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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판꿀주먹 님의 서재입니다.

전직 영업사원의 싱글벙글 연예계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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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판꿀주먹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9
최근연재일 :
2022.11.23 12:15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5,427
추천수 :
413
글자수 :
205,276

작성
22.10.25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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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34) 초대

DUMMY

(34) 초대


“어? 무슨 일인데요?”

“아니, 별건 아니고.”


내 경험상 별건 아니고로 시작을 하면 보통 별 거 아닌 게 아니었다. 근데 그거야 일할 때 기준이고 지금은 좀 다르지 않을까? 서로 엄청 친하지도 않은데 돈 빌려달라거나 보증 서달라는 건 아닐 거 아니야.


“어제 부모님이 시장을 가셨는데 말이지···”


지훈이형 부모님이 평소처럼 새벽에 물건을 띠러 거래처에 가셨는데, 그쪽에서 마침 오늘 좋은 게 하나 들어왔다고 해서 충동구매를 하셨다고 한다.


“돼지뼈요? 그럼 감자탕?”

“그래. 근데 팔기는 애매한 양인데 또 우리 가족끼리 먹기는 많아서 말이지.”

“오. 그래서요?”

“저번에 온 친구들 시간 나면 밥 먹으러 오라고 하시더라고.”


하루에 두 끼 연속 국밥이라니! 나트륨이 살짝 걱정되긴 하지만 국물 많이 안 마시고 건더기만 좀 건져 먹으면 괜찮지 않을까? 게다가 원래 안면 있는 어른 초대를 그 자리에서 바로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아. 네. 저는 개인연습 끝나고 시간 될 거 같아요. 근데 지원이 형은 잘 모르겠네요?”

“지원이한테는 내가 아까 이야기해놨어.”


그래? 그럼 내가 할 일이 하나 줄었군.


“아. 잘됐네요. 그럼 저녁에 형 부모님 가게로 가면 되는 거죠?”

“그래. 있다 보자.”


그 말을 끝으로 지훈이형은 샤워실로 사라졌다. 나도 머리 마저 말리고 잠깐 쉬다가 연습이나 하러 가야겠다.


///


지금 지원이형과 같이 지훈이형 부모님이 하는 가게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있다. 확실하진 않은데 이 시간대에 손님이 없는 거 봐서 우리 때문에 가게 일찍 닫으신 건가 싶어서 살짝 죄송스럽다. 그리고 우리 옆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도 한 명 앉아있다.


“넌 안 불렀는데 왜 왔냐?”

“어차피 음식 많이 남는다며?”


같이 앉아있는 나는 좀 떨떠름한데 지훈이 형 어머님은 좋아하시는 눈치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에게 뭘 먹이는 걸 좋아하시나 보군. 살다 보면 저런 사람들이 제법 있다. 내 예전 룸메이트도 그랬지.


근데 가만히 앉아서 생각해보니 여기 모인 사람이 우리뿐인 거 보면 저 형 교우관계도 참 처참하다. 연습생을 그렇게 오래 한 사람이 이런 자리에 부를 사람이 우리밖에 없어? 교우관계가 좁은 편이었던 예전의 나도 인생 평탄하게 흘러가서 결혼이라도 했으면, 그래도 회사 사람들이랑 대학교 동기 몇은 식에 왔었을 텐데 말이지.


‘내가 그 동안 뿌린 축의금 부조금이 다 얼마인데!’


결혼식은 대부분 참여 못하고 돈으로 때웠지만 장례식은 그래도 꼬박꼬박 참석한 거 같다. 물론 전부 다 가지는 못했지만, 하루에 두세탕을 뛰더라도 최대한 노력은 했다. 거래처랑 학교 인맥은 소중하거든.


‘세상이 은근 좁아서 나중에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니깐.’


실제로 이직할 때도 이런 미리미리 해 놓은 노력들이 꽤 도움이 되었다. 경력직 신입으로 들어갈 거 아니면 구인정보 얻기 힘든데, 프락치 아닌 프락치 여기저기 뿌려놓으니 들어오는 정보가 제법 쏠쏠했다.


가만히 앉아서 예전 생각을 하고 있는데 지훈이 형 어머님이 큰 냄비를 하나 들고 나타나셨다.


“우와.”

“진짜 맛있겠네요. 잘 먹겠습니다.”


감자탕이나 뼈해장국은 원재료는 상당히 저렴한 편이지만 집에서 해먹기에는 영 가성비가 안 나오는 음식 중에 하나다. 큰 냄비에서 은근히 계속 끓여야 하는데 가스비는 그렇다고 쳐도 계속 국물이 넘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하는 게 아주 귀찮지.


“일단 하긴 했는데 다들 좋아하나 모르겠네.”

“어휴. 없어서 못 먹죠.”


솔직히 살면서 이거 싫어하는 사람 못 본 거 같다. 한국으로 출장 온 외국인들 접대할 일이 몇 번 있었는데 술 좀 마시다 코리안 스타일 해장법이 궁금하다고 해서 근처 유명 감자탕집을 데려갔는데, 다들 아주 잘 먹더라.


