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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dyHwang 님의 서재입니다.

토르의 망치를 찾아서 - 브라잇 동맹 3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CindyHwang
작품등록일 :
2020.02.28 11:17
최근연재일 :
2022.02.04 15:10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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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3
추천수 :
4
글자수 :
178,815

작성
20.06.1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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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5. 사기꾼 레빌 - 2

DUMMY

바위를 파서 만든 실내는 복층구조로 넓고 천장도 높았다. 그는 벽난로로 다가가더니 옆에 쌓아놓은 장작들을 넣고 불을 피웠다. 어느 정도 불꽃이 타닥거리자 집안 공기가 따듯해졌다. 나무 가구들의 거친 겉면을 보아 임시방편으로 만든 티를 더럭더럭 내었지만 테이블, 의자, 찬장, 침대 등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있었다.


그는 벽난로 앞바닥에 깔아놓은 털가죽 위에 그들을 앉히고 잠시 쉬라고 했다. 안전한 장소로 들어온 아이들은 잠시 잊고 있었던 이안이 다시 걱정되기 시작했다. 혹시나 알유의 공격을 받는다면 아무리 뱀파이어라도 무사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


딥언더니아인은 장작불 위에 커다란 무쇠 솥을 걸고 물을 부어 고기 수프를 끓였다. 그리고 아래층 창고로 내려가 치즈와 빵을 꺼내 와서 테이블의 빈 접시 위에 놓자 수진이 칼로 그것들을 잘랐다.

카할은 국자로 수프를 저었다. 곧 맛있는 수프가 완성되자 그들을 테이블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단숨에 그릇을 싹싹 비웠다.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수프를 더 떠주며 이름을 묻자 그들은 이름만 간단히 말한 후 수프를 계속 떠먹었다. 그가 자신의 그릇에 마지막 남은 수프를 따라 담으며 입을 열었다.


“반갑구나. 나는 ‘레빌’이란다.”


깜짝 놀란 수진이 수프를 꿀꺽 삼켰다. 카할은 스푼을 떨어뜨리고 바로 맞받아쳤다.


“혹시 ‘사기꾼 레빌’, 아얏~ 실례했습니다.”


그녀가 인상을 팍 쓰며 카할의 팔을 꼬집자 그는 아파하며 비명을 질렀다. 자신들을 구해준 분에게 사기꾼이라니, 그건 매우 예의에 어긋난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별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수긍했다.


“맞아. 내가 그 레빌이지.”


“앗, 이럴 수가.”


카할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테이블 주위를 왔다갔다 하며 뛰어다녔다. 매우 흥분한 그의 얼굴에 홍조가 피어오르자 레빌은 재미있다는 듯 혼자 낄낄거렸다.


“오랜만에 손님들이 있으니 사는 것 같군. 이래서 서로 어울려 살아야 한다는 건가?”


그가 혼잣말 비슷하게 중얼거렸으나 아이들은 미처 알아듣지 못하였다. 카할이 그의 앞으로 달려와 양 뺨에 손바닥을 댄 채 마치 꿈을 꾸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레빌, 당신이 여기 있을 줄을 꿈에도 몰랐어요. 딥언더니아의 아무도 당신의 말이 사실이라 여기지 않았거든요. 저 조차도 말이에요. 그런데 다 사실이었군요.”


“왜 여기로 돌아오신 거예요? 그래도 원래 살던 고향이 더 낫지 않나요? 저 징그러운 알유도 없고 말이에요.”


이어진 수진의 물음에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잠시 후 생각이 정리된 듯 그의 눈이 반짝이더니 감정이 듬뿍 담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의 두 눈은 이미 눈물로 촉촉이 적셔져 있었다.


“고향이 좋기는 하다만, 사기꾼이다 거짓말쟁이다 라고 낙인이 찍힌 내 생활도 그리 편안치는 않았단다. 물론 예전엔 진짜 사기도 치고 거짓말도 했었지. 하지만 이곳 요툰하임으로 와서 겪은 일은 정말 다 사실이었어. 그러나 고향에서는 그것을 믿어주는 자가 아무도 없었지. 내가 지나가면 등 뒤에서 손가락질하거나 욕하기 바빴어. 아이들도 내 뒤를 쫓아다니며 ‘거짓말쟁이 레빌’, ‘사기꾼 레빌’이라 놀려대며 돌을 던지기도 하고.

