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대판꿀주먹 님의 서재입니다.

전직 영업사원의 싱글벙글 연예계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판꿀주먹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9
최근연재일 :
2022.11.23 12:15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5,422
추천수 :
413
글자수 :
205,276

작성
22.06.08 12:35
조회
386
추천
12
글자
10쪽

(15) 우리만의 작은 비밀

DUMMY

(15) 우리만의 작은 비밀


집에 돌아오니 거실에서 준혁이가 티비를 보고 있었다. 뭘 그렇게 열심히 보나 들여다 봤는데 화면에서 음악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모니터링 같은 거라도 하나 보다.


“어. 왔냐?”

“그래. 언제 들어왔냐?”

“좀 전에.”


대화는 이걸로 끝. 나도 막상 얼굴을 봐도 별로 할말이 없어서 바로 방에 들어가 침대로 다이빙을 했다. 나갔다 왔으니 씻기는 씻어야 하는데 지금 당장은 격하게 아무것도 하기 싫다. 양말만 벗어서 침대 옆에 대충 던져놓고 누워서 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음.. 몇 시지?”


나도 모르게 잠이라도 들었었나. 창문 밖을 보니 해가 많이 넘어가 있다. 꿀잠을 자서 그런가 컨디션이 너무 좋다. 밤에 잠이 잘 안 오겠는데? 시간을 확인해보니 슬슬 저녁 먹을 시간이다. 점심을 맛있는걸 먹어서 그런가 항상 먹던 샐러드는 영 땡기지 않는다. 간만에 뭐 시켜 먹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다시 거실로 나갔다. 거실에는 여전히 티비가 틀어져 있었고 아까 안보이던 지원이 형까지 있다. 저 형은 꼬시면 충분히 넘어 올 것도 같은데.


“지원이 형. 저녁 먹었어요?”

“아니. 아직 안 먹었는데?”

“뭐 시켜 먹을래요?”


근데 이 말을 듣자마자 뜬금없이 옆에서 얌전히 티비를 보던 준혁이가 눈을 반짝거린다.


“뭐 시킬 건데?”

“넌 365일 주구장창 샐러드만 먹는 거 아니었어?”

“원래 월말 평가 다음날은 열외야.”


그래? 이건 또 처음 알았네. 어째든 이걸로 밥값 n분의 1할 멤버 하나 추가다. 근데 준석이는 지금 뭐하지?


“준석이는 뭐해요?”

“어. 본가 갔다 온다고 아침부터 나갔어.”


하루 종일 안 보인 이유가 있었군. 평상시에도 방문 틀어 잠그고 방안에만 박혀 있으니, 집에 있는지 어디 나갔는지 도대체 알 수가 있나.


“근데 저거 있는데 시켜도 되는 거에요?”


현관이랑 거실에 CCTV가 떡 하니 있는데 뭐 시키면 바로 걸리는 거 아닌가 싶어서 지원이 형에게 물어봤다.


“다 방법이 있지!”


하고 지원이 형이 자기 방으로 오라고 손짓을 했다. 뭐야. 무슨 개구멍 같은 거라도 있는 거야?


///


이 집에서 내방이랑 공용공간 말고 남의 방은 지금 처음 들어오는 거다. 준혁이와 지원이 형이 같이 쓰는 이 방은 내 생각보다는 깔끔한 편이었다. 예전에 대학동기 남자애 둘이 같이 살던 자취방에 놀러간 적이 있었는데 거긴 완전 돼지우리였었지. 근데 아무래도 둘이 같이 쓰는 방이라서 그런가 짐은 좀 많은 편이었다.


방 사이즈도 비슷하고 가구배치도 내방이랑 크게 다른 점은 없다. 방문 근처에 서서 방안 구석구석을 보고 있는데, 준혁이와 지원이 형이 창문 쪽에 모여서 이리 오라고 손짓을 한다.


“이제 너도 이 방의 비밀을 알게 되는 순간이 왔구나.”


이게 뭔 개소리인가 싶었지만 얌전히 장단을 맞춰주기 시작했다.


“갑자기 뭔 소리에요?”

“자 여기 창문 밖을 내다 봐봐.”


밖에 뭐 꿀단지라도 있나 싶어서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보는데, 보이는 건 우리 집 바로 옆 빌라 벽뿐이다. 음 저 건물은 마무리를 갈색벽돌로 했네.


“별거 없는데요?”

“이런. 역시 직접 눈으로 봐야 이 공간의 위대함을 알겠네. 보족세트 하나 시킨다?”


그리고 신난 준혁이는 익숙하게 전화로 배달을 시키기 시작했다.


“여기 장안로 54길 32 성문빌라 1층인데요. 네, 그 빨간 벽돌 빌라요. 보족세트 대짜로 하나 배달 부탁 드려요. 네. 평상시처럼요.”


