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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판꿀주먹 님의 서재입니다.

전직 영업사원의 싱글벙글 연예계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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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판꿀주먹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9
최근연재일 :
2022.11.23 12:15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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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03
추천수 :
413
글자수 :
205,276

작성
22.06.15 12:25
조회
365
추천
13
글자
9쪽

(18) 새로운 도전

DUMMY

(18) 새로운 도전


“자. 일단 이쪽으로 가죠.”


강사가 나를 연습실 뒤쪽 하얗게 칠해진 벽 쪽으로 인도했다. 카메라 찾는 훈련 용도 말고도 다른 용도가 있었나 보네. 그리고 블라인드를 걷어 올리고 창문 밖을 내다보더니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음. 아무래도 자연광으론 부족할 거 같네.”


그러더니 창고에서 증명사진 찍을 때 봤던 조명을 하나 꺼내오더니 바닥에 설치하기 시작했다. 천장에 달린 조명까지 모두 키고 나니 일반적인 연습실에서 스튜디오 비슷한 공간으로 변신을 했다. 검은 우산 같은 거랑 커다란 카메라가 없는 거 말고는, 몇 년 전 여권 만들러 갔었던 사진관이랑 똑같다.


“이 정도면 세팅은 끝난 거 같네요. 좋아요. 수강생분 이름이?”

“이유진입니다.”

“좋아요. 그럼 유진 학생이라고 부를게요. 그럼 일단 테스트 겸 해서 사진 하나 찍어볼래요?”

“제 폰으로요?”

“네. 조명이랑 각도 신경 써서 한번 찍어봐요.”


뭐 찍으라면 찍어야지. 나는 평소대로 셀카를 찍어서 강사한테 보여줬다. 근데 그 결과물을 본 강사가 한숨을 대놓고 쉬면서 말을 했다.


“본판이 나쁘지 않아서 이 정도지. 일반인이 이런 식으로 찍었으면 후··· 말을 말죠.”


뭐야. 이렇게 대놓고 면전에서 평가를 한다고? 솔직히 난 아무리 봐도 큰 차이를 못 느끼겠다. 내가 그렇게 사진을 못 찍나?


“일단 기본부터 시작하죠. 우선 조명이 사진에서 얼마나 중요하냐면...”


그 후로 한참 강의와 실습이 이어졌다. 와. 무슨 셀카 한 장 찍는 과정이 이렇게 복잡하지? 그래도 사진을 수 백장씩 찍고 나니 나름 그럴듯한 결과물이 나와줬다. 근데 표정 짓느라 평소에 잘 안 쓰는 얼굴 근육을 계속 써서 그런가 여기저기가 몹시 땡긴다.


“음. 그래요. 이 정도면 얼굴이 아깝지 않은 사진이네요.”


사진을 더 안 찍어도 되니 다행이다. 방금 찍은 사진과 전에 내가 대충 찍은 사진을 비교하면 확실히 퀄리티 차이가 보이긴 한다. 역시 전문가의 손길이 닿으면 뭔가 다르긴 다르다.


“그럼 다음에 또 안보길 빌면서 수업은 여기까지 하기로 하죠.”


이러곤 바로 쿨하게 밖으로 나가 버렸다. 강사 이름도 못 들었네. 내 생각보다 수업 시간이 길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알찬 수업이었다. 근데 오늘 배웠던 게 얼마나 기억에 오래 남을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원래 음식점 가서 먹기 전에 음식 사진 찍는 거 절대 이해 못하는 사람이었거든.


급하게 잡힌 수업이 끝났는데 시간이 애매하게 붕 떴다. 수업이 언제 끝날지 몰라서 연습실 예약도 안 잡았는데 이대로 집에 가서 공부나 해야 하나? 그때 메시지가 하나 왔다.


[최대한 빨리 와라.]


스티브다. 분명 아침에 운동하면서 봤는데 무슨 일이지? 성격이 급해서 조금만 늦어도 성질부터 내는 인간이라 일단 군말 없이 바로 지하로 내려갔다.


