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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dyHwang 님의 서재입니다.

토르의 망치를 찾아서 - 브라잇 동맹 3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CindyHwang
작품등록일 :
2020.02.28 11:17
최근연재일 :
2022.02.04 15:10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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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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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수 :
178,815

작성
20.04.1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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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 학과의 결투 - 1

DUMMY

흥분이 점차 고조되며 왁자지껄하고 시끄러운 분위기였다. 갑자기 한 남자가 방 안으로 쏜살같이 달려 들어왔다. 그는 자신의 상체만큼이나 기다란 황금색 중절모를 쓰고 화려한 황금 재킷을 걸치고 있었다. 그가 등장하자 주변에 찬물이라도 뿌린 듯 금세 조용해졌다.


한 덩치 자랑하는 용사들 사이에서 그는 너무나도 왜소해 보였다. 손가락마다 굵은 보석이 달린 반지를 낀 그의 왼손이 재킷의 안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더니 여러 번 접힌 황금색 종이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마치 접는 부채라도 되는 양 그것의 끝을 잡고 앞으로 탁 던지자 따다닥 소리와 함께 단번에 펼쳐져 내려갔다.


그는 크지도 작지도 않는 소리로 명단과 결투 순서를 읽기 시작했다. 카할의 말대로 그들 일행은 여덟 번째로 출전할 예정이었다. 인원체크까지 끝낸 후 그는 종이에서 눈을 떼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이안 일행을 발견하곤 잠시 시선을 고정시켰다. 말할 필요도 없이 그저 ‘이 아이들을 어쩔꼬.’란 눈초리였다.


그는 다시 종이로 눈길을 돌렸다. 그리고 틀에 박힌 지루한 목소리로 결투 전 주의사항을 빠르게 읽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이 일을 해 와서 그런지, 마치 모자장수가 모자에 대해 자동적으로 칭찬을 늘어놓듯 그의 녹음기 같은 목소리는 단 한 번도 끊기지 않고 일정하게 이어졌다.


“학과의 결투에 신청해주신 용사 여러분, 먼저 딥언더니아의 위대한 스톰펌 왕과 만민을 대표하여 여러분의 사자 같은 용기와 독수리 같은 담대함에 진심으로 우러나는 응원과 감사를 전하는 바입니다. 여러분의 노고와 희생을 우리는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결투에서, 다들 잘 알다시피, 본인의 부주의나 나쁜 운수 때문에 불가피하게 끔찍한 상황이 도래한다고 해도 저와 경기 진행자들, 딥언더니아 왕국은 일말의 책임이 없다는 것을 미리 분명하게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쉽게 풀어 말하자면, 이곳에서 학에게 잡혀 죽거나 부리나 날개에 차여 병신이 되어도 그것은 100% 결투에 참여한 본인의 책임이란 뜻입니다.


잠시 후 제가 호명하는 팀은 문 앞에 대기하고 있다가, 종소리가 나면 경기장 무대로 바로 튀어나오면 되겠습니다.


결투에서 제일 중요한 '기록'은 여러분이 입구를 나와 학과 대면할 때부터 재기 시작하여 출구로 들어오기 전까지 걸린 시간을 측정한 것입니다. 즉 학과 결투를 벌이면서 흘러간 시간 전부를 말하지요. 기록들 중 최장시간 동안 버틴 팀이 오늘의 챔피언이 되겠습니다.


다음으로 도망쳐 들어올 출구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여기 문은 여러분이 나가는 입구가 되는 것이고, 경기장을 똑바로 가로질러 저 끝에 똑같이 생긴 문이 보이시죠? 바로 출구입니다. 하지만 목숨이 걸린 긴박한 상황에서 입구고 출구고 뭐 상관없습니다. 아무 데다 열린 곳으로 들어오기만 하면 됩니다. 목숨만 붙어있다면 전혀 상관하지 않음을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참고로 한 말씀만 더 드리자면, 위대한 용사는 경기장을 가로질러 되도록 출구로 들어오려는 치밀함을 선보여 관중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내곤 한답니다.


마지막으로, 최악의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각자 알아서 연구해왔겠지만 여러분의 무사무탈한 귀환을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에서 짧게 언급해보겠습니다. 절대로 학에게 등을 보인 채 몸을 웅크리지 마십시오. 이 자세는 ‘날 그냥 잡아가시오!’를 뜻하는 신호입니다. 아무리 위험하고 절박하더라도 이 자세는 피한 채 가능한 온갖 도구를 이용하여 몸을 최대한 크게 부풀리도록 하십시오.


