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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dyHwang 님의 서재입니다.

토르의 망치를 찾아서 - 브라잇 동맹 3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CindyHwang
작품등록일 :
2020.02.28 11:17
최근연재일 :
2022.02.04 15:10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672
추천수 :
4
글자수 :
178,815

작성
21.05.14 13:00
조회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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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7쪽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3

DUMMY

미풍이 그들과 나무에 부딪치며 지나쳐갔다. 전보다 차가움이 더 깃든 바람이었다. 그리고 익숙한 목소리들도 따라 들려왔다.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이안, 카할, 레빌 아저씨의 목소리였다. 그녀는 차가워진 어깨를 손으로 문지르며 장미 덤불이 감싼 미로 쪽으로 몸을 돌린 후 그에게 작별을 고했다.


“이제 가봐야 할 거 같아요. 가기 전에 물어보고 싶은 것이 하나 있어요. 당신이 요툰하임 숲의 동물들을 돌로 만들었나요? 과보족도 말이에요?”


“그래, 그랬지. 오랜만에 재밌는 장난 좀 쳐봤지.”


차갑고 잔인한 말소리가 모자 안에서 들려왔다. 순간 그것은 로맨틱한 분위기에 젖어있던 그녀를 바짝 깨어나게 만들었다. 장난이라니? 살아있는 것을 돌로 만든 게 재미있다고?


그녀의 뱃속에서 불끈하며 솟아오르는 항의를 막 전달하려던 찰나였다. 그가 그녀 쪽으로 몸을 돌리더니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어 그녀를 저지했다.


“너희들이 찾고 있는 것은 지하무덤에 있어. 생명체를 돌로 만든 방울도 같이 들어가 있지. 하지만 아직 마지막 시험이 하나 더 남아있어. 그냥 쉽게 되면 나도, 너희도 재미없잖아?”


그의 비아냥거림에 짜증이 났지만 그녀는 꾹 참고 물었다.


“티라노사우루스보다 더한 건가요? 어느 정도의 시험인데요?”


“미리 알면 재미없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걸. 당연히 죽을 수도 있고. 이러면 어떨까? 우리가 이 아름다운 달밤을 좀 더 즐기는 동안 너의 친구들이 먼저 그 시험을 치르게 하는 거야. 죽을 수도 있고 살 수도 있고. 넌 다 끝난 후에 그들 앞에 나타나는 거지.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은 상태로 말이야.

어때? 그러면 넌 공포에 떨며 도망칠 필요도 없고, 어디를 다치거나 죽음조차 피할 수 있어. 여기서 나랑 편안히 있다가 돌아갈래? ‘예’라고 대답하면 바로 그렇게 해줄게.”


그의 매력적인 저음 목소리에 그녀는 하마터면 ‘예’라고 해버릴 뻔했다. 그의 제안은 수면 위로 던져진 돌멩이가 되어 그녀의 마음속 호수에 파동을 일으켰다. 무시무시한 티라노사우루스가 그녀의 눈앞에 떠오르고, 루시와 서로 부둥켜안고 벌벌 떨던 장면도 생각났다. 남은 시험이 이보다 더할 수 있단 말에 돌아가기 꺼려진 것도 솔직한 심정이었다. 토르의 망치가 자신과 무슨 깊은 연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의 우정과 의리로 여기까지 온 것인데, 과연 그것들이 목숨보다 더 중요할까? 만약 자신이 죽는다면 엄마와 외할머니가 얼마나 슬퍼하실까?


그녀는 바로 대답을 내놓지 못하였다. 그러자 그는 계속해서 유혹했고 점차 그것에 동요되어가던 바로 그때였다.


마른하늘에 천둥이 치는 것처럼 그녀의 이름이 크게 들리어왔다. 이안의 목소리였다. 순간 그녀의 정신이 바짝 들더니 눈앞이 번쩍였다. 좀 전의 별별 생각과 변명들이 그녀의 기억에서 사라져 갔다.


그녀는 생각했다. 그래도 자신이 힘들거나 위험해지면 먼저 달려와 도와주던 친구들인데 이렇게 배신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이미 여기까지 고생을 같이 했는데 마지막까지 함께여야만 한다.


그녀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마음을 다잡는 중에 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어차피 너의 친구들이 지금의 너라면 분명 여기에 남기를 원할 거야. 유한한 생명체인 인간은 자기 몸을 위하는 게 본능이고 당연한 거거든. 아주 이기적인 존재들이야, 인간이란 게. 그러니 양심을 부추겨 그리 고심할 필요는 없어.”


“친구가 저를 불러요. 그냥 모른 척할 수 없어요. 이미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지만 그때마다 친구들이 저를 도와주었죠. 그들이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요. 당신은 재미로 그랬다지만 생명이란 건 장난이 아니에요. 아주 소중하고 귀중한 것이라고요. 우리 외할머니는 항상 과자나 빵부스러기를 챙겨서 마당에 뿌리곤 했어요. 새들이 와서 먹으라고요. 그리고 우리 엄마는 어려운 형편에도 굶주리는 사람들을 위해 유니세프에 매달 기부를 했고요. 생명이란 건 그렇게 당신 맘대로 소홀이 할 수 있는 게 절대 아니에요. 전 망치도 되찾겠지만 당신이 건 돌마법도 꼭 풀 거예요.”


