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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판꿀주먹 님의 서재입니다.

전직 영업사원의 싱글벙글 연예계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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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판꿀주먹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9
최근연재일 :
2022.11.23 12:15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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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5,276

작성
22.09.1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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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23) 넘버스의 왕자님

DUMMY

(23) 넘버스의 왕자님


‘뭐지?’


아마 나처럼 그냥 물 마시러 오는 걸 거겠지? 이게 무슨 꽁트도 아니고 갑자기 사소한 트집을 잡는다거나 그런 일은 없을 거다. 아마도.


근데 걸어오다가 내 앞에 서더니 나에게 나오라고 손짓을 한다. 순간 당황한 내가 멍청하게 서 있는데 그게 답답한지 직접 입을 열었다.


“거기 길 좀 막지 말고 잠깐 나와줄래? 물 좀 마시게.”


아. 내가 무의식적으로 정수기 앞을 막고 있었구나. 정수기가 벽체 안으로 살짝 들어간 곳에 있어서 그 경계에 서 있으면 자연스럽게 길막을 하게 된다. 일반적인 탕비실로 치자면 문을 막고 있는 셈이다.


“아. 네 죄송합니다.”


일단 잘못을 한 건 나니깐 쿨하게 사과를 하고 옆으로 비켜섰다. 그랬더니 나를 보고 싱긋 미소를 짓는다. 나보다 열 살은 어린 놈이 반말해서 킹 받을 뻔했는데 영업직을 해도 대성했을 저 표정을 보니 기분이 좀 풀린다. 저 정도 미소면 알맹이가 영 엉터리인 물건을 팔지 않는 이상에야 꽤 잘 팔 거 같다.


아무튼 스캔 결과 키는 나랑 비슷한 거 같고 특별히 눈에 확 튀는 미남형은 아니지만 미소 하나는 꽤 매력적이다. 체형이야 뭐 말하면 입 아프다. 체중 관리 못하는 놈들은 이 세계에서 못 살아남지.


“그럼 다시 연습하러 가볼까?”


아직 의욕이 남아 있을 때 연습을 더 해야겠다. 원래 나는 일할 때도 기복이 좀 심한 타입이라 필 받을 때 진도 왕창 빼고 바이오리듬이 애매한 날은 거의 시체처럼 있었다. 육체는 달라져도 사람 근본이 어디 안 가더라. 기왕이면 근성도 한 스푼쯤 추가해주지.


///


“후. 시원하다.”


역시 땀 흘리고 하는 샤워는 최고다. 끝나고 맥주 한잔까지 있다면 금상첨화였겠지만 아쉽게도 그걸 즐기려면 아직 몇 년은 더 있어야 하나. 어려져서 별로 불만은 없는데 딱하나 술 못 마시는 게 참 그렇다.


대신 회사에서 나오면서 집어온 탄산수로 부족하게나마 대리만족을 했다. 원래 냉장고는 생수랑 프로틴 음료만 잔뜩 있었는데 오늘따라 탄산수 몇 병이 보이길래 오면서 슬쩍 집어왔다. 믹스커피 박스나 A4박스도 아니고 이 정도 가져오는 건 봐주지 않을까.


“구매 담당자가 바뀌기라도 했나? 뭐 나야 좋지만.”


근데 잠깐 쉬려고 티비를 켰는데 이 사소한 의문이 바로 풀렸다.


“풉. 탄산수 광고도 하네.”


트리니티가 탄산수 광고도 하고 있었구나. 광고업계 있던 놈 말로는 원래 광고모델이 요청하면 합리적인 선에서 광고하는 제품 제공을 해준다는데 그게 아마 회사 쪽으로 흘러 들어와서 연습실 냉장고에 들어가 있나 보다.


내가 알고 있는 트리니티 광고를 머리 속에서 하나씩 세고 있다가 관뒀다. 이것도 일종의 직업병이다. 내가 무슨 이 회사 직원도 아닌데 이런 걸 신경 쓰고 있어? 아니 근데 직원 아니라고 하기도 좀 그렇다. 나중에 시간 여유 좀 있으면 계약서 꼼꼼히 다시 봐야지.


“아무튼 공짜라는 거네.”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라지만 아직 20년은 걱정 없다고! 아무튼 탄산수가 굴러 다니는 이유도 알았으니 앞으로 종종 이용해줘야겠다.


멍하니 티비화면을 보고 있자니 별 생각이 다 든다. 나는 겉으로 볼 때는 꽤 긍정적인 사람이었지만 사실 알고 보면 그냥 사회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 그런 사람이었다. 기준치가 낮으니깐 상대적으로 행복해 보였던 거지.


물론 이건 일 이야기 말고 일상생활 때만 적용되는 거다. 성격이 지랄 맞는데 일도 못한다? 말을 말자. 내가 인사담당자라도 바로 잘라버리지. 아마 주변에서도 뒷담화가 꽤 나왔을 거다.


