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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판꿀주먹 님의 서재입니다.

전직 영업사원의 싱글벙글 연예계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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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판꿀주먹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9
최근연재일 :
2022.11.23 12:15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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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07
추천수 :
413
글자수 :
205,276

작성
22.10.0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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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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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29) 뜻밖의 조우

DUMMY

(29) 뜻밖의 조우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이번주 아이돌>의 진행자 XXX입니다. 오늘 첫 코너는 평소와 다르게 연습생 이야기부터 하려고 합니다. 차세대 국민 걸그룹 트리니티의 소속사 넘버스의 연습생들 이야기입니다.”


“익명의 소식통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다들 넘버스가 언제 첫 보이그룹을 런칭할지 궁금하시겠죠. 몇몇 후보 연습생들에 대한 정보를 오늘 이 자리에서 제가! 몰래 알려드립니다!!”


화면에는 누런 재생 종이봉지로 얼굴을 가린 정체불명의 사람이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목소리도 모두 전자 음성으로만 나오고 있어서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알 수가 없다.


“쟤는 뭔데 얼굴에 이상한 걸 뒤집어 쓰고 있냐? 저거 과호흡 일어나면 병원에서 주는 거 아니야?“

“나도 몰라요. 관종인데 이해하려고 들지 말죠.”

“근데 이름은 대체 뭐라고 하는 거야? 나만 안 들려?”

“저거로도 어그로 끄는 거 아닐까요?”


대주주와 사장이 이런 대화를 주고 받고 있는 사이에도 이번주 아이돌 영상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넘버스의 왕자로 이미 팬클럽까지 있는 김ㅇㅇ연습생이 차기 보이그룹 멤버로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고 합니다. 정확히 몇인조 그룹인지는 제가 아직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확실한 소식이 들어오면 바로 영상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코너로 넘어가볼까요?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도 잊지 말아주세요!”


“저런 정보는 어디서 알아낸 거야? 우리 회사 안에 프락치 있어?”

“가끔 만나는 기획사 사장들도 다들 의문이던데요. 대부분 개나 소나 아는 정보들을 짜집기 한 거지만 가끔 날카로운 게 하나 둘씩 섞여 있다고. 고소하기도 애매하게 선은 또 깔짝깔짝 잘 넘나들어요.”

“그래? 그래도 혹시 모르니깐 계속 팔로우업을 좀 해봐. 선만 넘어봐라. 아주.”


///


“이게 뭐야?”


대체 내가 지금 뭘 본거냐. 인터넷 방송 시장이 내 생각보다 훨씬 빨리 커지고 있는 거야? 이런영상을 보는 사람이 왜이리 많지? 대한민국의 미래 이대로 괜찮은 거야?


“어. 이거 몰랐어? 엄청 유명한데?”


심지어 유명하다고 한다. 스크롤을 내려 구독자수를 확인해보니 십만 단위다. 우리 회사 구독자가 만 단위였었나.


“참··· 별게 다 있네.”

“우리 회사 소식 나온 클립영상 친구가 보내줘서 봤는데 생각보다 정확하더라.”

“그래. 좋은 정보 고마워.”


진짜 세상은 넓고 이상한 사람들은 많구나.


학교에서의 충격이 덜 회복된 채로 집에 와 있다. 침대에 던져둔 타블렛으로 아까 봤던 채널에 다시 들어가 봤다. 아까 현진이가 보여준 영상 말고도 5-10분 단위 하이라이트 필름 같은 게 엄청 많이 올라와 있었다.


“돈은 많이 벌겠네.”


이런 채널 운영하는 사람들 중에 조회수 잘 나오는 사람들은 엔간한 직장인만큼 번다고 하던데 조회수 단위를 보니 이 놈도 그 동안 돈 꽤나 챙겨왔을 거 같다. 방송 퀄을 보니 촬영할 때 딱히 돈 나갈 일도 없어 보인다. 책상에는 딸랑 원고 하나만 있고 이상한 봉투랑 카메라, 그리고 아마 영상 편집할 컴퓨터? 이게 다다. 완전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있다.


순간적으로 현타가 오긴 한다. 나는 학교 가서 열심히 수업 듣고(대부분 아는 내용이라 대충 듣지만), 춤도 열심히 추고(알아서 몸이 반응하는 거지만) 보컬연습도 꾸준히 하는데 저런 식으로 앉아서 좀 떠드는 걸로 돈을 벌다니.


“에이. 회사나 가야지.”


방구석에서 저런 생각만 하고 있으면 사람이 발전이 없다. 노오력을 해야지!


///


휴. 오늘 하루도 길었다. 내일 얼마나 힘들지 예상이 안 가서 오늘은 일단 레슨만 듣고 바로 집에 왔다. 아! 회사 1층에서 문 열고 밖으로 나가려는 타이밍에 마침 지하에서 올라오는 스티브를 만나긴 했다. 순간 식겁했는데 별다른 일은 없었다. 표정이 좋은 거 봐서 스텝밀로 여러 사람 잡는 재미가 쏠쏠한가 보다. 제발 내일은 날씨가 좋아야 할 텐데.


