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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dyHwang 님의 서재입니다.

토르의 망치를 찾아서 - 브라잇 동맹 3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CindyHwang
작품등록일 :
2020.02.28 11:17
최근연재일 :
2022.02.04 15:10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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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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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수 :
178,815

작성
20.08.2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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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2

DUMMY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붉은 노을이 지고 있었다. 그들은 앞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사악한 거인들이 살고 있는 붉은 성으로 향하였다. 성 외벽의 붉은 기운을 하늘과 구름이 흡수하고 있는지 황혼은 점점 더 붉게 타올랐다.


불편한 옷차림과 뾰족구두로 인해 이동속도가 느려진 것은 사실이지만, 성이 보기보다 훨씬 멀리에 위치해있기도 했다.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마치 어린아이가 자라듯 성의 키가 쑥쑥 크는 것처럼 느껴졌다.


성 꼭대기 위에서 무시무시한 청동 드래곤이 몸을 웅크리고 시선은 내린 채 다가오는 이들을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크게 부릅뜬 두 눈에서 이상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것 같고, 날카롭게 갈린 이빨들을 그대로 드러낸 검은 입은 이곳에 오지 말라는 죽음의 경고를 위협적으로 날리었다. 접혀있는 커다란 날개의 마디 끝마다 징그러운 날개뼈가 삐죽 튀어나왔고, 척추를 따라 꽂힌 가시들은 전보다 더 길어지고 뾰족해진 것 같았다.


무심코 고개를 들던 수진이 갑자기 움찔하며 발걸음을 멈추었다. 레빌이 뒤돌아 무슨 일이냐고 묻자 그녀의 목소리가 심히 떨리었다.


“방금 저것의 눈동자가 움직였어요. 나를 보면서 눈동자가 흔들렸다고요.”


“그렇게 생각하고 봐서 그런 거지, 실제로는 쇠 조각이란다. 만약 살아있다면 우리한테 벌써 달려들었을 테지. 너무 신경 쓰지 말아라.”


그녀는 두 눈을 크게 치켜뜨고 그것의 눈동자를 다시 바라보았다. 이번엔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 역시 그의 말처럼 착각이었나 보다. 그녀는 앞서 가고 있는 친구들 옆으로 급히 다가가며 나란히 걸었다. 이안이 아름답게 화장한 얼굴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드래곤을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머리 위로 올려진 화살표 꼬리가 전보다 더 높이 치솟은 것 같기도 하고, 날개는 좀 펴진 것 같기도 하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지으며 불안한 생각을 싹 지워버렸다.


드디어 거대한 성문 앞에 도착했다. 멀리서는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충격적이게도 외벽과 성문 위로 끈적이는 붉은 액체가 군데군데 뭉쳐 계속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바닥까지 닿지는 않고 벽에 다시 흡수되어버렸다.


이안이 벽으로 다가가 손가락으로 그것을 찍어 코에 갖다 대보았다. 그의 눈앞이 흐려지고 파란색 눈동자에 불꽃이 확 일었는데 피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그것을 살짝 혀에 갖다 대었다. 산 생물의 피가 확실했다. 그는 잠시 달콤한 피에 이성을 잃을 뻔했지만 가까스로 흥분을 자제했다.


그는 문으로 돌아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안 그래도 두려운 이들에게 더 큰 공포심을 심어줄 필요가 없어서였다. 이미 문 앞까지 도착한 마당에 말이다. 수진이 다시 고개를 들자 드래곤의 벌린 입 안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이빨 하나하나가 너무도 생생하게 드러나 있었다. 곧바로 그것의 목구멍을 타고 화염이 그들에게 내뿜어질 것만 같았다.


성문에는 별다른 손잡이 없이 둥근 초인종이 달려있었다. 녹이 슨 초인종에는 다행히 피가 묻어있지 않았다. 이안의 키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있기에 카할이 그의 어깨를 올라타고 그것을 세게 눌렀다.


“띠링~띠링~띠링~”


초인종에서 전화 벨소리가 나자 아직 마음의 준비를 마치지 못한 아이들과 레빌의 심장이 순간 철렁했다. 그들은 나란히 선 채 마음속으로 무사하기를 여러 번 빌었다. 그런데 어째 안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이었다. 카할이 다시 한 번 이안의 어깨를 타고서 더 세게 눌렀다.


