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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판꿀주먹 님의 서재입니다.

전직 영업사원의 싱글벙글 연예계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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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판꿀주먹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9
최근연재일 :
2022.11.23 12:15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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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04
추천수 :
413
글자수 :
205,276

작성
22.11.07 12:10
조회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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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38) 별다른 거 없는 평범한 하루

DUMMY

(38) 별다른 거 없는 평범한 하루


꽁꽁 싸매고 있지만 누가 봐도 연예인 포스가 나는 사람이 1층 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다. 근처테이블에 앉은 커플들이 서로 쑥덕쑥덕 거리는 거 겉으로는 신경을 안 쓰는 거 같이 보이지만 엄청 신경 쓰일 거 같다. 앞에 앉은 사람에 가려서 잘 안보이지만 최근에 직캠을 좀 돌려봐서 그런가 눈에 확 들어온다.


‘이름이 지윤이었나. 트리티니 중에 막내고.’


아마 지금 나보다 한살인가 두 살 더 나이가 많을 거다. 분명 투어가 코앞인 걸로 아는데 왜 여기서 노닥거리고 있는 거지? 탈주라도 했나?


“주문하실 건가요?”


멍하니 그 쪽을 바라보고 있는데 카페 스탭이 나에게 말을 시킨다. 그래. 일단 주문은 끝내고 다시 생각하자.


“아이스 아메리카노 2잔이요. 하나는 샷 추가 해주세요.”


그리고 다시 그 쪽을 바라보는데 갑자기 지윤씨 -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 맞은 편에 앉아 있던 분이 일어나서 이쪽으로 걸어 온다.


‘몸이 아주 좋으시네.’


선출인지 아니면 스티브의 가르침을 받아서인지 모르겠지만 어지간한 남자 한 둘 정도는 쉽게 접어버리실 거 같은 분이다. 그래. 아무래도 걸그룹이면 여자 매니저가 편할 거고 일종의 경호원 역할 비슷한 것도 해야 하니 평소에 운동도 많이 하겠지. 아니면 아예 운동선수 출신을 뽑던가.


아무튼 그 매니저로 보이는 분은 나를 지나치더니 테이크아웃용 포장이 완료된 컵들을 들고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아마 중간에 연습하다가 마실 거라도 사러 왔나 보지? 근데 멤버까지 굳이 따라올 필요가 없지 않나.


“지윤씨. 아까 다 마신 거 아니깐 이제 일어나죠.”

“매니저 언니 5분만 더 있다 가면 안될까요?”


시킨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나오길 기다리면서 무슨 대화를 하는지 몰래 엿들었다. 이래봬도 청각이 꽤 좋아서 대충 대화의 흐름 정도는 따라갈 수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제조과정이 더 복잡한 거 시킬 걸 그랬나.


헤비 크림 무유당 우유 벤티 사이즈 컵 물 X 꿀 엑스트라 카라멜 시럽 엑스트라 그릭 요거트 34도 거품 많이 딸기 프라푸치노 칩 휘핑크림X 아몬드 밀크 0.3샷 추가 두유 0.5샷 추가 크림 0.14샷 추가 얼음 X 스테비아와 몽크 프루트 시럽 엑스트라 코코넛 가루 녹차가루 바나나 원당 프로틴 파우더 두 스푼 무발효 크림 블루베리 토핑 코코넛밀크 0.152샷 추가 컵의 90%만 채우기


이런 아주 스페셜한 주문을 했으면 적어도 15분은 더 시간을 벌었을 거다. 물론 그 즉시 블랙리스트에 올라갔을 테지. 아니면 알바가 날 믹서기에 갈려고 달려들었다거나.


“유진07님. 주문하신 아이스 아메리카노 2잔 나왔습니다.”


아쉽게도 나는 아주 무난한 주문을 해서 정말 커피가 금방 나왔다. 아쉬운 마음에 쟁반에 커피를 들고 올라가는데 마침 저쪽 테이블에서도 두 사람이 일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아, 딴 생각 하느라 중간에 무슨 이야기하는지 못 들었네.


///


“오. 잘 마실게요.”

“그래.”


원래 주문만 하고 올라와서 진동벨 울리면 승현이에게 셔틀 시킬 생각이었는데 내가 들고 올라와 버렸네. 졸지에 친절한 선배 이미지 메이킹을 해버렸네.


“근데 형은 한국 왜 온 거에요?”


한큐에 아아 한잔을 절반쯤 아작 낸 승현이가 입을 열었다. 깜박이 좀 키고 들어오지. 이게 아메리칸 스타일이야?


“어? 아니 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냐?”

“아니. 교회 누나들한테 한국에서 형 봤다고 하니깐 아주 난리가 났던데요.”


