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대판꿀주먹 님의 서재입니다.

전직 영업사원의 싱글벙글 연예계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판꿀주먹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9
최근연재일 :
2022.11.23 12:15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5,412
추천수 :
413
글자수 :
205,276

작성
22.06.07 12:25
조회
390
추천
15
글자
10쪽

(14) 잠깐 쉬어가기

DUMMY

(14) 잠깐 쉬어가기


“우와아!”


오후 일정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원이형 순서가 돌아왔다. 아무래도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맘속으로 응원하게 되더라. 전주부분이 지나가고 본격적으로 노래를 시작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밖으로 튀어 나왔다. 지원이 형이 이 정도로 노래를 잘했나?


토요일 밤에 리모컨으로 티비 채널을 여기저기 돌리다가 스케치북인가 팔레트였나 대충 그런 제목의 음악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대학교 때 알던 선배랑 진짜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 진행을 해서 그런가 잠깐 봤는데도 인상이 아주 깊었다. 아무튼 노래 잘하는 걸로 유명한 가수들이 잔뜩 나오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지금 무대에서 열창하고 있는 지원이 형의 모습이 마치 거기 나오는 사람들 같다. 오늘 여러 사람 다시 보게 된다.


단연코 지금까지 무대에 올라온 연습생 중에서 보컬 한정으론 넘사벽이다. 근데 이런 사람이 B반이면 A반에는 대체 어떤 괴수들이 있는 거지?


그리고 오후에는 준석이의 무대가 있었다. 근데 솔직히 말해서 준혁이나 지원이 형 정도의 임팩트는 없었다. 그냥 B반 평균 정도 되려나? 아 랩은 확실히 쫄깃하게 잘했다. 근데 춤 쪽은 앞선 무대들 때문에 눈이 높아져서 그런가 평범한 수준이었다. 중간에 약간 안무를 저는 모습도 좀 보였다.


아무튼 이렇게 내 첫 월말평가가 끝났다. 참 많은 걸 보고 듣고 느낀 하루였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살짝 두렵긴 하지만 그건 그때 가서 걱정할 일이고, 오늘은 일단 집에 가서 푹 쉬어야겠다.


///


월말평가 다음날인 일요일. 오늘은 아무 일정이 없다.


“아오. 죽겠네.”


근데 그 동안 너무 무리를 했나. 몸이 여기저기 안 쑤신 곳이 없다. 살면서 지금처럼 몸 관리를 했던 적이 없었는데도 이 정도면, 원래의 내 몸이었으면 아마 며칠 앓아 눕지 않았을까? 오늘은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서 빈둥거려야겠다. 다행히 회사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는지 오늘 운동 스케줄은 빼주더라.


“근데 뭐 먹긴 해야 하는데.”


아침을 회사에서 먹는 게 루틴이 되어서 그런가 항상 이 시간대쯤 되면 배가 고프다. 숙소에서 회사까지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이고, 회사에서 공짜로 주는 샐러드를 먹으면 돈도 굳는다. 근데 내일도 모레도 질릴 때까지 계속 먹어야 되는 걸 굳이 이런 날도 먹고 싶지는 않다. 침대에 누워서 5분만 더 고민해봐야지.


“그래. 일단 나가자.”


고민 끝에 밖에 나가기로 결심하고 우선 방에서 나왔다. 근데 집 안에 인기척이 하나도 안 느껴진다. 아직 이른 시간이고 일요일인데 다들 연습이라도 하러 나간 건가?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마신 후에 화장실로 가서 적당히 몸을 씻었다. 그리고 편한 복장에 야구 모자를 하나 푹 눌러쓰고 집밖으로 나왔다.


“오늘은 날이 흐리네.”


어제는 구름 한 점 없고 미세먼지도 없는 정말 오랜만에 보는 전형적인 봄 날씨였는데, 오늘은 날씨가 많이 흐리다. 그래도 곧 비가 올 거 같진 않아서 잠깐 어디 나갔다 오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거 같다.


“근데 진짜 뭐하지?”


사람이 꽉 짜인 스케줄 안에서만 살다가 갑자기 자유시간이 생기니깐 오히려 더 방황하게 된다. 회사 다닐 때 대형 프로젝트 참여할 때 말고는 그래도 일반 회사원치고 일정관리가 자유로운 편이었는데, 고작 몇 주 만에 사람이 이렇게 달라진다.


발 닿는 데로 걷다가 일단 눈에 보이는 카페 안으로 들어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잔 시켰다. 난 한겨울에도 언제나 얼죽아였다. 근데 이런 내가 그 동안 커피 마실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쁘게 살았구나. 오랜만에 몸에 카페인을 때려 넣으니 그 동안 쌓인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이다.


