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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판꿀주먹 님의 서재입니다.

전직 영업사원의 싱글벙글 연예계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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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판꿀주먹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9
최근연재일 :
2022.11.23 12:15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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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413
글자수 :
205,276

작성
22.06.13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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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7) 올바른 셀카를 찍는 방법

DUMMY

(17) 올바른 셀카를 찍는 방법


넘버스 신인개발팀 사무실 안. 많은 직원들이 외근 중이라 자리를 비웠는지 사무실 책상 절반 가량은 비어 있다. 키보드 자판 두드리는 소리만 간간히 들리던 조용한 사무실 안에서 갑자기 비명소리와 함께 굉음이 울린다.


“지현씨! 무슨 일에요?”

“네? 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그래서 무슨 일인데요.”

“아 별건 아니고 신팀장님 지시사항 수행하다가 갑자기 좀 열이 받아서.”

“열 받는다고 주먹으로 여길 내려쳐요?


책상 주변은 뭐라도 부서졌는지 매우 어수선했다. <신인개발팀 김지현>이라고 쓰여진 사원증을 목에 멘 여자사원은, 좀 전까지 작업을 하던 모니터 화면을 보여주면서 열변을 토했다. 아직까지 분이 안 가셨는지 얼굴에 붉은 기가 좀 남아있다.


“아니. 이런 얼굴로 이렇게 사진 못 찍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요? 이럴 거면 나한테 주던가?”

“어? 이 사진. 얼마 전에 들어온 소문의 연습생 아니에요?”

“네. 맞아요.”

“어디 보자. 음. 진짜 못 찍긴 했네요. 이 연습생 지금 받고 있는 레슨도 별로 없는데, 조만간 셀카 특강이나 한번 받게 하죠?”

“오. 좋은 생각이네요. 당장 추진하겠습니다.”


이렇게 유진은 부족한 사진 실력 때문에 수업 하나를 더 받게 생겼다.


///


레슨이 다 끝나고 집에 가서 샤워를 한 후 내 방 침대에 누워 있는데 핸드폰 알람이 갑자기 울린다. 또 어디서 스팸 문자라도 왔나 싶어서 확인을 하는데 이상한 게 하나 와 있다.


[긴급 안내 사항]


- 메시지를 확인하고 최대한 빨리 수업 신청을 해주세요.

- 신청은 넘버스 앱에서 가능합니다.


“뭐야. 이건 또?”


뭔가 싶어서 바로 확인을 해봤다.


“셀카 특강! 원 포인트 레슨이면 당신도 셀고 탈출 가능?”


아니. 사진 그거 올린 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이런 게 날라와? 이 회사 직원 월급을 얼마나 주는지는 내부인 이라면 내부인 이라고 할 수 있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일 처리 진짜 빠르다. 진짜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건가?


아 이런 생각할 때가 아니군. 일단 신청하라고 했으니 신청은 해야지. 신청가능일 중에서 그나마 레슨이 좀 없는 날짜를 선택했다. 원래 저 날 집에서 중간고사 공부 좀 하려고 했었는데 거참 세상이 날 안 도와준다.


그래도 원 포인트 레슨이라 수업 시간도 별로 길지 않을 거 같고, 장소도 회사 내부라서 시간을 많이 뺏길 거 같지는 않다.


근데 내 사진 찍는 실력이 그렇게 별로인가? 솔직히 쥐뿔도 몰라서 대충 찍기는 했다. 살짝 양심에 찔리긴 하지만 원래 본판이 좋으면 대충 찍어도 잘나와야 되는 거 아닌가.


“에라. 모르겠다. 중간고사 준비나 마저 하자.”


학교에서 온 상태 그대로 방 구석에 박혀있던 가방에서 책을 꺼내고 책상에 앉아서 보기 시작했다. 솔직히 난이도 자체는 전혀 어렵지 않은데 절대적인 공부시간 자체가 부족해서 좀 효율적으로 시간을 써야 한다.


“···”


고개를 숙이고 책을 들여다 보기 시작한 지 몇 시간쯤 지났을까? 일어나서 잠깐 스트레칭을 했다. 그래도 예전에 하던 가락이 있어서 그런가 진도 자체는 술술 잘 나간다. 간만에 각 잡고 공부를 하고 있어서 그런가 예전 생각도 좀 난다. 학창시절 나는 모의고사 점수대가 비슷한 다른 학생 대비 수학이 진짜 약한 편이었다. 물론 수포자 레벨까지는 아니었다.


근데 지금 수학 문제를 푸는데 이게 예체능 과정이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교육과정이 달라져서 그런지는 몰라도 생각보다 술술 잘 풀렸다. 그냥 한번 경험한 과정이라서 쉽게 느껴지는 걸까나. 음. 목마른데 물이나 한잔 마시고 와야지.