작년에는 별로 기록이 좋지 않았습니다. 올해에는 우리를 깜짝 놀래 킬 수 있는 그런 성적들이 풍성히 나오길 기대해보겠습니다. 여러분에게 브라잇 동맹이 내려주는 크나큰 행운과 더불어, 동맹사에 영원히 기억될 무훈을 진심으로 기원하는 바입니다. 이상입니다.”


말을 마친 그가 중절모의 위치를 한 손으로 똑바로 잡더니 입구문을 통과해 부리나케 무대로 나가버렸다.


카할은 이안과 수진에게 몸을 완전히 웅크리는 자세를 취해 보였다. 그들이 어제저녁까지 죽도록 연습한, 아까 관계자가 이미 설명했듯이 ‘날 그냥 잡아가시오!’를 재촉하는 바로 그 자세였다. 특히 이안은 몸을 최대한 작게 웅크리느라 다른 둘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였는데 혹시나 큰 덩치로 학이 자신을 거부하지 않을까 내심 불안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틈틈이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였었다.



밖에서 휘파람 소리, 웃고 깔깔거리는 소리, 떠드는 고함소리 등이 뒤섞이어 방 안으로 쉴 새 없이 흘러들어왔다. 이제 정말 시작이 얼마 남지 않았다. 불안과 호기심이 동시에 든 이안과 수진은 서로 마음이 통했는지 말없이 쪼르르 달려가 용사들이 곧 지나갈 입구 양 옆을 붙잡고 섰다. 그리고 고개를 옆으로 빼내어 경기장 무대를 빼꼼이 들여다보았다.


아침에는 훤히 비어있던 그 많은 좌석들이 딥언더니아인들로 꽉 들어차 있었다. 복도 바닥을 따라 꽂혀있는 성화들에서 기어 나온 노란 불꽃의 끝자락이 위로 높게 치솟았다. 그것들에서 품어져 나오는 은은한 불빛이 경기장 내부를 비추자 마치 영화 속에 나오는 전쟁터인 것처럼 꽤나 호전적이고 그럴싸해 보이는 분위기로 연출되었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오늘의 주인공인 학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하늘에도 없었다. 경기장의 꼭대기 부스에는 커다란 북이 위치해있었다. 털이 부슬거리는 가슴을 훤히 드러낸 젊은 악사 여러 명이 동물뼈로 만든 북채로 그것을 힘껏 내리치기 시작했다.


“두둥둥~두둥둥~두둥둥~”


웅장하고 신비로운 북소리와 함께 아까 황금색 중절모를 쓴 그 남자가 어디선가 나타났다. 그는 출구 바로 옆에 세워진 5층 단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계단을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단 꼭대기에는 커다란 전광판이 달려있는 일인용 중계석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것은 학의 침입을 막고자 사면이 막혀있고 무대 쪽으로만 상체를 드러낼 수 있도록 직사각형 창문이 뚫려있었다.


그가 창문 밖으로 몸을 쭉 내밀어 손에 든 중절모를 흔들어댔다. 관중들의 우레와 같은 환호성과 박수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북소리가 멈추자 그는 재킷 안에서 소라껍데기 마이크를 꺼내어 입에 갖다 대었다. 아까와는 딴판으로 그의 에너지 넘치고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온 경기장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갔다.


“여러분이 고대하고 고대하던 바로 그 결투,

저 인간세상에서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독백하며 매일 걱정병에 시달린 함빗(‘햄릿’을 잘못 알고 있음)을 단번에 치유시켜줄 바로 그 결투,

날갯짓에서 불어온 돌풍처럼 불현듯 닥쳐와 목숨을 앗아갈지도 모를 바로 그 결투,

용맹스러움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바로 그 결투,

잔혹하지만 관람할 맛 나게 흥미진진한 바로 그 결투,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바로 그 결투,

‘인생사, 끝날 때까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란 진리를 냉혹하게 보여주는 바로 그 결투.


자, 이제 여러분의 비명을 계속해서 자아낼, 피 튀기는 바로 그 결투가 시작됩니다. 올해에는 총 16팀이 참가하였습니다. 편안히 앉아서 그들이 죽도록 고생하는 모습을 마음껏 즐기시기 바랍니다.


