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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판꿀주먹 님의 서재입니다.

전직 영업사원의 싱글벙글 연예계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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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판꿀주먹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9
최근연재일 :
2022.11.23 12:15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5,409
추천수 :
413
글자수 :
205,276

작성
22.09.16 13:05
조회
277
추천
6
글자
10쪽

(24) 너가 여기서 왜 나와!

DUMMY

(24) 너가 여기서 왜 나와!


준혁이다. 갑자기 내가 나타나니깐 많이 놀랐나 보지? 애써 당황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게 보인다. 근데 내가 영업직 짬밥이 몇 년인데 그거 하나를 눈치 못 챌까? 영업의 기본 중에 기본은 사전 치밀한 분석이지만, 의외로 협상장에서 눈치껏 지를 때 결과가 좋았던 적이 종종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내 감을 꽤 신뢰하는 편이다.


“왜 왔냐니? 수업 있어서 왔지.”


하지만 모르는 척 천연덕스럽게 대답을 했다. 반응이 찰져서 은근 놀리기 좋은 타입이라니깐.


“아니. 내 말이 그게 아니라.”

“놀라게 해주려고 숨긴 거야?”


지원이 형이다. 음 준혁이를 더 놀리고 싶었는데 여기까지만 할까?


“저도. 어제야 안 사실이에요. 뭐 말할 시간도 없었네.”

“그래?”


내 대답을 듣고 지원이 형은 바로 몸을 풀러 가버렸다. 준혁이도 뭔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보였지만 슬슬 수업시간이 다가와서 그런가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나도 이제 슬슬 몸을 풀어야겠다. 스트레칭을 하면서 주변을 한번 쓱 둘러보았다.


내 편견인지는 몰라도 B반은 몸 푸는 거 하나만 봐도 뭔가 좀 달랐다. C반 사람들은 대부분 연생 경력이 짧아서 그런가 뭔가 어설픈 느낌이 많이 들었다. 근데 여기 사람들은 스트레칭 하는 거 하나만 봐도 프로 느낌이 난다.


그래서 나도 평소보다 열심히 스트레칭을 했다. 확실히 운동할 때도 그렇고 춤 출 때도 그렇고 스트레칭에 힘을 얼마나 줬냐에 따라 끝나고 오는 데미지 차이가 제법 많이 난다. 예전에는 한번도 그런 걸 못 느꼈었는데 이런 걸 경험할 때마다 예전에 얼마나 운동을 안하고 살았는지를 깨닫게 된다.


한참 몸을 풀고 있는데 굳게 닫혀 있던 연습실 철문이 열리면서 누가 안으로 들어왔다.


“엥?”


이번에는 내가 지금 당신이 여기서 왜 나와! 를 할 차례야?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바로 영준쌤이었다. 기본 안무 배운 이후로 얼굴 자체를 처음 본다. 그때 참 친절하게 알려줘서 이미지가 참 좋았는데 진짜 수업에서는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본격적인 수업 전에 영준쌤은 몸을 풀면서 자연스럽게 연습생들이랑 농담을 주고 받는다. 서로어느 정도 티키타카가 되는 걸 보면 확실히 C반이랑은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쉽게 말해 고인물 파티 느낌 이랄까. C반에 내가 오래 있었던 건 아니지만 수업할 때마다 왠지 모르게 어수선한 느낌이 강했다. 근데 여기는 왁자지껄하지만 나름 그 소란함 속에 어떤 질서가 있다.


“오늘 새로 들어온 연습생이 있다고 들었는데?”


내 이야기인가 보군. 서로 모르는 사이도 아니라 바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그래. 우리 구면이네.”


영준쌤이 아는 척을 하니 연습생 사이에서 약간 웅성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영준쌤은 모르는 척 넘어갔다.


“그래. 몸은 다 풀었지? 바로 수업 들어갑니다.”


드디어 시작이구나.


///


“아니 거기서 팔 5도쯤 더 올려야지?”

“동작에만 신경 쓰지 말고 표정도!”


헐. 영준쌤이 이런 수업 스타일이었나? 분명 예전에 1:1 수업 비슷한 걸 했을 때는 엄청 친절했던 기억이 있는데 오늘은 완전 딴 사람이다.


“아. 넌 오늘 첫 수업이지. 앞으로 표정에 신경 좀 쓰자?”


