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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판꿀주먹 님의 서재입니다.

전직 영업사원의 싱글벙글 연예계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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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판꿀주먹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9
최근연재일 :
2022.11.2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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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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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5,276

작성
22.06.02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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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3) 첫 무대

DUMMY

(13) 첫 무대


대기실에서 평상시처럼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바로 백 스테이지로 이동을 했다. 나랑 같이 대기실에 있던 인원 중 한 명은 C반 사람이라 어느 정도 얼굴이 익었다. 나머지 한 명은 B반인데 하필 내 바로 앞 순서다. 이거 대놓고 비교되겠는걸.


“자. 이제 곧 무대 올라가니깐 마이크 차실 게요.”


처음 보는 회사 직원 분이 내 몸에 마이크를 채워 줬다. 인생 처음 차보는 마이크라 그런가 신경이 제법 쓰인다. 이걸 차고도 제대로 무대를 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살짝 든다.


‘와 여기서 관중들 모습 보니깐 진짜 엄청 떨리네’


백 스테이지에서 보는 무대의 모습은 관중석에서 볼 때랑은 차원이 달랐다. 무대에 올라가면 훨씬 더 떨리겠지? 고작 수십 명이 내 앞에 서 있는데도 이 정도인데 수백 수천 명 앞에서 공연하는 사람들은 정말 얼마나 긴장이 될까?


전에 한번 이야기를 한 거 같은데, 신입사원 연수회 때 했던 장기자랑 이후로 이런 무대에 올라가는 건 처음이다. 그때는 지금보다 관중이 훨씬 많았다. 하지만 보통 참가에 의의를 두고 준비를 하는 거랑 결과가 대놓고 고과에 반영이 되는 게 같을 리가 있나. 그때는 그냥 웃기는 게 장땡이었단 말이다!


“연습한 거만 다 보여주고 오자!”


무대위로 올라오라는 사인이 오기 전까지 뒤에서 대기하면서 계속 속으로 마인드컨트롤을 했다. 이렇게 떨릴 줄 알았으면 청심환이라도 하나 먹고 올걸 그랬나? 처음 운전면허 장내 기능시험을 봤을 때, 너무 떨려서 언덕도 못 올라가고 광탈했던 기억이 갑자기 떠오른다. 약 먹고 들어간 다음 시험에서는 만점이 나왔었는데.


“14번 연습생. 무대로 올라오세요.”


드디어 내가 무대에 설 순서다. 기다리는 동안 너무 긴장해서 그런가 내 바로 앞 순서였던 B반 사람 무대가 하나도 눈에 안 들어왔다. 아. 여긴 어디고 지금 난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현실도피 마렵네.


그래도 기왕 여기까지 왔는데 죽이 되는 밥이 되든 일단 한번 경험은 해봐야 하지 않겠어? 크게 심호흡을 한번 하고 무대 위로 올라갔다.


///


“유진이 자식 잘하려나?”

“첫 월말 평가인데 솔직히 별로 기대는 안 되네요.”

“에이. 그래도 춤 수업은 잘 따라간다는데?”

“거긴 C반이잖아요.”


무대 밖 관중석에서는 지원과 준혁이 유진의 첫 월말평가가 어떨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근처에 이미 월말 평가를 마친 연습생들도 몇 명 보인다. 과도한 긴장으로 인해 무대에서 자기 실력을 제대로 못 보여준 사람들 표정은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


“16번부터 18번은 준비해주세요.”

“앗. 내 순서다. 형 저 먼저 가요.”

“어. 그래 열심히 해라.”


준혁이 약간 긴장한 얼굴로 대기실로 떠나고 관중석에는 지원만 남았다. 그리고 마침 그 타이밍에 유진이 무대에 등장했다.


///


무대 위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싸고 단순한 멜로디 사이사이 울리는 비트가 내 귀를 촉촉하게 적신다. 음. 아무리 봐도 과도한 긴장감 때문에 정신이 나갔나 보다.


아무튼 나는 리듬에 맞춰 기본 안무를 추기 시작했다!


“뭐야? 진짜 저거 추는 거야?”

“와 저거 도전하는 놈이 진짜 있네.”


관중석에서 뭔가 웅성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거 같지만 머리 속에서 자동 재생중인 기본 안무를 구현하는데 집중하고 있어서 그런가 그냥 생활소음처럼 느껴진다. 연습실에서 댄스 라이브를 몇 번 연습해 봤는데 결과적으로 죽도 밥도 아니었다. 연습생 생활 한달 차인 내 입장에선 아무리 봐도 이게 최선이다.


