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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판꿀주먹 님의 서재입니다.

전직 영업사원의 싱글벙글 연예계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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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판꿀주먹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9
최근연재일 :
2022.11.23 12:15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5,426
추천수 :
413
글자수 :
205,276

작성
22.11.10 12:05
조회
78
추천
4
글자
11쪽

(39) 어느 여름날

DUMMY

(39) 어느 여름날


“들어가도 되냐?”


지원이형이다. 갑자기 내 방에는 무슨 일이지? 지금까지 한번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


“네.”


침대에서 기어 나와서 방문을 열어주었다. 제법 친해졌다고 해도 연장자에 대한 예의는 지켜야지.


“아니. 별건 아니고 방에서 준혁이랑 이야기하다 갑자기 생각났는데 너 방학 때 무슨 특별한 스케줄 같은 거 있어?”

“당장 생각나는 건 없어요.”

“그래? 그럼 혹시 이 날 시간 괜찮니?”


지원이형이 폰 달력을 보여주었다. 저 날 어디 가나?


“어. 아마 별다른 일은 없을 거 같은데요.”

“그럼 혹시 그날 준석이네 놀러 가는데 같이 갈래?”

“금요일인데 레슨은 어쩌구요?”

“사실 그날은 레슨이 없어.”


처음 안 사실인데 이 회사는 전통적으로 7월 마지막 주 금요일은 아무 일정을 잡지 않는다고 한다. 무슨 창립 기념일 그런 건가 싶어서 물어봤는데 그건 아니라고 한다.


“그럼 왜 쉬는 거에요?”

“다들 그걸 궁금해 하지만 아무도 몰라. 그냥 하루 레슨 빠지니깐 좋다고만 하지.”


놀러 가는 거 좋지. 준석이네 본가가 강화도라고 했었나? 서해는 조개 먹으러만 가봤는데 강화도는 뭐가 유명한지 모르겠다. 바닷가 근처니깐 해산물은 싱싱하겠네.


“네. 저도 갈게요.”

“그래. 그럼 일단 명단에 올려 놓는다?”


이 말을 끝으로 지원이 형이 내 방을 나갔다. 어디 캠핑 가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내가 따로 챙길 거는 없겠지? 원래 초대를 했으면 초대한 사람이 풀코스를 쏘는 게 국롤이다. 거기에 대해 무한한 감사를 표하면 되는 게 초대받은 사람의 역할이고.


약간 꿀꿀했는데 놀러 간다는 소식을 들으니 다시 기분이 좀 좋아지다. 방학 때까지 또 열심히 살아야지!


///


“자. 다들 여름방학 잘 보내고 개학하면 보자.”


드디어! 드디어 방학이다. 뭐 크게 달라지는 건 없겠지만 그래도 아침에 잠을 좀 더 잘 수 있다는 건 아주 좋다. 나 학교 갈 준비할 때 방 안에서 자고 있는 사람들 보면 진짜 부러웠는데.


내 가물가물한 급식시절 기억을 더듬어 보면 방학 중에 보충수업을 했었던 거 같은데 여기는 예고라서 딱히 그게 의무는 아닌 거 같다. 학기 중에도 절반 넘게 조퇴하는 판국에 방학이라고 그거 듣고 있는 것도 좀 웃기긴 해.


아무튼 이 시간에 침대에 누워서 빈둥빈둥 거릴 수 있어서 아주 행복하다. 이 집 사람들은 여태까지 계속 이런 생활패턴이었단 말이지? 완전 꿀 빨면서 살았네. 아 자퇴 마렵다.


“밥이나 먹을까?”


원래 공복 운동 끝나고 회사에서 아침을 먹었지만 방학 하면서 일정을 다시 좀 조정했다. 물론 진짜 빈속에 운동하면 현기증이 나서 그 동안 뭘 좀 주어 먹고 가긴 했다. 여유 넘치는데 간만에 프렌치토스트 같은 거라도 좀 해 먹어볼까?


“그런데 제대로 된 도구가 하나도 없네?”