“띠링~띠링~띠링~”


잠시 뒤 멀리서부터 쿵쿵거리는 진동이 느껴지더니 초인종 한참 위로 난 자그만 창문이 옆으로 쓱 열렸다. 커다란 눈동자가 그 뒤로 나타났다. 그것은 사방으로 돌려지다가 아래쪽 이들에게 고정되었다. 눈동자는 사라지고 창문도 바로 닫혔다.

그리고 안쪽에서 철이 서로 긁히고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오더니 육중한 문이 서서히 안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끼이익~끼이익~ 쿵”


그들의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숨이 막 가빠져 왔다. 심장이 터져 죽을 것만 같았다. 막상 안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니 현기증과 멀미가 난 듯 속이 울렁거렸다. 과수원에서 본 적 있는 그 키클로프스족 거인이 문 뒤에 서 있었다. 그는 그들을 보자마자 버럭 소리부터 질러댔다. 그 소리가 얼마나 크고 우렁찬지 눈앞에서 꼭 천둥이 치는 것만 같았다.


“이것들은 뭐야? 아직 마법에 걸리지 않았나 보군. 마침 잔치가 있는데 너희들을 샐러드 무침으로 내놓아야겠다.”


거인은 말을 마치자마자 혀를 다셨고, 일행들은 그만 그대로 얼음이 되어버렸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그들의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계획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도망쳐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만약 그때 누군가가 먼저 뒤돌아 달음박질을 쳤다면 나머지도 바로 뒤쫓아 도망쳤으리라. 그러나 아무도 감히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나마 제정신을 일찍 차린 이안이 원래의 계획대로 일을 진행시키기 시작했다. 즉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여자와 비슷한 목소리로 미리 외워온 대사를 읊은 것이다. 사실 그건 수진의 몫이었는데 그녀가 거의 넋이 나가 있자 그가 대신한 것이다.


“저희는 길을 지나가던 무희들인데요. 해도 곧 떨어지고 근처에 묵을 때가 없어서요. 다행히 이곳을 발견했답니다. 근데 여기에 잔치가 있나 봐요? 잔치는 저희 전문인데, 저희가 춤을 아주 잘 추거든요. 하룻밤만 재워주시면 저희가 더욱 흥나게 만들어 드릴게요.”


“무희들이라? 마침 잘 되었군. 안 그래도 오늘 주인공인 형님이 심심해하던 차였는데... 들어와.”


“대신 한 가지 약속을 해 주세요. 공연을 하면 저희를 잡아먹지 않는다고요.”


외눈박이 거인의 얼굴에 사악하고 야비한 미소가 퍼졌고, 처음보다 훨씬 부드러워진 말씨로 흔쾌히 승낙했다.


“약속하마. 어서 들어와.”


그들은 그 약속을 철석같이 믿으며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 뒤로 문이 굳게 닫히었다.

아, 앞으로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제발 샐러드 무침으로 비참히 죽지만 않기를 바랄 뿐이다.


“삐걱, 삐걱, 삐르르르~”


그들이 성 안으로 사라지고 시간이 조금 흐른 후였다. 성의 꼭대기에서 쇠끼리 긁히는 듯한 소름끼치는 의문의 소음이 울려 퍼졌다. 아니 이럴 수가, 쇠붙이인 줄로만 알았던 드래곤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몸을 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고개를 뻣뻣이 들어 올린 채 날개를 펄럭이며 마치 맹수가 포효하듯 입에서 세찬 불길을 하늘 위로 쏘아 올렸다.


문이 닫히자 바깥에서 들어오던 빛이 차단되어 순간 입구가 굉장히 어두워졌다.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자 그들은 복도 공중에 떠있는 희미한 도깨비불들을 알아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횃불이나 양초가 아닌 도깨비불이 실내를 밝혀주고 있었다. 파란색 불꽃이 춤을 추듯 위아래로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했다.


외눈박이 거인은 앞장서며 자기를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겁먹은 얼굴로 그들은 무덤 같은 정적과 독거미와 지네가 우글거릴 것 같이 괴기스러움이 흐르는 복도를 나아갔다. 돌바닥을 때리는 뾰족구두들의 굽소리가 요란스레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거인은 어떻게 이런 횡재가 자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지 도저히 보고도 믿기지가 않았다. 방금 전까지도 형님 발로르가 여자를 못 구해왔다고 엄청 화를 냈었는데 이들을 보면 굉장히 기뻐서 마구 날뛰고 자신을 칭찬해주리라. 더군다나 춤을 추는 무희라니 형님 생일잔치에 딱 이었다. 운수 대통한 날임에 틀림없었다.

