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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dyHwang 님의 서재입니다.

토르의 망치를 찾아서 - 브라잇 동맹 3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CindyHwang
작품등록일 :
2020.02.28 11:17
최근연재일 :
2022.02.04 15:10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691
추천수 :
4
글자수 :
178,815

작성
21.09.09 12:04
조회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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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4

DUMMY

카할이 치마 밑에 몰래 숨겨두었던 단도를 꺼내어 힘껏 그녀의 손목을 내리찍었다. 도자기에 금이 가더니 레빌을 잡은 손이 툭 떨어졌다. 레빌은 땅에 떨어지자마자 벌떡 일어나 카펫 위를 후다닥 달리더니 계단을 오르고 관을 지나쳐 잽싸게 위층으로 도망쳐 버렸다.


“후웃, 바보 같으니라고. 위에 뭐가 있는 줄 알고.”


그런데 말을 마친 그녀의 잘린 손목에서 금세 하얀 도자기 손이 다시 튀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완벽한 손으로 재생하는데 단 몇 초 만이 걸릴 뿐이었다.


그녀는 바로 수진에게 달려들었다. 수진은 핸드백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황금 카펫 위에서 이리저리 피해 다녔다.


그녀는 그제야 뼈저리게 이해가 되었다. 왜 마왕이 저것을 공룡 티라노사우루스보다 더 끔찍하다고 했는지.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채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그 누구든 비참히 살해하고도 남을 잔인한 본성을 지닌 인형. 동정이나 가련함, 사랑이나 이타심 같은, 인간이라면 대부분 지녔을 감정의 조그만 단편조차 지니지 않은 차갑고 냉정한, 한마디로 완벽한 살인 도구이었던 것이다. 오로지 자신의 안위와 어린아이 같은 강렬하고도 이기적인 소유욕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수진이 이리저리 피하는 동안 카할과 이안은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인형의 앞길을 막아서곤 했다. 카할은 단도로 그녀의 치마를 마구 찔러댔지만 깨지는가 싶으면 어느새 재생되어 도무지 한방을 먹일 틈을 찾을 수가 없었다. 무표정을 유지한 도자기 인형은 지친 기색 하나 없이 하얗고 투명하게 빛나는 두 팔을 앞으로 내밀어 계속 떼를 썼다. 그녀의 벌려진 입에서 검은 연기가 더 많이 내뿜어졌다.


“빨간 핸드백은 내 거야! 어서 내놔! 이년아!”


그런데 그때였다. 계단 위에서 쿵 하는 소음이 크게 나더니 진동과 함께 천장이 떨리기 시작했다. 샹들리에가 빙빙 흔들리고 돌 부스러기 같은 것이 그들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더불어 레빌의 비명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레빌 살려! 레빌 살려!”


곧 레빌이 계단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모습은 엉망진창이었다. 웨딩드레스는 진흙이 잔뜩 묻어 얼룩덜룩하였고 그의 얼굴은 홍당무처럼 새빨갰다. 그는 좀 전에 올라갔을 때보다 세 배나 빠른 속도로 계단을 우당탕 뛰어 내려왔다.


그런데 그의 뒤로 진흙 같은 것이 계단 위층 바닥을 가득 메우며 우르르 덮쳐오는 것이 아닌가? 마치 산사태라도 난 듯 아래로 물결치며 달려 내려왔다. 자세히 보니 진흙을 온몸에 바른 징그러운 두꺼비떼였다. 레이디는 잠시 동작을 멈추고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성가신 투로 중얼거렸다.


“에잇, 귀찮게 시리 저것들을 깨어나게 했어.”


레빌은 헐레벌떡 아이들 있는 쪽으로 달려와 그들 뒤로 몸을 숨겼다. 그의 몸이 부르르 떨리고 계속 살려달라고 아우성쳤다. 두꺼비들은 이미 계단으로 몰려들어 빠르게 내려오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던 이안이 명령조로 외쳤다.


“어서 의자 위로 올라가!”


