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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판꿀주먹 님의 서재입니다.

전직 영업사원의 싱글벙글 연예계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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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판꿀주먹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9
최근연재일 :
2022.11.23 12:15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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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05
추천수 :
413
글자수 :
205,276

작성
22.11.0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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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37) 과연 진짜 우연한 만남일까요?

DUMMY

(37) 과연 진짜 우연한 만남일까요?


“진짜 정장 차려 입는 건 항상 귀찮아.”

“이런 양반이 회사는 어떻게 오래 다녔을까?”

“초반에는 복장 지적 좀 해도 일년 뒤에 실적으로 증명하니깐 아무 말 못하던데?”

“남들 앞에서도 그렇게 재수없게 말해요?”

“얘가 아직 미국물을 덜 먹었네. 미국애들은 이런 애티튜드 좋아해. 물론 실력이 그만큼 받쳐줘야 하지만.”


고급 승용차 뒷좌석에 앨런과 넘버스의 사장이 나란히 앉아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근데 넌 이 차 왜 탔냐?”

“근처에 볼 일 있어서요.”

“너도 차 있잖아?”

“아, 거 치사하게 우리 사이에 차 좀 얻어 타면 안 되요?”

“우리가 무슨 사이인데?”

“투자자와 계약직 사장?”

“그래. 그 정도면 겸상 할만 하지.”


이 때 앞자리 조수석에 앉은 비서로 보이는 사람이 입을 열었다.


“저, 두 분 말씀 중에 죄송한데 목적지에 다 와 갑니다.”

“아. 그래요. 그럼 저 자식 내려주고 한 한 시간쯤 있다가 와 주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김비서 당신은 나랑 같이 내려야지.”

“넵.”


앨런과 김비서는 차에서 내려서 유진의 전 직장 본사 건물로 들어갔다.


“그럼 기사님 출발하죠.”

“알겠습니다!”


그리고 잠시 정차해있던 차는 바로 다음 목적지를 향해 출발을 했다.


///


“아. 분명 어디서 봤는데 생각이 안 나네.”


다시 레슨을 받으러 근처 지하철역으로 가는 동안 계속 기억을 더듬어 봤는데 생각이 날락 말락한다. 이런 아지랑이 같은 기억 상태 정말 짜증난다. 내가 그래도 평소에 관찰력 좋다는 소리 종종 들을 정도였는데, 이렇게 되면서 머리도 좀 나빠졌나? 벼락치기로 성적 뽑는 거 봐선 그렇게 안 나빠진 거 같은데.


“모르겠다. 진짜 중요한 거였으면 언젠가 다시 생각나겠지.”


원래 진짜 급한 우편물이나 전화는 몇 번이고 아쉬운 쪽에서 다시 오는 법이다. 지금 당장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건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라는 거겠지. 가던 길이나 계속 가자.


바로 발을 돌려서 그런가 늦지 않고 제시간에 보컬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전에 이야기했었는지 모르겠는데 보컬수업과 랩 수업은 같은 장소에서 받는다.


“안녕하세요.”


보컬실에는 래퍼치고는 굉장히 얌전한 복장을 한 선생님이 앉아 있었다. 힙합 쪽은 하나도 모르는 내가 맘대로 상상한 이미지에서 래퍼란 다들 머리에는 스냅백 하나씩 쓰고 있고, 목에는 금목걸이를 차고 다니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가 이분은 볼 때마다 약간 괴리감이 느껴진다. 그래도 공연을 할 때는 화려하게 꾸미고 무대에 올라가겠지?


“그래. 오늘은 좀 늘었나 볼까?”


스몰토크 같은 거 하나 없이 바로 수업 시작이다. 내가 과외를 할 때 그룹과외 말고 일대일 수업일 때는 1-20분 정도는 이런저런 이야기 하면서 날로 먹었었는데. 세상에 이 분처럼 일하는 계약직만 있다면, 고용주 입장에서 정규직은 거의 안 쓰지 않을까 싶다.


“네.”


자신은 하나도 없었지만 그래도 나름 열심히 준비한 랩을 뱉기 시작했다. 첵잇 아웃~ 요!


“흠···”


네 혼신의 랩을 듣고 많은 생각이 든 눈치다. 어디까지나 주워 들은 거라 확실하진 않지만 이 선생님, 작은 공연장에서 꾸준히 공연도 하고 지방 행사 사전공연 뭐 그런 것도 뛴다던데 내 엉망인 랩을 듣고 있으면 답답할 거다.


“유진이 너가 내 수업을 얼마나 들었지?”

“두 달 정도요?”

“그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곡해하지 말고 잘 들어.”


얼마나 혹평을 하려고 이렇게 밑밥을 깔지. 근데 난 험난한 K-직장생활을 제법 오래 해서 어지간하면 타격이 안 올 텐데? 진짜 이 나이 대 고딩이라면 모를까. 아, 그래서 말을 저렇게 좋게 하는 건가?


“솔직히 말해서 넌 랩 재능이 없는 거 같다.”


그건 지나가는 행인도 알겠네요. 타격 0!


