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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판꿀주먹 님의 서재입니다.

전직 영업사원의 싱글벙글 연예계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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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판꿀주먹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9
최근연재일 :
2022.11.23 12:15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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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5,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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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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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6) 월말평가 대격변

DUMMY

(26) 월말평가 대격변


“아에이오우. 음. 표정 이 정도면 괜찮나?”


B반 수업을 듣고 나서부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거울을 보고 표정연습을 하는 습관이 생겼다. 처음에는 거울 속 내 모습이 진짜 어색했는데 이게 하다 보니 또 할만해진다. 오래하면 얼굴근육이 땡겨서 적당히 해야 한다.


“근데 춤추면서 자연스럽게 표정연기 하는 건 참 어렵단 말이지.”


음방무대에 선 아이돌들은 대부분 자연스럽게 하던데 얼마나 연습을 한 걸까? 아니면 타고난 걸까? 후자면 내가 지금 헛짓거리를 하고 있는 셈이니 전자가 맞을 거다.


[꽝꽝꽝!]


“야. 화장실 혼자 쓰냐? 빨리 나와.”


준혁이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 숙소는 다 좋은데 화장실이 하나뿐이다. 그래도 여기는 남자들만 사니깐 다행이지 여자 연습생 숙소는 아마 아침마다 전쟁이지 않을까. 아무튼 이렇게 또 하루가 시작된다.


“이제 중량은 여기까지만 늘리면 되겠다.”

“헉헉. 뭐라구요?”

“앞으로 심한 정체기 오지 않는 이상 유지만 하겠다고.”


댄스 수업이 빡세지기 시작해서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다고 이게 또 이런 식으로 일이 풀리네. 갑자기 힘이 난다!


“진짜죠? 한입으로 두말하기 없기에요?”

“난 운동 쪽으론 빈말 안 해.”


진짠가 보네. 지금 내가 하루에 하는 운동량이 객관적으로 보면 절대 적은 게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여력이 좀 남아있다. 그거 안 들키려고 PT 받을 때마다 죽는 연기를 계속 했었는데 효과가 있었나? 저번에 걱정했던 건 기우였나 보다.


절대 스티브가 앞으로 운동량을 더 안 늘린다고 해서 하는 말은 아니지만, 능력 있는 트레이너에게 공짜로 강습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참 행운이다. 정확히 그 사람의 한계를 파악하는 능력과 그걸 끝까지 쥐어짜는 실행력! 몸이 안 좋아질래야 안 좋아질 수가 없다. 처음에는 도대체 춤 추는 거랑 근육이 무슨 상관이지 싶었다. 근데 내가 몸으로 체험한 결과 수많은 장점이 있었다.


일단 같은 동작을 해도 전보다 힘이 붙어서 각이 훨씬 잘 나왔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연습시간을 엔간치 많이 가져가도 별로 아프지가 않다. 역시 전문가의 손길이 닿으면 뭔가 다르긴 다르다. 아무튼 아침부터 좋은 소식을 들어서 그런가 학교 가는 길이 꽤 즐거웠다.


///


학교 다녀와서 댄스 수업을 들어갔는데 안이 평소와 다르게 시끌시끌하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


“야. 유진아 너 그 소식 들었어?”

“뭔데요?”


아마 내가 여기 연습실 안에 있는 사람 중에 제일 정보가 느릴 텐데 나한테 소식을 묻다니.


“월말 평가 얼마 안 남은 거 알지?”

“잘 알죠.”


월평 걱정하느라 잠을 못 자지는··· 않지만 아무튼 항상 고민이 되는 문제다. 평가와 시험을 좋아하는 변태가 이세상에 있을까?


“그거 이번에 하는 방식 바꾼다는 소문이 있어.”

“엥? 진짜요?”


이게 웬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야. 기존 방식 그대로 해도 나는 힘든데 뭘 또 바꾼다고. 잠깐 근데 이거 잘 생각해보면 나한테는 기회 아닌가?


“그래. 어떤 식으로 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바꾸는 건 거의 확정인 거 같아.”

“큰일이네요.”


큰 일은 큰일인데 B반 수업도 겨우겨우 따라가는 내 입장에선 솔직히 큰 차이가 있을까 싶다. 이 연습실 안에 있는 많은 연습생들은 월평을 적어도 열 번 이상씩 기존 방식으로 했을 거다. 그래서 월평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온다는 게 엄청 큰 일처럼 다가올 거다. 근데 난 고작 한번만 그것도 C반에 있을 때 한 거라 솔직히 공감이 잘 가지 않는다.


아무튼 평소와 달리 연습실 안은 계속 떠들썩했다. 그때 문이 열리고 영준쌤이 안으로 들어왔다.


“뭐야. 왜 이렇게 시끄럽지? 다들 제자리로! 수업 안 해?”


오늘따라 유달리 터프하시네. 여하튼 그 덕분에 연습실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해 졌다. 수업 시작이다.