거실로 나가니 집 안은 쥐 죽은 듯 아주 고요했다. 그래도 우리 숙소 사람들이 기본적인 매너는 있는 게, 방안에서 음악을 크게 트는 거 같은 남한테 피해를 주는 행동은 잘 안한다. 옆집도 생활소음만 약간 있지 대체적으로 조용한 편이다. 예전에 연립주택에 잠깐 살았었는데 그때는 진짜 최악이었다.


나간 김에 화장실도 잠깐 들리고, 냉장고에서 물 두 병을 꺼내서 다시 내 방으로 돌아갔다. 조금만 더하다 자야지.


///


다음날 아침운동을 다 끝내고 학교에 가는데, 지하철 안에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 선생들이 하는 수업 들으면서 조는 것보다 그냥 그 시간에 내가 자습하는 게 훨씬 효율이 좋지 않을까? 그리고 등교 후에 바로 내 생각을 실행에 옮겼다.


이 학교는 예고라서 그런가 실습 수업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꽤 프리한 편이었다. 그래서 수업 중에도 완전 대놓고 딴짓을 하지 않는 이상에야 선생들이 거의 터치를 하지 않았다. 예전에 내가 다니던 학교였으면 바로 교탁에서 뭐라도 날라왔을 텐데 학생 인권이 좋아지긴 했구나. 이걸 내가 직접 겪을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말이다.


아무튼 어제부터 간만에 각 잡고 공부를 해서 그런가 쉬는 시간이 되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한창 집중하고 있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살짝 터치했다. 학교에 친구도 별로 없는데 이럴 사람은 뻔하지 하고 뒤를 돌아봤는데 역시 현진이다. 뭐하고 다니는지는 몰라도 요새 좀 덜 보여서 편했는데.


“오? 공부 열심히 하네?”

“얼마 뒤에 중간고사 보니깐.”

“아. 난 진짜 시험기간 때마다 자퇴 마렵던데.”

“그냥 하지 왜 안 했음?”

“부모님이 고등학교는 꼭 졸업해야 한다고 해서.”


그래. 그럴 수 있지. 근데 이놈은 왜 간만에 맘 잡고 공부 좀 하려고 하는데 와서 방해나 하고 앉아 있지?


“뭐야? 할말 있냐? 있으면 빨리 하고 좀 가라. ”

“음··· 혹시 너네 회사에서도 그 서바이벌 프로그램 나가는 사람 있어?”

“서바이벌 프로그램?”

“어. W넷에서 이번 여름에 방송 시작한다는 프로그램. 신청자들 안 받았어?”


그런 게 있었어? 나야 회사 안에 친한 사람이 같이 사는 사람들 말고 거의 없어서 정보가 나올 구석이 애초에 별로 없다. 원래부터 사교적인 성격이 아니라서 그 동안 불편한 거 잘 못 느끼고 살았는데 전혀 뜻밖의 장소에서 이걸 깨닫게 되다니.


“모르겠는데?”

“그래? 그렇구나···”


그때 마침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앗. 나 간다. 내일 봐.”

“너도 여기 와서 노닥거리지 말고 공부나 하는 건 어때?”

“공부는 영 체질이 아니라서. 하하하.”


근데 내일 보자고? 아마 오늘도 조퇴하고 연습하러 가나 보다. 뭐 나야 귀찮은 일 하나 줄어드는 거니깐 아무래도 좋다.


“공부나 마저 해야지.”


나는 다시 책으로 눈을 돌렸다.


///


하루 종일 실기수업 받을 때 말고는 계속 혼자서 자습을 했던 거 같다. 처음 전학 와서 시간표를 보고 실기 수업에선 대체 뭘 할지 좀 궁금했었다. 근데 회사에서 추는 춤이랑 종류만 달랐지 전체적인 수업 과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고, 수업의 밀도 면에서는 비교하는 게 미안할 정도였다. 역시 이게 사교육과 공교육의 차이인 건가? 내 인생에서 사교육을 이런 식으로 받을 줄은 상상도 못했네.


아무튼 하루 왠 종일 책을 들여다 봤는데도 컨디션이 아주 좋았다. 확실히 나는 몸으로 하는 것보다는 머리 쓰는 타입이다. 나이 먹고 빌빌거릴 때도 하루에 서류작업만 몇 시간씩 우습게 하던 사람인데 이 정도는 껌이다. 게다가 지금은 나이도 어리고 회사에서 열심히 운동도 시켜주니깐, 체력 자체가 그때랑은 비교도 안 될 정도다.


“이 정도면 사법 고시도 붙겠는데?”