나 혼자 살 때도 냄비랑 프라이팬 하나 정도는 있었는데 이 집에는 진짜 멀쩡한 조리도구가 하나도 없다. 아마 충분한 식재료와 도구를 쥐어줘도 다들 앉아서 멍청하게 앉아 있을 거 같긴 하지만, 어떻게 사람 사는 집에 이렇게 아무것도 없을 수가 있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말만 부엌인 공간 여기저기를 뒤지고 있을 때였다.


“아이고 깜짝이야.”


내 뒤에 소리소문없이 준석이가 와 있었다. 무슨 닌자 후손이세요? 혹시 지금 나 암살각 본거냐?


“요리해?”


오. 이 말수 적은 녀석이 나한테 먼저 말을 다 거는 날이 오는구나.


“기척 좀 내고 다녀라.”

“미안.”

“요리할 생각은 있는데 뭐 도구가 하나도 없네.”


그러자 준석이가 구석에 있는 상자 쪽으로 가더니 안에서 비닐로 꽁꽁 싸맨 뭔가를 꺼내왔다. 프라이팬이다!


“나 말고 아무도 안 써서 여기 보관했는데 쓸래?”


항상 저기 안에는 뭐가 들어 있을까 궁금했지만 사생활 침해를 할까 봐 손만 빨고 있었는데 박스 안에 준석이 물건이 들어 있었군. 그래도 나 말고 이 집에 정상인 한 명은 더 있어서 다행이다.


“혹시 식재료도 필요하면 냉장고에 있는 거 꺼내 써. 어제 잔뜩 사왔어.”


그 말을 듣고 냉장고를 열어보니 평소에는 계란이랑 닭가슴살 그리고 물만 들어있던 냉장고안에 제법 쓸만한 것들이 차 있었다.


“오. 그럼 나야 좋지. 너도 내가 한 거 먹을래?”


준석이는 고개를 젓더니 다시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참 캐릭터 파악이 안 되는 친구다.


///


“룰루랄라.”


계란을 깨서 휘젓고 부드러움을 위해 우유를 약간 섞었다. 버터를 적당량 썰어서 녹인 프라이팬 위에 적신 빵을 넣고 남은 계란물을 그 위에 뿌려주면 완성! 원래 설탕도 잔뜩 뿌려야 하지만 양심이 허락하는 최소한의 양만 치고, 대신 약간 날 수도 있는 계란 비린내를 잡기 위해서 후추를 뿌렸다. 후추 보니깐 후추 스테이크가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


요리를 하면 생각이 비워지는 거 같아서 좋아하는 편이다. 예전 여자친구랑 원데이 베이킹 클래스를 들었을 때도 참 재미있었던 기억이 난다. 나 직장 관두고 일본이나 유럽에 빵 배우러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이런 주접도 떨었었는데 말이지.


“음? 뭐야 맛있는 냄새 나네.”


근데 내 행복한 추억팔이를 깨는 목소리가 들렸다. 준혁이다.


“오. 너 요리도 할 줄 알았냐? 미국 사람들은 다 냉동만 데울 줄 아는 거 아님?”


말은 이렇게 하면서 시선은 내가 만든 토스트 쪽으로 가 있는 준혁이. 넉넉하게 해서 주려면 못 줄 것도 없지만 저런 식으로 말하면 그냥 주기는 좀 그렇지.


“넌 단백질 파우더나 드시지?”

“그거랑 니가 만든 토스트랑 영양성분 차이 별로 없어 보이는데?”

“이거 버터로 구운 건데?”

“나 우유도 마셔.”


이렇게 논리적으로 반박할 줄은 몰랐네.


“그래 몇 개 먹을 건데?”

“음 토스트 2장 정도?”

“오. 우리 유진이 요리하냐? 뭐 만들어?”


우리가 떠드는 걸 듣고 방에서 나온 지원이 형까지 부엌에 나타났고, 난 토스트 만드는 기계가 되었다.


///


며칠 후 드디어 강화도로 놀러 가는 날이다. 방학을 해서 그런지 아니면 놀러 갈 생각을 해서 인지 원인은 모르겠지만,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연습을 했다. 그 동안 출장으로 여기저기 다니긴 했지만 여행, 그것도 본격적인 국내 여행은 이게 처음이다.