그리고 대망의 다음날. 다행히 날씨는 쾌청했다. 원래 미세먼지가 디폴트인 계절인데 이상하게 요새 날씨가 계속 좋다. 아무튼 상큼하게 새벽운동을 마치고 학교 조퇴해서 집에 왔더니 지원이 형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왔냐?”

“네. 근데 형은 이 시간에 어쩐 일로 집에 다?

“밥 먹으러 가려고.”

“밥이요?

“엉. 지훈이형이 오늘 점심때 오라던데?”


난 당연히 오후 레슨 끝나고 먹을 줄 알았는데 점심이었네. 근데 메뉴가 뭐지. 요즘 운동스케줄이랑 식단 다 바뀌면서 치팅데이 주기도 좀 짧아졌다. 그래서 막 예전처럼 식탐이 있진 않지만 그래도 맛있는 건 맛있는 거다.


“주소 찍어줬으니깐 일단 나 따라와.”


그렇게 지원이 형과 나는 집에서 나와 지훈이 형이 알려준 곳으로 가기 시작했다. 근데 가는 길이 아주 익숙하다. 어라?


“어?”

“여기 전에 왔었던 곳 아니에요?”


지원이 형이랑 처음 밥 먹으러 왔던 곳이다. 그때는 줄이 제법 길었던 거 같은데 오늘은 이상하게 사람이 없네. 문도 굳게 닫혀있는데 영업을 하긴 하는 건가?


그때 음식점 문이 열리더니 아는 얼굴이 나왔다. 지훈이 형이다.


“어. 왔냐?

“형이 여기서 왜 나와요?”

“여기 우리 부모님이 하는 가게야.”


이런 우연이 다 있나. 그럼 나중에 지훈이 형 데뷔하고 나면 가게 안 여기저기에 사진 붙어있고 팬들도 찾아오는 성지 뭐 그런 곳이 되는 건가? 이런 망상을 하고 있는데 지훈이 형이 멋쩍은 미소를 지면서 입을 열었다.


“그냥 구석에서 조용히 밥만 먹고 간다고 했는데 굳이 부모님이 하루 점심장사 접고 잘 먹이신다고···”


그러고 보니 안에서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한다. 파괴된 내 근육들이 단백질을 원하고 있구나.


“그럼 일단 빨리 들어가자.”


그렇게 셋은 사이 좋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


“아이고 지훈이가 연습생 친구 데려온 적은 처음이라 신경 좀 썼는데 어때요? 입에 좀 맞나?”

“어머님. 말씀 편하게 하세요.”

“이름이 유진이라고 했나? 말 참 이쁘게 하네.”


내가 또 나이 좀 있으신 분들에게 잘 먹히는 타입이긴 하지. 알바를 많이 해서 그런가 중년층 대상으론 남녀를 안 가리고 노하우가 좀 있는 편이다. 아무튼 전에도 느낀 거지만 음식 진짜 예술이다. 요즘이야 반찬가게 같은 거 많아서 혼자 살아도 식생활 면에서 크게 불편한 점은 없다. 하지만 이런 집밥 스타일이 땡기는 날이 분명 있다. 난 보통 그럴 때 국밥을 먹으러 갔었다.


“와. 고기 진짜 잘 구우시네요. 고깃집 해도 되겠는데요.”

“사실 저녁 장사는 그게 메인이야.”


아하. 전형적인 점심에는 백반으로 테이블 회전 돌리고 저녁 장사로 돈 버는 집이었군. 원래 한식이 메인디시도 중요하지만 사이드로 나오는 밑반찬이 진짜 중요하다. 이 동네에서 이 가격 받는데 버티고 있다면 경험상 기본이상은 하는 집이다.


“여기서 장사 오래 하셨나 보네요.”


테이블이나 내장재들이 적당히 연식이 있어 보여서 던진 말이었는데 예상 외의 답이 돌아왔다.


“아니. 원래 남산구에서 장사했는데 얼마 전에 이리로 이사 왔지.”

“네? 근데 안만 보면 엄청 오래 하신 거 같은데요?”

“학생이 눈썰미가 좋네.”


지훈이형 어머니는 아예 옆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으시더니 이야기를 이어나가셨다. 대충 요약을 하자면 원래 장사하던 건물 주인이 바뀌고 그 자리에 빌딩을 다시 올려야 해서 가게를 빼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 빌딩 산 주인이 여기를 소개해줬다고 한다.


“원래 다른 식당 하던 자리라 인테리어 비용은 별로 안 들었지. 참 고마운 분이야.”

“아. 거 지훈이 친구들 재미없게 이상한 소리나 하고 있네.”


누군가 하고 고개를 들어 확인을 하니 지훈이형이랑 약간 닮았지만 몸무게는 제법 차이나 보이는 인상 좋으신 분이 서 있었다. 손에 고기가 든 쟁반을 들고 계셨는데 전에 왔을 때는 안 계셨었던 거 같다.


