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대판꿀주먹 님의 서재입니다.

전직 영업사원의 싱글벙글 연예계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판꿀주먹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9
최근연재일 :
2022.11.23 12:15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5,416
추천수 :
413
글자수 :
205,276

작성
22.07.01 12:15
조회
341
추천
9
글자
9쪽

(20) 개꿈

DUMMY

(20) 개꿈


그 날 이후로 별다른 일은 없었다. 그냥 예전에 회사 다니던 것이랑 비슷하게 학교 가고 회사 가서 레슨 받고 여유가 있으면 개인 연습을 했다. 그렇게 2주쯤 지났나? 아침에 운동을 하는데 스티브가 나에게 일방적으로 통보를 했다.


“이번엔 강화도요?”

“어. 한강 따라서 서쪽으로 쭉 가다 보면 경인 운하가 나오거든? 거기 자전거길 따라가다 다리만 건너면 바로 강화도야.”


말은 참 쉽게 하는데 검색해보니 대충 저번보다 2배 이상 긴 코스다. 가는 거야 모르겠는데 올 때 솔직히 걱정이 좀 된다.


“괜찮아. 낙오하면 자전거는 픽업 불러서 싣고 오고 사람은 대중교통 타고 오면 됨.”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나도 모르겠다. 당일 되면 어떻게든 되겠지 뭐.


//


저번에 피팅을 끝낸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데 저번보다 훨씬 잘나가는 기분이다. 맞바람만 없으면 더 잘 나갈 것도 같지만, 그렇다고 막 지장이 갈 정도까지는 아니라 그럭저럭 탈만하다.


“근데 저번보다 사람이 좀 적네요?”

“월말평가 망한 애들은 열외라서 그래.”


중간에 잠깐 쉬면서 지원이 형이랑 이야기를 하다가 나온 이야기다. 아. 그러고 보니 다음 월말평가도 진짜 얼마 안 남았다. 아직까지 별다른 공지가 없는 거 봐선 저번이랑 비슷한 방식이겠지?


“그럼 준석이도?”

“말은 안 하는데 아마 그럴걸.”


월말평가 한번 했다고 얼굴이 눈에 익은 연습생들이 좀 늘긴 했지만 아무래도 같이 사는 사람만은 못하다. 지원이 형은 연생 짬이 좀 있어서 다른 거 같지만, 나는 말할 사람이 여기서 딱 한 명뿐이다. 원래 이런 거 잘 신경 안 쓰고 혼자서도 잘사는 성격이었는데 환경이 급변해서 그런가 예전이랑 좀 달라진 거 같다.


“자. 출발합시다.”


얼마 안 쉰 거 같은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네?


잠시 후 공사한다고 기사로만 봤던 경인운하 자전거길이 나타났다. 토요일 오전이라 그런가 지나가는 자전거가 참 많다. 주변 풍광이 한강만은 못하긴 하지만 그래도 근처에 살면 운동하고 싶은 욕구가 좀 들 거 같긴 하다.


그렇게 계속 달리다 보니 저 멀리 큰 역이 하나 보인다. 그런데 선두그룹에 탄 사람들이 하나 둘씩 자전거에서 내리기 시작한다. 일단 멈춰 서서 상황을 지켜보는데, 갑자기 타던 자전거를 도로에 있던 트럭에 싣기 시작한다?


“어 강화도까지 간다고 하지 않았어요?”

“여기부터 도로 사정 개판이라 위험해서 섬까지는 차 타고 들어가.”


스티브가 차를 타라고 손짓을 한다. 길가에는 봉고 여러 대가 나란히 서 있었다. 저거 진짜 오랜만에 본다.


“어디 노예로 끌려가는 건 아니죠?”

“나도 처음에는 그런 생각을 했지.”


그렇게 지원이형과 재미없는 농담을 주고 받으며 차 안에 몸을 구겨 넣었다.


///


다행히 어디 끌려가는 불행한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다리를 건너고 조금 지나자 바로 잘 정비된 자전거 도로가 보였고 다들 봉고차에서 내려서 다시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슬슬 점심시간이라 밥 생각이 들 즈음 음식점 하나가 보였다. 길가에서 봤을 때는 이 인원이 다 들어갈까 싶었는데 막상 안에 들어가니 내 생각보다 꽤 넓다.


“자. 오늘은 여기서 밥 먹고 갑시다.”