물론 나한테도 약한 태클이 들어오긴 했다. 팔다리는 알아서 움직이는데 표정은 카피가 안되더라. C반 수업 때는 이런 지적 받은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확실히 수업수준이 다르긴 하다.


근데 이 와중에 지적을 한번도 안 받은 사람이 있다.


“다들 지훈이만큼 하면 내가 놀아도 되겠네.”


음. 저렇게 대놓고 비교를 하네. 근데 내가 봐도 진짜 깔게 없다. 저런 사람이 왜 아직까지 B반에 있는 거야. 어제 봤던 음방에 나온 아이돌들보다 더 잘하는 거 같다. 주변 분위기를 보니 약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그런 느낌이다. 대놓고 에이스라는건가?


B반 첫 수업을 듣고 나니 대충 감이 잡힌다. 여기 수업 듣는 사람들은 애초에 기본기 습득은 다 끝난 사람들이라 주로 무대표정 같은 디테일에 많은 신경을 쓴다. 나도 영업직 짬이 있어서 접대용 표정 같은 건 자신이 있지만 무대 표정이라는 건 아직 잘 모르겠다. 뭐 하다 보면 늘겠지?


///


다음은 보컬 수업이다. 댄스 수업과는 달리 보컬 쪽은 따로 클래스가 있지는 않다. 내 생각에 춤은 한 사람이 한번에 여러 명을 가르치는 게 가능하고, 노래 쪽은 아무래도 그게 힘들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댄스는 연습하는 장면만 봐도 누가 틀렸는지 잘 추고 있는지 비교적 쉽게 알 수 있지만, 댄스 수업 때처럼 사람 모아놓고 노래를 시키면 아무래도 효율이 떨어질 거다. 아무튼 그래서 이쪽은 수업의 연속성이 있었다.


“그래. 저번 수업에서 내가 말했던 거 많이 연습해 왔지?”

“네.”


보컬실에서 음악 틀어놓고 녹음하면서 셀프 체크를 해봤지만 아무래도 기본기가 없어서 그런가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지난 수업 시간에 지적 받았던 거 위주로 나름 열심히 연습을 했었지. 근데 아무리 혼자 열심히 해봐도 수업 중간에 피드백 받는 것만큼 효율이 나오지는 않는다. 이래서 전문가를 비싼 돈 주고 쓰는 거다.


“그래. 저음 부분은 많이 좋아졌네. 근데 아직 중간에 플랫되는 부분이 있고 클라이막스 부분에선 조금 더 힘을 주는 연습을 해야겠어.”


처음에는 (초보면 누구나 겪는 거겠지만) 기본 용어도 잘 몰라서 사소한 거 하나하나까지 다 물어봐야 했다. 다행히 보컬 선생님이 친절해서 신경질 안내고 열심히 알려주었고, 덕분에 나도 이제 엔간한 용어들은 잘 알아들을 수 있다. 일대일 수업이라 마음이 더 편한 것도 있다.


아무튼 B반 첫날부터 스케줄이 아주 많아졌다. 슬슬 월평도 준비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나마 아직 기말고사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서 공부는 대충대충 해도 된다는 건 좀 위로가 된다. 단지 C반 나부랭이일 때랑 지금은 평가 기준이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해서 이게 걱정이 된다.


레슨을 모두 마치고 개인 연습을 좀 하다 회사 문을 나서는데 벌써 밖이 어두컴컴하다. 불현듯 얼마나 이 생활을 더 해야 하지 라는 생각이 머리 한구석에 든다. 춤 쪽 재능은 확실히 있지만 다른 쪽은 여전히 불안불안하다는 걸 오늘 다시 느꼈다.


원래 사람이 갑자기 뭐가 많이 변하면 잡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잘 적응하면서 살아왔는데 앞으로도 계속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런 기분 참 오랜만에 느끼네.”


이직하고 나서 어느 정도 적응기가 끝난 다음부터는 사실 다람쥐 쳇바퀴 굴러가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해외출장도 처음 몇 번은 참 즐거웠다. 하지만 가면 갈수록 출장기간에 못 한 일들이 결국 이자까지 붙어서 돌아온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전혀 즐겁지가 않았다. 물론 큰 계약 따내고 나서 들어오는 보너스는 달콤했지만.


“에이. 뭔 궁상이야. 집에나 가자.”


