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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판꿀주먹 님의 서재입니다.

전직 영업사원의 싱글벙글 연예계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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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판꿀주먹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9
최근연재일 :
2022.11.23 12:15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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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5,276

작성
22.10.1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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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33) 월말 평가가 모두 끝나고 나서

DUMMY

(33) 월말 평가가 모두 끝나고 나서


“오.”

“미쳤는데.”


넘버스의 B반 연습생들이 대기하고 있는 대기실 안, 앞쪽 커다란 티비 모니터 화면에 7조 김지훈 백지원 이유진 연습생의 무대화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지훈이 형이나 지원이는 잘하는 거 알았는데 쟤는 뭔데 저렇게 무대를 잘하냐? 들어온 지 얼마 안되지 않았어?”

“지원이 형 보컬은 역시 미쳤네요.”


다들 경쟁관계임에도 생각보다 무대 평가가 후하다. 근데 이유진 연습생의 랩파트가 시작되면서 약간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음. 애매하네요.”

“못하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잘한다고 하기는 좀.”

“쟤 연생 기간 생각하면 저 정도면 잘하는 거 아님? 저 월차 때 너 생각해봐.”

“아. 형. 여기서 그 이야기가 왜 나와요!”


평가가 꽤나 다채롭다. 아무튼 이런 연습생들의 평가를 받은 7조의 무대가 슬슬 끝나고 있었다.


///


아. 드디어 끝났다. 올라가기 전까지만 해도 팔다리가 후들후들거렸는데, 핀조명 딱 켜진 순간부터 뭔가 스위치라도 켜진 것처럼 나도 모르게 몰입을 한 거 같다.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내가 무대를 잘했는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영상 올려주면 모니터링 하면서 확인해 봐야지.


“휴. 드디어 끝났네.”

“그래. 다들 수고했어.”


지훈이 형이나 지원이 형도 비슷한 심정인 거 같다. 다음 조가 거의 바로 무대에 올라와야 해서 끝나고 서로 대화를 오래 하지는 못했지만, 대충 분위기를 보니 무대를 망친 거 같지는 않다.


‘근데 배고프네.’


긴장이 풀렸는지 급격하게 허기가 몰려온다. 재빠르게 무대를 내려와서 대기실로 향했다. 무대 하기 전부터 눈여겨봤던 샌드위치 하나를 들고 옆에 아이스 박스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비타민 음료네! 이것도 한 병 꺼내 들고 내 자리로 돌아왔다.


“맛있게 드세요.”

“그래. 유진이 너도 많이 먹어라.”


아침도 거르고 무대를 해서 그런가 엄청 잘 들어간다. 대충 봤을 때 수량은 넉넉한 거 같은데 하나 더 먹어도 될까? 만약에 모자라면 어쩌지 이런 생각들을 하는데 지원이 형이 이런 내 생각을 알아차렸나 보다.


“양껏 먹어도 상관 없을걸?”

“엇. 그래도 되나요?”

“어. 저거 어차피 남을 거야.”


지원이 형의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애초에 수량을 아주 넉넉하게 가져다 놓는다고 한다. 남는 건 기부한다고 하는데 저 이야기를 들으니 지방 어떤 도시 유명 빵집 이야기가 생각난다. 거기 출신 동기 녀석이 엄청 자랑했었는데. 난 그 동네 근처도 안 가봐서 그런가 별로 공감이 가지는 않았다. 어차피 맛있는 빵집은 서울에도 많아서 말이지.


아무튼 부담 없이 샌드위치를 하나 더 들고 자리로 돌아와서 남은 무대를 즐기기 시작했다. 내가 직접 무대를 안 하고 앉아서 남들이 하는 걸 보기만 하니깐 참 소화가 잘 된다. 무대를 보면서 아 내가 부족한 점이 뭔지 혹은 나는 저런 실수를 하면 안되겠구나 등등 느끼는 게 제법 있다.


그렇게 긴 하루가 지나갔다.


///


다음날 내 생각보다 꽤 일찍 일어났다. 오늘은 아침 운동 스케줄도 따로 레슨이 잡힌 것도 없다. 평소 같았으면 개인 연습이라도 하러 나가야겠지만 솔직히 오늘까지 연습하러 나가기는 싫다. 오전에는 좀 빈둥거려야겠다. 밥 먹고 오후에 운동 좀 하다가 방 안에서 교과서나 좀 들여다 봐야겠다. 기말 고사가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거든.


“아. 침대에서 나가기 참 힘드네.”


대충 하루 계획은 짜 놓았지만 이불 밖은 너무 위험하다. 그래도 씻긴 해야 하니깐 일단 방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준혁이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오. 아직 안 나갔냐?”

“오늘은 좀 쉴라고.”

“지원이 형은?”