장어다! 고오급 식자재인 관계로 가끔 회식할 때나 먹을 수 있었는데 소금구이일까 양념일까? 사장이랑 스티브는 안으로 들어갔고 나머지 사람들은 밖에 적당히 나눠 앉았다. 예약을 미리 해놨는지 거의 앉자마자 바로 밑반찬 세팅이 끝나고 화로에 넣을 숯도 하나 둘씩 날라져 왔다.


“힘들어도 맛있는 거 먹는 재미로 여기 따라 온다니깐.”

“그러게요. 진짜 맛있네.”


원래 밖에 나와서 먹으면 뭘 먹든 훨씬 맛있는 법이다. 그런데 꼭두새벽부터 칼로리 열심히 태우고 먹는 기름진 보양식? 긴 말이 필요 없다. 굽다가 기름이 많이 빠지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하지도 않고 담백하다. 가끔 기름이 불에 떨어지면 불이 확 오르기는 하지만 내가 또 고기 굽는 거 하나는 잘한다. 한 손에 든 집게로 안타게 열심히 컨트롤하면서 다른 손으로는 열심히 주어 먹었다.


“아. 잘 먹었다.”

“장어가 신선하네요. 양념한 건 안 먹어도 되겠는데요?’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공짜로 밥 먹는데 양념 맛은 봐야지. 배는 적당히 찼지만 아직 양념 장어 몇 점 정도는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 잠시 후 접시 한 가득 맛있어 보이는 양념장어가 나왔다. 재료가 이렇게 좋으면 신선한 소금구이가 역시 최고지만 양념한 것도 일단 장어다!


양념 장어까지 와구와구 해치우고 나니 음식점 주변 풍광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근데 섬에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느꼈던 거지만 주변 지형이 좀 이상한 거 같다. 내가 지리학에 조예는 별로 없지만 상식은 있다. 원래 섬에는 분지 같은 거 없는 거 아닌가?


“아 그거? 개척해서 섬 사이를 메워서 그렇다는데?”

“오. 형은 어떻게 알아요?”

“준석이네 친척이 강화 살거든. 지나가다 들었어.”


그럼 저번에 바리바리 싸고 온 그것들이 다 강화도에서 재배한 건가 보다. 어릴 때부터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자랐겠군. 근데 여기서 갑자기 궁금한 점 하나! 과연 오늘 준석이가 여기 왔으면 관련 썰을 풀었을까?


“일년 넘게 본 나도 음악 이야기할 때 말고는 준석이가 5분 이상 말하는 걸 본적이 없어.”


입 터는 걸로 밥 먹고 살았던 내 입장에선 이해가 안 가지만 뭐 세상에는 이런저런 사람들이 있는 법이다. 근데 이제 슬슬 출발할 때 되지 않았나?


“다들 잘 먹었죠? 이제 출발합니다.”


말이 씨가 되었다. 그래도 맛있는 거 많이 먹어서 그런가 아까보다는 훨씬 기분이 좋다.


밥 먹고 해안도로를 따라 섬을 반 바퀴 정도 돌고 다시 다리를 건너 육지로 돌아왔다. 노후에 이런 곳에 집 하나 짓고 유유자적 살면 참 좋을 거 같다. 전원주택이 싼 건 아니지만 그래도 서울 아파트보다는 싸지 않을까?


“자. 자전거로 복귀할 사람은 알아서 가고 힘든 사람은 여기 자전거 싣습니다. 실시!”


예전보다 체력이 좋아지긴 했지만 도저히 다시 돌아갈 자신이 없어서 얌전히 자전거를 트럭에 싣고 근처 지하철역으로 이동을 했다. 대부분 이럴 줄 알았는데 극소수긴 했지만 진짜 몇 명은 자전거를 타고 저 멀리 달려나가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여기는 기획사가 아니라 태릉선수촌이야.”


아. 요즘은 태릉이 아니고 진천으로 이사를 갔던가. 아무튼 저 엄청난 체력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스티브야 그렇다고 쳐도 사장은 전직이 뭐였는지 참 궁금하다. 혹시 선출인가?


///


“아이고. 우리 회원님 체력 진짜 좋아지셨네요. 당연히 차 타고 갈 줄 알았는데?”

“스티브. 제발 그래도 내가 명목상은 고용주인데 사장이라고 부르면 안될까?”

“아. 회원님이 입에 붙었네요. 근데 제 월급은 사실상 앨런이 주는 거 아니었나요?”

“그래. 나 바지사장이다!”


사장은 평소에 쌓인 게 좀 많은 듯 하체는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지만 입으로는 불을 토하고 있었다. 하지만 옆에서 같이 달리던 스티브는 한마디도 지지 않고 대꾸를 했다.


“아무튼 PT는 좀 빠지지 말고 와요. 앨런 반만 하면 얼마나 좋아?”

