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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판꿀주먹 님의 서재입니다.

전직 영업사원의 싱글벙글 연예계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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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판꿀주먹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9
최근연재일 :
2022.11.23 12:15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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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23
추천수 :
413
글자수 :
205,276

작성
22.10.1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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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32) 두 번째 월평, 시작

DUMMY

(32) 두 번째 월평, 시작


“아니. 진짜 별거 아닌데요.”

“그냥 이야기해봐. 어차피 밥 먹으면서 할 이야기도 없는데.”


할 수 없이 즉석에서 적당히 창작을 했다. 그대로 이야기하면 너무 이상하잖아? 고등학생 꿈에서 이사 직함 달고 출장 가는 장면이 나온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상식 밖의 일이다. 그냥 이상한 놈 정도로 취급 받으면 다행이지 주변에 미친놈으로 쫙 소문 나는 건 좀 그렇잖아?


“그냥 평범한 꿈인데?”

“사실 이상하다는 느낌만 남았고 자세한 내용은 잘 기억이 안 나요.”


휴. 이렇게 적당히 넘어가는 건가. 아무튼 그렇게 밥을 다 먹은 지훈이 형은 연습을 하러 갔다. 나도 랩메이킹을 다시 하긴 해야 하는데 진짜 격렬하게 하기 싫다.


망한 계약이 왜 망했는지 원인분석보고서 올릴 때 기분이다. 물론 롱텀으로 보면 이렇게 복기하는 게 무조건 나중에 도움이 된다. 단지 막상 하고 있을 때는 내가 쓰레기가 된 기분이 들어서 그렇지.


아무튼 그런 식으로 시간이 계속 흘러 지나갔다. 랩은 주변의 도움과 무수한 피드백을 받아 그럭저럭 지원이 형의 기준을 턱걸이로 통과했다. 역시 하면 다 되는 건가? 그렇게 결전의 날 아침이 밝았다.


“후. 떨린다.”

“나는 하나도 안 떨리는데.”

“손을 그렇게 떨면서 이야기하면 하나도 설득력이 없다구요.”


지원이 형이 이렇게 긴장한 모습은 처음 본다. 반면 지훈이 형은 상대적으로 덤덤하다.


“형은 안 떨려요?”

“나? 그냥 지금까지 한만큼 보여주는 거지. 어차피 최종 무대도 아니고 사전 평가잖아?”


멘탈이 대단하다. 이게 바로 에이스의 품격?


그렇게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월말평가 사전 평가장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


사전 평가장. 말이 거창해서 그렇지 그냥 평소에 B반이 쓰는 연습실이다. 그래도 세팅이 평소랑 달라서 그런가 방안의 분위기는 좀 달랐다. 심사의원석으로 보이는 곳에는 영준쌤까지 모두 세 명이 앉아 있었다.


‘나머지 두 명은 처음 보네.’


“영준쌤 말고 나머지 두 분 누군지 알아요?”

“한분은 보컬 트레이너쌤이고 나머지 한명은 나도 잘 모르겠어.”

“아. 저분은 래퍼셔.”


몰래 귓속말로 대화를 하는데 셋이 머리를 뭉치니 금방 답이 나왔다. 현역 래퍼라니. 무대 끝나고 내가 신나게 털리고 있는 미래가 뻔히 보이는구나.


그리고 처음에는 딱 앉아있는 세 명만 보였는데 촬영장비 다루시는 분이랑 회사 직원으로 보이는 몇 명도 슬슬 눈에 들어왔다. 나. 엄청 긴장했구나.


“본격적이네.”

“진짜 월평 하는 줄?”


무대를 준비하는 동안 서로 농담으로 긴장을 푼다. 어우 떨려.


“자. 이제 준비 다 했죠?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 무대 한번 봅시다.”


드디어 시작이다. 아자아자! 넌 할 수 있다! 파이팅!!


///


“음..”


우리 조의 무대를 본 심사위원(?)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직할 때 임원 면접 이후로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다. 그게 벌써 몇 년 전이야.


“우리 잘했죠?”

“그래. 최선을 다했어.”


내 파트는 여전히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선에서 모든 걸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객관적인 평가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요. 준비하느라 수고했어요.”


평가를 기다릴 때면 언제나 두근두근 거린다. 나도 모르게 열중쉬어 자세로 서서 기다리고 있다. 사고 치고 상사한테 털렸을 때나 교무실에 불려갔을 때 기분이다.


