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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판꿀주먹 님의 서재입니다.

전직 영업사원의 싱글벙글 연예계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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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판꿀주먹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9
최근연재일 :
2022.11.2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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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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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5,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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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0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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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0) 3인 연습, 첫날

DUMMY

(30) 3인 연습, 첫날


“동선은 연습하면서 계속 수정해야겠지만 일단 안무동작들은 거의 신경 안 써도 될 거야.”


자신감 있는 말투에서 프라이드가 느껴진다. 역시 저 정도는 되어야 넘버스의 왕자 칭호를 받을 수 있는 건가? 11인치짜리 작은 화면으로 시연영상을 보는데 확실히 지훈이형도 춤을 참 잘 춘다. 내가 약간 FM 스타일 그대로 출력하는 느낌이라면 지훈이형은 완벽한 기본기에 더해서 순간순간 느낌을 잘 살린다고 해야 하나.


수업 들으면서 계속 느낀 거지만 B반에 올라올 정도면 보통 다 춤을 잘 추기는 한다. 티칭 시스템이 잘 갖춰줘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연습생들의 기본 재능 자체도 일반인들과 비교해서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팔다리도 보통 길쭉길쭉해서 느낌이 잘 살기도 하고. 아무튼 원래 안무에서 3인조 기준으로 바꾼 안무는 한눈에 봐도 굉장히 훌륭했다.


“남들한테 이렇게 보여준 적은 처음이라 부끄럽네.”


계면쩍은 표정으로 돌아보면서 이야기를 한다. 제발 남자가 남자한테 그런 표정 짓지마!


“네. 우선 기본대형으로 한번 해보죠. 동선 체크하게.”


드디어 본격적인 연습 시작인가? 가슴이 두근두근하다.


그렇게 연습을 시작하고 중간에 잠시 숨돌릴 겸 물 마시는 타이밍에 지훈이 형이 나한테 말을 걸었다.


“이야. 너 생각보다 춤 엄청 잘 추는 아이였구나?”


제법 놀란 눈치다. 수업 시간에 주변에 아예 신경을 안 쓰는 타입인가.


“근데 왜 아직까지 내가 몰랐지?”


그거야 당신은 맨 앞줄 센터, 예전에 내가 C반에서 B반으로 올라오기 전에 섰던 자리에서 연습하고 나는 저기 구석에 박혀 있었으니깐 그렇지.


“이거 내 생각보다 훨씬 연습기간이 줄겠는데?”


지원이 형도 지훈이 형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좀 놀란 눈치다. 그러고 보니 이 인간도 앞줄에 있었네. 더러운 엘리트들.


“좋아. 그럼 이제 동선에서 불편하거나 이상했던 점 말해보자. 우선 나는···”


무대가 좁아도 3명이 추는 춤이라 그런가 동선 짤 때 큰 문제점은 없었다. 문제는 타이밍이었다.


“오프닝에서 타이밍이 칼같이 맞아야 되는 게 이 노래의 포인트거든? 여기 집중적으로 해보자.”


처음 춤을 연습할 때만 언제 치고 들어가야 하는지 타이밍을 몰라서 꽤 애를 먹었던 나다. 하지만 연습할 때마다 온 신경을 노래에만 집중해와서 그런가 이것도 꽤 많이 극복을 했다.


“오. 완전 칼박인데?”

“저만 타이밍 잘 맞추면 되겠네요.”


모니터링 도중 어딘가 시무룩한 지원이형의 목소리. 압도적인 보컬 실력에 비해서 춤이 약점이긴 하다. 물론 객관적으로 보면 절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동안 내가 봐왔던 백지원이라는 사람은 자기의 장점보다 약점에 더 민감하다.


그리고 피지컬적인 문제도 좀 있다. 나랑 지훈이 형은 비슷한 체형이지만 지원이 형은 상대적으로 키가 좀 작다. 근데 동선상 메인 보컬이 대형 중간에 있어야 해서 모니터링을 할 때마다 좀 신경이 쓰인다. 퍼포먼스만 고려해서 이걸 완전히 뜯어 고치려면 대공사 각이라 지금 우리 능력으론 솔직히 좀 무리다.


“여기 이 부분을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요?”


큰 틀은 못 건드려도 몇 가지 사소한 조정 정도는 할 수 있다. 이건 어디까지나 커버 댄스가 아니라 월말 평가 준비과정이다. 많이 바꿀수록 원곡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관계로 중간 어딘가에서 적절하게 타협을 해야 한다.


“그래. 그럼 다시 촬영한다?”


타블렛으로 영상을 찍고 그걸 바탕으로 다시 맘에 안 드는 곳은 수정. 이걸 반복한다. 마치 보고서나 PPT 만들 때 같다. 그래도 지금은 나 혼자서만 끙끙거리지 않아서 좋다. 의욕도 없는데 기계적으로 판에 박힌 의견만 마지못해 내는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오히려 마이너스지. 지금은 서로 의견을 너무 많이 내서 문제다. 나만 빼고.


