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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판꿀주먹 님의 서재입니다.

전직 영업사원의 싱글벙글 연예계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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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판꿀주먹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9
최근연재일 :
2022.11.2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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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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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글자수 :
205,276

작성
22.09.0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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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21) 토요일 끝

DUMMY

21. 토요일 끝


환승을 했는데 객차 안에 빈자리가 많이 보였다. 이 시간대에 이 노선 이용해 본적이 없어서 운이 좋은 건지 아니면 원래 이렇게 한산한 건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잽싸게 자리 하나를 차지해 앉고 바로 눈을 감았다. 아까 선잠을 자는 동안 이상한 꿈을 꿔서 그런가 여러 잡생각들이 머리를 맴돌고 있다. 집에 가서 한숨 자고 나면 좀 사라질까?


“어우. 힘들다.”


피곤해서 졸다가 혹시 내릴 역을 지나치지는 않을까 했는데 다행히 숙소 근처 지하철역에서 눈이 바로 떠졌다. 집에 들어오는데 나도 모르게 이런 소리가 절로 난다. 태어나서 이렇게까지 유산소 운동을 오래 한 적은 처음이다.


평소에 꾸준히 운동을 하고 십 년 이상 젊어졌는데도 이렇게 힘든데 예전 같았으면 시도 자체를 못했을 거 같다. 빨리 샤워하고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은 후에 한숨 자고 싶다. 근데 지원이형이 나보다 한발 먼저 화장실에 들어가버렸다.


“아. 찝찝해서 빨리 씻고 싶은데.”


머리기장이 애매한 상태라서 그런가 엄청 신경 쓰인다. 지금도 이렇게 답답한데 한여름이면 진짜 얼마나 거슬릴까? 평생 짧은 머리만 하고 살아서 더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선풍기 앞에서 땀을 식힌다. 잠시 후 지원이 형이 내 생각보다 빨리 씻고 밖으로 나왔다.


“어우. 이제 살 거 같네.”


‘쏴아아아’


우선 땀에 몹시 쩔어 있는 상태인 머리부터 감기 시작했다. 중간에 머리를 한번 다듬긴 했지만 기장 자체는 많이 치지 않아서 그런가 머리 감고 말리는 것도 일이다. 예전에는 세팅하는 시간 제외하면 말리는 건 1분컷이었는데.


“어우. 시원해라.”


샤워를 끝내고 수건으로 몸의 물기를 닦는데 자연스럽게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내 몸 쪽으로 시선이 간다. 확실히 꾸준히 운동을 하고 춤 연습을 했더니 몸이 많이 좋아진 거 같다. 예전에도 영업직 특성상 관리를 아예 안 하지는 않았지만, 조금만 방심하면 배가 나왔었는데 지금은 기초대사량이 엄청 올라가서 오늘 같은 치팅데이 때 아무리 많이 먹어도 티가 잘 안 난다.


“그때도 식단 90퍼 이상을 샐러드로 채웠으면 비슷했겠지?”


물론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갑회사 사람들 접대하는 와중에 아! 저는 식단을 해야 합니다 이러면 이해해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바로 어이 젊은이 라떼는 말이야~ 로 시작하는 설교가 날라오고 내 성과급은 박살나겠지.


이런저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화장실을 나온다. 세탁기에 빨래를 던지려고 걸어가고 있는데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돌려 확인해보니 거실에서 준혁이와 지원이형이 음악방송을 보고 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구나.


“어. 나왔냐?”

“음악방송 보는 거에요?”

“엉. 이거 모니터링 하는 것도 공부의 일종이니깐.”


그런가? 나야 그 동안 내 앞가림 하느라 바빠서 이런 쪽은 아예 신경을 못 썼는데 지금부터라도 좀 챙겨봐야 하나?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나도 옆에 슬쩍 끼어 앉았다.


“···”

“···”

“···”


음. 남자 셋이 나란히 싸구려 가죽 쇼파에 앉아 티비 속에서 보이그룹이 춤 추는 걸 보고 있자니 정신이 멍해진다. 연습실 안에서는 내가 어떻게 몸을 쓰고 있는 지에만 집중하기도 바빴고, 또 다들 추레한 연습복 차림이었다. 헤메 풀세팅하고 무대의상까지 입고 춤을 추는 거랑은 느낌이 많이 다르다.


내가 연습생 경력이 길었으면 무대를 보면서 얻어가는 게 있을지도 모르겠다. 근데 아는 만큼 보인다고 아직까지는 그냥 오 춤 잘 춘다! 이렇게밖에 판단이 안 된다. 근데 다른 사람들 생각은 좀 다른가 보다.