여기서 강화도까지 어떻게 가나 했는데 벨이 울려서 나가보니 준석이 아버님이 픽업을 하러 오셨다! 혹시 준석이네 가문 핏줄에 천사의 피라도 흐르는 거 아니야?


“안녕하세요. 유진이라고 합니다.”

“그래. 너가 그 최근에 들어왔다는 연습생 친구구나.”


인상이 참 좋으신 준석이 아버님은 9인승 밴을 끌고 오셨다. 이 동네가 은근 골목도 좁고 일방통행도 많은데, 어떻게 저 큰 차를 끌고 집 앞까지 오셨네?


“안녕하세요.”


지원이 형과 준혁이도 인사를 하고 차에 올랐다. 놀러 가는 사람은 이게 다야? 이 정도면 세단에 낑겨서 가도 충분한데 솔직히 밴은 좀 공간낭비긴 하다. 근데 내가 기름값이랑 톨비 낼 거도 아니라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아하. 우리 준석이가 원래 어렸을 때부터 친구가 별로 없었어. 그래서 이 회사 들어온다고 했을 때 나도 엄청 놀랐지.”


뭐 하시는 분인지 모르겠는데 눈치가 참 빠르시다. 사실 준석이도 말수만 적은 거고, 방안에만 박혀 있어도 숙소 안의 모든 일을 다 알고 있는 빅브라더 같은 거 아니야?


“와. 차 엄청 잘 나가네요.”

“유진이 너가 뭘 좀 아는구나. 내가 또 관리를 기가 막히게 했지. 어제 세차도 했다?”


어쩌다 보니 내가 조수석에 앉아서 준석이 아버지를 전담마크하고 있다. 내가 이런 경험은 처음이긴 한데 보통 조수석에는 아들내미가 타는 거 아니야? 뒷자리에서 혼자 귀에 이어폰 꽂고 있는 게 아니라.


그리고 준석이랑 달리 말이 굉장히 많으시다. 아무래도 준석이가 말수가 적은 건 어머니 쪽 성향을 물려받았나 보다. 그게 아니면 돌연변이겠지.


아무튼 답답한 시내 구간을 빠져 나와서 교외로 나오니 차도 안 막히고 시원시원하다. 확실히 서울 시내는 어지간하면 지하철 타고 다니는 게 빠르다. 그래서 사람들이 역세권을 그렇게 선호하는 거고.


‘내가 자차 있던 적이 한번도 없어서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입으로는 준석이 아버지 말씀에 맞장구를 치면서 속으로는 딴 생각을 열심히 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중고차라도 하나 사볼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근데 계산기 두드려 보고 나니 그런 생각이 싹 사라지더라. 아마 차를 샀으면 전세집은커녕 월세 꼬박꼬박 내면서 살고 있었겠지.


차는 인천을 지나고 다리를 건너 강화도 안으로 들어왔다. 창문 밖 풍경을 감상하면서 오는데 차가 갑자기 음식점 안으로 들어갔다. 설마 밥도 사 주시는 건가?


“자. 우리 가게에서 밥 먹고 가자.”

“···어 음식점 운영하고 있으세요?”

“준석이가 이야기 안 했냐?”


왜 이번 생 내 주변 사람 가족 중에는 음식점 하시는 분들이 많은 걸까? 지원이형이나 준혁이도 좀 친해지면 나중에 꼭 물어봐야지.


준석이네는 칼국수집을 운영하고 계셨다. 내가 국수는 또 환장하는데 이게 탄수화물 덩어리라서 못 먹은 지가 좀 오래되었다. 학교 다닐 때 돈 좀 생기면 근처에 고기육수로 국물을 낸 유명한 칼국수 맛집에 가곤 했었는데 해물칼국수도 좋아하는 편이다.


“많이 먹어라.”

“네.”


원목 테이블 한 가득 칼국수와 보쌈 그리고 밑반찬들이 깔려 나왔다. 칼국수는 김치하고만 같이 먹어도 맛있는데 이러면 게임 끝났지.