“오. 벌써 왔냐? 빠른데?”

“네. 마침 회사에 일이 있어서 위에 있었어요.”

“그래. 긴말 말고 일단 이리 와봐.”


스티브는 나를 체육관 한쪽 구석으로 안내했다. 거기에는 왠지 비싸 보이는 자전거가 한대 서 있었다.


“저번에 잰 수치 기반으로 피팅 대충 하기는 했는데 그래도 일단 타봐. 미세한 건 타봐야 아니깐.”

“어? 농담인 줄 알았는데 진짜였어요?”

“나는 운동 관련된 건 한입으로 두말 안 하는 사람이다.”


진짜로 자전거를 주는구나. 근데 맨입으로 주지는 않을 거고 조만간 저거 타고 장거리 뛰어야 할 거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좋아. 안장 높이는 이 정도면 될 거 같고 한번 나가서 타고 올래?”

“아. 해도 곧 지는데 나중에 타면 안 될까요?”

“걱정 마. 그럴 줄 알고 야간 장비까지 다 준비해놨지.”


스티브는 신나서 내 자전거에 라이트며 백미러 같은 악세사리들을 달기 시작했다. 그래 밤공기 좋은데 잠깐 달리고 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


///


살면서 내가 이 시간에 한강에서 운동을 할 줄은 몰랐다. 낮에는 슬슬 더워지던데 해가 넘어가니 약간 싸늘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일단 자전거는 매우 잘 나가서 기분이 좋았다. 전에 타던 것도 못 탈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건 커스텀이라 그런지 아니면 새거라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나름 절제하면서 속도 조절을 안 하면 사고라도 낼 거 같았다. 맞바람 안고 달려도 이 정도네.


“후. 이제 돌아가 볼까?”


지금 기분 같으면 더 멀리 갈 수도 있겠지만 집에 가서 해야 할 것도 있으니 슬슬 돌아가는 게 좋을 거 같다. 잠깐 자전거를 세우고 벤치에 앉아서 근처 한강다리를 보는데 불이 하나 둘씩 들어오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굳이 입장료까지 내고 고층건물 전망대에 올라가서 야경을 보는지 이해가 잘 안 갔었는데, 지금 보니깐 확실히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 이래서 성공한 사람이 밤에 자기 집에서 야경 감상하면서 온더락으로 위스키를 마시는 건가? 거기까지 안가도 예전에 집에서 강남에 있는 고층건물들 반짝반짝 거리는 거 멀리서 보면 멋있긴 했다.


돌아갈 때는 라이트를 켰는데도 어두워서 조심조심 달려야 했다. 괜히 가다가 중간에 운동하는 사람 치기라도 하면 큰일이라 엄청 사리면서 회사로 복귀했다. 근데 이거 자전거 어디다 보관하지?


“그래. 잘 나가냐?”

“네. 뭐. 근데 이거 어디가 놔두죠?”


일단 지하까지 자전거를 들고 내려와서 스티브에게 물어보니 이리로 오라고 손짓을 한다. 그쪽으로 가니 두꺼운 철문 같은 게 하나 있다. 큰 자물쇠도 하나 달려 있는데 그걸 따니 안에 각종 운동기구가 가득했다.


“보통은 여기다 보관하지.”

“아. 저건 스티브 건가요?”


한쪽 구석에 문외한이 봐도 완전 선수급들이 탈만한 걸로 보이는 자전거가 한대 서 있었다. 저번에 두물머리로 라이딩 다녀올 때는 멀리서 봐서 잘 몰랐는데, 가까이서 보니 진짜 비싸 보인다.


“그래. 저거 진짜 어렵게 구한 거야. 한국에선 커스텀으로 세팅하기 진짜 힘들어서···”


이러고 한창 미국에선 어쨌느니 저쨌느니 썰을 풀려고 한다. 어지간하면 들어주겠는데, 집에 가서 할 일이 많아서 대충 중간에 말을 끊었다.


“아. 전 이만 집에 가야 해서요. 다음에 봐요.”