아. 요즘은 그거 사라지고 다 로스쿨 행이었나? 아무튼 그 정도로 집중력이 좋아져서 공부효율이 엄청 올라간 기분이다. 체력 회복속도도 빨라서 솔직히 지금 좀 무리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데도 여유가 있을 정도다.


“자. 다들 중간고사 얼마 안 남았으니깐 공부 열심히 하고···”


중간고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담임 선생님을 말을 끝으로 이렇게 오늘 수업도 모두 끝났다.


///


그 후로 며칠 동안 계속 비슷한 생활패턴이었다. 회사에서는 운동과 각종 레슨으로 몸을 굴리고 학교에서는 까먹었던 지식을 다시 일깨우는 과정을 반복했다. 근데 참 하루하루를 충실히 사는 이 느낌은 나쁘지 않은데 진짜 배고픈 건 참을 수가 없다.


“아. 허기지다.”


카페테리아 구석에 쌓여있는 바나나를 하나 가져와서 먹고 있는 와중에도 계속 뭔가 씹히는 것을 입에 넣고 싶어진다. 예를 들면 삼겹살이나 곱창, 소고기 안심 이런 단백질도 풍부하고 기름진 것들 말이다.


“그나저나 셀카 수업은 왜 여기서 받는 거야?”


장소가 다른 곳이 아니라 2층 C 2-2 연습실이다. 내가 맨날 수업 받는 연습실 바로 옆인데 지나갈 때마다 이 문 열고 들어가면 안은 어떨지 궁금하긴 했다. 뭐 크게 다르진 않겠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연습실 안은 내 예상이랑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천장에 조명이 좀 더 많고 건물 구석에 붙은 연습실이라 창문이 2배쯤 있는 거 말고는, 원래 내가 쓰던 연습실이랑 크게 다른 점은 없다. 근데 좀 일찍 와서 그런가 안에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음. 너무 일찍 왔나?”


약속 잡히면 원래 좀 일찍 가는 게 습관이 들어서 그런가 살면서 이런 일은 부지기수다. 아무튼 그냥 기다리기는 심심해서 스트레칭을 하면서 몸을 풀고 있었다.


“아. 미안 내가 좀 늦었지?”


5분 정도 늦었네. 근데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의 첫인상이 아주 강렬해서 늦은 건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힙스터네. 힙스터.’


나이는 별로 많은 거 같지 않다. 많아 봐야 20대 중후반 정도 되었을까. 근데 입고 있는 복장이 예사롭지 않다. 우리 회사였으면 가볍게 입구 컷 당할 인상착의다. 아 지금 회사 말고 예전 회사 말하는 거다. 지금 회사는 나도 맨날 트레이닝 복으로 다니는걸.


“안녕하세요.”


하지만 난 지금 일개 연습생 신분이라 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도 절대 겉으로 표현할 수는 없다.


“아. 늦어서 미안한 건 미안한 거고 수업은 바로 들어갈게요.”


드디어 새로운 수업 시작인가. 배워서 남 주는 것도 아닌데 이번에도 열심히 배워봐야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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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 두 번째 월평, 시작 22.10.14 151 2 11쪽
31 (31) 예지몽은 아닌 거 같은 개꿈 22.10.11 164 3 11쪽
30 (30) 3인 연습, 첫날 22.10.07 166 2 11쪽
29 (29) 뜻밖의 조우 22.10.04 186 3 11쪽
28 (28) 조별과제 1회차 모임 일단 끝 22.09.29 211 4 12쪽
27 (27) 조별과제는 역시 버스 타는 게 꿀이다 22.09.26 231 3 11쪽
26 (26) 월말평가 대격변 22.09.23 252 4 12쪽
25 (25) 어느 날 갑자기 숙소에 이상한 놈이 들어왔다 22.09.20 263 5 11쪽
24 (24) 너가 여기서 왜 나와! 22.09.16 278 6 10쪽
23 (23) 넘버스의 왕자님 22.09.14 282 6 11쪽
22 (22) B반 승급! 22.09.08 281 5 11쪽
21 (21) 토요일 끝 22.09.05 292 5 10쪽
20 (20) 개꿈 22.07.01 341 9 9쪽
19 (19) 중간고사 끝! 22.06.27 356 9 9쪽
18 (18) 새로운 도전 22.06.15 366 13 9쪽
» (17) 올바른 셀카를 찍는 방법 22.06.13 368 13 11쪽
16 (16) 재능 22.06.09 381 15 9쪽
15 (15) 우리만의 작은 비밀 22.06.08 386 12 10쪽
14 (14) 잠깐 쉬어가기 22.06.07 390 15 10쪽
13 (13) 첫 무대 +1 22.06.02 436 14 10쪽
12 (12) 포스터 속의 그녀 22.05.31 462 1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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