그러던 어느 날 새벽이었다. 침대에서 일어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구나. 평생 이렇게 살 바에야 차라리 떠나자. 타지에서 착한 친구들과 사는 것이 훨씬 낫겠다고 말이야. 그들은 나를 참 따듯하게 대해주었거든.

그 날 아침 바로 짐자루를 메고 옥수수 밭으로 나갔지. 다행히 학이 나를 낚아채 주었고 그래서 여기 다시 오게 된 거야. 예전에 나를 도와주었던 착한 친구 샨샨을 만나고, 지금 내가 사는 이 집도 같이 지었단다.”


“샨샨은 거인인가요?”


겨우 마음을 진정시킨 카할이 테이블을 돌아 그녀 옆의 원래 자리로 가 앉으며 물었다.


“그렇단다. 참 착한 거인이지. 그는 여기서 평화롭게 살고 있었어. 내가 처음 학의 둥지에서 추락했을 때 우연히 밑으로 걸어가던 샨샨의 어깨에 떨어진 것이 우리의 첫 만남이었지. 그리고 그와 동족은 되돌아온 나를 다시 따듯하게 맞아주었단다. 이렇게 먹을 것과 잠잘 곳까지 마련해주고 말이야.”


그때였다.


“똑똑똑.”


레빌과 아이들은 공포에 찬 눈으로 동시에 문을 바라보았다.


“똑똑똑.”


누군가가 문을 두들기고 있었다. 별안간 등짝이 오싹해지는 그들이었다. 이 밤중에, 사다리가 올려져 없는 마당에 도대체 누가 올라올 수 있단 말인가?


“똑똑똑.”


레빌이 조용히 일어나더니 수진과 카할에게 테이블 아래 숨으라고 수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벽난로 옆에 놓인 장작 패는 도끼를 위로 쳐든 채, 한 발 한 발 조용히 문 옆의 조그만 창문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창문에선 밖의 발코니가 보이지 않았다. 계속해서 노크소리가 들려오자 그들의 심장은 터질 듯이 뛰고 입은 바짝 말라갔다. 그가 쭈뼛쭈뼛 문으로 다가가고 있을 때였다.


“수진, 카할, 나야 나.”


이럴 수가, 아이들이 그토록 걱정하던 이안의 목소리였다. 수진이 총알처럼 테이블 밑에서 튀어나와 레빌보다 먼저 도착하였다. 그리고 문을 안으로 확 열어젖혔다. 얕은 눈보라가 섞인 차가운 바람과 함께 그가, 이안이 서 있었다. 기적같이, 아니 숲에서 만난 의문의 아주머니 예언대로 그가 스스로 그들을 찾아온 것이다.


좁은 발코니 위에 겨우 버티며 서 있던 이안이 집안으로 한 발자국 들어서자마자 수진이 그에게 확 안기어왔다. 뱀파이어였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힘으로 밀려 뒤로 넘어가 발코니에 매달릴 뻔하였다. 아슬아슬하게 카할이 휘청거리는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 셋은 서로 얼싸안으며 기뻐했다.


레빌은 문을 닫으며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그냥 서 있었다. 소란스러운 만남이 진정되자 카할은 레빌에게 그를 소개했다. ‘사기꾼 레빌’과의 예상치 못한 만남에 이안 역시 매우 놀라워했다. 수진이 ‘알유’에 대해 설명하고 혹 그 괴물을 만나지 않았는지 묻자 그는 전혀 마주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다시 물었다.


“여긴 어떻게 찾아온 거야?”


“나무에서 떨어져 밤이 될 때까지 정신을 잃었다가 겨우 깨어났어. 숲을 헤매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갔지. 주위를 둘러보는데 운 좋게도 멀리 불빛이 보이지 않겠어? 불빛을 따라와 보니 바로 여기였어.”


“사다리도 없는데 어떻게 올라왔지?”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묻는 레빌에게 그는 잠시 주저하며 답했다.


“기어서 올라왔지요. 전 뱀파이어거든요.”