난 기억도 없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이 몸 원래 주인 놈은 아주 과거가 화려했나 보네. 이게 바로 그 쾌락 없는 책임 뭐 그런 건가.


“한국 놀러 왔는데 중간에 길거리 캐스팅 당했고 여차저차 지금까지 온 거야.”


설정대로 충실하게 대사를 말했다. 나중에 설정이 꼬이면 그건 미래의 내가 알아서 수습할 거다.


“그래요? 난 또 형이 원래부터 이 쪽에 관심이 있나 했죠.”


다행히 의심 같은 건 안 하는 눈치다. 그럼 이번에는 내 턴인가?


“너는 그럼 오디션 보고 들어온 거야?”

“네. LA에서 보통 큰 기획사들이 반년에서 일년 단위로 오디션을 하는데요.”


승현이가 신나서 썰을 풀기 시작한다. 역시 투머치토커의 주의를 끌려면 말 시키는 게 최고다. 그리고 최소한의 에너지를 쓰면서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려면 상대의 끝말을 반복하는 게 최고다. 물론 상대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만 적당히.


아무튼 승현이의 과거를 대충 요약하자면, 힙합이랑 춤에 원래 관심이 있어서 어릴 때부터 꾸준히 연습을 해왔다고 한다. 그러던 참에 마침 우리 회사 글로벌 오디션이 LA에서 열렸고 거기 지원 후 합격해서 연습생이 되었다고 한다.


“라는 거지?”

“네. 사실 다른 회사 오디션도 붙긴 했어요.”

“근데 하필 우리 회사로 온 이유가 있어?”

“그게 사실.”


이러면서 눈치를 보며 말을 흐린다. 내가 승현이를 오래 본 건 아니지만 얘가 이런 캐릭터가 아닌데?


“제가 트리니티 누나들 팬이거든요.”


하. 이놈도 현진이랑 비슷한 부류였군. 나도 어디까지나 우연히 트리니티의 멤버별 직캠을 몇 번 봤지만 아직 팬은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같은 회사면 언제 얼굴 한 번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 나도 맨날 포스터로만 보다가 우연히 월평장에서 봤으니 너도 언젠가는 볼 기회가 오겠지. 근데 1층에서의 일은 얘한테 이야기 안 해주는 게 좋을 거 같다.


“그래. 곧 투어 한다고 하니 연습생이라면 콘서트라도 갈 기회가 생기겠지.”

“그러니깐요. 아직 미국 투어는 안 하니깐 한국 진짜 잘 온 거 같아요.”


이 자식 중증이었네.


///


승현이와 헤어진 후 연습실로 올라왔다. 너는 연습 안하냐고 물어봤더니 집에 가서 샤워하고 오겠단다. 그러고 보니 여기 연습실은 여름에 에어컨은 잘 틀어주는지 모르겠다. 땀 흘리면서 춤추다가 갑자기 찬바람 쐬면 감기 걸리기 쉽다고 지하철 약냉방칸처럼 트는 거 아니야? 기이할 정도로 직원들 몸관리에 진심인 회사라서 진짜 그럴 것도 같다.


항상 하는 루틴처럼 몸을 풀었다. 이건 특별히 정해진 순서 같은 게 없지만 단체 수업 들을 때는 모두 같은 동작으로 몸을 풀기 때문에 그냥 그걸 따라 하고 있다.


“날 더워지니깐 몸은 확실히 잘 풀리네.”


어릴 때는 잘 몰랐는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사전준비운동과 마무리 운동의 중요성을 체감하게 된다. 물론 지금 내 몸 상태로는 별 차이를 못 느끼고 있지만 그래도 미리 조심해서 손해 볼 거는 없잖아? 현대 의학기술로도 관절 나간 거는 답이 없다고.


“이야. 몸도 FM으로 푸네?”


누군가 하고 뒤를 돌아봤더니 지훈이형이다. 평일에는 천수동에서 연습하는 게 이 형 루틴인데 여긴 어쩐 일이지.


“어. 형 오늘 이 연습실은 어쩐 일로?”

“아. 천수동 연습실 천장 물 샌다고 지금 막아놨어.”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했는데 역시 건물 연식은 무시 못하는 건가. 그래도 본격적으로 비 오기 전에 알아채서 다행이다. 내가 당해봐서 아는데 폭우 쏟아질 때 비 새면 진짜 답도 없다. 그나마 비싼 물건이 거의 없어서 다행이었지. 비싼 가전이나 컴퓨터가 날라갔어 봐. 그 자리에서 하늘도 울고 나도 울었을 거다.


“큰일이네요.”

“긴급공사 들어가서 한 일주일 정도 못 쓴다더라.”