“어우. 아버지 있다가 연습해야 해서 그거 다 못 먹어요.”

“다 못 먹으면 나중에 우리가 먹으면 되는 거야. 음식 장사 좋은 게 뭔데.”


지훈이 형 목소리에서 약간 당황한 게 느껴진다. 재밌네. 30대라면 부대껴서 못 먹을 양이지만 지금 상태의 위장이면 어찌 소화 가능할 것도 같은데 다른 사람 의견은 궁금하네.


“적당히 먹고 일어나자.”

“그래. 지원이 너 생각도 그렇지? 이제 슬슬 가볼게요.”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여기서는 나도 같이 일어나야겠군. 배터지게 먹고 그냥 티비나 보면서 빈둥거릴 상황이면 몰라도 바로 춤추러 갈 거면 적당히 먹긴 해야지.


“잘 먹었습니다!”

“그래. 앞으로도 종종 밥 먹으러 와. 남자끼리 모여 살면 안 봐도 뻔한데.”


제가 사실 자취경력 베테랑인 걸 모르시는군요. 어머니. 어지간한 가정주부보다 제가 더 살림을 잘할 겁니다. 그래도 한끼 잘 대접을 받았는데 그러 식으로 나오면 인성에 문제가 있는 거다.


“네.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


그리고 셋이서 지훈이 형네 부모님이 하는 음식점을 나왔다. 오랜만에 든든하게 먹어서 컨디션이 확 올라온다.


///


천수동 연습실까지는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대학교 다닐 때까지는 버스도 가끔 탔었는데 진짜 오랜만에 탄다. 요즘 버스는 차고가 참 낮구나. 그렇게 한 15분쯤 지났을까 지원이 형이 하차벨을 눌렀다.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나 보군.


“여기야. 내리자.”


내려서 많이 걸을까 싶었는데 정거장 바로 앞에 있는 꼬마빌딩에서 지원이형과 지훈이형이 멈춰 섰다. 연식이 거의 우리 숙소 정도는 되어 보이는 건물이다.


“여기가 연습실이에요?”

“엉.”


그래도 도어락은 설치되어 있네. 근데 이 정도 거리면 연습생들이 충분히 왔다 갈만한데 왜 여길 잘 안 쓰지?


“아. 그게 우리 숙소만 좀 따로 떨어져 있어서 그래.”


이야기를 들어보니


천수동 연습실 <> 우리숙소 <> 메인연습실 <> 다른숙소


대충 이런 구조다. 우리 숙소와 이 연습실 사이에 지훈이 형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음식점이 있는 먹자골목이 있다. 그리고 숙소에서 일주일 내내 사는 연습생은 생각보다 별로 없다고 한다. 수도권 출신들은 보통 집에서 다니고 진짜 그럴 여건이 아닌 사람들만 숙소생활을 한다.


“···라는 거죠?”


“그래. 확실히 요약을 잘하는구나.”


스트레칭을 하면서 하는 스콜토크가 은근 재밌다니깐. 원래 오피셜로는 못 얻는 정보들도 담배타임만 되면 은근슬쩍 흘러나오는 법. 그래서 담배는 안 펴도 커피 하나 뽑아서 꼬박꼬박 자리는 차지하고 있었지.


“이제 몸 다 풀었지? 그럼 일단 내가 찍어놓은 안무부터 보고 하자”


지훈이 형이 가방에서 타블렛 하나를 꺼내면서 이야기를 했다. 아무리 봐도 저거 연습생 필수품이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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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 월말 평가가 모두 끝나고 나서 22.10.19 137 2 11쪽
32 (32) 두 번째 월평, 시작 22.10.14 151 2 11쪽
31 (31) 예지몽은 아닌 거 같은 개꿈 22.10.11 164 3 11쪽
30 (30) 3인 연습, 첫날 22.10.07 166 2 11쪽
» (29) 뜻밖의 조우 22.10.04 186 3 11쪽
28 (28) 조별과제 1회차 모임 일단 끝 22.09.29 211 4 12쪽
27 (27) 조별과제는 역시 버스 타는 게 꿀이다 22.09.26 231 3 11쪽
26 (26) 월말평가 대격변 22.09.23 252 4 12쪽
25 (25) 어느 날 갑자기 숙소에 이상한 놈이 들어왔다 22.09.20 263 5 11쪽
24 (24) 너가 여기서 왜 나와! 22.09.16 277 6 10쪽
23 (23) 넘버스의 왕자님 22.09.14 282 6 11쪽
22 (22) B반 승급! 22.09.08 280 5 11쪽
21 (21) 토요일 끝 22.09.05 292 5 10쪽
20 (20) 개꿈 22.07.01 341 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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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 재능 22.06.09 381 1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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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 첫 무대 +1 22.06.02 436 14 10쪽
12 (12) 포스터 속의 그녀 22.05.31 462 1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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