레빌의 표정이 문득 어두워졌다. 다른 아이들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이곳의 지리를 잘 알고 있는 그에게는 대답들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여기에 집을 지은 이유는 숲 어디든 올라가서 봐도 나무에 겹겹이 가려져 창문 불빛을 숨기기가 쉬었고, 또한 집을 받치고 있는 기둥바위 겉면이 대리석처럼 매끄러워 맨손으로 오르기가 결코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막 도착한 손님, 그것도 뱀파이어에게, 처음 만난 자리에서 꼬치꼬치 캐묻는 것도 좀 그렇고 해서 그냥 덮어두기로 했다. 자신도 예전에 많이 해봐서 아는데 차마 피치 못할 사정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이리라. 누군들 구태여 머리 굴려가며 힘들게 거짓말을 하고 싶겠는가? 다 그럴만한 이유와 사연이 있게 마련인 것이다.


레빌은 등잔을 들고 아래층 창고로 다시 내려갔다. 그가 키우던 쥐들 중 한 마리를 잡아 죽인 후 피를 유리잔에 받아내어 이안에게 건네주었다. 그는 배가 고팠는지 단번에 잔을 싹 비워버렸다. 레빌은 수프를 끓이던 솥을 옆에 내려놓고 조그만 냄비를 얹어 물을 부은 후 우유와 코코아 가루를 넣었다. 진한 코코아향이 온 집안에 달콤하게 떠돌자 다들 마법에라도 걸린 듯 냄비가 놓인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이안을 제외하고 냄비에서 각자 컵으로 코코아를 떠 마시며 아까 끊겼던 이야기를 다시 이어나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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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13. 차가운 이별 - 3 [THE END] 22.02.04 22 0 7쪽
45 13. 차가운 이별 - 2 22.01.07 16 0 11쪽
44 13. 차가운 이별 - 1 21.12.03 23 0 9쪽
43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7 21.11.19 20 0 12쪽
42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6 21.10.22 23 0 8쪽
41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5 21.10.01 27 0 10쪽
40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4 21.09.09 27 0 8쪽
39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3 21.08.27 30 0 9쪽
38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2 21.08.06 34 0 8쪽
37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1 21.06.18 29 0 8쪽
36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4 21.06.04 34 0 10쪽
35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3 21.05.14 29 0 7쪽
34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2 21.03.05 23 0 7쪽
33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1 21.02.10 29 0 8쪽
32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4 21.01.22 63 0 8쪽
31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3 21.01.08 28 0 8쪽
30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2 20.12.25 35 0 9쪽
29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1 20.12.11 30 0 8쪽
28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2 20.11.28 34 0 7쪽
27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1 20.11.20 29 0 7쪽
26 8. 해골 계단 20.11.14 27 0 12쪽
25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6 20.11.06 29 0 7쪽
24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5 20.10.23 24 0 9쪽
23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4 20.09.30 28 0 9쪽
22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3 20.09.05 31 0 9쪽
21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2 20.08.29 31 0 10쪽
20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1 20.08.14 44 0 10쪽
19 6. 과보족 마을 - 4 20.08.07 52 0 6쪽
18 6. 과보족 마을 - 3 20.07.24 28 0 8쪽
17 6. 과보족 마을 - 2 20.07.17 28 0 11쪽
16 6. 과보족 마을 - 1 20.07.09 33 0 11쪽
15 5. 사기꾼 레빌 - 4 20.07.02 26 0 7쪽
14 5. 사기꾼 레빌 - 3 20.06.26 36 0 10쪽
» 5. 사기꾼 레빌 - 2 20.06.19 45 0 9쪽
12 5. 사기꾼 레빌 - 1 20.06.12 29 0 8쪽
11 4. 요툰하임 - 2 +2 20.06.05 42 1 5쪽
10 4. 요툰하임 - 1 20.05.29 32 0 10쪽
9 3. 진달래 해적선과 제임스 후크 선장 20.05.15 41 0 10쪽
8 2. 학과의 결투 - 3 20.05.08 32 0 10쪽
7 2. 학과의 결투 - 2 20.04.30 49 0 10쪽
6 2. 학과의 결투 - 1 20.04.17 75 0 9쪽
5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5 20.04.10 41 0 6쪽
4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4 20.04.03 42 0 8쪽
3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3 20.03.27 43 0 9쪽
2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2 +2 20.03.20 58 1 10쪽
1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1 +4 20.03.13 113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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