠을 자겠어?


라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잠에 들었던 거 같다. 근데 왜 벌써 아침이야? 폰 시계를 확인해보니 서두르지 않으면 지각 각이다. 시간이 정말 미친 듯이 빨리 간다. 다들 학교 가고 회사 가자!


///


“저. 당분간 계속 조퇴해야 될 거 같은데 미리 조퇴증 끊어주실 수 있나요?”


오늘은 평소보다 약간 일찍 등교해서 바로 교무실에 갔다. 왜냐면 교무실이 우리 교실보다 밑층에 있기 때문이지. 오르락 내리락 하려면 귀찮잖아?


“아. 그러니? 한 일주일치 미리 끊어줄까?”


내 지난 학창시절 경험상 바로 잔소리부터 나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쿨하게 반응을 한다. 예고는 이래서 편하다.


“그럼 저야 좋죠. 여기 사인하면 되나요?”


일주일치 조퇴증을 손에 들고 교무실을 나왔다. 월평 준비하는데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는데 일단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다. 이거 손에 들고 나오는데 예전에 한창 과외 열심히 하던 시절이 생각난다. 과외 다 끝나면 학생에게 이런 비슷한 종이에 사인을 하게 했었다. 그리고 한달 치 수업이 모두 끝나면 모아놨던 걸 주면서 부모님에게 드리라고 했었지.


“방학 때 열심히 벌면 등록금이랑 생활비는 얼추 나왔었는데.”


처음에는 인맥도 뭐고 아무것도 없어서 학교알선 사이트를 통해서 시작했다. 그 지역에 잘 가르친다고 입소문 타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졸업하고 그냥 학원강사나 할까 진지하게 고민했을 정도로 성업했던 기억이 난다.


[띵동댕동-!]


수업 시작 종이 울린다. 빨리 교실에나 들어가야겠다.


///


오전수업이 모두 끝나고 다들 급식 먹으러 가서 지금 교실에는 나 혼자 뿐이다. 곧 조퇴하고 회사를 가야해서 자리에서 앉아 가방을 싸고 있었다. 그때 교실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그쪽으로 돌렸다. 반 애중에 하나가 뭘 두고 가서 다시 왔나 했는데 들어오는 사람은 현진이였다.


“야. 오랜만이다?”


간만에 봐서 그런지는 몰라도 얼굴 상태가 영 아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피부 하나는 진짜 좋은 편이었는데 다크가 입술까지 내려왔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준비하는 게 그렇게 빡센가.


“아. 요즘 워낙 회사에서 연습을 많이 시켜서. 학교에 오면 잠만 잤네.”

“그래? 뭐 프로그램 나간다며?”

“오. 어디서 들었냐? 근데 너네 회사에서는 진짜 아무도 안 나가?”

“내가 알기론 그래.”


물론 다 주변에서 주워들은 거라 100% 확실한 건 아니긴 하지만 알게 뭐냐. 비즈니스에서 거짓말은 금기에 가깝다. 단기적으로는 이득을 볼 지 몰라도 여러 번 볼 사이에서 신뢰관계가 깨지면 볼장 다 본거다.


근데 또 굳이 물어보지 않는 거까지 대답해 줄 의무는 없다. 상대가 그에 상응할만한 뭔가를 주었을 때면 모를까. 경험상 순진하게 알아서 술술 부는 놈들은 절대 성공할 수가 없다.


아무튼 그 소리를 들은 현진이 표정이 살짝 밝아졌다.


“그래? 그럼 그나마 다행이다. 너네 회사 실력 있는 연생들 은근 많다고 소문 자자하던데.”

“엥? 그런 소문도 돌아?”

“어. 몰랐어?”


현진이가 폰을 꺼내더니 나에게 어떤 동영상 하나를 보여주었다.


“엥?”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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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 3인 연습, 첫날 22.10.07 167 2 11쪽
29 (29) 뜻밖의 조우 22.10.04 186 3 11쪽
» (28) 조별과제 1회차 모임 일단 끝 22.09.29 212 4 12쪽
27 (27) 조별과제는 역시 버스 타는 게 꿀이다 22.09.26 232 3 11쪽
26 (26) 월말평가 대격변 22.09.23 252 4 12쪽
25 (25) 어느 날 갑자기 숙소에 이상한 놈이 들어왔다 22.09.20 263 5 11쪽
24 (24) 너가 여기서 왜 나와! 22.09.16 278 6 10쪽
23 (23) 넘버스의 왕자님 22.09.14 282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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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 토요일 끝 22.09.05 292 5 10쪽
20 (20) 개꿈 22.07.01 342 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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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 첫 무대 +1 22.06.02 436 14 10쪽
12 (12) 포스터 속의 그녀 22.05.31 463 1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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