얼굴이 붉어진 그녀가 당당히 큰소리치며 뒤돌아섰다. 그리고 미로를 향해 달려가려는데 어느새 그녀 앞을 가로막은 그가 손을 내밀어 뭔가를 주려고 했다. 그녀가 손바닥을 내밀자 은빛을 발하는 조그만 열쇠가 놓여졌다.


“오늘 내 이야기를 들어준 기념으로 주는 선물이야. 나중에 이것을 써볼 기회가 생기길 바래.”


“무슨 열쇠예요?”


“언젠가 알게 될 거야. 아, 그리고 돌마법은 방울을 깨뜨리면 저절로 풀릴 거야.”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열쇠를 쥔 채 미로를 향해 달려갔다.



그녀가 거의 시야에서 사라지자 그는 몸을 돌려 환한 보름달을 향해 섰다. 가려진 모자를 투과하여 달을 바라보고 있는 듯 그의 얼굴이 고정된 채 한동안 그렇게 서 있었다. 문득 옥열매가 매달린 나무기둥 뒤에서 또 다른 그림자가 쓱 하고 나타났다. 그는 돌아보지 않고도 누구인지 안다는 듯 신경 쓰지 않은 채 앞만 바라보았다. 검은 그림자가 꿈틀대더니 그에게 말을 건넸다.


“혼란스러워 보이는군요. 그녀와... 많이 닮았지요?”


“그래, 성격이 많이 닮았어. 나한테 큰소리도 다 치고.”


“정말 그래요. 그녀도 그랬었는데. 벌써 아주 오래 전의 일이군요.”


“그러나 나에겐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해.”


“그렇게 오랫동안 갇혀 지냈는데도?”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거야.”


그림자가 주저하는 어조로 그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저기, 아까 그 소녀를 만났지만 당신의 계획은 여전히 유효한 건가요?”


“내가 받은 걸 그대로 되돌려줄 예정이지.”


“재고의 여지는 전혀 없으신 건가요? 저리 귀엽고 사랑스러운데.”


그의 입술이 찌그러지며 대답하길 거부했다. 그 모습에 그림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황금 달빛 아래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틀어 올린 머리 위로 보름달 모양의 흰 접시가 모자처럼 비스듬히 씌어있고, 사파이어 단추를 단 초록색 스웨이드 코트를 입고 있었다. 바로 수진이 요툰하임숲에서 만난 적이 있는 별난 행색의 그 중년 여인이었다. 그런데 그녀 뒤로 뭔가가 붙어져 질질 끌려 나왔다. 뱀의 몸뚱이였다.


그녀는 몸과 꼬리를 꿈틀거려 그의 옆에 나란히 섰다. 그리고 한 손에 든 컴퍼스를 이리저리 흔들어대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주변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 아름다운 것들이 많이 파괴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기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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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13. 차가운 이별 - 3 [THE END] 22.02.04 22 0 7쪽
45 13. 차가운 이별 - 2 22.01.07 17 0 11쪽
44 13. 차가운 이별 - 1 21.12.03 24 0 9쪽
43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7 21.11.19 20 0 12쪽
42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6 21.10.22 23 0 8쪽
41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5 21.10.01 27 0 10쪽
40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4 21.09.09 28 0 8쪽
39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3 21.08.27 30 0 9쪽
38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2 21.08.06 34 0 8쪽
37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1 21.06.18 30 0 8쪽
36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4 21.06.04 35 0 10쪽
»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3 21.05.14 31 0 7쪽
34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2 21.03.05 23 0 7쪽
33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1 21.02.10 30 0 8쪽
32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4 21.01.22 67 0 8쪽
31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3 21.01.08 28 0 8쪽
30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2 20.12.25 36 0 9쪽
29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1 20.12.11 30 0 8쪽
28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2 20.11.28 34 0 7쪽
27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1 20.11.20 31 0 7쪽
26 8. 해골 계단 20.11.14 28 0 12쪽
25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6 20.11.06 29 0 7쪽
24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5 20.10.23 24 0 9쪽
23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4 20.09.30 29 0 9쪽
22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3 20.09.05 32 0 9쪽
21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2 20.08.29 32 0 10쪽
20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1 20.08.14 44 0 10쪽
19 6. 과보족 마을 - 4 20.08.07 52 0 6쪽
18 6. 과보족 마을 - 3 20.07.24 28 0 8쪽
17 6. 과보족 마을 - 2 20.07.17 29 0 11쪽
16 6. 과보족 마을 - 1 20.07.09 33 0 11쪽
15 5. 사기꾼 레빌 - 4 20.07.02 26 0 7쪽
14 5. 사기꾼 레빌 - 3 20.06.26 36 0 10쪽
13 5. 사기꾼 레빌 - 2 20.06.19 46 0 9쪽
12 5. 사기꾼 레빌 - 1 20.06.12 29 0 8쪽
11 4. 요툰하임 - 2 +2 20.06.05 42 1 5쪽
10 4. 요툰하임 - 1 20.05.29 34 0 10쪽
9 3. 진달래 해적선과 제임스 후크 선장 20.05.15 42 0 10쪽
8 2. 학과의 결투 - 3 20.05.08 32 0 10쪽
7 2. 학과의 결투 - 2 20.04.30 51 0 10쪽
6 2. 학과의 결투 - 1 20.04.17 75 0 9쪽
5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5 20.04.10 41 0 6쪽
4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4 20.04.03 42 0 8쪽
3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3 20.03.27 43 0 9쪽
2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2 +2 20.03.20 60 1 10쪽
1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1 +4 20.03.13 114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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