방수 공사를 하나 보군. 아 재미있는 예전 기억 하나가 갑자기 떠올랐다. 예전에 서울에 비가 엄청 왔을 때, 밑에서 잠깐 알바를 했던 인테리어 사장님 일복이 터지셨었지. 우선 본인가게 있던 건물 방수 공사부터 다시 해야 했지만.


“거기는 확실히 낡긴 했어요.”

“여기 연습실 생기고 나서부터 많이 좋아지긴 했어?”

“그래요?”

“어. 지금 사장님 한국 오시기 전까지 연습실 거기 하나였거든.”


어? 이 형 사장님도 알어?


“이야. 형이 진짜 고인물이긴 한가 보네요.”

“고인물? 나야 뭐 연습생 생활 처음부터 이 회사에서 했으니깐.”

“사장님도 자주 봤나 보네요.”

“어쩌다 한번?”


오호. 이 형이랑 친해질 이유가 더 늘었네. 인맥은 재산이다.


“저도 아까 신인개발팀 사무실에서 봤어요.”

“운동하면서는 못 봤어?”

“저번에 강화도 갈 때 봤어요. 그때는 사장님인 줄 몰랐지만요.”


근데 이 형은 왜 그 동안 회사에서 단체로 뭔가를 할 때 한번도 못 봤지? 슬쩍 물어봤다.


“난 주말에 부모님 가게에서 일 도와드리거든. 설거지 하고 가게 문 닫고 청소 이 정도지만.”


만약 지훈이 형 부모님이 카페 같은 걸 하시면 이 형이 카운터에 얼굴을 보이는 그 순간 바로 매상이 급격하게 오를 거다. 예전에 잠깐 카페 알바도 했었는데 거기 사장이 넌 다 좋은데 좀 더 잘생겼으면 내가 알바비 많이 줄 텐데 라고 했건 기억이 난다. 시발.


“그래도 가끔 부모님이 가게 문 닫으실 일 있으면 따라가긴 했어.”

“그래요?”

“어. 가끔 등산도 가는데 그건 집에 금방 올 수 있어서 따라갔지.”


아. 등산도 가는구나. 내가 회사 생활하면서 운 좋게 등산 좋아하는 상사는 만난 적이 없었는데, 한국에서는 언젠가 반드시 만나야만 하는 운명이었나 보다. 서울은 근처에 오를만한 산이 아주 많아서 문제다.


‘아니. 생각해보면 유산소 하나만 하면 지겨우니깐 여러 가지 돌리는 것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수도?’


나도 꽤 망가진 거 같은 생각이 머리를 잠깐 스쳐 지나가지만 일단 넘어가고 연습하자. 연습!


///


연습을 모두 끝내고 숙소에 와서 씻은 다음에 내 방 침대에 누워 있다. 분명 평일이지만 기분은 주말 같은 이상한 날이다. 방학이 얼마 안 남아서 그런가 보다.


‘방학하면 뭐 하지?’


대학교 때 이후로 방학이라는 거 진짜 오랜만이다. 영주권 갱신 뭐 이런 거 때문에 중간에 미국을 한번 가야 하나? 평생 순수한국인으로만 살아서 그런가 이쪽은 아는 게 하나도 없다. 아니면 그냥 주구장창 연습실 죽돌이 생활?


밑층 매트릭스 위에 누워서 2층침대 바닥을 보고 있으니 답답해진다. 이거 하나는 예전에 거지 같은 집에서 요 하나 깔고 자던 시절이 더 낫다. 침대라는 걸 처음 접했을 때 아주 감동이었지. 당연히 중고를 산 거였지만 군대 가기 전까지 아주 잘 써먹었었지.


“그래도 전세집이라고 인테리어 좀 투자했었는데 아깝네.”


자가가 아니라 한계는 있었지만 그래도 내 기준에서 꽤 거액을 박았었는데 1년도 못 살고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아무튼 나름 최적화를 잘 시켜놨는데 그거에 비해서 허허벌판 수준인 이 방은 볼 때마다 참 복잡한 생각이 든다.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이번엔 진짜!”


[똑똑!]


누워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누가 내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 늦은 시간에 누구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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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 월말 평가가 모두 끝나고 나서 22.10.19 137 2 11쪽
32 (32) 두 번째 월평, 시작 22.10.14 151 2 11쪽
31 (31) 예지몽은 아닌 거 같은 개꿈 22.10.11 164 3 11쪽
30 (30) 3인 연습, 첫날 22.10.07 166 2 11쪽
29 (29) 뜻밖의 조우 22.10.04 185 3 11쪽
28 (28) 조별과제 1회차 모임 일단 끝 22.09.29 211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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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 토요일 끝 22.09.05 292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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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 첫 무대 +1 22.06.02 436 14 10쪽
12 (12) 포스터 속의 그녀 22.05.31 462 1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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