몸에 일용할 카페인을 공급해주고 나니 집 나갔던 정신이 슬슬 돌아오기 시작한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가 카페 안에 손님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평일 회사 근처 프렌차이즈 카페들은 맨날 사람들로 미어 터지던데, 여기는 참 한적해서 좋다.


컵에 든 아.아를 빨대로 쪽쪽 빨아 마시면서,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에 대해 생각을 좀 해봤다. 월요일부터 학교 – 연습실 – 집 다람쥐 쳇바퀴 같은 루틴을 다시 돌아야 한다. 당분간 오늘같이 휴가 비슷한 날도 없을 거 같은데, 시간 난 김에 예전에 살던 집 근처나 한번 가봐야겠다.


유리잔을 카운터에 반납하고 카페에서 나와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예전에 내가 살던 집은 다니던 회사 근처 오피스텔이었다. 입사하고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을 때 바로 신청해서 마련한 집이다. 그렇게 넓지는 않지만 나름 역세권에 신축이라 혼자 살기는 그럭저럭 좋은 집이었다.


또 결정적인 장점이 하나 있었는데 근처에 맛집들이 제법 많다는 거였다. 그 중에 내가 자주 가던 국밥집도 하나 있다. 점심은 간만에 그걸로 해결해야겠다.


///


예전 집 근처 지하철역에서 내려서 오피스텔 건물로 걸어갔다. 그리고 입주자 우편함으로 가서 예전에 내가 살던 집 호수에 우편물이 있는지 확인해보았다.


“1001, 1101··· 1301. 여기네.”


근데 우편함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원래 내 집에 누가 사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는데 이제 방법이 없네. 이 오피스텔은 안에 들어가려면 거주자용 출입구에 카드키를 찍고 들어가야 한다. 카드가 없어도 안에 들어가려고 하자면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만, 괜히 예전 우리 집 앞에서 서성거리다가 누가 신고라도 하면 골치 아파질 거 같다.


그래서 그냥 오피스텔을 나와 버렸다. 전에 다니던 회사 건물이라도 가볼까? 근데 고등학생이 일요일 이 시간에 거기서 어슬렁거리면 더 이상할 거 같다. 일요일이라 출근한 사람도 거의 없을 거고.


“에이. 그냥 밥이나 먹어야겠다.”


포기하고 바로 단골 국밥집으로 향했다. 일이 바빠서 자주 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가끔 밤에 소주 한잔이 땡기거나, 주말에 늦게 일어났는데 시켜먹기는 또 싫은 그런 날이면 거의 매번 갔던 곳이다.


“어서 오세요. 학생 혼자 왔어요?”

“네. 이모님. 뼈해장국 하나 주세요.”


들어가자마자 바로 음식을 시키고 적당한 자리에 가서 앉았다. 각종 소스통이나 수저통의 위치 같은 사소한 것들까지 기억 그대로다. 여긴 그래도 달라진 게 하나도 없네.


“맛있게 드세요.”


그리고 이 K-패스트푸드다운 음식 나오는 속도! 이것도 그대로다. 주방 시스템이 도대체 어떻길래 이렇게 빨리 나오는 걸까? 매번 거의 자리에 앉고 주문하자마자 나와서 여기 올 때마다 참 신기했었지. 바로 뜨거운 국물을 수저로 뜨고 호호 불어서 식힌 후에 입 안에 집어넣었다. 몇 주 동안 계속 저염식단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국물 안에 든 나트륨이 확 느껴진다.


점심은 학교에서 급식을 먹거나 나가 먹어서 좀 낫긴 했지만, 그때도 주변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관리를 하는 눈치라 같이 먹는 나도 덩달아 신경을 쓰게 되더라. 이렇게 회사 몰래 국밥 한 그릇을 먹으니 죄책감 비슷한 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래도 뜨끈한 국물이 속에 들어가니 너무 좋다. 그래. 이런 게 행복이지.


“크으. 역시 한국인의 소올푸드는 이거지.”


뼈에 붙은 고기를 적당히 발라 일부는 소스에 찍어먹고 일부는 다시 국밥에 넣어서 크게 한술을 뜨고 입에 집어 넣었다. 천국이 있다면 여기일까? 평상시 같았으면 바로 밥을 말았을 텐데 습관이 참 무섭다. 나도 모르게 국물은 수저로 살짝 떠먹고 건더기 위주로 먹게 된다.


“여기에 소주 한잔 하면 끝인데.”


진짜 술 먹을 수 있는 나이가 오면 바로 여기 다시 와야지. 이런 생각을 하며 계산을 하고 음식점 문 밖을 나섰다. 여전히 하늘은 흐린데 아침보다는 그래도 구름이 좀 걷혔다. 배도 적당히 부르고 간만에 카페인이랑 나트륨을 많이 섭취해서 그런가 기분이 참 좋다. 이런 게 소확행인가 보다.