“아니. 그렇게 긴장할 건 없고 편하게 들어요.”


보컬 트레이너라는 사람이 속 편하게 말을 건넨다. 아니 당신이 내 입장이라면 지금 편하겠어?


“일단 무대 구성은 딱히 지적할 게 없네요. 원곡 느낌 잘 살리면서 또 요즘 감성도 살짝 들어간 게 아주 맘에 들어.”


시작은 긍정적인 평가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한국말은.


“근데 파트를 이렇게 나눈 이유를 들어보고 싶은데.”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


///


대답은 사실상 리더 역할을 하고 있던 지훈이 형이 대부분 하고 가끔 지원이 형이 중간에 끼어들었다. 나? 그냥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옆에 서 있었지!


“랩파트는 이게 최선이었나요?”


이제 내가 두들겨 맞을 차례군. 래퍼답게 아주 딕션이 좋다. 머리에 콕콕 박히네.


“일단 처음에 들어갔을 때부터 타이밍 늦었던 건 본인이 잘 알겠죠? 그리고 랩에 플로우가 왜 그 모양인 거죠? 넘버스에 실력 있는 연습생들 많다고 들었는데 약간 실망이군요. 그리고 이유진 연습생은 보컬 쪽은 하나도 안 보여주나요?”


어질어질하다. 멘탈 수습하기도 전에 평가가 계속 이어진다.


“어. 제가 할 말을 앞에서 다 해서 별로 할 말은 없는데 역시 백지원 연습생 보컬쪽으로는 별로 할 말이 없네요. 잘했어요.”


반면 보컬 트레이너는 지원이 형에게 극찬을 했다. 그래 저건 나도 인정이지. 솔직히 퍼포먼스쪽은 몰라도 나머지는 지원이 형이 다 캐리했다. 지훈이형도 평균 이상의 보컬이긴 하지만 솔직히 메인보컬감은 아니다.


그 후로 평가가 한동안 이어졌고 그걸 서서 다 들은 나는 기분이 좀 상한 채로 밖으로 나왔다.


“야. 괜찮냐?”

“뭐가요?”

“아니 방금 털린 거.”

“못한 건 사실이잖아요.”


표정이 썩은 게 티가 좀 났나? 그래도 애써 쿨한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했는데 실패였나 보다. 연습하면서 거의 칭찬만 듣고 살았는데 이런 냉정한 평가는 거의 처음 받는다.


사람이 자기가 성과 못 낸 거에 대해서는 냉정한 태도를 가져야 발전이 있는 법이다. 물론 술 한잔 하고 싶은 기분이 안 드는 건 아니지만 어쩌겠어. 난 미성년자인걸. 그렇게 월평 사전 점검은 끝이 났다.


아. 끝나고 맛있는 거 먹으니깐 기분이 좀 풀리긴 했다. 물론 다음날도 운동과 레슨과 연습을 해야 하는 만큼 배터지게 먹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치팅데이 수준으로 식단을 가져가니 금새 행복해졌다.


그 날 이후로도 딱히 달라진 건 없었다. 연습하다 지겨우면 교과서도 잠깐 들여다보고, 다른 무대 영상들 보면서 내가 뭐가 부족한지 찾아내는 지난한 과정이었다. 신기한 건 그렇게 운동하기 싫어했는데 이 정도쯤 되니깐 오히려 운동을 하니 스트레스가 좀 풀리는 기분이었다. 이래서 다들 헬창이 되는 건가 보다. 아님 말고.


아무튼 그렇게 시간이 흘러 드디어 결전의 날이 왔다!


///


“아침 먹고 왔냐?”

“아뇨. 안 들어가던데요.”

“나도.”


밥은 안 먹었지만 아침 운동도 안 해서 그런가 몸에 힘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팔다리가 덜덜 떨리는 건 내 의지로 어찌할 수가 없다.


“순번 뽑았어요?”

“어. 7번.”


행운의 7번이라 그래도 4번은 아니라 다행이다. 셋이 나란히 앉아서 이야기를 하는 이곳은 저번 월평을 한 곳이랑은 다른 장소다. 아마 단기 임대 뭐 그런 거겠지? 대기실 앞 쪽에 큰 티비가 하나 놓여 있고 안에는 연습생들로 반쯤 차 있다. 얼굴이 반 정도는 눈에 익은 걸 보니 나도 이제 슬슬 고인물이 되어 가고 있는 거 같다.