“요즘 일이 너무 많아서 그래.”

“앨런보다 많아요?”

“일반인이랑 괴물은 비교하지 말자고.”

“아무튼 그렇게 운동 안 하면 한번에 훅 간다니깐?”

“그래도 유산소는 꾸준히 하잖아.”

“나이 들수록 사람이 근력운동을 해야 한다니깐요.”

“알았어. 내가 알아서 할테니깐 닥치고 자전거나 타자.”


이 대화를 끝으로 둘은 자전거를 타고 달려나갔다.


///


후.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다가 지하철 좌석에 앉으니깐 편하다. 엉덩이가 좀 아프긴 하지만 그래도 진짜 서울까지 패달 굴리면서 가는 것 보다는 선녀다. 근데 밥 먹고 가만히 앉아 있으니깐 졸음이 폭풍처럼 몰려온다. 중간에 내려서 한번 환승을 해야 하지만 이중에 누군가는 날 깨워주지 않을까 싶어서 안심하고 눈을 감았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알람 맞춰놓은 기억이 없는데 옆에서 누가 안 끄고 있나 싶어 실눈을 뜨고 옆을 보는데 어라? 최이사가 왜 있지? 마침 그때 안내방송이 나왔다.


[홍콩공항역니다! 비행기에 탑승하실 승객분들은 빠짐없이 하차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아. 이사님 깨워야겠다. 근데 그때 누가 내 어깨를 툭 쳤다.


“유진아. 그만 자고 일어나.”


그리고 귀에는 익숙한 한국어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는게 들리기 시작했다.


[이번역은 김포공항 김포공항 역입니다. 5호선 / 9호선 방면으로 환승하시거나 김포공항을 이용하실 승객분들은 신속히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뭐야. 꿈이었어? 아무튼 빨리 내려야겠다. 탈 때는 몰랐는데 자전거 헬멧 든 사람 수십 명이 지하철 한 칸에 몰려있는 거 이거 참 은근 눈치 보이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직 영업사원의 싱글벙글 연예계 생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1 (41) 사고는 항상 동시에 여러 가지가 같이 터진다! +1 22.11.23 70 1 11쪽
40 (40) 너 부자였구나? 22.11.14 92 3 12쪽
39 (39) 어느 여름날 22.11.10 78 4 11쪽
38 (38) 별다른 거 없는 평범한 하루 22.11.07 87 3 11쪽
37 (37) 과연 진짜 우연한 만남일까요? 22.11.04 99 1 11쪽
36 (36) 겉과 속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22.10.31 115 4 12쪽
35 (35) 뉴페이스 등장! 22.10.28 121 2 11쪽
34 (34) 초대 22.10.25 133 2 11쪽
33 (33) 월말 평가가 모두 끝나고 나서 22.10.19 137 2 11쪽
32 (32) 두 번째 월평, 시작 22.10.14 151 2 11쪽
31 (31) 예지몽은 아닌 거 같은 개꿈 22.10.11 164 3 11쪽
30 (30) 3인 연습, 첫날 22.10.07 167 2 11쪽
29 (29) 뜻밖의 조우 22.10.04 186 3 11쪽
28 (28) 조별과제 1회차 모임 일단 끝 22.09.29 211 4 12쪽
27 (27) 조별과제는 역시 버스 타는 게 꿀이다 22.09.26 232 3 11쪽
26 (26) 월말평가 대격변 22.09.23 252 4 12쪽
25 (25) 어느 날 갑자기 숙소에 이상한 놈이 들어왔다 22.09.20 263 5 11쪽
24 (24) 너가 여기서 왜 나와! 22.09.16 278 6 10쪽
23 (23) 넘버스의 왕자님 22.09.14 282 6 11쪽
22 (22) B반 승급! 22.09.08 281 5 11쪽
21 (21) 토요일 끝 22.09.05 292 5 10쪽
» (20) 개꿈 22.07.01 342 9 9쪽
19 (19) 중간고사 끝! 22.06.27 357 9 9쪽
18 (18) 새로운 도전 22.06.15 366 13 9쪽
17 (17) 올바른 셀카를 찍는 방법 22.06.13 368 13 11쪽
16 (16) 재능 22.06.09 381 15 9쪽
15 (15) 우리만의 작은 비밀 22.06.08 386 12 10쪽
14 (14) 잠깐 쉬어가기 22.06.07 391 15 10쪽
13 (13) 첫 무대 +1 22.06.02 436 14 10쪽
12 (12) 포스터 속의 그녀 22.05.31 463 14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