“와. 형 저분이랑 같이 연습생 했다고 하지 않았어요?”

“전 회사에서 한 1년 정도 연생 기간 겹치긴 했어.”


모니터링을 하면서 지원이 형이 한창 썰을 풀기 시작했다. 우리 회사 오기 전에도 연습생 생활 했다는 건 어디서 들은 기억이 있는데 자세한 건 지금 처음 듣는다.


적당히 요약을 하자면 전 회사에서 2년 정도 연습생 생활을 했었고 어른의 사정으로 인해 데뷔조에서 탈락 한 후, 실의에 빠져 있다가 마침 대규모로 남자 연습생을 모집하던 우리 회사에 오게 되었다.


“···라는 거죠?”

“요약을 참 잘하네. 우리 유진이?”


나도 첫 직장에서 이직할 최소한의 커리어만 채우고 바로 전 회사로 옮겼었다. 근데 이게 부동산으로 따지면 상급지로 이사를 가는 개념이고, 지원이 형 같은 경우는 나름 잘나가는 회사에서 신인 걸그룹 하나 런칭한 거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회사에 연습생으로 오게 된 거다. 솔직히 그 당시 심정은 전혀 공감이 가지 않지만 이 자리에서 그걸 티 내면 바로 인간관계에 스크래치가 가겠지?


“그래도 우리 회사가 신생치고 시스템이 좋아서 난 잘 옮겼다고 생각해. 물론 그때 데뷔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요. 여기서 같이 데뷔하면 되는 거죠.”


복사꽃 밑에서 도원결의 하는 것도 아니고 분위기가 갑자기 이상해졌다. 나랑 지원이 형은 운동하고 와서 그렇다고 해도 준혁이는 대체 오늘 뭘 했길래 저런 걸까? 아니면 뭐 잘못 먹었나? 마침 음악방송도 끝났는데 방에나 들어가야겠다.


“아. 그럼 전 이만 들어갈게요.”

“나도 좀 쉬다가 연습하러 가야겠네.”


오늘 그렇게 자전거를 오래 탔는데 또 연습을 하러 간다고? 독한 양반이네. 아무튼 이렇게 꿀 같은 토요일 오후가 지나가고 있었다.


///


“으음. 지금 몇 시지?”


침대 프레임에 가려 절반쯤 보이는 창문 밖이 어두컴컴하다. 열심히 유산소운동을 한 후에 샤워까지 했더니 잠이 솔솔 와서 잠깐 눈을 부친다는 게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지났다.


“점심 잘 먹어서 그렇게 배고프진 않은데.”


그래도 끼니를 거르면 스티브가 귀신같이 알아채서 혼을 내기 때문에 뭐라도 주어먹을 생각으로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근데 집안에 인기척이 없다. 이거 데자뷰야?


“진짜 연습하러 갔나 보네.”


오전에 남자 수십 명이 몰려다니다가 적막한 집에 나 혼자 있으려니 기분이 좀 묘하다. 근데 날도 다 져가는데 밖에 나가기는 또 귀찮다. 부엌 찬장을 뒤지는데 마침 에너지바가 굴러다니는 게 보인다.


“일단 빌려서 먹고 나중에 채워 넣으면 되겠지?”


대충 봐도 스무 개 넘게 쌓여있었다. 같이 얼굴 보고 산 게 하루 이틀도 아닌데 이거 하나 집어 먹는다고 뭐라고 하지는 않겠지? 일일이 개수 체크해서 줄어든 거 눈치챌 정도로 세심한 사람은 드무니깐 안심하고 에너지바 비닐포장을 뜯어서 입에 집어 넣었다. 우물우물거리면서 자연스럽게 쇼파 쪽으로 가서 티비를 켰다.


“간만에 뉴스나 좀 볼까?”


예전에는 출근하기 전에 습관처럼 외국방송 틀어놓고 무슨 뉴스가 있나 확인을 했었는데, 지금은 아무래도 단체생활을 하다 보니 티비로 뉴스를 보는 게 정말 오랜만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멍하니 티비 화면을 들여다보는데 뉴스 후반부에 흥미로운 내용이 나오기 시작했다.


[2015년 데뷔한 인기 걸그룹 트리니티가 첫 월드투어에 나선다는 소식입니다. 다음달 서울을 시작으로 일본, 홍콩, 인도네시아 그리고 미국 내 여러 도시를 도는 공연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당분간 얼굴 보기는 힘들겠네.”