[삑삑삑삑-!]


도어락 누르는 소리가 들리고 준혁이가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목이 말랐는지 바로 냉장고 쪽으로 향하더니 탄산수를 꺼내 든다.


“어? 이거 못 보던 건데 너가 가져왔냐?”

“회사에 있어서 몇 병 집어왔지.”

“그래? 어디서?”

“연습실.”

“나는 못 봤는데. 아무튼 잘 마신다.”


뭐 내 돈 들어간 것도 아닌데 굳이 감사 인사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 나는 그냥 어깨만 으쓱했다. 이 참에 궁금했던 거나 하나 물어봐야겠다.


“근데 찬장에 있던 에너지바는 누구 거야?”

“그거 나랑 지원이형이 반반 내고 산 건데. 왜 하나 집어먹었냐?”

“아니. 그냥 뭐 먹을 거 있나 싶어서 뒤지는데 보이길래.”

“반응 보니깐 벌써 하나 집어 먹었네.”


이래서 눈치가 빠른 놈들은 싫다니깐. 아무튼 준혁이의 반응은 내 생각보다 굉장히 소프트했다.


“엄청 비싼 것도 아닌데 어느 정도 선만 지키면 상관없어. 남자끼리 뭐 먹는 거 가지고 치사하게 싸우냐?”


이 자식. 알고 보니 대인배였구나. 하긴 지금 준혁이가 마시고 있는 탄산수도 내가 집어온 거니깐 에너지바 하나 집어먹은 게 뭐 큰 잘못은 아니지.


“근데 저녁 뭐 먹지?”

“나야 뭐 샐러드지.”

“오늘도?”

“어. 슬슬 목표 체중 다 와가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중.”


준혁이는 샐러드로 만족하는 모양이지만 난 오늘 연습을 좀 하드하게 해서 그런가 입맛이 막 땡긴다. 뭔가 맛도 있고 칼로리도 좀 낮은 편이지만 근손실도 예방해주는 그런 마법의 음식이 어디 없을까?


좀 구체적으로 말하면 겉바속촉 치킨이지만 맛있게 먹으면 100 칼로리! 뭐 이런 거? 음. 개소리는 그만하고 밥이나 먹어야겠다.


///


월요일 아침이다. 그 말은 곧 오늘부터 다시 루틴이 시작된다는 소리다.


“좋아. 하나만 더.”


오늘도 기운찬 스티브의 목소리. 이제는 스티브식 지도법이 익숙해질 만도 한데, 약간 여유롭게 할라치면 귀신같이 알아채고 무게나 횟수를 늘려버린다. 그래도 평범한(?) 운동만 시키고 태릉에서 시키는 밧줄타고 올라가기기나 완전 근육을 쥐어짜는 채찍질 같은 험한 거는 안 시킨다. 앗. 말이 씨가 될라. 말 조심하자.


“그래. 오늘은 여기까지.”


휴. 드디어 끝났다. 이제 마무리 스트레칭하고 샤워 한 후에 밥 먹으러 가면 끝! 이 아니라 학교를 가야 한다.


“오? 이제 본격적으로 진열되어 있네?”


샐러드 가지러 가는데 옆 냉장고에 내가 어제 집어왔던 탄산수가 줄줄이 서 있었다. 맛은 그냥저냥이었는데 아무래도 탄산음료 칼로리가 만만치 않다 보니 수요가 좀 있나 보다. 나도 그냥 물보다는 나은 거 같아서 이번에도 한 병을 꺼내 들었다. 그때였다.


‘어. 저 사람?’


어제 연습실에서 내가 길막한 사람이다. 지금까지 한번도 못 봤는데 운동 스케줄을 바꾼 건가? 아무튼 대부분의 연습생처럼 조용히 구석에서 샐러드를 씹고 있었다. 인사를 해야 하나 살짝 고민을 하고 있는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내 쪽으로 다가온다.



“또 보네? 나 탄산수 한 명만 꺼내 줄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게 탄산수를 꺼내 주었다. 어제는 귀에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잘 못 느꼈는데 지금 보니 목소리가 참 좋다. 저렇게 목소리가 좋으니 노래도 잘하겠지?


“아. 고마워. 그럼 담에 보자.”


근데 너무 자연스럽게 초면. 아 초면은 아닌가 아무튼 반말질이지? 지금 내 얼굴이 좀 동안이고 저쪽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이십 대 초반 정도라 제 3자가 보면 전혀 이상함을 못 느낄 거다. 여기서 발끈하면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되는 상황이다. 일단 정보를 좀 더 모아봐야지.


///


“지훈이형? 넘버스의 왕자님은 또 어디서 봤대?”

“풉. 뭐요? 왕자님?”


먹던 생수를 그대로 뱉었다. 현대 사회에서 저런 단어를 내 귀로 직접 들을 일이 있을 줄이야. 역시 사람은 오래 살아야 된다니깐.