반면 순대국 이쪽은 좀 호불호가 있던 거 같다. 예전에 동아리 연말 회식으로 학교 근처에 유명한 순대국 집에 갔던 적이 있는데, 내 앞에 있던 여자애들은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덕분에 나는 배터지게 먹었지.


‘아무튼 이번 생엔 처음이네.’


먹다 보면 손이 더러워져서 공식적인 자리에서 먹기는 좀 그런 음식이지만, 혼밥을 할 때나 친구끼리 소주 한잔 하면서 먹기에는 최고지. 아무튼 야무지게 살점을 발라내서 소스에 찍어먹고, 남은 부스러기는 다시 국물에 넣어서 밥과 같이 먹었다.


‘역시 한번에 다 안 말길 잘했어.’


원래 국밥은 토렴해서 주는 거 아닌 이상에야 밥 한 수저씩 적셔 먹는 걸 좋아한다. 맨밥을 한번에 다 말아버리면 점성 조절이 안 되어서 말이지. 한창 먹는 중에 옆으로 잠깐 시선을 돌려 다른 사람은 잘 먹고 있는지 보는데.


“와구와구와구.”


아주 잘 먹고 있었다. 저번에 몰래 야식 먹을 때도 느낀 거지만 준혁이는 참 전투적으로 먹는다. 평소에 음식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있어서 그런가? 하긴 나라도 그렇게 샐러드만 먹고 살라 그러면 자살 마려울 거다.


“지훈이 연습생 시작하고부터 다이어트 한다고 맨날 새모이만큼 먹는 거 보기 그랬는데, 이렇게 다들 잘 먹는 거 보니 참 좋네.”


근데 이렇게 먹는 게 어른들 보기에 별로 안 거슬리는 모양이다. 하긴 TPO라는게 꼭 패션에만 있는 건 아닐 거다. 상견례 같은 자리에서는 나처럼 깔끔하게 먹는 걸 선호하겠지만, 여긴 남의 부모님 앞이라곤 해도 상대적으로 맘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자리니깐.


“아. 감사합니다. 최근에 먹었던 거 중에서 제일 맛있네요.”


그래도 남의 부모님 앞이라서 그런가 준혁이가 예의를 꽤 잘 차린다. 손에 먹던 뼈만 놓고 대답을 했으면 더 좋았을 테지만 말이지.


///


“아. 배부르다.”

“와. 지훈이 형 잘 먹었어요.”


한차례 폭풍이 몰아치고 난 후 다들 배를 두드리고 있다. 이제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점심에 콩나물 국밥을 먹은 거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아무리 나라도 두 끼 연속 같은 음식 먹는 건 좀 그랬거든.


후식으로 나온 매실차를 마시면서 서로 대화를 나눈다. 거의 매일 보는 사이라 서로 할 말이 없는 게 정상이지만, 그래도 다들 연생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그런가 계속 할 말이 생긴다. 특히 여기서 세 명은 얼마 전까지 같이 조를 짜서 연습을 하기도 했고 말이지.


근데 지훈이 형이랑 준혁이 사이는 뭔가 어색한 공기가 흐른다. 둘이 별로 안 친한가?


“그래. 준혁이 맞지? 얼굴은 계속 봤는데 별로 말은 못 해본 거 같네. 2년전에 우리 회사 들어 왔다고 했나?”

“네. B반은 작년에 올라왔어요.”


약간 의례적인 인사만 오고 간다. 내가 옆에서 지켜봤는데 둘 다 사교성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급식 시절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일년 내내 같은 교실에서 생활을 하지만, 말 한번 안 섞어 본 애들도 분명 있었다. 여기는 댄스 수업 말고는 사실상 동선 겹칠 일이 거의 없으니 아마 학교보다 더 심할 거다. 준혁이 이 자식은 그런데도 여길 온 거네? 식욕이 이성을 이긴 거야 아니면 그냥 원래 뻔뻔한 거야?


“그래. 앞으로는 서로 아는 척 하고 지내자. 지원이 유진이랑 같은 숙소 산다며.”

“네.”


그래도 아직 둘 사이는 서먹서먹하다. 아니 둘이 무슨 소개팅이라도 함?


“다 먹었지? 이제 슬슬 집에 가자.”


갑분싸가 되려는 타이밍에 지원이 형이 중간에 끼어들었다. 이제 탈출이다!


“잘 먹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번창하세요.”


지훈이 형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가게 밖으로 나왔다.


“배부른데 슬슬 걸어 가자.”


이제 해가 떠 있을 때는 제법 덥지만 해가 지고 난 후는 약간 쌀쌀한 계절이다. 바람막이 하나 들고 나왔는데 좋은 선택이었다. 그리고 배가 터질 정도로 밥을 먹어서 약간 거북한 이런 기분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다.


“근데 형이랑 유진이는 전에 지훈이형 부모님 가게 갔었나 봐요?”

“어. 알고 보니 우리 회사랑 계약한 가게였더라고.”


