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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dyHwang 님의 서재입니다.

토르의 망치를 찾아서 - 브라잇 동맹 3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CindyHwang
작품등록일 :
2020.02.28 11:17
최근연재일 :
2022.02.04 15:10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642
추천수 :
4
글자수 :
178,815

작성
21.08.2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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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3

DUMMY

레이디 포터리는 우아하고 세련되게 티타임 대화를 이끌어갔다. 처음 보았을 때의 소녀 이미지는 사라지고 그녀에게서 세련된 영국 귀부인 느낌이 물씬 풍겨 나왔다.


손님들은 기분이 편안해지고 즐거워졌다. 마왕이 말한 마지막 시험은 아직 오지 않았거나 만약 이것이라면 저렇게 우아하고 귀여운 도자기 인형이 티라노사우루스보다 더 끔찍할 것 같지는 않았다. 진심으로 자신들에게 호감을 보이는 그녀가 기꺼이 도와줄 거라는 확신이 들자 수진은 긍정적인 목소리로 발랄하게 물어보았다.


“레이디 포터리, 혹시 디아 왕비를 아세요?”


“물론 알지요. 그녀와 이안 1세의 애절한 러브스토리를 모르는 분이 있다면 이 세상에서 덜 세련되고 덜 유식한 분이지 않을까 싶네요. 눈물겹도록 아름답고 절절한 이야기를 모르시니까요. 만약 그런 분이 계신다면 제가 그 앞에서 대신 울어드리고 싶네요.”


순간 레빌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는 정말로 그 유명한 이야기를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자신이 덜 세련되고 덜 유식하다고 밝힐 수 없어 그냥 잠자코 있었다. 이안은 예전 자신이 왕자였을 시절, 일룸니아 궁전에 모인 자들이 자주 쓰던 ‘체 하는’ 말투를 그녀에게서 듣게 되자 당시의 반발심이 조금씩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에게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성으로 들어올 때 우리는 대문 위에 적힌 그녀의 무덤 비문을 읽었어요. 게다가 그녀의 무덤이 있었고요. 아마 당신과 연관이 있을 것 같은데요.”


“무슨 그런 무례한 말씀을, 이곳은 그녀의 무덤과 전혀 상관없는 곳이에요. 그러니 여기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확신해요. 이곳은 일룸니아 왕국이 아니에요. 물론 전 그녀를 존경하지만 그녀의 무덤을 끌어안고 있을 정도로 숭배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알려드리고 싶군요.”


무례하다는 핀잔을 듣자 그는 말없이 고개를 숙여 공손히 사과하는 예를 차렸다. 레이디는 고개를 두 번 끄덕임으로써 그것을 받아들인다는 표시를 했다.


“그럼 우리가 본 건 무엇일까요?”


수진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묻자, 레이디는 잠시 생각에 빠진 듯 천장을 바라보더니 난감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제가 생각하기에 주인님이 장난을 치셨나 보군요.”


“마왕 블랙수트.. 말인가요?”


이안이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으며 그녀의 입을 주시하였다. 그녀의 다음 대답에 그가 확실시하고 싶은 중요한 사실이 걸려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천장에서 벽면을 따라 내려오다 허공에서 잠시 멈추었고 늘 유지하는 무표정한 얼굴의 조그만 입을 열었다.


“저도 사실 주인님에 대해 잘 몰라요. 그저 저에게 이 은신처를 마련해주시고 생명을 불어넣어 주셨다는 것 밖에는 말이에요. 그리고 외로운 저를 위해 한 번씩 선물을 놓고 가시는 친절한 신사라는 것도요.”


실망하여 이안의 고개가 푹 숙여졌다. 그녀는 이어서 자신이 받은 아름다운 보석알들과 의상, 금발 가발,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파이어 반지, 색색의 진주 귀걸이 세트들, 쇠망치 등 주인의 선물들에 대해 들뜬 목소리로 자랑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런가 보다 하던 수진도 점차 그녀의 자랑에 감탄하며 부러워졌다. 그래서 그녀는 아주 공손한 어조로 어렵게 요청해보았다.


“그 아름다운 것들을 제가 한번 구경할 수 있을 런지요, 레이디 포터리.”


“죄송하지만 그 요청은 들어드릴 수가 없네요, 수진 양.”


“왜요?”