그는 몸을 돌려 섬뜩한 눈빛으로 쏘아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려는 웃음을 겨우 손으로 틀어막았다. 순간 지독한 입냄새가 코로 들어와 하마터면 질식할 뻔했지만. 특히 보라색 드레스를 입은 애가 꽤나 미인이었다. 그리고 대부분 가슴도 빵빵하고.


그는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숨을 죽인 채 어깨를 들썩이며 큭큭 웃어버렸다. 그러자 뒤에서 쫓아오던 아이들과 레빌이 겁을 집어먹고 제자리에 우뚝 서버렸다. 그들의 구두 소리가 더 이상 들려오지 않자 그는 몸을 홱 돌리더니 크게 윽박질렀다.


“빨리 오지 않고 뭐해? 이 조그만 벌레들아. 나중 너희가 춤추는 것을 보고 잡아먹을지 살릴지 결정할 거니까 알아서들 잘해. 만약 잡아먹는다면 그래도 여기까지 와준 수고로 이빨로 꼭꼭 씹지 않고 꿀꺽 삼켜주마.”


“아까 살려주기로 약속했잖아요!”


수진의 애처로운 비명에 거인은 그저 코웃음을 칠뿐이었다.


“어차피 이 안으로 들어온 이상 저 문 말고 나갈 길은 없어. 그리고 저 문은 너희가 절대 열지 못할 정도로 아주 아주 무겁지. 히히히. 너희 목숨은 이미 내 손안에 있는 거야. 형님을 기쁘게 해 드리면 살려두고 아님 바로 잡아먹을 테다. 약속은 무슨 약속, 우하하하~”


거인의 말에 수진은 겁을 집어먹어 또다시 비명을 질렀고 눈물이 핑 돌았다. 레빌의 얼굴은 면사포에 가려 잘 보이진 않았지만 그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지고 이따금씩 헛걸음질도 쳤다. 본래 용감한 카할은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빨간 립스틱이 두껍게 칠해진 윗입술을 세게 깨물어 아랫니들에 립스틱이 잔뜩 묻어났다. 이안은 몸을 떨거나 입술을 깨물거나 하진 않았지만 자꾸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는 것이 아마도 비상시에 도망갈 출구를 찾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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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13. 차가운 이별 - 2 22.01.07 17 0 11쪽
44 13. 차가운 이별 - 1 21.12.03 24 0 9쪽
43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7 21.11.19 20 0 12쪽
42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6 21.10.22 23 0 8쪽
41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5 21.10.01 27 0 10쪽
40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4 21.09.09 28 0 8쪽
39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3 21.08.27 30 0 9쪽
38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2 21.08.06 34 0 8쪽
37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1 21.06.18 30 0 8쪽
36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4 21.06.04 35 0 10쪽
35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3 21.05.14 30 0 7쪽
34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2 21.03.05 23 0 7쪽
33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1 21.02.10 30 0 8쪽
32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4 21.01.22 67 0 8쪽
31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3 21.01.08 28 0 8쪽
30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2 20.12.25 36 0 9쪽
29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1 20.12.11 30 0 8쪽
28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2 20.11.28 34 0 7쪽
27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1 20.11.20 30 0 7쪽
26 8. 해골 계단 20.11.14 27 0 12쪽
25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6 20.11.06 29 0 7쪽
24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5 20.10.23 24 0 9쪽
23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4 20.09.30 29 0 9쪽
22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3 20.09.05 32 0 9쪽
»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2 20.08.29 32 0 10쪽
20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1 20.08.14 44 0 10쪽
19 6. 과보족 마을 - 4 20.08.07 52 0 6쪽
18 6. 과보족 마을 - 3 20.07.24 28 0 8쪽
17 6. 과보족 마을 - 2 20.07.17 28 0 11쪽
16 6. 과보족 마을 - 1 20.07.09 33 0 11쪽
15 5. 사기꾼 레빌 - 4 20.07.02 26 0 7쪽
14 5. 사기꾼 레빌 - 3 20.06.26 36 0 10쪽
13 5. 사기꾼 레빌 - 2 20.06.19 46 0 9쪽
12 5. 사기꾼 레빌 - 1 20.06.12 29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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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2 +2 20.03.20 59 1 10쪽
1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1 +4 20.03.13 114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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