그들은 인형이 주춤한 사이, 아까 도망쳤던 테이블 의자를 향해 우르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발을 잘못 디디는 바람에 무리보다 빠르게 점프해온 두꺼비들을 그만 밟고 말았다. 공기 터지는 소리와 함께 그것이 팍팍 터질 때면 그들의 입에서는 소름끼치는 증오와 분노가 새어 나왔다.


피와 진흙이 그들 옷에 튀는 가운데 가까스로 의자 모서리를 잡으려는 순간이었다. 제일 마지막으로 달려오던 수진이 별안간 뒤로 확 잡아당겨졌다. 어느새 따라잡은 인형이 그녀의 등 뒤로 넘어갔던 핸드백을 낚아채어 자기 쪽으로 잡아당겼던 것이다. 그녀의 날카로운 비명에 가까스로 의자 위에 올라온 일행들이 고개를 돌렸다. 하나같이 얼굴에 공포와 경악이 떠올랐다.


레이디 포터리가 발버둥 치는 수진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왼쪽 오른쪽으로 몸을 기우뚱거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그녀를 아래로 떨어뜨리더니 기우뚱할 때마다 바닥과 치마 사이에 생긴 틈으로 그녀를 꿀꺽 삼켜버렸다. 수진은 어두운 목구멍처럼 보이는 딱딱하고 풍성한 치마 속으로 그렇게 사라졌다.


“안돼, 수진, 안돼!”


의자 위에서 카할과 레빌이 안타깝게 부르짖었다. 이안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리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그녀의 이름을 크게 불러보았지만 어떠한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레이디는 아이처럼 노래를 흥얼거리며 가만히 서 있었다. 두꺼비들이 홀 전체로 퍼져 뛰어다녔지만 그녀에게 달려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녀가 천천히 이동하며 무거운 몸으로 그것들을 무자비하게 짓눌렀기에 하얀 도자기 치마 위로 진흙과 피가 튀겨 점점 겹이 두꺼워져 갔다.


레빌과 아이들은 두꺼비 때문에 바닥으로 내려갈 수도, 그렇다고 그대로 의자 위에 계속 서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아까 몸소 경험했듯이 아무리 달려도 황금 카펫 밖으로 나가지 못할 것이 뻔했다.


레이디는 그들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벌벌 떠는 레빌이 갈라지는 목소리로 절망했다.


“오, 맙소사. 이젠 정말 끝인 거니?”


치마를 유심히 쳐다보던 이안이 카할에게 손짓하며 다급히 말했다.


“나랑 아저씨가 저것을 기울일 테니 넌 아래 틈으로 들어가 수진을 구해와, 꼭 구해 와야 해.”


“이미 그녀는 저승으로 떠났어. 저 치마 속으로 들어가면 죽는다고.”


레빌이 흐느끼며 대꾸했지만 카할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는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단검을 쥔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이안의 의자 뒤로 내려가 두꺼비들을 밟은 채 대기하였다. 이안이 앞의 레빌을 향해 인형의 오른팔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저씨는 제가 신호하면 저기에 매달리세요. 그럼 제가 저것을 그쪽으로 넘어뜨릴게요.”


“난 싫당. 저기에 어떻게 매달리니?”


“아저씨, 제발 어른처럼 좀 행동하세요.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봐야지요. 그냥 하라는 대로 하세요. 훨씬 어린 카할도 더한 것을 하겠다고 하잖아요.”


이안의 핀잔에 그는 바로 발끈하여 씩씩거렸다. 그의 눈이 붉게 타오르고 얼굴은 일그러지고 벌벌 떨던 몸은 흥분으로 들썩거렸다. 자존심이 완전히 상한 그는 이젠 저 괴물을 냠냠 뜯어먹을 듯 노려보기 시작했다. 믿기 어려운 놀라운 반전이었다.


인형이 의자 가까이로 다가왔다. 이안은 레빌이 점프해서 실수 없이 그것을 잡을 수 있는 사정거리까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그 순간이 도래했다.


“지금이에요!”