“좀 전에 연습실 간다고 나갔어.”


월평 다음 날도 연습을 하러 갔네. 이 지독한 사람.


“화장실 안 쓰지?”

“어.”


간단하게 대화를 주고받고 바로 씻으러 들어갔다. 아. 사람은 왜 매일 씻어야 하는 걸까.


대충 씻고 나왔더니 아직까지 거실에 준혁이가 앉아 있었다. 심심한데 말이나 걸어 볼까?


“야. 어제 잘했냐?”

“엉? 뭐야 우리 무대 안 봤어?”


보기야 봤지. 근데 무대 마치고 긴장 다 풀린 상태에서 봐서 그런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솔직히 준혁이네 조 무대가 소름 끼칠 정도로 인상이 깊지도 않았고.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말하면 싸우자는 거니 그냥 적당히 둘러댔다.


“아니. 보긴 봤는데 무대 밖에서 보는 거랑 무대 하는 사람이 느끼는 거는 좀 다르잖아.”

“그렇긴 하지. 근데 너도 많이 늘었더라? 강남에 사남? 이런 랩 하지 않았었냐? 크크크.”


이 새끼가 남의 흑역사를 꺼내네. 그래도 일단 내가 어른이니깐 참는다.


“생각보다 괜찮게 한 거 같긴 해.”


준혁이가 바로 말을 돌린다.


“그래? 말수 없는 사람이라고 하더니.”

“말을 계속 거니깐 그래도 대답은 하더라고.”


그래도 약간 한이 남았는지 계속 썰을 풀려고 한다. 음 어지간하면 들어주겠는데 이제 나가야 하니 이 정도에서 끊자.


“어. 그래 남은 이야기는 나중에 해줘.”

“뭐? 아직 할 이야기 많은데?”


도망가길 잘했다. 저 자식은 주변에 친구도 없나 왜이리 나만 보면 말을 못 걸어서 안달이지?


///


면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숙소 근처 카페에 와 있다. 전에 왔던 곳과는 다른 가게다. 맨날 트레이닝 복만 입고 다녀서 그런가 가끔은 이런 차림도 나쁘지 않은 거 같다. 이제 더 더워지면 긴 바지는 못 입을 거 같다. 슬슬 여름에 입을 연습복도 하나 사야 하나? 예전에 나 회사는 어떻게 다닌 걸까?


“한여름에 수트 차림은 지옥이었지.”


우리 회사 전산 파트는 그래도 복장이 자유로운 편이었지만, 영업 쪽은 무조건 FM이었다. 상대 회사에서 영업한다고 어디서 굴러들어 온 놈이 반바지에 하와이완 남방 차림으로 사무실에 들어오면, 나라도 전혀 신뢰가 안 갈 거 같긴 하다. 물론 회사에 진짜 저런 복장으로 출근하는 미친 놈은 아마 인성검사에서 다 걸러졌을 거다.


다시 현실로 돌아오자. 일요일 이맘때는 참 조용하고 뭔가 여유가 넘치는 그런 시간대다. 내가 월평이라는 큰 고비를 넘겨서 더 그런 것도 있겠지만, 이렇게 창가 자리에 앉아 라떼 하나 시켜놓고 바깥 구경을 하고 있노라면 행복이 별 게 있나 싶다.


“책은 대체 왜 들고 온 거야.”


혹시 잠깐이라도 들여다볼까 싶어서 노트 필기 복사본을 가방에 넣어 왔는데 전혀 꺼내 볼 생각이 안 든다. 아. 반 친구들한테 부탁하니깐 내 생각보다 훨씬 수월하게 빌릴 수 있었다. 맨날 빌려주는 입장이었다가 반대 역할을 하게 되니 기분이 좀 묘하긴 했다.


“내가 또 필기 하나는 기깔나게 했지.”


필체는 악필과 평범함 그 중간 어딘가에 있었지만 그래도 내용 정리 하나는 참 잘했었다. 이 스킬 나중에 보고서 같은 거 쓸 때도 잘 써먹었지.


아무튼 이렇게 백수처럼 시간을 흘러 보내다 보니 어느덧 점심 시간이 다 되어 간다. 오후 스케줄이 빡빡한 만큼 뭔가 맛있는 게 먹고 싶어진다.


‘뭐 먹지?’


남은 커피를 원샷 때리고 카페를 나와 정처 없이 걷기 시작했다. 애매할 때는 역시 국밥인가? 이 동네는 예전에 술 마시러 몇 번 왔던 게 다라 잘 모르는 편이다. 하지만 이렇게 상권이 큰 동네에 국밥집 하나 없을 리가 없다.


역시 잠깐 걸어가다 보니 바로 콩나물국밥집이 하나 보였다. 개인적으로 뼈해장국이나 설렁탕 쪽을 더 선호하는 편이지만 가끔은 이것도 나쁘지 않지. 바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여기 전주시장식 국밥 하나요.”