“꺼내기가 쉽지 않거든요. 한번 들어가면 말이에요.”


인형의 목소리가 별안간 차갑고 쌀쌀맞은 것처럼 들렸다. 수진은 불현듯 기분이 이상해졌다. 여태까지 보여주던 그녀의 공손함과 우아함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생떼 쓰는 어린아이 같은 어조의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수진은 그녀의 얼굴과 눈빛을 살폈지만 도자기여서 그런지 어떠한 표정 변화도 감지할 수 없었다. 다른 일행들 역시 그녀와 같은 느낌을 받았는지 전보다 더 커진 눈망울로 레이디를 주시하였다.


“그럼 다른 건 다 빼고 쇠망치 하나만 보여주면 안 될까요, 레이디 포터리?”


여태껏 조용히 차를 마시던 카할이 잔을 내려놓으며 조심스레 물었다.


“그 요청도 들어드릴 수가 없네요. 자꾸 저의 소유물에 흥미를 보이시는데 그건 숙녀에게 큰 실례라는 걸 모르시나요?”


표독스럽게까지 들리는 그녀의 앙칼진 어조에 카할이 이안을 향해 눈짓을 보냈다. 이안도 눈치를 채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녀가 언급한 쇠망치가 토르의 망치일 가능성이 있었다. 레이디는 특유의 무표정을 유지한 채 찻잔을 받침에 받쳐 신경질적으로 입술에 가져갔다. 그리고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티타임 분위기가 어색해지며 싸해져 갔다. 수진은 핸드백 끈이 얹어진 가슴이 답답한 것 같아 끈을 내리고 등 뒤로 넘어가 있는 핸드백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레이디의 검은 물감 눈들이 그것을 쓱 내려다보더니 집중하는 시선으로 훑으며 물었다.


“아주 예쁘군요. 제가 한번 해봐도 될까요?”


또다시 정중한 어조로 바뀐 그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수진은 고개를 설레설레 지었다.

“저도 그렇고 싶은데 그냥 보는 걸로 만족해 주세요. 이 안에 잡다한 게 많이 들어서 보여 드리기가 부끄러워요.”


만약 수진이 선물들을 보여 달라고 했을 때 승낙을 했고 계속 친절하게 응대해주었다면 그녀가 안을 들여다보든지 말든지 그것을 건넸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전혀 그렇고 싶지 않았다.


“만약 핸드백을 들어보게 해 준다면 당신도 우리에게 망치를 보여주실 수 있나요?”


이안이 수진에게 찡긋 눈짓을 하며 레이디에게 정중히 여쭈었다. 눈치를 챈 수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 쪽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전혀 변화가 없는, 이제는 왠지 소름이 끼치는 똑같은 표정으로 그들을 차례로 쳐다보았다. 곧 얼음장 같은 목소리가 그녀의 조그만 입술사이로 새어 나왔다.


“제 것은 안 된다고 이미 말했잖아요? 빨리 그거나 해보게 이리 주세요.”


레이디는 주인의 허락조차 필요 없다는 듯 벌써 손가락이 핸드백 가까이로 다가오고 있었다. 수진은 핸드백을 얼른 어깨에 둘러메고 의자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테이블에서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그녀의 두 손이 핸드백 끈을 꼭 쥐고 있었다.



레이디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더니 양 옆으로 기우뚱거렸다. 동시에 치맛자락이 대리석 바닥을 쿵쿵 치는 소리도 들려왔다. 도자기 얼굴은 그대로였지만 그녀의 입에서는 검은 연기가 조금씩 새어 나왔다. 불안한 낌새를 눈치 챈 이안과 카할, 레빌도 의자에서 내려와 수진 옆에 나란히 섰다. 레이디의 기우뚱하던 몸이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고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수진을 향해 힘껏 내던지며 분노의 외마디를 질렀다.


“악, 그건 내 거야! 어서 내놔, 이것아!”


수진은 다행히 잘 피했고 그것은 바닥으로 떨어져 쨍그랑 산산조각이 났다. 그러자 레이디 포터리는 ‘뭉크의 비명’에 나온 주인공처럼 양 손을 두 뺨에 갖다 댄 채 아이처럼 떼쓰며 꽥꽥 비명을 질렀다.