///


“헉헉헉.”


수업이 모두 끝나고 마무리로 시선처리 훈련까지 끝나니 진이 다 빠진다. C반때에 비해서 지금은 레이저포인트가 체감상 1.5배는 더 빨리 움직이는 거 같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표정에 신경을 써야 한다. 표정이 흐트러지면 바로 지적이 날라오는데 그걸 어떻게 다 신경 쓰는지 진짜 할 때마다 신기하다.


평소 같았으면 인사하고 끝났을 타이밍인데 영준쌤이 아직 안 나가고 있다. 아직 할말이 남은 건가?


“미리 어디서 이야기 들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다음 월말평가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소문이 진짜였네. 웅성웅성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자세한 건 넘버스 공지사항에 있으니깐 수업 끝나고 꼭 읽어보세요. 그럼 오늘 수업은 여기서 끝!”


이렇게 중요한 사안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바로 나간다. 쿨한건지 무신경한 건지 구분이 안간다. 넘버스앱을 실행시키니 수업 30분 전에 올라온 공지가 바로 보였다. 자기 전에 그날 올라온 주요 게시물들을 꼭 확인하는 편이긴 하지만, 지금 말을 안 해줬으면 오늘밤까지 이렇게 중요한 걸 모르고 있었을 뻔했다. 공지 내용은 이랬다.


“이번 월말평가는 일정을 조금 미루는 대신 조를 짜서 진행합니다. 2~4인으로 멤버는 랜덤으로 결정됩니다?”


음. 이럼 연습 스케줄 생각해 놓은 거 다 리셋이구나. 연습실 안의 연습생들도 나랑 비슷한 생각들을 하는지 말없이 다들 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멤버가 랜덤이라 누가 걸릴 지가 제일 중요하겠군.’


기왕이면 내가 제일 약한 보컬쪽에 강점이 있는 사람과 같은 조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사생활은 몰라도 비즈니스 쪽은 운이 좀 따르는 편인데 그 운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준혁이가 한숨을 푹 쉬면서 내 옆에로 다가왔다.


“넌 좀 낫겠다?”


왜 갑자기 시비야.


“뭐가?”

“아니. 이런 적은 다들 처음인데 넌 어차피 대부분 다 처음 아님?”


뭐. 그렇긴 해.


“근데 원래 이런 식으로 뜬금 없나?”

“뭐? 월평?”

“어.”

“아니. 이런 경우는 처음이니깐 다들 반응이 이렇지.”


이제 다들 패닉에서 빠져 나오고 있는지 고요했던 방 안 데시벨이 다시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래도 그나마 일정 미뤄진 건 좀 낫네.”

“그래. 원래 날짜로 했으면 어휴. 상상하기도 싫네.”


지원이형이다. 언제 왔지?


“어. 형 왔어요.”

“엉. 아직 자세한 내용은 공지에 없네.”

“뭐 곧 올라오겠죠.”

“흠. 근데 멤버가 랜덤이면 너무 리스크가 큰데.”


지원이 형처럼 실력 좋고 짬도 어느 정도 있는 연습생 입장에선 하드캐리해야 하는 상황도 나올 수 있으니 저러는 게 이해가 간다. 나? 나야 버스 타면 좋은 거지. 근데 이건 조별과제가 아니니깐 버스 타는 게 진짜 좋은 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밥이나 먹으러 가죠.”

“여기 있어봤자 뭐 달라질 거도 없고 그러자. 준혁이 너는 운동 가지?”

“네.”

“그래. 있다가 집에서 보자.”


그렇게 나랑 지원이 형은 밥을 먹으러 위로 올라갔고, 준혁이는 지하로 향했다.


///


식당에 들어가니 확실히 평소랑 분위기가 좀 달랐다. 보통 친한 사람끼리도 대화 별로 안하고 샐러드를 입에 집어넣기 바빴는데 핵폭탄이 하나 떨어지니 시끌시끌했다. 물론 우리 테이블도 그랬다.


“B반 C반 섞어서 하지는 않겠죠?”

“아마도? 아무래도 수준 차이가 나는 건 사실이니깐.“


B반에 얼마 전에 올라와서 C번에 더 아는 얼굴이 많긴 하지만 내가 누구 똥 치워줄 수준으로 실력이 좋은 게 아니라 우리 팀에 C반 사람이 있는 건 솔직히 좀 그렇다. 이러니깐 진짜 조별과제 같네. 아니 조별과제 맞는 건가?


영업할 때도 준비과정에서야 어쩔 수 없이 팀 단위로 움직여야 했지만, 그때 말고는 개인플레이를 선호하는 편이었다. 실적은 찍어주니깐 대놓고 말은 못해도 우리 팀에서 나 싫어하는 사람 좀 있었을 거다. 아무튼 이건 예전이야기니 여기까지만 하자.


“그래도 아는 사람이랑 같이 하는 게 낫겠죠?”