남이 추는 춤을 보고 그대로 따라서 추는 건 할 수 있는데 박자감각은 예전이랑 달라진 게 없어서 좀 애를 먹었다. 노래로 비유를 하자면 좋은 음색과 고음을 쉽게 올릴 수 있는 능력은 줬지만, 박자 감각은 안 준 정도랄까? 이게 노래방 lcd화면처럼 전주가 깔리고 3, 2, 1 카운트가 뜨는 게 아니라서, 대부분의 연습시간을 정확한 타이밍에 춤을 시작하는 것에 할애했다.


그래도 열심히 연습을 해서 그런가 이제 제법 타이밍이 잘 맞는다. 그리고 일단 기본안무를 시작하면 그 후로는 거의 완벽하게 해낼 수 있다. 첫 월말평가인걸 감안하면 호평은 몰라도 패스는 충분히 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계산이었는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이걸 추고 있는 나도 잘 모르겠다.


“수고하셨습니다.”


스탭분들에게 인사를 하고 무대를 내려왔다. 긴장을 많이 해서 그런가 기본안무 1회차만 췄는데도 평소보다 땀이 훨씬 많이 난다. 화장실에서 차가운 물로 땀을 식히느라 세수를 하는데 팔도 덜덜 떨린다. 화장실에서 대충 씻고 나와서 다시 관중석으로 갔다. 근데 준혁이는 어디 가고 지원이 형 혼자만 있네?


“준혁이는요? 화장실엔 안 보이던데”

“어. 다 다음 순번이라 대기실.”


근데 기분 탓인가? 나를 보는 지원이 형의 표정이 평소랑 좀 다르다.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요?”

“아니··· 너 언제··· 에이 아니다.”


왜 말을 하다가 말지? 내가 무대가 그렇게 완벽했었나? 이거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려고 하네.


“어. 준혁이 나온다.”


그때 B반 이름표를 가슴에 찬 준혁이가 무대에 올라왔다. 나랑 클래스가 달라서 실력을 제대로 본 적이 한번도 없는데 B반 이름값은 하려나?


///


“우리 집에는 매일 나 홀로 있었지~”


분명 어디서 들어본 노래다. 근데 이 노래 중간에 춤출만한 부분이 있었나? 이런 의문을 가지고 준혁이의 무대를 보는데 나름 편곡을 했는지 중간에 댄스 브레이크 부분이 있다.


“잘하네.”


솔직히 랩 쪽은 내가 평가할 깜냥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근데 춤추는 것만 봐도 C반 애들이랑 비교하면 확연할 정도로 수준차이가 나 보인다. B반이랑 C반이 원래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나나? 운동할 때 옆에서 보면 매우 하찮아 보였는데, 무대 위에서는 사람이 좀 달라 보인다.


“준혁이 잘하지?”

“네. 지금까지 봤던 무대 중에서 제일 좋네요.”

“진짜 그렇게 느꼈으면 면전에서 대놓고 칭찬해줘.”

“에이. 남자끼리 그런 말을 어떻게 해요.”


이상하게 외국에서 영어로 립서비스를 할 때는 거부감 없이 잘만 하겠던데, 한국에서는 필터링을 한번 거치게 된다. 특히 이해관계가 별로 없는 사이에선 더더욱 칭찬에 인색하게 된다. 학교나 사회에서 만난 외국물 좀 먹은 애들은 평상시 애티튜드가 나랑 많이 달랐다. 근데 나는 영업직을 몇 년 했는데도 불구하고, 가까운 사이에서 서로 칭찬 할 일이 있을 때마다 영 어색해 죽겠더라.


아무튼 그 후로도 많은 연습생들의 무대가 이어졌다. 근데 준혁이 이상 가는 실력자는 보이지 않았다. 잘하는 사람들이 다 오후반에 몰린 건가? 같은 생각을 하면서 남은 오전 일정을 소화했다. 잠깐 주어진 점심시간에 내 몫의 샐러드를 해치우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트리니티 멤버들이 그새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오후에 일 있다더니 갔나 보네.”

“응? 누가 가?”

“아니. 별거 아니에요.”


아까 오후에 촬영 있다고 얼핏 들은 거 같았는데 밥도 안 먹고 갔나 보구나.


///


강변북로를 빠르게 달리고 있는 검은색 밴에 스케줄을 하러 가고 있는 트리니티 멤버들이 타고 있다. 운전석 뒤 2열 좌석에 세 명의 멤버가 앉아 있다. 앞 쪽에 앉은 수현은 줄 이어폰을 귀에 끼고 생각에 잠겨있는 거 같다.


