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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dyHwang 님의 서재입니다.

토르의 망치를 찾아서 - 브라잇 동맹 3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CindyHwang
작품등록일 :
2020.02.28 11:17
최근연재일 :
2022.02.04 15:10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668
추천수 :
4
글자수 :
178,815

작성
20.03.20 11:57
조회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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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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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2

DUMMY

딥언더니아인이라면 누구나 일 년 내내 기다리고 고대하는 '학 쫓아버리기 축제'였다.


여기저기서 바비큐 연기가 올라오고 많은 이의 손에는 고기 꼬치가 들려졌다. 이미 자리를 잡은 이들은 집에서 가지고 온 음식을 펼쳐 먹기도 하고, 친구들과 함께 맥주를 마시며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추었다.


수진과 친구들이 축제 분위기기에 완전히 동화되어 아까 출구를 나오기 전까지 몸을 덮쳤던 경직과 긴장은 눈 녹듯 사라졌다. 그래서 다른 이들처럼 한껏 들뜬 기분이 되어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들의 대화 소리도 점차 커지고 격렬해졌다.


카할은 그들을 어딘가로 데려갔다. 불현듯 수진의 눈에 이상한 것이 또 발견되었다.


띄엄띄엄 서 있는 허수아비 사이로 가느다란 리본들이 옥수수 밭 위를 지그재그 가로지르며 팽팽하게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중간중간에 세워진 쇠꼬챙이 끝에 묶이어 연결된 리본들은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갔다. 바람이 불면 그것은 옥수수를 따라 살랑살랑 흔들렸는데 반짝이를 뿌린 듯 번득거려서 눈이 다 부실 정도였다.


자세히 보니 군중들은 밭 아무 데다 무작정 서 있는 것이 아니었다. 리본을 따라 바로 그 아래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나무 꼬챙이 두서너 개가 들려있었다. 그녀의 의아한 표정을 읽은 카할이 신이 나서 말했다.


“잠시 후면 알게 될 테니 조금만 기다려.”


아침 해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지상 위로 떠올랐다. 축제날이어서 그런지 오늘따라 유난히 자태가 크고 황금 쟁반처럼 밝게 빛을 발하는 것 같았다. 푸른 옥수수 물결 위로 노란 광선이 연기처럼 흩뿌려지자 사람들의 얼굴과 몸이 누렇게 빛이 났다. 습기를 머금은 공기는 차차 건조해지며 상쾌해졌다.


카할의 말에 따르면 축제가 시작하려면 아직 1시간 정도 더 지나야 한단다. 그런데 그것도 명확한 게 아니란다. 왜냐하면 축제의 주인공인 학 떼가 멀리서 등장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확한 축제의 시작은 바로 학 떼가 등장할 때인 것이다.



그들 앞으로 높은 구릉이 나타났다. 꼭대기에 다다르자 놀라운 광경이 발밑 아래로 펼쳐졌다. 저 아래 분지 안에 어마어마하게 큰 경기장이 들어서 있었던 것이다. 흡사 정글 속에 깊숙이 숨겨져 있다가 겨우 발견된 비밀 사원 같이 성스럽고 신비롭게 느껴졌다. 경기장은 위에서 보면 오각 펜타곤 모양으로, 거대한 바위를 납작하게 저민 돌벽들을 세워 건설한 것이었다. 건물을 이루는 회색 벽과 같은 재질로 닦여진 일직선대로가 구릉 위에서부터 경기장 입구까지 쭉 깔리고, 그 양 옆으로 ‘화이트커런트댄서’ 꽃이 길을 따라 심겨 있었다.


그들은 대로를 따라 내려갔다. 경기장에 가까워질수록 그 엄청난 규모에 압도당하였다. 정말 무지막지하게 컸다. 경기장의 오각 펜타곤 천장 테두리 위에는 대리석으로 깎여진 인물상들이 각자 무기를 든 채 바깥쪽을 향하여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져 있었다.


카할이 그것들 중 하나를 가리키며 거침없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조그만 손도끼 하나를 하늘 높이 치켜들고 우락부락한 얼굴에 두꺼운 입술을 크게 벌려 괴성을 지르는 모습의 입상이었다. 화려한 갑옷과 깃발이 달린 장대, 크고 그럴싸한 무기를 내세운 다른 상들과 달리 어딘가 초라해 보이기까지 했다.


“와아~ 내가 가장 존경하는 딥언더니아 최고의 용사 ‘막심’이야. 그는 저기 세워진 용사들 중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지. ‘학과의 결투’에서 자그마치 43분 5초를 기록했거든. 여태까지 아무도 못 깬 최장 신기록이야. 들고 싸운 무기는 단지 저 조그만 손도끼뿐이었는데 말이야. 그런데도 43분이나 버텨냈다니 정말 대단하지?