그리고 한 20분쯤 지났을까? 준혁이 폰 벨이 울리기 시작한다.


“네. 맞아요. 그 건물 사이 길로 오시면 창문에 x표시 곳으로 넣어주시면 됩니다.”


잠시 후에 우리가 있던 창문을 누군가 똑똑 두들기는 소리가 들린다. 준혁이와 지원이 형은 익숙한 듯 창문을 열어 카드를 주고 큰 비닐봉지 하나를 건네 받았다.


“일단 계산은 내 카드로 했으니깐 나중에 n빵한거 현금으로 내놔.”


이 물 흐르는 듯한 상황전개가 좀 당황스럽다. 자초지종이 어떤지는 나중에 물어보고 배고픈데 우선 밥부터 먹자. 눈치껏 비닐을 뜯고 세팅을 하기 시작했다. 카드를 다시 돌려 받은 두 사람도 자리에 앉아 열심히 족발을 뜯기 시작했다.


“음. 역시 족발은 이 집이 제일 잘한다니깐.”

“이건 단백질 위주라 확실히 먹을 때 죄책감도 별로 안 생겨요.”

“막국수는 탄수화물 아니야?”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 몰라?”


일단 입은 즐겁긴 한데 하루에 두 끼나 일탈 아닌 일탈을 하고 나니 약간 양심의 가책이 느껴진다. 근데 비밀이란 게 대체 뭐지. 창문으로 배달 시키고 이게 다야?


“근데 그 비밀이라고 하는 게 이게 다에요?”


내 말에 입안 가득 막국수를 양껏 넣고 씹던 준혁이가 대꾸를 했다.


“이게 다라니? 여기가 사각지대인 걸 알아내느라고 우리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그래. 처음에 아무것도 몰랐을 때 혼난 거 생각하면 진짜.”


이러고 쌈에 보쌈고기랑 무김치를 올리면서 썰을 풀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는지 새우젓은 안 찍어 먹네.


아무튼 간단하게 요약을 하면 현관으로 외부 음식 반입하는 건 당연히 금지였고, 방법을 찾던 둘이 마침내 찾은 해결책이 창문을 통해 시켜 먹는 거였다. 건축법으로 이게 허용이 되는지 모르겠는데, 우리 숙소랑 옆집 사이에는 사람 하나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틈이 있다. 평소에는 잡동사니들에 가려 있어서 그냥 지나가다 보면 존재 자체를 잘 알 수가 없다.


그리고 내가 있는 이방에 그쪽으로 뚫린 있으나 마나 한 채광 하나도 안 드는 창문이 있는데, 어떻게든 시켜먹을 궁리를 하던 둘이 어느 날 우연히 이걸 발견해서 요긴하게 써먹고 있었다는 거다.


“와. 치사하게 지금까지 둘만 써먹었던 거에요?”

“아니. 준석이는 애초에 방 밖을 잘 안 나오고 넌 얼마 전에 들어왔잖아.”


그래. 여기서 남 탓을 해봐야 의미가 하나도 없다. 앞으로 나도 이 카르텔에 껴서 잘 써먹으면 되는 거지.


“애초에 많이 시켜먹지도 않았어. 준혁이 이자식이 세 번 조르면 한 한번 정도 먹었나?”

“형은 점심 맘껏 먹으니깐 그렇죠! 삼시세끼 샐러드만 먹는 사람의 슬픔을 알아요?”


그래. 나도 하루 종일 고삐 풀린 듯이 먹다가 내일부터 새벽에 운동하고 샐러드 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현기증이 나는데 준혁이는 오죽하겠어?


“잘 먹었습니다. 돈은 나중에 학교 갔다 오는 길에 뽑아서 주면 되죠?”

“그래. 근데 아 이거 먹을 때는 좋은데 또 치울 생각하면 골치 아프네.”


그러고 보니 이거 안 들키고 어떻게 치우지? 뭔가 노하우가 있겠거니 싶어서 가만히 둘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봤다. 국물 말고는 모조리 싹싹 긁어먹어서 애초에 치울 것도 별로 없긴 하다. 준혁이가 방구석에서 겉에 있는 라벨 때문에 안의 내용물이 잘 안 보일 거 같은 페트병 하나를 꺼내오더니 거기에다가 액체란 액체는 죄다 붓기 시작했다. 지원이 형은 종량제 봉투를 하나 또 꺼내더니 거기에 포장용지를 잘게 잘라 넣기 시작했다. 둘이 합이 착착 맞는 게 아주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이거 안 걸리게 잘 들고 나가서 싱크대에 부으면 돼.”


나도 공범인 관계로 이 범죄행위에 동참했다. 요령껏 CCTV에 안 걸릴 각도로 페트병을 들고 나가서 뒤처리를 깔끔하게 했다.


“준혁이 자식. 맨날 죽는 소리만 하더니 뒤로 몰래 먹을 건 다 먹었었네.”