그럼, 딥언더니아 ‘학 쫓아버리기 축제’의 최고 하이라이트, ‘학과의 결투’를 지금 시작합니다!”


그는 말을 마침과 동시에 황금색 중절모를 창문 밖으로 힘차게 내던졌다. 결투의 해설자로 거듭난 그는 좀 전까지 용사들 앞에서 왜소해 보이던 그가 더 이상 아니었다. 중계석이라는 높은 위치에서, 성화의 불빛을 한 몸에 받으며 황금 재킷을 반짝거리는 그는 마치 이 날을 위해 태어나기라도 한 듯, 온 힘과 열정을 다해 강약을 넣어 피 끓는 목소리로 결투의 시작을 알린 것이다.


그의 존재감은 정말로 대단했다. 관중석에서 또다시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너무나 우렁차서 귀가 얼얼하고 광풍이 시끄럽게 몰아치는 것만 같았다.


그때였다. 북이 위치한 경기장 꼭대기 한쪽에 설치된 조그만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카할이 학을 유인하는 향이라고 알려주었다. 정말로 곧 한 무리의 학들이 경기장 위로 몰려들었고 상공을 빙빙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마리가 뻥 뚫린 지붕을 통해 안으로 날아 들어왔다.

어느새 무대 한가운데에는 옥수수 단이 깔려있었다. 학이 그 위에 사뿐히 내려섰다. 그리고 또 한 마리가 날아와 그것의 바로 뒤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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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13. 차가운 이별 - 3 [THE END] 22.02.04 22 0 7쪽
45 13. 차가운 이별 - 2 22.01.07 18 0 11쪽
44 13. 차가운 이별 - 1 21.12.03 25 0 9쪽
43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7 21.11.19 20 0 12쪽
42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6 21.10.22 24 0 8쪽
41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5 21.10.01 27 0 10쪽
40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4 21.09.09 28 0 8쪽
39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3 21.08.27 30 0 9쪽
38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2 21.08.06 34 0 8쪽
37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1 21.06.18 30 0 8쪽
36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4 21.06.04 35 0 10쪽
35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3 21.05.14 31 0 7쪽
34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2 21.03.05 24 0 7쪽
33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1 21.02.10 31 0 8쪽
32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4 21.01.22 68 0 8쪽
31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3 21.01.08 28 0 8쪽
30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2 20.12.25 37 0 9쪽
29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1 20.12.11 31 0 8쪽
28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2 20.11.28 34 0 7쪽
27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1 20.11.20 31 0 7쪽
26 8. 해골 계단 20.11.14 28 0 12쪽
25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6 20.11.06 30 0 7쪽
24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5 20.10.23 24 0 9쪽
23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4 20.09.30 29 0 9쪽
22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3 20.09.05 33 0 9쪽
21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2 20.08.29 32 0 10쪽
20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1 20.08.14 44 0 10쪽
19 6. 과보족 마을 - 4 20.08.07 52 0 6쪽
18 6. 과보족 마을 - 3 20.07.24 28 0 8쪽
17 6. 과보족 마을 - 2 20.07.17 29 0 11쪽
16 6. 과보족 마을 - 1 20.07.09 33 0 11쪽
15 5. 사기꾼 레빌 - 4 20.07.02 27 0 7쪽
14 5. 사기꾼 레빌 - 3 20.06.26 36 0 10쪽
13 5. 사기꾼 레빌 - 2 20.06.19 46 0 9쪽
12 5. 사기꾼 레빌 - 1 20.06.12 30 0 8쪽
11 4. 요툰하임 - 2 +2 20.06.05 43 1 5쪽
10 4. 요툰하임 - 1 20.05.29 34 0 10쪽
9 3. 진달래 해적선과 제임스 후크 선장 20.05.15 42 0 10쪽
8 2. 학과의 결투 - 3 20.05.08 33 0 10쪽
7 2. 학과의 결투 - 2 20.04.30 51 0 10쪽
» 2. 학과의 결투 - 1 20.04.17 76 0 9쪽
5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5 20.04.10 41 0 6쪽
4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4 20.04.03 43 0 8쪽
3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3 20.03.27 43 0 9쪽
2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2 +2 20.03.20 60 1 10쪽
1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1 +4 20.03.13 115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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