이안의 신호와 함께 레빌이 두꺼비처럼 펄쩍 뛰어 레이디의 오른팔을 잡고 매달렸다. 동시에 이안의 두발이 힘껏 그녀의 왼쪽 목을 겨냥해 뻥 찼다. 그들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그녀가 오른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졌다. 그러자 바닥과 왼쪽 치마 사이로 틈이 꽤 벌어졌고 대기하고 있던 카할이 두꺼비를 밟으며 뛰어가 그 안으로 잽싸게 미끄러져 들어갔다. 조금만 늦었으면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레이디가 넘어지지 않은 채, 오뚝이처럼 카할의 다리 쪽으로 급히 기울어졌던 것이다. 하마터면 그의 다리가 빈대떡으로 짝짝 펴질 뻔하였다. 그녀는 왼쪽 오른쪽으로 몇 바퀴를 돌더니 결국 균형을 되찾아 멈추어 섰다.


그 사이 이안은 레빌을 붙잡아 그녀에게서 도망쳤다. 이젠 치마 속으로 들어간 그들이 신호를 보내오거나 나올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만 한다. 잘못 공격하면 안의 그들도 위험해질 수 있기에.


제발 그들이 무사하기를, 그리고 어서 탈출하기를.


만약 그들이 무사하지 못하다면 이안은 제 자신을 더더욱 용서하지 못할 것 같았다. 아버지에 이어 가장 소중한 친구들까지 잃을 수는 없었기에, 자신을 위해서라도 꼭 살아 돌아와야 한다고 그는 이를 악물며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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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13. 차가운 이별 - 2 22.01.07 18 0 11쪽
44 13. 차가운 이별 - 1 21.12.03 25 0 9쪽
43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7 21.11.19 20 0 12쪽
42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6 21.10.22 24 0 8쪽
41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5 21.10.01 27 0 10쪽
»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4 21.09.09 29 0 8쪽
39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3 21.08.27 30 0 9쪽
38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2 21.08.06 34 0 8쪽
37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1 21.06.18 30 0 8쪽
36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4 21.06.04 36 0 10쪽
35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3 21.05.14 31 0 7쪽
34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2 21.03.05 24 0 7쪽
33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1 21.02.10 31 0 8쪽
32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4 21.01.22 68 0 8쪽
31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3 21.01.08 28 0 8쪽
30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2 20.12.25 37 0 9쪽
29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1 20.12.11 31 0 8쪽
28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2 20.11.28 34 0 7쪽
27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1 20.11.20 31 0 7쪽
26 8. 해골 계단 20.11.14 28 0 12쪽
25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6 20.11.06 30 0 7쪽
24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5 20.10.23 24 0 9쪽
23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4 20.09.30 29 0 9쪽
22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3 20.09.05 33 0 9쪽
21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2 20.08.29 32 0 10쪽
20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1 20.08.14 44 0 10쪽
19 6. 과보족 마을 - 4 20.08.07 52 0 6쪽
18 6. 과보족 마을 - 3 20.07.24 28 0 8쪽
17 6. 과보족 마을 - 2 20.07.17 29 0 11쪽
16 6. 과보족 마을 - 1 20.07.09 33 0 11쪽
15 5. 사기꾼 레빌 - 4 20.07.02 27 0 7쪽
14 5. 사기꾼 레빌 - 3 20.06.26 36 0 10쪽
13 5. 사기꾼 레빌 - 2 20.06.19 46 0 9쪽
12 5. 사기꾼 레빌 - 1 20.06.12 30 0 8쪽
11 4. 요툰하임 - 2 +2 20.06.05 43 1 5쪽
10 4. 요툰하임 - 1 20.05.29 34 0 10쪽
9 3. 진달래 해적선과 제임스 후크 선장 20.05.15 42 0 10쪽
8 2. 학과의 결투 - 3 20.05.08 33 0 10쪽
7 2. 학과의 결투 - 2 20.04.30 51 0 10쪽
6 2. 학과의 결투 - 1 20.04.17 76 0 9쪽
5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5 20.04.10 41 0 6쪽
4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4 20.04.03 43 0 8쪽
3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3 20.03.27 43 0 9쪽
2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2 +2 20.03.20 60 1 10쪽
1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1 +4 20.03.13 115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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