확실히 B반만 참여하는 월평이라 그런가 저번보다 대기실 안 사람 수가 확실히 적다. 그래도 굳이 오전오후반 나눠서 하는 거 보면 무대 전후 세팅하는 시간 때문인가 보다.


“그 정도면 오전에 끝나겠네요.”

“아마도?”


그 동안 준비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잤는데 우리 무대 끝나면 그대로 집에 가서 쉬고 싶다. 현실은 남은 무대 봐야 해서 여기서 죽치고 있어야 하지만. 그래도 밥은 좀 편하게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아. 밥 생각 하니 갑자기 배고프네.


“끝나고 점심이나 같이 먹자.”


지원이 형도 마침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밥 이야기를 꺼냈다.


“이 근처에 먹을 데가 있어요?”

“아니. 저기 옆에 먹을 거 쌓여 있잖아.”


지원이 형이 가리킨 곳을 보니 방 구석에 놓인 접이식 책상 위에 샌드위치가 잔뜩 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아이스 박스가 있는 거 봐서 아마 안에 마실 거라도 들어있나 보다.


“아까 먹는 애들 몇 명 봤는데 먹을만해 보이던데?”

“그래요?”


이 와중에 먹을 게 들어가? 대단하네. 아무튼 일단 점심은 해결! 딴 생각을 잠깐 했더니 긴장이 좀 풀린다. 제발 무대에서 내 파트 안 까먹었으면 좋겠다. 저번 월평 때는 춤만 춰서 사실상 제대로 된 무대를 하는 건 오늘이 처음이다.


“자. 1번팀 무대 올라갈 준비하실 게요.”


드디어 월말 평가가 시작한다.


///


“오!”


앉아서 다른 팀들의 무대를 보는데 확실히 색다른 맛이 난다. 아무래도 혼자서 무대를 하면 좀 심심해 보이거나 무대가 꽉 안 차 보였는데 서로 약점을 커버해주니 훨씬 완성도가 높다.


‘이런 거 느끼라고 월평 방식을 바꾼 건가?’


어디까지나 내 뇌피셜이다. 그래도 음방 무대 보면서 공부하는 거랑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음방 무대나 이거나 모니터를 통해 보는 건 마찬가지지만 현장감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게 확실히 느껴진다.


“자 6번팀. 무대 준비하시고 7번팀도 뒤에서 대기하실게요.”


드디어 우리 차례구나. 약간 가라앉았던 마음이 다시 싱숭생숭해진다. 잘할 수 있을까?


“자. 긴장 풀고.”

“그러는 형이 더 긴장하고 있는 거 같은데요.”


무대 올라가기 전에 긴장하는 건 누구나 다 비슷하구나. 동질감이 느껴져서 그런가 정서적으로 더 가까워진 기분이다. 신입사원 연수회 장기자랑 때보다 딱 열 배쯤 더 긴장이 된다.


무대 뒤에서 대기하는 사이에 6번팀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음악 소리는 들리는데 커튼으로 반쯤 가려져서 그런가 앞 팀의 무대는 잘 보이지 않는다. 리허설이라도 한 번 했으면 좀 괜찮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월평에 그런 건 없다.


물론 우리끼리 셀프로 몇 번 해보기는 했다. 하지만 연습실 안에서 한 거랑 나름 조명까지 제대로 세팅되어 있고 관객도 약간 있는 상태에서 하는 거랑 같을 리가 없잖아?


“자. 7번팀 스탠바이입니다.”


6번팀의 무대가 끝나고 우리 차례다.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무대 위로 올라갔다.


‘이거 여기 서니깐 더 긴장되네.’


클라이언트랑 큰 계약이 걸린 미팅 할 때랑 또 다른 종류의 긴장감이다. 적어도 그때는 주변에 구경꾼들이 이렇게 많지 않았다고! 그리고 내 협상과정이 회사 회의실에 생중계로 나오고 있지도 않았다. 각종 꼼수와 협잡이 오고 가는 협상과정이 남들에게 알려진다? 상상만 해도 어질어질하다.


“자. 파이팅 한번 하고 시작하자.”

“하나, 둘, 셋 파이팅!”


어쩌다 보니 리더 역할 비슷한 걸 하고 있는 지훈이 형의 선창으로 파이팅을 외쳤다. 그리고 각자 시작 위치로 이동하고 3초 후에 전주가 흘러나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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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 재능 22.06.09 381 1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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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 첫 무대 +1 22.06.02 436 14 10쪽
12 (12) 포스터 속의 그녀 22.05.31 463 1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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