하긴, 그는 도끼 말고 비장의 무기가 하나 더 있었으니 바로 우렁찬 목소리였어. 그가 함성을 내지르면 학들이 화들짝 놀랄 정도였으니까. 아, 나는 언제쯤 저렇게 될 수 있을까?”


막심을 우러러보며 혼자 좋아라하고 망상에 빠진 그를 남겨둔 채 수진과 이안은 길을 전진했다. 찌르면 실제 꿈틀거릴 것 같이 생생한 아나콘다의 활짝 벌린 아가리 모습으로 건설된 입구 안으로 들어섰다. 목구멍을 지나니 관중석에 둘러싸인 거대한 경기장의 내부가 나타났다. 그녀가 얼핏 보기에 텔레비전에서 보던 로마 콜로세움의 구조와 매우 비슷한 것 같았다. 물론 이곳의 규모가 훨씬 더 컸지만 말이다.


관중석 옆 복도 바닥으로 미스터리한 검은 구멍들이 군데군데 파여 있었다. 궁금해진 이안이 그것에 대해 묻자 카할은 대답했다.


“학이 관중석으로 침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불을 피운 성화를 꽂는 자리야. 새는 불을 무서워하니까 가까이 오지 않거든. 그리고 관중석 뒤로 눈구멍이 나있는 꽉 막힌 덮개가 있는데, 이거 말이야. 혹시 모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야. 학이 달려들려고 하면 얼른 이것을 내려 몸을 보호해야 해.”


그는 관중석 의자 뒤에 달린 ‘ㄱ’자 덮개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용사뿐 아니라 구경하는 관중에게도 어느 정도 위험이 도사리는 경기임에 틀림없었다. 그는 혀로 입술을 적시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학들도 이젠 익숙해져서 더 이상 여기로 다가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거야. 자신과 싸우기 위해 나온 장난감, 즉 용사가 경기장 무대에 있으니 주로 거기에만 집중을 하지.”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청소하거나 정리하는 직원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카할이 갑자기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경기장 한가운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무겁고 비장한 어조로 말했다.


“대충 눈치챘겠지? 저기가 바로 오늘 우리가 학과 결투를 벌일 장소야.”


그 말을 듣자 축제 분위기에 가려져 거의 잊고 있었던 긴장과 공포가 그녀의 마음속에 다시금 샘솟기 시작했다. 이안은 급격한 표정의 변화는 없었지만 긴 송곳니로 입술을 깨무는 것으로 보아 마음이 편치 않은 게 분명했다.


카할은 ‘학과의 결투’ 참가 등록을 해야 한다며 어디론가 급히 뛰어갔다. 그를 기다리는 동안 이안과 수진은 주위를 둘러보기만 할 뿐 서로 말이 없었다. 그녀가 등 뒤로 넘어간 빨간 핸드백을 배꼽 앞으로 끌어오더니 열고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그 모습에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그가 두 마디 핀잔을 주었다.


“가방은 왜 들고 왔어? 안 그래도 몸무게도 무거운데.”


그의 가시 돋친 표현에 그녀는 화가 났지만 날이 날인지라 침을 꿀꺽 삼키며 참았다. 그녀는 최대한 상냥하게 대답했다.


“이건 아무리 집어넣어도 새털처럼 가볍거든. 혹시나 해서 몇 가지를 챙겨 왔어. 네 말대로 내 몸은 스스로 지켜야 하잖아?”


“무엇을 챙겼는데? 혹시 먹을 것만 잔뜩 넣은 거 아니야? 솔직히 말해봐, 거기 가서 굶을까 봐 걱정돼?”


“그런 거 아니야. 물론 먹을 것도 있지만, 무기도 있단 말이야.”


“거기 가서 굶으면 어떡하나 정말 조금도 걱정되지 않아?”


“걱정 안 돼. 그 정도 비상식량은 가져왔다고. 카할 것도 조금 있고. 너나 걱정하셔.”


“따듯한 피를 지닌 네가 있는데 내가 무슨 걱정이겠니?”


불현듯 등짝을 따라 소름이 쫙 끼쳐오는 그녀였다. ‘설마 내 피를?’ 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그녀는 핸드백을 찰칵 닫고 얼른 다른 방향으로 돌아서 버렸다. 어른들 말씀 중에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했다. 물론 그의 말이 100퍼센트 진심이라 여겨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녀는 떨려오는 몸을 겨우 진정시킨 후 뒤돌아섰다. 그리고 살그머니 그의 표정을 살피었다. 그는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정말 못됐어! 계속 장난칠 거야?”


그녀는 소리치며 핸드백으로 그의 몸을 때리기 시작했다. 그는 맞으면서도 정말 오랜만에 깔깔거리며 즐거워했고 그녀 역시 결국 너털웃음을 지었다.