“···그냥 우리가 유진이한테 맞추면 되겠는데?”

“인간 메트로놈이 있어서 편하긴 하네요.”


그거야 난 안무 시안 영상 본걸 그대로 출력할 수 있으니깐 그렇지. 들어가는 박자만 잘 맞추면 난 무적이다!


“근데 랩파트는 진짜 어떻게 안 될까.”

“그건 포기해요. 하늘이 공평해서 모든걸 주는 게 아니더라구요.”


아니 초보자한테 프로 아이돌이 하는 그것도 엇박자로 들어가는 랩을 시키면 당연히 절지. 그래도 이게 많이 나아진 거다. 내가 첫 랩메이킹 했던 거 여기서 들려줬으면 아주 웃음바다였을 거다.


“퍼포가 압도적이라서 그런가 랩 못하는 게 더 튀는 거 같네.”

“제가 집에서도 열심히 굴릴게요.”


둘이 별로 안 친하다고 하더니 아주 죽이 잘 맞는구나. 근데 그나마 다행인 건 원곡 자체가 랩파트 비중이 별로 크지 않다는 거다. 내 랩파트만 무난하게 넘어가면 보컬 쪽으로 포커싱이 가서 잘 묻어갈 수 있다. 뭐 평가하는 사람들도 내가 B반 승급한 지 얼마 안된 거 다 아는데 어느 정도는 감안해주지 않을까?


그렇게 서로 합을 맞추고 완성도를 올리는 작업을 몇 시간 했더니 힘이 쭉 빠진다. 확실히 타성적으로 받아먹는 거랑 스스로 뭔가 해보려고 할 때 소모되는 에너지 차이는 아주 크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헉헉. 여기서 더하면 힘들어서 집도 못 들어가겠네요.”

“그래. 그럼 다음 연습 일정 잡자.”


서로 일정을 확인해서 다음 연습 스케줄을 확정하고 연습실 정리를 시작했다. 확실히 여기는 연습생들이 많이 안 써서 그런가 먼지가 더 많이 쌓여 있다.


“자. 여기 물 마셔. 오늘 하루 수고했어.”


지훈이 형이 연습실 구석에 있는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서 던져주었다. 음 아직 여기에는 탄산수가 안 들어와 있군. 그래도 전체적인 관리 상태는 제법 괜찮아 보였다. 다음부터는 나도 복작복작 거리는 메인 연습실 말고 이리로 와서 연습할까.


잠깐 숨만 돌리고 연습실을 나와 숙소에 돌아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 창 너머로 보이는 불빛이 오늘따라 좀 달라 보인다. 몸이 피곤한 건 마찬가지지만 야근 하다가 중간에 잠깐 리프레쉬하려고 멍때리면서 볼 때랑은 느낌이 많이 다르다.


연습 끝나고 스트레칭을 했는데도 평소보다 좀 연습을 하드하게 오래 해서 그런가 여기저기가 좀 땡긴다. 이럴 때는 사우나라도 가서 몸 좀 지지고 마사지 받으면 딱이다. 물론 현실은 집에 가서 셀프로 안마기나 돌려야 한다.


///


“아이고. 이제 좀 살 거 같다.”


집에 와서 씻고 안마도 좀 하니깐 이제 몸이 풀린다. 평소에는 폼롤러랑 마사지볼 만으로도 충분했지만 확실히 안마기가 편하고 효과도 좋다. 역시 기계가 짱이야. 현대문명 만세!


“슬슬 배고프네.”


간만에 점심을 든든하게 먹었지만 그래도 때가 되면 항상 배에서 신호가 울린다. 왜 사람은 안 먹고 살 수 없는 걸까. 아무튼 뭐 주워먹을 거 없나 싶어서 거실로 나가는데 마친 준혁이가 보인다.


“오. 너네 팀도 연습 시작했냐?”


근데 내 말을 듣고 돌아선 준혁이 표정을 보니 뭔가 영 생각처럼 일이 안 돌아가는 모양이다.


“야. 넌 좋겠다. 완전 꿀 빨고 있겠네.”


이 새끼가 왜 또 보자마자 시비야. 하지만 나는 관대하니 참고 침착하게 대응을 했다.


“왜 부럽냐? 너네 조에는 누구 있는데?”


사실 이미 공지를 정독해서 다 알지만 한번 긁어보려고 일부러 이렇게 물어보았다.


“하. 그 동안 대화 한번 안 해본 사람이랑 듀오인데 알고 보니 사람이 말이 너무 없어.”


저런. 리액션이 없는 사람만큼 답답한 사람 또 찾기 힘들지.


“그래서?”

“그나마 다행인게 먼저 의견은 잘 안 내는데.”

“안 내는데?”

“그나마 리액션은 해주더라.”

“그렇구나.”