내일 또 하루를 살아가려면 집에 가서 쉬어야 한다. 오늘 하루 열심히 굴렀으니 잠은 잘 오겠네.


///


“야. 아까는 당황해서 미처 이야기를 못했는데 왜 이야기를 안 했냐?”

“뭐? B반 올라간 거?”

“그럼 이 상황에서 내가 너한테 할말이 또 뭐가 있냐?”


하루종일 굴러서 매우 피곤한데 집에 들어오자마자 씻기도 전에 준혁이에게 붙잡혀서 이런 소리나 듣고 있다.


“아니 뭐 급한 것도 아닌데 천천히 말하려고 했지. 바로 수업에서 만날 줄은 나도 몰랐어.”

“이게 말이야 방구야.”


딱히 속이거나 숨기려고 의도했던 건 아니지만 이런 반응이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는데 이게 은근 연습생들 사이에서 민감한 문제인가 보다. 회사로 치면 낙하산이 하나 떨어졌을 때 그런 기분인가? 음. 저렇게 비유하니 약간 이해가 가는 거 같기도 하다. 첫 회사에서 동기 하나가 대형 낙하산이었는데 그때를 떠올리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래. 미리 말 안 해서 미안해.”

“이렇게 갑자기?”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바로 사과를 했더니 준혁이가 살짝 당황한 눈치다. 감정이 얼굴에 바로 드러나는 타입이라 어디 가서 사기는 못 치고 다닐 자식이다. 아무튼 이 정도에서 대충 수습은 끝난 거 같아서 이 참에 궁금했던 거나 물어보기로 했다.


“아. 근데 혹시 이번 월평에 대해서 뭐 소문 같은 거 못 들었어?”

“갑자기 월평은 왜?”

“아니 C반이랑 B반은 아무래도 평가기준 같은 게 좀 다른가 싶어서?”


그때 옆에서 우리 둘의 대화를 보고만 있던 지원이 형이 중간에 끼어들었다.


“나랑 준혁이는 처음부터 B반이라서 그런 쪽은 잘 몰라.”


아니. 이럴 수가! 나랑 같이 사는 사람들이 다 엘리트 출신이었어? 지원이 형은 뭐 그렇다고 해도 준혁이 저 자식까지?


“아 준석이는 C반 거쳐서 올라오긴 했다.”


그래도 동지가 하나는 있었네. 근데 준석이는 관심사도 아닌 이런 쪽은 물어봐야 답도 안 해줄 거라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형. 이번 월평은 뭔가 좀 다를 거라는 소문 들었어요?”

“너도 들었냐?”


갑자기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처음 듣는 소리라 얌전히 귀를 기울였다.


“어디까지나 소문이긴 한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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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 예지몽은 아닌 거 같은 개꿈 22.10.11 164 3 11쪽
30 (30) 3인 연습, 첫날 22.10.07 166 2 11쪽
29 (29) 뜻밖의 조우 22.10.04 186 3 11쪽
28 (28) 조별과제 1회차 모임 일단 끝 22.09.29 211 4 12쪽
27 (27) 조별과제는 역시 버스 타는 게 꿀이다 22.09.26 231 3 11쪽
26 (26) 월말평가 대격변 22.09.23 252 4 12쪽
25 (25) 어느 날 갑자기 숙소에 이상한 놈이 들어왔다 22.09.20 263 5 11쪽
» (24) 너가 여기서 왜 나와! 22.09.16 277 6 10쪽
23 (23) 넘버스의 왕자님 22.09.14 282 6 11쪽
22 (22) B반 승급! 22.09.08 281 5 11쪽
21 (21) 토요일 끝 22.09.05 292 5 10쪽
20 (20) 개꿈 22.07.01 341 9 9쪽
19 (19) 중간고사 끝! 22.06.27 356 9 9쪽
18 (18) 새로운 도전 22.06.15 366 13 9쪽
17 (17) 올바른 셀카를 찍는 방법 22.06.13 367 13 11쪽
16 (16) 재능 22.06.09 381 15 9쪽
15 (15) 우리만의 작은 비밀 22.06.08 386 12 10쪽
14 (14) 잠깐 쉬어가기 22.06.07 390 15 10쪽
13 (13) 첫 무대 +1 22.06.02 436 14 10쪽
12 (12) 포스터 속의 그녀 22.05.31 462 1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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