“어. 팬들이 그렇게 부르던데? 물론 우리가 왕자님이라고 놀리면 본인은 질색하지만.”


아니. 무슨 연습생이 팬이 있어? 황당한 내 심정을 말하니깐 지원이 형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면서 말을 한다.


“사돈 남말한 처지가 아닐 텐데.”

“그건 또 뭔 소리에요?”

“너도 좀 유명하던데?”

“처음 듣는 소리인데요.”


내 앞길 걱정하느라 바빠서 하나도 인식을 못 하고 있었다. 소문이 어디서 났는지 모르겠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도 꽤 유명하다고 한다, 아니 숙소 – 학교 – 회사 이렇게만 도는데 대체 어디서 소문이 난 거야?


“보통은 학교일걸?”

“전 학교에서 얌전히 수업만 듣고 왔는데요.”

“예고라고 해도 연습생은 절반도 안되잖아.”

“그건 그렇죠.”

“그 말은 곧 일반 학생이 절반이 넘는다는 소리잖아.”


이야기를 쭉 들어보니 이제야 이해가 간다. 그러니깐 일반인 예고생의 친구들이 같은 학교 다니는 연습생들에 대해서 캐물으면 거기서 정보가 샌다는 거였군. 인기인은 피곤한 법이구나.


“근데 형도 예고 나왔어요? 정보가 빠삭하네.”

“내가 말 안 했었나? 내가 너 선배다 이 자식아.”


오. 학연이 생겼군. 살면서 학연 덕 본 건 출신 대학교뿐이었다. 그것도 소소한 정도였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나았다. 우리 학교가 개인주의로 유명한 학교긴 했지만 동문이면 그래도 일단 먹고 들어가는 게 있었지.


“아이고. 선배님 제가 몰라 뵙고 그 동안 실례가 많았습니다.”

“태세변환 하는 거 보소. 가끔 우리 유진이는 몇 살인지 궁금하다니깐.”


평소에는 허허 웃는 양반이 가끔 날카로울 때가 있다. 아마 데뷔를 못 해도 어떻게든 잘 먹고 잘 살 사람이다.


아무튼 그렇게 영양가 있는 정보는 없었다. 아 지훈이라는 사람이 A반은 아니고 B반이라는걸 알아내긴 했는데 그럼 A반은 없는 건가 했더니 지원이형도 모른단다. 이 회사는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어떤 정보는 정말 필요 이상으로 오픈 되어 있는데, 특정 정보는 찾기가 정말 힘들다.


아무튼 B반 연습 들어가면 뭐라도 나오지 않을까 싶다.


//


대망의 B반으로 올라온 후 첫 연습시간이다.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폭죽이 터지고 샴페인이 얼굴로 쏟아지는 그런 일은 당연히 일어나지 않았다. C반 첫날이랑 거의 비슷한데 다른 점이 있다면.


‘다들 뭔가 포스가 있어 보이네?’


C반이 뭔가 어수선한 느낌이라면 이쪽은 다들 안에 칼 하나쯤은 품고 있는 분위기다. 여기까지 올라왔으면 데뷔가 가시권이라서 그런가? 아무튼 처음이라 살짝 어리버리 까는 중인데 어디선가 익숙한 소리가 들린다.


“어라? 너가 여기 왜 있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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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 월말 평가가 모두 끝나고 나서 22.10.19 138 2 11쪽
32 (32) 두 번째 월평, 시작 22.10.14 151 2 11쪽
31 (31) 예지몽은 아닌 거 같은 개꿈 22.10.11 164 3 11쪽
30 (30) 3인 연습, 첫날 22.10.07 167 2 11쪽
29 (29) 뜻밖의 조우 22.10.04 186 3 11쪽
28 (28) 조별과제 1회차 모임 일단 끝 22.09.29 212 4 12쪽
27 (27) 조별과제는 역시 버스 타는 게 꿀이다 22.09.26 232 3 11쪽
26 (26) 월말평가 대격변 22.09.23 252 4 12쪽
25 (25) 어느 날 갑자기 숙소에 이상한 놈이 들어왔다 22.09.20 264 5 11쪽
24 (24) 너가 여기서 왜 나와! 22.09.16 278 6 10쪽
» (23) 넘버스의 왕자님 22.09.14 283 6 11쪽
22 (22) B반 승급! 22.09.08 281 5 11쪽
21 (21) 토요일 끝 22.09.05 292 5 10쪽
20 (20) 개꿈 22.07.01 342 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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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 새로운 도전 22.06.15 366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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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 재능 22.06.09 381 15 9쪽
15 (15) 우리만의 작은 비밀 22.06.08 386 12 10쪽
14 (14) 잠깐 쉬어가기 22.06.07 391 15 10쪽
13 (13) 첫 무대 +1 22.06.02 436 14 10쪽
12 (12) 포스터 속의 그녀 22.05.31 463 1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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