위험한 결투를 앞두고 공포와 긴장이 많이 해소되었다는 건 말하기도 입 아플 정도로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축제에는 맛있는 음식과 술이 빠질 수 없음이 당연한 이치이다. 벌써부터 경기장 관람석 뒤쪽에서는 고기와 옥수수를 석쇠 위에 얹어 먹음직스럽게 굽기 시작했다. 노란 거품이 이는 맥주와 다양한 음료수가 컵들에 부어지고 있었다. 석쇠에서 나오는 짙은 회색 연기가 경기장 아래까지 휘감으며 내려왔다.


카할이 흥분된 얼굴로 돌아와 어깨를 으쓱거렸다.


“우리까지 합쳐서 총 16팀이 ‘학과의 결투’에 신청했데. 결투 순서는 시작 바로 전에 정해지고. 제발 우리가 처음이 아니어야 할 텐데.”


“만약 처음이라면 결투 역사상 시작부터 완전 김새는 날이 되겠다. 그렇지, 카할?”


“그렇게 말이야, 이안. 딱 중간 정도가 좋은데. 다른 용사들을 보면서 우리 계획을 수정할 수도 있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경기장 밖으로 나가려는데 저 뒤에서 음식을 준비하던 요리사가 앞으로 달려 나와 구운 옥수수를 건넸다. 이안을 제외한 두 아이는 그것을 맛있게 먹으며 구릉을 넘어 허수아비가 꽂힌 옥수수 밭으로 되돌아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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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10 김하바
    작성일
    20.06.26 15:53
    No. 1

    읽으면서 군침이 도는건 처음입니다 ㅎ_ㅎ 구운 옥수수가 먹고싶네요 힛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 건필하세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1 CindyHwa..
    작성일
    20.06.27 00:38
    No. 2

    ㅎㅎ유치할 수도 있는데 고맙습니다. 우리 모두 더운 여름 힘내서 건필합시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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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13. 차가운 이별 - 3 [THE END] 22.02.04 22 0 7쪽
45 13. 차가운 이별 - 2 22.01.07 17 0 11쪽
44 13. 차가운 이별 - 1 21.12.03 24 0 9쪽
43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7 21.11.19 20 0 12쪽
42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6 21.10.22 23 0 8쪽
41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5 21.10.01 27 0 10쪽
40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4 21.09.09 28 0 8쪽
39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3 21.08.27 30 0 9쪽
38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2 21.08.06 34 0 8쪽
37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1 21.06.18 30 0 8쪽
36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4 21.06.04 35 0 10쪽
35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3 21.05.14 30 0 7쪽
34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2 21.03.05 23 0 7쪽
33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1 21.02.10 30 0 8쪽
32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4 21.01.22 67 0 8쪽
31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3 21.01.08 28 0 8쪽
30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2 20.12.25 36 0 9쪽
29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1 20.12.11 30 0 8쪽
28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2 20.11.28 34 0 7쪽
27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1 20.11.20 30 0 7쪽
26 8. 해골 계단 20.11.14 27 0 12쪽
25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6 20.11.06 29 0 7쪽
24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5 20.10.23 24 0 9쪽
23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4 20.09.30 29 0 9쪽
22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3 20.09.05 32 0 9쪽
21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2 20.08.29 32 0 10쪽
20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1 20.08.14 44 0 10쪽
19 6. 과보족 마을 - 4 20.08.07 52 0 6쪽
18 6. 과보족 마을 - 3 20.07.24 28 0 8쪽
17 6. 과보족 마을 - 2 20.07.17 28 0 11쪽
16 6. 과보족 마을 - 1 20.07.09 33 0 11쪽
15 5. 사기꾼 레빌 - 4 20.07.02 26 0 7쪽
14 5. 사기꾼 레빌 - 3 20.06.26 36 0 10쪽
13 5. 사기꾼 레빌 - 2 20.06.19 46 0 9쪽
12 5. 사기꾼 레빌 - 1 20.06.12 29 0 8쪽
11 4. 요툰하임 - 2 +2 20.06.05 42 1 5쪽
10 4. 요툰하임 - 1 20.05.29 34 0 10쪽
9 3. 진달래 해적선과 제임스 후크 선장 20.05.15 42 0 10쪽
8 2. 학과의 결투 - 3 20.05.08 32 0 10쪽
7 2. 학과의 결투 - 2 20.04.30 51 0 10쪽
6 2. 학과의 결투 - 1 20.04.17 75 0 9쪽
5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5 20.04.10 41 0 6쪽
4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4 20.04.03 42 0 8쪽
3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3 20.03.27 43 0 9쪽
»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2 +2 20.03.20 60 1 10쪽
1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1 +4 20.03.13 114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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