하긴 감방에서도 별의별 꼼수를 써서 할 거는 다 한다는데 이 정도면 양반인 건가? 아무튼 오늘 이 방에서 참 좋은 거 하나 배워간다. 대충 뒷정리를 마치고 내 방으로 돌아갔다.


“아. 진짜 오늘 너무 잘 먹었다.”


꽉 짜인 생활만 계속하다가 하다가 오늘 하루는 그 동안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해서 그런가 스트레스가 좀 풀리는 기분이다. 그래. 사람이 기계도 아닌데 일탈도 좀 하고 살아야지.


“음. 물이나 마시고 일찍 자야겠다.”


아까 방에 들어오면서 가지고 왔으면 다시 안 나가도 되는 건데 까먹었다. 내가 방문을 열고 막 나가려는 순간 누가 도어락을 누르고 집에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삑삑삑삑-! 삑삑삑삑-!”


누군가 했더니 준석이다. 본가에서 뭘 많이 챙겨줬는지 양손에 짐이 한가득이다. 역시 간만에 집에 가면 뭐 많이 챙겨 주는 게 국롤이다. 나야 그거랑은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지만.


“무겁지 않냐? 좀 들어줘?”


준석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커다란 비닐봉지 하나를 내밀었다. 거참 보면 볼수록 진짜 말없는 녀석이다. 근데 이거 안에 뭐가 들었길래 이렇게 무거운 거야.


“안에 든 거 냉장고에 넣으면 되지?”


안에 무슨 소불고기나 갈비찜 이런 명절음식 같은 게 들어있을 줄 알았는데 꺼내보니 죄다 무슨 즙 종류다. 아 구황작물도 좀 있네.


“할아버지가 농사 지으시거든.”


옆에 나란히 서서 안에 든 내용물을 정리하던 준석이가 입을 열었다. 솔직히 별로 궁금하진 않았지만 예의상 고개를 끄덕여 줬다.


“나머지는 너가 알아서 정리해라?”


각종 즙을 냉장고에 적당히 수납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정도면 동거인의 의무는 넘칠 만큼 한 거 같다.


“그래. 땡큐.”


묘하게 준석이의 대답에 힘이 없는 거 같은데 워낙 평소에 말수가 적은 녀석이라 영 판단이 서지 않는다. 뭐 별 일 아니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직 영업사원의 싱글벙글 연예계 생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1 (41) 사고는 항상 동시에 여러 가지가 같이 터진다! +1 22.11.23 70 1 11쪽
40 (40) 너 부자였구나? 22.11.14 92 3 12쪽
39 (39) 어느 여름날 22.11.10 78 4 11쪽
38 (38) 별다른 거 없는 평범한 하루 22.11.07 87 3 11쪽
37 (37) 과연 진짜 우연한 만남일까요? 22.11.04 99 1 11쪽
36 (36) 겉과 속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22.10.31 116 4 12쪽
35 (35) 뉴페이스 등장! 22.10.28 121 2 11쪽
34 (34) 초대 22.10.25 133 2 11쪽
33 (33) 월말 평가가 모두 끝나고 나서 22.10.19 138 2 11쪽
32 (32) 두 번째 월평, 시작 22.10.14 151 2 11쪽
31 (31) 예지몽은 아닌 거 같은 개꿈 22.10.11 164 3 11쪽
30 (30) 3인 연습, 첫날 22.10.07 167 2 11쪽
29 (29) 뜻밖의 조우 22.10.04 186 3 11쪽
28 (28) 조별과제 1회차 모임 일단 끝 22.09.29 212 4 12쪽
27 (27) 조별과제는 역시 버스 타는 게 꿀이다 22.09.26 232 3 11쪽
26 (26) 월말평가 대격변 22.09.23 252 4 12쪽
25 (25) 어느 날 갑자기 숙소에 이상한 놈이 들어왔다 22.09.20 264 5 11쪽
24 (24) 너가 여기서 왜 나와! 22.09.16 278 6 10쪽
23 (23) 넘버스의 왕자님 22.09.14 283 6 11쪽
22 (22) B반 승급! 22.09.08 281 5 11쪽
21 (21) 토요일 끝 22.09.05 292 5 10쪽
20 (20) 개꿈 22.07.01 342 9 9쪽
19 (19) 중간고사 끝! 22.06.27 357 9 9쪽
18 (18) 새로운 도전 22.06.15 366 13 9쪽
17 (17) 올바른 셀카를 찍는 방법 22.06.13 368 13 11쪽
16 (16) 재능 22.06.09 381 15 9쪽
» (15) 우리만의 작은 비밀 22.06.08 387 12 10쪽
14 (14) 잠깐 쉬어가기 22.06.07 391 15 10쪽
13 (13) 첫 무대 +1 22.06.02 436 14 10쪽
12 (12) 포스터 속의 그녀 22.05.31 463 14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