“와구와구와구”


준혁이는 리미트가 풀렸는지 진짜 미친 듯이 먹고 있었다. 저러다 집에 가서 체중 재다가 또 울게 분명한데 사람이 참 학습능력이 없다. 나? 이 몸은 체질상 별로 타격이 없어서 안심하고 입에 넣고 있다. 나이가 더 들면 몰라도 지금은 살 안 찐다. 이거 하나는 진짜 편하다.


기본적으로 연습생들은 워낙 운동량이 많아서 어지간히 먹어도 살이 잘 찌지 않는 편이다. 하루에 한두 시간은 운동 꼬박꼬박하고, 춤레슨에 개인연습까지 생각하면 어지간한 운동선수 부럽지 않을 운동량이다. 저런 환경에서도 체중 관리를 해야 하는 준혁이가 저주받은 체질인 거지 보통은 그냥 식단 조절 조금만 신경 쓰면 알아서 조절이 되는 편이다.


‘내 주변만 그런 건가?’


내가 말이라도 건네 본 연습생이 채 열명이 안 된다. 이 나이 대 애들 먹는 거에 환장하는 데 연습생 중에서도 준혁이처럼 고통 받는 사람들도 분명 있긴 할거다. 근데 나랑 큰 상관 없으니 굳이 신경 쓸 일은 아니다.


“보쌈 더 안 먹어? 남는 거 내가 먹는다.”


준혁이가 슬금슬금 접시를 자기 쪽으로 가져간다. 항상 이런 식이니 내가 친절하게 반응을 못하지!


“그래. 먹어라.”


적당히 배도 부르니 여기까지만 하자. 원래 나는 배가 꽉 찬 그런 느낌 별로 안 좋아하니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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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 사고는 항상 동시에 여러 가지가 같이 터진다! +1 22.11.23 70 1 11쪽
40 (40) 너 부자였구나? 22.11.14 9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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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 별다른 거 없는 평범한 하루 22.11.07 87 3 11쪽
37 (37) 과연 진짜 우연한 만남일까요? 22.11.04 99 1 11쪽
36 (36) 겉과 속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22.10.31 116 4 12쪽
35 (35) 뉴페이스 등장! 22.10.28 121 2 11쪽
34 (34) 초대 22.10.25 133 2 11쪽
33 (33) 월말 평가가 모두 끝나고 나서 22.10.19 138 2 11쪽
32 (32) 두 번째 월평, 시작 22.10.14 152 2 11쪽
31 (31) 예지몽은 아닌 거 같은 개꿈 22.10.11 164 3 11쪽
30 (30) 3인 연습, 첫날 22.10.07 167 2 11쪽
29 (29) 뜻밖의 조우 22.10.04 186 3 11쪽
28 (28) 조별과제 1회차 모임 일단 끝 22.09.29 212 4 12쪽
27 (27) 조별과제는 역시 버스 타는 게 꿀이다 22.09.26 232 3 11쪽
26 (26) 월말평가 대격변 22.09.23 252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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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너가 여기서 왜 나와! 22.09.16 278 6 10쪽
23 (23) 넘버스의 왕자님 22.09.14 283 6 11쪽
22 (22) B반 승급! 22.09.08 281 5 11쪽
21 (21) 토요일 끝 22.09.05 293 5 10쪽
20 (20) 개꿈 22.07.01 342 9 9쪽
19 (19) 중간고사 끝! 22.06.27 357 9 9쪽
18 (18) 새로운 도전 22.06.15 366 13 9쪽
17 (17) 올바른 셀카를 찍는 방법 22.06.13 368 13 11쪽
16 (16) 재능 22.06.09 382 15 9쪽
15 (15) 우리만의 작은 비밀 22.06.08 387 12 10쪽
14 (14) 잠깐 쉬어가기 22.06.07 391 15 10쪽
13 (13) 첫 무대 +1 22.06.02 436 14 10쪽
12 (12) 포스터 속의 그녀 22.05.31 463 1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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