“나도 처음이라 잘 모르겠지만 아마 그렇지 않을까? 이런 거는 진짜 경연 프로그램에서만 봤는데 내가 진짜 할 줄은 몰랐네.”


나는 원래 뉴스 말고 일반 예능 프로그램은 잘 안보고 살았던 사람이다. 요즘은 그래도 공부 차원에서 음방 같은 건 좀 챙겨보는 편이다. 근데 의외로 지원이 형은 예능 특히 경연 프로는 아주 전문가 수준이었다. 아무튼 이런 쪽으로 이야기를 하다가 주제가 M사에서 런칭한다는 서바이벌 프로그램까지 와버렸다.


“아. 그거 저 아는 학교 친구도 나간다던 데요.”


매일 지겹게 찾아오던 현진이가 요즘 통 안보여서 반 친구에게 물어봐서 알아낸 사실이다. 처음에는 쉬는 시간마다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서 참 편했는데 이제는 얼굴도 까먹을 지경이다.


“어. 나도 전 소속사에 남아있는 애들 몇 명 나간다고 하더라.”


이 말을 하는 지원이형 표정에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꽤 담겨 있었다. 전 소속사에 남아 있었으면 지원이형도 저기 나갔을까?


“근데 우리 회사는 아무 이야기도 없는 거 보면 안 나가는 게 확실한가 보네요.”

“뭐. 모든 소속사가 다 나가는 건 아니니깐.”


이 말을 끝으로 지원이 형은 샐러드 그릇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주제로는 더 대화하기 싫은가 보네. 나도 나랑 크게 상관 없는 일이라 따라 일어서서 나갔다. 근데 명단은 도대체 언제쯤 뜨는 거야? 궁금해서 잠도 안 오겠다!


///


SWOT 분석이라는 게 있다. 경영 쪽 수업을 좀 들었으면 절대 모를 수가 없는데, 기업의 강점과 약점, 외부환경의 위기와 기회를 분석해서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방법이다. 처음 접했을 때 이거에 꽂혀서 별로 상관없는 교양과목 팀발표에도 많이 써먹었다. 말로 하면 간단하지만 진짜 이걸 실무에 제대로 적용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갑자기 이 이야기가 왜 나왔냐? 제 버릇 남 못 준다고 방구석에서 타블렛으로 나를 대상으로SWOT를 하고 있는 중이다.


“강점은 아무래도 댄스랑 비주얼? 약점은 확실히 보컬이야.”


그렇다면 위기랑 기회는 뭘까. 위기는 아직 잘 모르겠고 기회는 확실히 이번에 온 거 같다. 타이밍 좋게 딱 B반 승급을 하자마자 월평 방식이 달라졌다. 외부적 요인이 작용한 게 아니라면 정말 운빨 제대로다.


그럼 내 강점은 최대한 살리고 약점은 가려서 기회를 살리는 전략은 뭘까? 일단 월평 조편성이 제일 중요하다. 기왕이면 보컬 쪽에 강점이 있는 사람이랑 같은 조가 되면 좋을 텐데.


“당장은 연습하는 거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네.”


자다 일어났는데 갑자기 S급 보컬 툴이 생겼다! 이런 게 아닌 이상에야 답이 없는 문제다. 그래도 꾸준히 레슨을 받아서 처음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했다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난 아직 사람 많은 곳에서 노래를 불러본 경험 자체가 없다! 그나마 자신 있는 춤도 남 앞에서 보여준다고만 하면 긴장이 되는데 노래는 오죽하겠어? 상상만 해도 떨리네.


“에이 잠이나 자자.”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몰라도 지구는 아마 계속 돌 거다. 끝도 없는 우주에 비하면 나란 존재는 정말 작디 작은 존재다. 음. 이상한 생각이 드는 거 보니 많이 피곤한가 보군. 이제 진짜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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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 초대 22.10.25 133 2 11쪽
33 (33) 월말 평가가 모두 끝나고 나서 22.10.19 137 2 11쪽
32 (32) 두 번째 월평, 시작 22.10.14 151 2 11쪽
31 (31) 예지몽은 아닌 거 같은 개꿈 22.10.11 163 3 11쪽
30 (30) 3인 연습, 첫날 22.10.07 16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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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 월말평가 대격변 22.09.23 252 4 12쪽
25 (25) 어느 날 갑자기 숙소에 이상한 놈이 들어왔다 22.09.20 263 5 11쪽
24 (24) 너가 여기서 왜 나와! 22.09.16 277 6 10쪽
23 (23) 넘버스의 왕자님 22.09.14 282 6 11쪽
22 (22) B반 승급! 22.09.08 280 5 11쪽
21 (21) 토요일 끝 22.09.05 292 5 10쪽
20 (20) 개꿈 22.07.01 341 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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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 새로운 도전 22.06.15 365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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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 재능 22.06.09 381 1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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