우연이 겹쳐서 두 번째 방문에 이 사실을 알았을 때는 제법 놀랐지. 세상이 참 은근히 좁다니깐.


“근데 너 조만간 인바디 찍는 날 아니야? 오늘처럼 먹어도 되냐?”

“내일부터 다시 관리 들어가야죠.”


인바디 이야기가 나오니깐 갑자기 또 풀이 죽는다. 근데 그거 그렇게 자주하나?


“인바디를 보통 얼마마다 하는데요?”

“나는 열흘이고 준혁이는 아마 일주일마다 할걸?”


엥? 난 3주에 한 번 재던데 이것도 사람마다 달라? 이 이야기를 하니깐 지원이 형이 약간 놀란 눈치다.


“···혹시 너 최근에 운동 스케줄 바꿨니?”

“어떻게 알았어요?”

“나도 처음에는 일주일마다 쟀는데 운동 스케줄 바꾸면서 열흘로 늘었거든.”


그런 준혁이가 일주일마다 측정을 한다는 건 바로!


“저주받은 몸땡이라는 거지.”

“하긴 몰래 야식을 그렇게 먹으니.”

“그래도 근육량은 많다구요!”


억울하다는 준혁이의 말투. 소화흡수 효율이 얼마나 좋길래 저렇게 관리를 해도 살이 안 빠지지? 내가 CCTV처럼 24시간 준혁이를 감시하는 게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그래도 가끔 운동할 때 보면 열심히는 하는 거 같던데 말이지.


아무튼 이렇게 친구들이랑 걸어가면서 서로 헛소리 주고받는 거 진짜 오랜만이다. 복학하기 전에 미리 돈을 좀 모아놔서 학기 중에는 알바를 조금 덜 해도 되었을 때 말고는 처음 아닌가 싶다. 그 후로 계속 달리기만 해서 여유 같은 건 하나도 없었지.


‘지금도 마냥 노는 건 아니긴 해.’


그래도 예전에 달릴 때랑은 느낌이 좀 다른 거 같다. 답안지를 미리 보고 시험 치는 기분이랄까? 한창 이런 감상에 빠져 있는데 한창 지원이형이랑 떠들던 준혁이가 말을 걸었다.


“뭔 생각하냐?”

“응?”

“아니 말하다 말고 갑자기 뒤쳐져서 땅만 보고 걷길래.”


내가 그랬나? 그러고 보니 다른 사람들보다 두 발짝쯤 뒤에서 걷고 있었다. 이상하게 생각할 만 하군.


“아. 기말고사 어떻게 보나 그 생각.”


대충 둘러댔다.


“아. 맞다. 너 학교 다니지.”


아주 신선한 반응이다. 내가 학교 다닐 때 내 주위에는 정확히 두 부류의 사람이 있었다. 학점에 목숨 거는 애들이랑 은수저 물고 태어나서 그냥 저냥 졸업만 하려고 하는 애들. 가끔 교양 수업에서 예체능 계열 애들이랑 같은 조가 되면, 분명 같은 학교 학생인데 사고방식이 이렇게 다를 수 있나 했었다. 근데 이 회사 연습생들은 디폴트가 그거보다 살짝 업그레이드된 버전이다.


지금까지 부대끼고 살면서 많이 적응했다고 생각했지만 가끔 지금처럼 다른 종류의 사람이라는걸 자각할 때가 있다. 물론 겉으로 티는 안 내고 있었다.


“그래. 이 고졸아.”

“넌 중졸이잖아?”

“검정고시 그거 문제 찾아보니 대충 풀어도 붙겠더만 그걸로 자랑질이냐?”


검고 문제를 찾아본 거 까지는 진짜다. 살면서 까먹은 게 있는만큼 고득점은 몰라도 합격은 껌일 거 같아서 나도 자퇴할까 진지하게 고민을 했었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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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 두 번째 월평, 시작 22.10.14 152 2 11쪽
31 (31) 예지몽은 아닌 거 같은 개꿈 22.10.11 164 3 11쪽
30 (30) 3인 연습, 첫날 22.10.07 167 2 11쪽
29 (29) 뜻밖의 조우 22.10.04 186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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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 조별과제는 역시 버스 타는 게 꿀이다 22.09.26 232 3 11쪽
26 (26) 월말평가 대격변 22.09.23 252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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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너가 여기서 왜 나와! 22.09.16 278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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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 토요일 끝 22.09.05 293 5 10쪽
20 (20) 개꿈 22.07.01 342 9 9쪽
19 (19) 중간고사 끝! 22.06.27 357 9 9쪽
18 (18) 새로운 도전 22.06.15 366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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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 재능 22.06.09 382 15 9쪽
15 (15) 우리만의 작은 비밀 22.06.08 387 12 10쪽
14 (14) 잠깐 쉬어가기 22.06.07 391 15 10쪽
13 (13) 첫 무대 +1 22.06.02 436 14 10쪽
12 (12) 포스터 속의 그녀 22.05.31 463 1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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