일요일이라 그런가 식당 안에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전날 달리고 해장하면서 또 한잔 하는지 옆 테이블 위에 소주병이 굴러다니는 게 보인다. 해장술이라니 어지간히 술꾼인가 보네.


국밥 나오길 기다리면서 폰으로 넘버스 어플을 켰다. 월평 영상은 아직 안 올라와 있다. 하긴 직원들도 사람인데 벌써 올리길 기대하는 건 좀 양심이 없긴 하다. 기왕 켠 김에 이것저것 보고 있는데 곧 국밥이 나왔다. 이렇게 빠르다니! 역시 K-패스트푸드!


“콩나물 국밥은 또 오랜만이네.”


내가 다니던 학교 근처에 진짜 유명한 콩나물국밥집이 있었다. 가격대가 국밥 치고는 꽤 높은 편이어서 자주 가지는 못했지만, 가끔 술 좀 많이 마셔서 속이 영 아니다 싶은 날은 해장하러 가곤 했다. 그러고 보니 학교 주변에 맛집이 참 많았었어.


“당장 돈만 안 급했으면 아마 대학원도 가지 않았을까?”


특정 부류의 사람 면전에서 이야기 했다간 얻어맞을 생각을 하면서 훌훌 국밥을 들이켰다. 이 집도 추억의 그 집 정도는 아니지만 평균 이상이다. 기억해 놔야지.


///


밥 먹고 소화도 시킬 겸 주변을 슬슬 걸어 다니고 있다. 원래 밥 먹고 바로 운동하면 위장에 안 좋다. 절대 운동하러 가기 싫어서 그런 게 아니다. 아무튼 그렇게 슬슬 걸어 다니다가 약속한 시간이 되어서 운동을 하러 내려갔다.


‘여긴 참 변한 게 없구나.’


처음 왔을 때랑 비교해서 구석에 스텝밀머신이 하나 새로 생긴 거 말고는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여러 사람이 쓰는 만큼 약간이라도 신경을 덜 쓰면 바로 어지러워지기 마련인데, 스티브 앞에서 그런 짓을 하면 바로 다음 운동 때 무게나 횟수를 올려 버린다. 고로 어지간히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이상 루틴 하나가 끝나면 바로바로 정리를 해야 한다.


“오. 왔냐? 우리 유진이는 시간 하나는 참 칼 같아서 좋아.”


스티브가 나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 평소보다 옥타브가 살짝 올라간 거 같은데 뭐 좋은 일이라도 있나?


“뭐 좋은 일 있어요?”

“아. 캠핑 장비 산 게 오늘 오거든. 내가 LA에 있었을 때 말이야. 애리조나 붉은 사막으로 캠핑을 하러 갔는데···”


신이 났는지 한창 썰을 풀려고 한다. 전에도 말했지만 이 인간 자기 관심사 한정 말이 엄청 많다. 그래도 계속 들어주는 이유는 이게 다 예정된 운동시간을 잡아 먹고 있어서 그렇다.


“아. 내가 말이 길었네. 자. 운동하자.”

“네.”


아싸. 그래도 몇 분은 줄었구나!


“어우. 힘들다.”


완전 초반보다 전체적인 운동량은 줄어서 훨씬 할만하지만 그래도 힘든 건 힘든 거다. 그래도 땀 뻘뻘 흘리면서 운동한 다음에 샤워하면 참 기분이 좋긴 하다.


“사우나까지 있었으면 딱인데.”


대학 다닐 때 수영 배운다고 근처 구청에서 하는 문화센터에 잠깐 다닌 적이 있었다. 시설은 그냥 그랬는데 신기하게 샤워실 옆에 작은 건식 사우나 시설이 있었다. 그때 사우나 맛을 처음 봤는데 그 후로 방앗간 못 지나가는 참새처럼 사우나에 중독이 되었다.


샤워를 끝마치고 나와서 헤어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고 있는데, 지훈이 형이 땀에 젖은 채로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오. 유진이 마침 잘 만났네. 연락할까 했는데.”


‘뭐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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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 뉴페이스 등장! 22.10.28 121 2 11쪽
34 (34) 초대 22.10.25 133 2 11쪽
» (33) 월말 평가가 모두 끝나고 나서 22.10.19 138 2 11쪽
32 (32) 두 번째 월평, 시작 22.10.14 151 2 11쪽
31 (31) 예지몽은 아닌 거 같은 개꿈 22.10.11 164 3 11쪽
30 (30) 3인 연습, 첫날 22.10.07 167 2 11쪽
29 (29) 뜻밖의 조우 22.10.04 186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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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 포스터 속의 그녀 22.05.31 463 1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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