직접 본건 월말평가 날 뿐이지만 나도 모르게 그사이에 내적 친밀감이라도 생긴 걸까? 아니면 단순히 같은 회사 직원이라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나도 모르게 관심이 간다. 근데 저 뉴스 보고 불현듯 뇌리 속 깊이 묻어놨던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다.


“맞아. 홍콩!”


모든 일정을 적어놨던 내 예전 폰이 없어서 정확한 날짜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분명 홍콩 출장은 봄이었고 성공적인 딜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사단이 났었지. 근데 투어가 다음달부터 시작이면 뭔가 시간대가 맞지 않는다. 바로 타블렛을 켜서 자세한 공연 일정이 떴는지 확인을 해보았다.


“역시 뭔가 달라졌어.”


여러 번 확인을 하고 머리 속 기억을 쥐어짰는데도 시간대가 맞지 않는 게 확실하다. 트리니티의 투어는 6월에 서울에서 시작해서 8월이면 끝이 난다. 이유가 뭘까? 내가 원인인 걸까? 머리가 복잡해진다.


“바람이나 쐬고 와야지.”


집구석에서 고민한다고 답이 나오는 문제도 아니고 잠깐 밖에 나가 걷고 와야겠다.


///


아직까지는 밤공기가 시원한 계절이다. 조깅도 아니고 잠깐 걷는 거 정도로는 굳이 다시 샤워를 안 해도 되는 그런 날씨다. 그래서 그런가 평소에는 꽤 한적한 편이었던 이 동네에도 길에 사람이 제법 많다.


“그래도 사람 구경할 정신은 아직 남아 있네.”


예전에도 일하다가 뭔가 막히는 게 생기면 외근 달아놓고 무작정 밖에 나가서 걷던 습관이 있었다. 핸드폰 알람 맞춰놓고 정처 없이 걷다 보면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우가 제법 있었는데 이번 에도 그게 통할지는 나도 모르겠다!


예전에 룸메랑 잠깐 같이 살 때도 시험기간만 되면 이 고질병이 발동해서 그 자식이 너 성인용 ADHD 검사 좀 받으라고 농담을 했었다. 지금 생각하니 이런 게 다 추억이다.


근데 이번에는 꽤 걸었는데도 별 소득이 없었다. 걸었던 길을 다시 거슬러서 숙소로 돌아왔는데 집안에는 여전히 나 말고 아무도 없었다. 아직까지 연습을 하고 있나 보다.


“학교를 안 다녀서 그런가?”


중간고사는 끝났지만 월요일 날 또 학교를 가야 한다. 일요일인 내일은 정규 운동 스케쥴은 없으니 늦잠 좀 자다가 회사에 연습이나 좀 하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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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 두 번째 월평, 시작 22.10.14 152 2 11쪽
31 (31) 예지몽은 아닌 거 같은 개꿈 22.10.11 164 3 11쪽
30 (30) 3인 연습, 첫날 22.10.07 167 2 11쪽
29 (29) 뜻밖의 조우 22.10.04 186 3 11쪽
28 (28) 조별과제 1회차 모임 일단 끝 22.09.29 212 4 12쪽
27 (27) 조별과제는 역시 버스 타는 게 꿀이다 22.09.26 232 3 11쪽
26 (26) 월말평가 대격변 22.09.23 252 4 12쪽
25 (25) 어느 날 갑자기 숙소에 이상한 놈이 들어왔다 22.09.20 264 5 11쪽
24 (24) 너가 여기서 왜 나와! 22.09.16 278 6 10쪽
23 (23) 넘버스의 왕자님 22.09.14 283 6 11쪽
22 (22) B반 승급! 22.09.08 281 5 11쪽
» (21) 토요일 끝 22.09.05 293 5 10쪽
20 (20) 개꿈 22.07.01 342 9 9쪽
19 (19) 중간고사 끝! 22.06.27 357 9 9쪽
18 (18) 새로운 도전 22.06.15 366 13 9쪽
17 (17) 올바른 셀카를 찍는 방법 22.06.13 368 13 11쪽
16 (16) 재능 22.06.09 381 15 9쪽
15 (15) 우리만의 작은 비밀 22.06.08 387 12 10쪽
14 (14) 잠깐 쉬어가기 22.06.07 391 15 10쪽
13 (13) 첫 무대 +1 22.06.02 436 14 10쪽
12 (12) 포스터 속의 그녀 22.05.31 463 1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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