확실히 같은 B반 사람이라고 해도 다 친한 건 아닌가 보군. 하긴 고등학교 때만 해도 나중 가면 이 아이가 나랑 같은 반이었나 가물가물한 경우가 아주 많았지. 대학교 때는 애초에 인원이 백 단위라 조별 수업 때 아 우리 과셨구나!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나도 사람 얼굴 외우는 훈련이 안 되어 있었으면 아마 C반 사람 얼굴 반도 몰랐을 거다. 아니 지금도 조금만 꾸미고 나타나면 몰라볼 확률이 꽤 크다. 오죽하면 선생이 가르치다가 좀 잘 씻고 다니라고 말을 했겠어?


“뭐야. 말 시켜놓고 딴 생각이냐?”

“아. 미안. 그래서 연습은 잘 되가냐?”

“맘에 안 들지만 열심해 해봐야지.”


좋은 자세군. 살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 다 있는 법이다. 이 어린 놈의 자식아.


“그래. 수고해.”


바로 부엌 쪽으로 가서 적당히 주워먹을 만한 걸 챙겨 들고 다시 내 방 안으로 들어왔다. 배고프긴 하지만 제대로 차려먹는 건 예나 지금이나 너무 귀찮다. 밥 먹으면서 연습했던 영상 모니터링이나 해야겠다.


///


“으악. 오늘도 늦게 일어났네.”


어제 연습이 과했는지 아니면 모니터링을 늦게까지 해서 그런지 늦잠을 자버렸다. 우리 숙소에 나 말고 학교 가는 사람이 또 있었으면 이런 일이 일어놨을 때 서로 백업을 해줬을 텐데. 인생은 각자도생이라지만 이럴 때는 또 아쉽다.


“오늘 운동 스케줄이 있었으면 스티브한테 왜 안 오냐고 전화라도 왔을 텐데.”


원래 평일에 4일 운동을 하다가 3일로 가는 날이 하루 줄었는데 아직 몸이 적응을 다 못 했나 보다. 그래도 아직 어리니깐 금방 적응하겠지? 아무튼 빨리 준비해서 학교나 가야겠다.


“아침에 운동을 안 가니깐 이게 문제네.”


학교 근처 토스트 파는 가게 앞에서 토스트 하나를 입에 우겨 넣고 있는 중이다. 운동을 갔으면 밥도 다 회사에서 해결 가능해서 돈도 시간도 아낄 수 있었지. 예전에 대학교 근처 지하철역 입구 근처에서 파는 거 가끔 사먹었던 기억이 난다. 거기 아직도 운영하시나?


“그래도 간만에 먹으니깐 맛있네.”


나도 프렌치토스트나 팬케이크 같은 상대적으로 조리법이 쉬운 요리는 셀프로 할 수 있지만 길거리에서 파는 이 토스트는 확실히 그거랑은 다른 맛이 있다. 그리고 원래 음식은 남이 해주는 게 제일 맛있다.


“아. 다 먹었다.”


맨날 지나가는데 줄이 꽤 서 있어서 맛이 궁금한 집이었는데 앞으로 여유 있을 때마다 종종 사먹어야겠다. 토스트는 살 안 찐다.


///


아침에 운동 안하고 학교 온 적은 처음이라 체력이 남아 돈다. 원래 조퇴 안 하는 날 점심 먹고 수업을 들으면 그 시간은 계속 졸았는데 오늘은 간만에 좋은 컨디션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대부분 다 아는 내용이라 지겹긴 하다.


오전에 실기 수업을 듣고 조퇴 하기 전 마지막 수업을 듣는데 슬슬 잠이 온다. 뭐 잠깐 졸아도 별 일 없겠지? 그렇게 책상에 앉은 채로 스르르 잠이 들었다.


“이 이사님! 이제 일어나시죠. 공항입니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목소리에 잠이 깼다. 이사? 나는 이사는커녕 아직 팀장도 못 달았는데 무슨 소리야. 무슨 상황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지만 일단 일어났다.


“엥?”


근데 당신이 여기 왜 있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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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 월말 평가가 모두 끝나고 나서 22.10.19 137 2 11쪽
32 (32) 두 번째 월평, 시작 22.10.14 151 2 11쪽
31 (31) 예지몽은 아닌 거 같은 개꿈 22.10.11 164 3 11쪽
» (30) 3인 연습, 첫날 22.10.07 167 2 11쪽
29 (29) 뜻밖의 조우 22.10.04 186 3 11쪽
28 (28) 조별과제 1회차 모임 일단 끝 22.09.29 211 4 12쪽
27 (27) 조별과제는 역시 버스 타는 게 꿀이다 22.09.26 231 3 11쪽
26 (26) 월말평가 대격변 22.09.23 252 4 12쪽
25 (25) 어느 날 갑자기 숙소에 이상한 놈이 들어왔다 22.09.20 263 5 11쪽
24 (24) 너가 여기서 왜 나와! 22.09.16 278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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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 토요일 끝 22.09.05 292 5 10쪽
20 (20) 개꿈 22.07.01 341 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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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 첫 무대 +1 22.06.02 436 14 10쪽
12 (12) 포스터 속의 그녀 22.05.31 462 1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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