오늘 일어나서 꽤 많은 일을 한 거 같은데 아직 오후 두 시도 안 되었다. 다음으로 뭘 할까 생각을 좀 해봤는데 간만에 서점에 가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다. 예전부터 책 읽는 걸 좋아하기도 했고, 또 요즘은 대형 서점에 뭐가 많이 생겨서 구경 좀 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금방 간다.


///


밥 먹은 거 소화도 시킬 겸 강남대로를 걸어서 서점으로 가고 있다. 근데 길에서 나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정말 적응이 되지 않는다. 예전의 나는 길거리에서 공기 같은 존재였는데, 지금은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눈길을 주는 게 느껴진다. 이런 시선들이 불편해서 연예인들이 어디 돌아다닐 때 꽁꽁 싸매고 다니나 보다.


서점 안을 발이 닿는 데로 돌아다니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음반 코너에 와 있었다. 기왕 여기 온 김에 우리 회사 선배님들 앨범이나 좀 찾아볼까나. 근데 우리 나라에 이렇게 아이돌이 많았었나? 이거 찾는데 시간 좀 걸리겠다.


“트리니티.. 트리니티.. 오 여기 있다.”


그래도 확실히 잘나가는 걸그룹이라서 그런가 생각보다 금방 앨범을 찾을 수 있었다. 하긴 뷰티업계 광고주들이 어떤 사람인데 아무나 모델로 쓰지는 않았겠지. 내가 그쪽 업계 사람은 아니지만 술 마시면서 귀동냥으로 들은 이야기만 한 트럭이다.


앨범을 확인해보는데 내 예상보다 사이즈가 제법 컸다. 라떼는 씨디 케이스 하나 달랑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요즘은 무슨 앨범이 잡지처럼 나오네. 다른 그룹들 것도 몇 개 꺼내봤는데 다 사이즈가 달랐다. 심지어 같은 그룹인데도 1집 2집 사이즈가 다 제각각 이다.


앨범코너 견학 후에 책 한 권을 골라 읽고 서점에서 나왔다. 맛있는 거 먹고 여유롭게 돌아다녔더니 슬슬 컨디션이 올라온다. 좀 있으면 저녁 먹을 시간인데 슬슬 집에 가봐야겠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직 영업사원의 싱글벙글 연예계 생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1 (41) 사고는 항상 동시에 여러 가지가 같이 터진다! +1 22.11.23 70 1 11쪽
40 (40) 너 부자였구나? 22.11.14 92 3 12쪽
39 (39) 어느 여름날 22.11.10 78 4 11쪽
38 (38) 별다른 거 없는 평범한 하루 22.11.07 87 3 11쪽
37 (37) 과연 진짜 우연한 만남일까요? 22.11.04 99 1 11쪽
36 (36) 겉과 속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22.10.31 115 4 12쪽
35 (35) 뉴페이스 등장! 22.10.28 121 2 11쪽
34 (34) 초대 22.10.25 133 2 11쪽
33 (33) 월말 평가가 모두 끝나고 나서 22.10.19 137 2 11쪽
32 (32) 두 번째 월평, 시작 22.10.14 151 2 11쪽
31 (31) 예지몽은 아닌 거 같은 개꿈 22.10.11 164 3 11쪽
30 (30) 3인 연습, 첫날 22.10.07 167 2 11쪽
29 (29) 뜻밖의 조우 22.10.04 186 3 11쪽
28 (28) 조별과제 1회차 모임 일단 끝 22.09.29 211 4 12쪽
27 (27) 조별과제는 역시 버스 타는 게 꿀이다 22.09.26 231 3 11쪽
26 (26) 월말평가 대격변 22.09.23 252 4 12쪽
25 (25) 어느 날 갑자기 숙소에 이상한 놈이 들어왔다 22.09.20 263 5 11쪽
24 (24) 너가 여기서 왜 나와! 22.09.16 278 6 10쪽
23 (23) 넘버스의 왕자님 22.09.14 282 6 11쪽
22 (22) B반 승급! 22.09.08 281 5 11쪽
21 (21) 토요일 끝 22.09.05 292 5 10쪽
20 (20) 개꿈 22.07.01 341 9 9쪽
19 (19) 중간고사 끝! 22.06.27 356 9 9쪽
18 (18) 새로운 도전 22.06.15 366 13 9쪽
17 (17) 올바른 셀카를 찍는 방법 22.06.13 368 13 11쪽
16 (16) 재능 22.06.09 381 15 9쪽
15 (15) 우리만의 작은 비밀 22.06.08 386 12 10쪽
» (14) 잠깐 쉬어가기 22.06.07 391 15 10쪽
13 (13) 첫 무대 +1 22.06.02 436 14 10쪽
12 (12) 포스터 속의 그녀 22.05.31 462 14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