“으악으아악, 그건 내 거야, 내 거라고! 너희는 절대 여기서 살아나가지 못해. 왜? 여긴 내 성이니까. 으허허허.”


비명과 비웃음이 뒤섞인 듯 귀신이 내는 요상한 소리를 내며 레이디가 그들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서 달라고 보채는 듯 두 손을 앞으로 쑥 내밀어 위아래로 흔들어댔다.


공포에 찬 그들은 황급히 뒤돌아 대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아무리 달려도 앞으로 나아가지를 않는 것이었다. 계속 홀의 황금 카펫 위를 쳇바퀴 돌 듯 뛰고 있었다. 어느새 인형은 성큼 다가와 가까이 있던 레빌의 팔을 확 잡아당겼다. 깜짝 놀란 그가 그녀에게 안기기를 거부하며 두 발로 그녀의 치마를 힘껏 밀었다. 가소로운 웃음소리가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네 놈한테선 뭐를 받을까? 근데 암만 봐도 아름다운 데가 없으니. 에잇, 너의 귀 두 짝을 받아야겠다. 나중 귀걸이 선물이 들어오면 받침대로 써야지.”


그는 자신의 귀로 다가오는 그녀의 손목을 남은 손으로 죽자살자 막으며 분통을 터트렸다.


“쟤 핸드백만 받으면 되지, 왜 내 귀를 원하는 거야?”


“내가 준 차와 과자를 이미 먹었잖아?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 먹었으면 대가를 지불해야지. 걱정하지 마. 차 마신 놈들한테 다 받아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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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13. 차가운 이별 - 3 [THE END] 22.02.04 22 0 7쪽
45 13. 차가운 이별 - 2 22.01.07 16 0 11쪽
44 13. 차가운 이별 - 1 21.12.03 23 0 9쪽
43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7 21.11.19 20 0 12쪽
42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6 21.10.22 23 0 8쪽
41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5 21.10.01 27 0 10쪽
40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4 21.09.09 27 0 8쪽
»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3 21.08.27 30 0 9쪽
38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2 21.08.06 34 0 8쪽
37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1 21.06.18 29 0 8쪽
36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4 21.06.04 34 0 10쪽
35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3 21.05.14 29 0 7쪽
34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2 21.03.05 23 0 7쪽
33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1 21.02.10 29 0 8쪽
32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4 21.01.22 63 0 8쪽
31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3 21.01.08 28 0 8쪽
30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2 20.12.25 35 0 9쪽
29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1 20.12.11 30 0 8쪽
28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2 20.11.28 34 0 7쪽
27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1 20.11.20 29 0 7쪽
26 8. 해골 계단 20.11.14 27 0 12쪽
25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6 20.11.06 29 0 7쪽
24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5 20.10.23 24 0 9쪽
23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4 20.09.30 28 0 9쪽
22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3 20.09.05 31 0 9쪽
21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2 20.08.29 31 0 10쪽
20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1 20.08.14 44 0 10쪽
19 6. 과보족 마을 - 4 20.08.07 52 0 6쪽
18 6. 과보족 마을 - 3 20.07.24 28 0 8쪽
17 6. 과보족 마을 - 2 20.07.17 28 0 11쪽
16 6. 과보족 마을 - 1 20.07.09 33 0 11쪽
15 5. 사기꾼 레빌 - 4 20.07.02 26 0 7쪽
14 5. 사기꾼 레빌 - 3 20.06.26 36 0 10쪽
13 5. 사기꾼 레빌 - 2 20.06.19 44 0 9쪽
12 5. 사기꾼 레빌 - 1 20.06.12 29 0 8쪽
11 4. 요툰하임 - 2 +2 20.06.05 42 1 5쪽
10 4. 요툰하임 - 1 20.05.29 32 0 10쪽
9 3. 진달래 해적선과 제임스 후크 선장 20.05.15 41 0 10쪽
8 2. 학과의 결투 - 3 20.05.08 32 0 10쪽
7 2. 학과의 결투 - 2 20.04.30 49 0 10쪽
6 2. 학과의 결투 - 1 20.04.17 75 0 9쪽
5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5 20.04.10 41 0 6쪽
4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4 20.04.03 42 0 8쪽
3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3 20.03.27 43 0 9쪽
2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2 +2 20.03.20 58 1 10쪽
1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1 +4 20.03.13 113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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