“어. 그래. 식단 관리 소홀하게 하지 말고 틈나면 플랭크 같은 것도 좀 해라.”


저 소리 진짜 귀에 인이 박히겠네. 빨리 여기서 탈출해야지.


///


집에 와서 책상에서 공부를 하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바닥에 요가 매트 깔고 플랭크를 하거나 아니면 요가 자세로 책을 보면 일거양득이 아닐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어떤 선을 넘어버린 거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바로 실행에 옮겼다.


‘오! 생각보다 할만한데?”


이거 하면서 동시에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걸 같이 하는 건 좀 힘들어 보인다. 근데 암기과목 같은 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 같다.


근데 이게 단점이 하나 있다.


“어우. 어지러워.”


두뇌와 근육을 동시에 써서 그런가 막상 할 때는 몰랐는데 일어나니깐 머리가 핑핑 돈다. 다음에는 플랭크 할 때 타이머 맞춰놓고 해야겠다. 아. 그리고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체력도 2배 이상으로 쓰는 거 같다. 오늘밤은 완전 기절각인데.


이런 식으로 자세를 바꿔가면서 공부를 하는데 벌써 잘 시간이다. 내일 못 일어나는 거 아니겠지?


///


전날 몸과 머리 양쪽을 혹사시켜서 그런가 아침에 겨우겨우 침대에서 일어났다. 주말이 며칠 안 남긴 했지만 다음주가 중간고사라서 이번 주는 편히 쉬긴 그른 거 같다. 근데 시험기간이라 그런가 평소에 눈에 안 들어오던 방바닥 먼지 상태가 매우 신경 쓰인다. 집에 청소도구가 있으면 주말에 청소라도 좀 해야지.


근데 확실히 시험기간이 되니깐 많은 연습생들이 왜 자퇴를 선택하는지 이유를 알 거 같다. 중간에 조퇴한다고 해도 등교시간 합치면 5시간 넘게 날리는 거고, 개인연습시간과 학교 공부시간을 같이 가져간다는 게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물론 특수케이스니깐 제외.


아. 그리고 요 며칠 정신 없어서 까먹고 있었는데, 현진이가 학교에서 말한 서바이벌 프로그램 그거 숙소 사람들에게 못 물어봤다. 우리 집 사람들 모두 통 집에 붙어 있질 않고, 집에 들어와도 보통 방에만 박혀 있어서 은근 이야기할 타이밍이 안 나온다. 그나마 준혁이랑은 운동 스케줄이 좀 겹치는 편인데 오늘은 그것도 아니다.


아무튼 잡생각은 그만하고 이제 침대에서 나와서 다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해야 한다. 아. 나가기 싫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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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 두 번째 월평, 시작 22.10.14 15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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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 3인 연습, 첫날 22.10.07 16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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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 조별과제는 역시 버스 타는 게 꿀이다 22.09.26 231 3 11쪽
26 (26) 월말평가 대격변 22.09.23 252 4 12쪽
25 (25) 어느 날 갑자기 숙소에 이상한 놈이 들어왔다 22.09.20 263 5 11쪽
24 (24) 너가 여기서 왜 나와! 22.09.16 277 6 10쪽
23 (23) 넘버스의 왕자님 22.09.14 282 6 11쪽
22 (22) B반 승급! 22.09.08 280 5 11쪽
21 (21) 토요일 끝 22.09.05 292 5 10쪽
20 (20) 개꿈 22.07.01 341 9 9쪽
19 (19) 중간고사 끝! 22.06.27 356 9 9쪽
» (18) 새로운 도전 22.06.15 366 13 9쪽
17 (17) 올바른 셀카를 찍는 방법 22.06.13 367 13 11쪽
16 (16) 재능 22.06.09 381 15 9쪽
15 (15) 우리만의 작은 비밀 22.06.08 386 12 10쪽
14 (14) 잠깐 쉬어가기 22.06.07 390 15 10쪽
13 (13) 첫 무대 +1 22.06.02 436 14 10쪽
12 (12) 포스터 속의 그녀 22.05.31 462 1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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