“근데 보컬 티칭하시는 분이랑 이야기해보니깐 그쪽은 그래도 좀 낫다며?”


그렇긴 해. 요새 칭찬도 좀 많이 받는다고. 그놈의 두성이 뭔지는 아직도 감이 잘 안 잡히지만.


“솔직히 가사 써 오는 것도 구리거든?”


어. 이건 좀 타격이 있네. 내가 그래도 어디 가서 글빨 구리다는 소리는 안 듣고 살았는데.


“더 정확히 말하면 가사는 깔끔해. 근데 예술성이 하나도 없어.”


그건 어쩔 수 없다. 맨날 야근하면서 보고서 쓰다가 든 버릇이니깐. 주저리주저리 부연설명만 잔뜩 달았다가 면전에서 핵심이 대체 뭐냐고 깨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람이 이렇게 변한다.


“그래서 그런데 신인개발팀이랑 레슨 스케줄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해보는 건 어떨까?”


음. 이게 바로 그 축객령 뭐 그런 거냐? 나도 과외 하면서 내가 관두고 싶은 적이 좀 있었다. 근데 당장 돈이 급해서 포기를 못했었지. 근데 이분은 자기 페이 깍이는 거 각오하고 이렇게 진솔하게 말해주다니 감동이다. 지금 내 상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걸 수도 있겠지만, 그런 감동을 해치는 생각은 하지 말자.


“넵.”


일단 사무실 가서 상담 받아 보는 건 나쁘지 않을 거 같다. 솔직히 나도 랩 수업만큼은 들으면들을수록 답답하기만 했다. 이 기회에 신인개발팀 직원들한테 눈도장도 좀 찍고.


///


넘버스 어플 로그인 문제 때문에 방문한 이후로 여기는 처음이다. 그때는 주말이라 안에 직원이 별로 없었는데, 오늘은 그래도 제법 책상이 차 있다.


“현태씨. 그건 그렇게 처리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해야죠.”

“앗. 죄송합니다.”

“잘 모르면 사수한테 미리 물어보고 처리하세요.”

“넵.”


사무실 안에 신입으로 보이는 사람이 윗사람에게 신나게 털리고 있었다. 갑자기 이런 곳은 직원을 어떻게 뽑는지 궁금해진다. 나야 공채 아니면 경력직으로만 회사를 들어갔는데 뭐 크게 다르지는 않겠지?


“이렇게 일해서 하반기에 기획서나 혼자 쓸 수 있겠어요?”

“아 진짜, 지연씨가 갑자기 퇴사하는 바람에 신입개발팀 일은 내가 다 하고 있네.”


아직 안 끝났나? 그래도 내 볼 일은 있으니 봐야 하니 중간에 열 내고 있는 직원의 말을 끊었다.


“저기.”

“현태씨? 그새 또 사고 쳤어요? 어머? 연습생인가 보네.”


태세전환 하는 속도 장난 아니네. 무섭게 신입을 털고 있던 직원분이 만면에 미소를 지은 채 나를 보고 있다. 역시 얼굴 잘생겨서 손해 보는 건 하나도 없다. 원래 내 얼굴이었으면 아마 박대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냥 사무적이고 기계적인 반응만 나왔을 거다.


“아. 네. 저 수업 관련해서 문의할 게 있는데 어떤 분에게 이야기를 해야 할지···”

“지금 담당자가 자리를 비웠네요. 메모 남겨 주면 전달해 줄게요.”


넘버스 계정 아이디와 전화번호를 남겨두고 사무실을 나왔다. 잠깐 들어가서 스캔한 결과 저번보다 책상에 이름표가 덜 붙어 있다. 엔터 쪽은 원래 이직이 잦은가? 근데 상담 시간 생각해서 연습실 예약을 약간 여유롭게 잡아 놨는데 남은 시간 동안 뭘 해야 하지.


막 돌아서서 사무실을 나가려고 하는 그때였다. 내 눈앞에 막 문을 열고 들어오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저 사람은?’


예전에 강화도까지 라이딩 갔을 때 스티브 옆에서 자전거 타던 사람 아니야?


“어때. 하윤씨 신입 교육은 잘 되가나?”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사장님.”


뭐야. 이 회사 사장이었어? 타이틀 떼고 보면 그냥 배 좀 나온 아저씨인데. 하긴 최이사만 해도 겉으로 보면 어디 고등학교 선생이랑 구분이 안 가긴 했지. 근데 이 아저씨는 최이사보다 훨씬 소탈해 보인다. 우리 회사 사장 얼굴은 일년에 두어 번 볼까 말까였는데.


“그래. 너무 잡지는 말고. 원래 1년차때는 다들 헤매고 그러잖아?”

“아유. 그럼요. 사장님.”


저 직원 분 5분전까지만 해도 신입사원 신나게 털고 있었는데 참 사회생활 잘하신다. 간만에 보는 광경이라 나가지 않고 옆에 서서 구경 중인데 사장 아저씨가 나를 돌아본다.


“아. 연습생? 이런 내가 중간에 방해를 했나?”

“아닙니다. 제 볼 일은 다 끝이 났습니다.”