“수현아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네? 언니 뭐라고 했어요?”


수현은 이어폰을 귀에서 빼고 옆 좌석에 앉은 지은을 바라봤다.


“아니. 무슨 생각 하냐고?”

“아. 별건 아닌데 그냥 신경 쓰이는 게 좀 있어서요.”


뒷자리에 가만히 앉아있던 유나가 둘 사이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재밌는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같은 표정이다.


“그 지원이 옆에 있던 연습생이 신경 쓰여서 그러는 거 아니야?”

“지원이 옆에? 아. 그 엄청 잘생긴 애?”

“맞아요. 수현이를 아주 뚫어지게 쳐다 보던데요?”

“수현이 팬인가 보지.”


그때 둘 사이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수현이 입을 열었다.


“아뇨. 그거랑은 느낌이 좀 달랐어요.”

“왜? 어떻게 달랐는데???”

“아. 이게 설명하기 좀···”

“그냥 오늘 기분이 별로라서 그런 거 아님?”

“그래. 우리 오늘 촬영 하는 거 때문에 어제부터 단식했잖아.”

“그래요. 기분 탓이겠죠. 근데 스케줄 끝나고 뭐 먹을까요?”


그리고 그 후로 한참 동안 식도락에 대한 난상토론이 유나와 지은 사이에서 벌어졌다. 아이돌이라면 빠져들 수 밖에 없는 화두를 던져서 둘의 관심사에서 벗어난 수현은, 창문 밖 풍경으로 시선을 돌리고 다시 생각에 잠겼다.


///


누가 내 이야기 하나 왜 이렇게 갑자기 귀가 간지럽지?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최근에 딱히 욕 먹을 만한 일을 한 기억은 없다. 땀이나 물이 귀에 들어가서 간지러운 거겠지?


점심으로 먹은 건 샐러드밖에 없긴 하지만 그래도 월말 평가라는 마음의 큰 짐을 내려놓으니 기분이 한결 낫다. 밥 먹고 무대 올라갔으면 아마 높은 확률로 체했을 거다. 회사 다닐 때 이런 큰 일을 치르고 나면 집에서 맥주 한 캔 까는 게 루틴이었는데, 지금은 미성년자라 그걸 못하는 게 참 아쉽다.


아무튼 오후에는 편하게 남들 무대만 즐기면 되는구나. 지원이 형이나 준석이는 또 얼마나 잘할지 좀 궁금하다. 얼핏 듣기로 지원이 형은 보컬 쪽이라고 들었는데 오전에 내가 본 무대에선 막 인상에 남을 정도로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없었다.


“월말평가 오후 일정 시작합니다! 모두 안에 들어가 주세요!”


안은 답답해서 밖에서 잠깐 서성이고 있었는데 직원 분이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앞으로 어떤 무대들이 펼쳐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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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 두 번째 월평, 시작 22.10.14 151 2 11쪽
31 (31) 예지몽은 아닌 거 같은 개꿈 22.10.11 163 3 11쪽
30 (30) 3인 연습, 첫날 22.10.07 166 2 11쪽
29 (29) 뜻밖의 조우 22.10.04 185 3 11쪽
28 (28) 조별과제 1회차 모임 일단 끝 22.09.29 211 4 12쪽
27 (27) 조별과제는 역시 버스 타는 게 꿀이다 22.09.26 231 3 11쪽
26 (26) 월말평가 대격변 22.09.23 251 4 12쪽
25 (25) 어느 날 갑자기 숙소에 이상한 놈이 들어왔다 22.09.20 263 5 11쪽
24 (24) 너가 여기서 왜 나와! 22.09.16 277 6 10쪽
23 (23) 넘버스의 왕자님 22.09.14 282 6 11쪽
22 (22) B반 승급! 22.09.08 280 5 11쪽
21 (21) 토요일 끝 22.09.05 292 5 10쪽
20 (20) 개꿈 22.07.01 341 9 9쪽
19 (19) 중간고사 끝! 22.06.27 356 9 9쪽
18 (18) 새로운 도전 22.06.15 365 13 9쪽
17 (17) 올바른 셀카를 찍는 방법 22.06.13 367 13 11쪽
16 (16) 재능 22.06.09 381 15 9쪽
15 (15) 우리만의 작은 비밀 22.06.08 386 12 10쪽
14 (14) 잠깐 쉬어가기 22.06.07 390 15 10쪽
» (13) 첫 무대 +1 22.06.02 436 14 10쪽
12 (12) 포스터 속의 그녀 22.05.31 462 1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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