나도 고용인이라면 고용인인데 똑같지 뭐. 윗사람 대하는 건 언제나 부담스럽다.


///


신인개발팀 사무실을 도망치듯 나와서 일단 건물 밖으로 나와 있다. 이제 조금만 더 시간을 때우면 연습실 예약해 놓은 시간인데 동네라도 한 바퀴 돌고 와야 하나. 라고 생각하는데 저 멀리서 누군가가 미친 듯이 뛰어오고 있었다.


“어. 유진이형이다.”


승현이다. 정확히 말하면 땀으로 샤워를 해서 축축 젖은 상태인 승현이.


“어디 갔나 왔냐?”

“아. 한강이 하도 좋다고 해서 좀 달리고 왔어요. 도시 한가운데 큰 강이 흐르니 신기하긴 하네요.”


어쩐지 땀이 줄줄 흐르는 게 딱 이 날씨에 한강공원 좀 돌고 온 모습이다. 벌써부터 이렇게 더우면 한여름에는 진짜 어떻게 버티지. 평소에 사무실이나 집에서 겉에 얇은 후드티나 가디건을 걸치고 있을 지언 정 에어컨은 항상 빵빵하게 틀어놨었던 기억이 난다. 추우면 여러 겹 껴입고 다니면 된다. 하지만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여름에 헐벗고 다니는 데는 한계란 게 있다!


“안 덥냐?”

“이정도야 뭐 봄 날씨. 아 지금이 봄 맞죠?”


그래. 어디까지나 주워 들은 거지만 미국 서부 쪽 햇살은 진짜 장난 아니라고 들었다. 설정상 나도 그쪽에서 왔으니 적당히 장단을 맞춰줘야겠지?


“그래. 한국날씨는 변화무쌍하다고 하더라고.”


말이 좋아 사계절이지. 한여름에는 35도도 넘게 올라가는데 습기도 미쳤고, 겨울에는 심심하면 영하 10도까지 내려가는 날씨. 솔직히 아주 짧은 가을 말고는 별로 좋은 날씨는 아니다.


“좀 있으면 여름이라고 하던데 얼마나 더울지 기대되네요.”


음. 승현이는 더운 걸 좋아하나 보다. 근데 한국 여름은 아마 너가 생각하는 하와이 같은 날씨랑은 꽤 다를걸? 다시는 K-더위를 얕보지 마라!


“아. 근데 형은 왜 나와 있어요? 벌써 퇴근?”

“아니 좀 있다 연습하러 올라가야 해.”

“그럼 혹시 근처에 커피 맛있는 카페 하나만 소개시켜 줄래요. 안에는 탄산수랑 프로틴드링크밖에 없던데요.”

“스티브가 먹는 거 가지고 뭐라고 안 해?”

“그냥 운동만 열심히 하라고 하던데.”


이런 준혁이가 화낼 사람이 하나 더 늘었군. 그래도 같은 숙소 사는 건 아니니깐 별로 신경 안 쓰려나? 아무튼 시간도 때워야 하니 적당한 근처 카페나 같이 가야겠다.


“따라와.”


///


승현이와 같이 근처 프렌차이즈 카페에 와 있다. 웬만한 대도시라면 전세계 어디나 다 있는 바로 거기다. 언제나처럼 매장 안에는 사람으로 가득 차 있어서 2층 구석에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넌 뭐 마실 거야?”

“아이스 아메리카노요.”


너도 얼죽아 파였니. 그래 이것도 인연인데 이번에는 내가 사줘야겠다.


“그래. 주문하고 올 테니깐 기다리고 있어.”


주문을 하러 계단을 내려가는 순간이었다.


‘어? 저 사람은?’


지금 당신이 여기 있으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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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 별다른 거 없는 평범한 하루 22.11.07 8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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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 겉과 속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22.10.31 115 4 12쪽
35 (35) 뉴페이스 등장! 22.10.28 120 2 11쪽
34 (34) 초대 22.10.25 133 2 11쪽
33 (33) 월말 평가가 모두 끝나고 나서 22.10.19 137 2 11쪽
32 (32) 두 번째 월평, 시작 22.10.14 151 2 11쪽
31 (31) 예지몽은 아닌 거 같은 개꿈 22.10.11 164 3 11쪽
30 (30) 3인 연습, 첫날 22.10.07 166 2 11쪽
29 (29) 뜻밖의 조우 22.10.04 18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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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 월말평가 대격변 22.09.23 252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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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너가 여기서 왜 나와! 22.09.16 277 6 10쪽
23 (23) 넘버스의 왕자님 22.09.14 282 6 11쪽
22 (22) B반 승급! 22.09.08 280 5 11쪽
21 (21) 토요일 끝 22.09.05 292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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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 중간고사 끝! 22.06.27 356 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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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 재능 22.06.09 381 15 9쪽
15 (15) 우리만의 작은 비밀 22.06.08 386 12 10쪽
14 (14) 잠깐 쉬어가기 22.06.07 390 15 10쪽
13 (13) 첫 무대 +1 22.06.02 436 14 10쪽
12 (12) 포스터 속의 그녀 22.05.31 462 1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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