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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dyHwang 님의 서재입니다.

토르의 망치를 찾아서 - 브라잇 동맹 3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CindyHwang
작품등록일 :
2020.02.28 11:17
최근연재일 :
2022.02.04 15:10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695
추천수 :
4
글자수 :
178,815

작성
21.01.08 15:10
조회
28
추천
0
글자
8쪽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3

DUMMY

수진의 얼굴에 문득 공룡을 처음 보았을 때보다 훨씬 더 두려운 표정이 떠올랐다. 시퍼렇게 질려서는 그녀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되물었다.


“그러니까 너의 말은, 문에 접근하기 위해선 그것의 똥을... 발라야 된다고?”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어제의 레빌처럼 그 자리에서 곧바로 기절할 것만 같았다. 여태까지 별의별 일을 다 당했지만 이젠 완전히 바닥으로 추락하여 그것의 똥까지. 아, 이건 생각만 해도 너무 심했다. 특히 자신과 같은 숙녀에게는 정말로 못할 짓이었다.


그러나 단순한 이안과 카할은 이제 다 해결되었다고 서로를 쳐다보며 키득거렸다. 그들은 서로의 어깨를 치며 사이좋게 안으로 들어가면서 공룡의 똥구덩이에서 채취할 방법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울분을 참으며 따라 걸음을 옮기려던 그녀가 주춤하더니 제자리에 딱 멈춰 섰다. 그녀는 오만 인상을 쓰며 그들을 향해 크게 울부짖었다.


“난 절대로 못해. 그건 절대 안 할 거야!”


앞서 가던 그들이 깜짝 놀라 뒤돌아섰다. 그리고 그녀의 화난 얼굴 위로 흐르는 눈물 콧물을 보고야 말았다. 그들은 순간 당황하여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아무리 방법이 없어도 그렇지, 어떻게 그것의 똥까지 발라야 해? 어떻게 그래, 응?”


그녀의 하소연에 이안이 홱 냉정한 표정으로 바뀌더니 살얼음처럼 차갑게 대꾸했다. 그의 시선은 레이저라도 발사될 것 같이 날카로웠다.


“그럼 다른 방도라도 있는 거야? 만약 그것밖에 없다면 어떡할 건데?”


“그래도 못해. 너무 더러워. 차라리 죽고 말지.”


“그럼 죽던가.”


그의 냉소적인 대답에 그녀뿐 아니라 카할까지 깜짝 놀라 잠시 그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이안은 한눈에도 화가 많이 나 있었다. 그녀는 순간 아차 싶었지만 저도 자존심이 있는지라 꾹 버티며 그를 똑바로 응시하였다.


카할이 “야, 너 왜 그래?” 하며 그의 손목을 잡아 달래려고 하자 그가 잽싸게 손을 뿌리쳤다. 그는 그녀를 째려보며 차갑게 쏘아붙였다.


“그래서 ‘학과의 결투’ 전까지 내가 뭐라 그랬어? 위험하다고, 만만치 않으니 따라오지 말라고 얼마나 말했었어? 그런데 넌 들은 척도 하지 않았잖아. 그저 고집만 세어서는 무슨 소풍이라도 가는 마냥 졸졸 따라와 놓고는 이제 와서. 그래, 좋아. 여기서 저 침팬지랑 천년만년 살아! 나도 신경 끌 거야. 죽든지 말든지 알아서 해.”


말을 마친 그가 홱 돌아서 동굴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녀는 홍수에 둑이 무너지듯 감정이 훅 치밀어 오르더니 눈물이 장맛비처럼 마구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부들부들 떨리는 몸으로 그의 등을 향해 야수처럼 울부짖었다.


“브라잇 동맹으로 따라오면 즐겁고 신나는 일들이 가득할 줄 알았어. 아름답고 좋은 것만 보고 맛있는 음식만 먹고. 그런데 전혀 그렇지가 않잖아? 죽을 뻔 하기도 여러 번에 고생만 죽도록 하고, 물에 빠지거나 무서운 괴물과 대적하고. 이젠 티라노사우루스에, 그것의 똥까지 바르라고?

더이상 여기 있기 싫어. 나 롤리마을로 돌아갈래. 엄마와 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어. 그전처럼 편안하고 조용히 지내고 싶어. 너와 카할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근데 나 완전히 지쳤어, 너무 힘들다고!”


그녀는 엉엉 울면서 그대로 밀림을 향해 뛰어 내려갔다. 카할이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나무 둥지를 껴안은 그녀는 그 뒤로도 한참 동안 눈물을 그치지 못한 채 한풀이를 마구 쏟아냈다. 카할은 옆에 같이 있어주며 그냥 들어주기만 했다. 그렇게 울고불고했더니 그녀의 마음이 어느 정도 진정되고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들은 동굴로 돌아왔다. 어느새 하늘은 새벽빛이 막 감돌기 시작하여 청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갔지만 이안은 그곳에 없었다. 그들은 꺼진 모닥불 옆으로 눕자마자 지친 피로감에 바로 잠이 들어버렸다.


얼굴을 쓰다듬고 귀찮게 비벼대는 루시 때문에 수진이 깨어났을 때는 이미 해가 중천에 뜬 정오였다. 전날 너무 울어서 그녀의 두 눈은 퉁퉁 부었고, 얼굴도 빵빵해져 못 알아볼 만큼 못난이로 변해 있었다. 제대로 떠지지도 않는 눈으로 주변을 살피는데 아 글쎄, 텅 비어있는 것이 아닌가? 혹시 자기만 놔두고 벌써 떠난 게 아닌가 싶어 그녀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동굴 밖으로 미친 듯이 뛰어나갔다.


다행히 일행들은 밖에 앉아있었다. 그녀를 남겨두고 떠나지 않은 것이다. 안심을 넘어 어떤 감동까지 받은 그녀는 그들 곁으로 급히 다가갔다. 아침인사를 건네려던 레빌이 그녀의 얼굴을 보더니 먼저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는 부끄러워서 어디 조그만 구멍이라도 있으면 바로 숨어버리고 싶었지만 꾹 참은 채 이안의 곁으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그와 카할은 커다란 바나나 잎들로 뭔가를 열심히 짜고 있었다.


그녀가 몸을 비비 꼬아대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이안에게 말했다.


“저기, 어제 내가 너무 심했지? 미안해. 제발 나도 꼭 데려가 줘.”


이안은 그녀의 퉁퉁 부은 얼굴을 올려다보고 웃음이 터져 나오려 했다. 하지만 시치미를 뚝 뗀 채 아직 화가 다 풀리지 않은 엄숙한 표정으로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거렸다. 카할이 엮고 있던 바나나 잎을 흔들어대며 기쁜 표정으로 외쳤다.


“수진, 아침에 이안이 가지고 온 거야. 네 망토를 만들어준다고. 덕분에 우리도 망토를 해 입기로 했어. 물론 겉에는 똥칠을 할 테지만 말이야. 그래도 이게 어디니?”


망토란 말에 그녀의 얼굴에 구원의 미소가 지어지더니 덥석 이안의 목을 껴안았다. 그가 황급히 그녀의 손을 풀어버렸다. 좀 무안했지만 기분이 좋아진 그녀는 바나나 잎을 여러 겹 겹쳐 만든 망토 네 벌을 뿌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잠시 후 그들은 각자의 것을 들고 밀림숲으로 향하였다. 중간쯤 왔을까? 쾌쾌한 냄새가 진하게 맡아지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어두운 밤 공룡이 잠을 자느라 나오지 않을 때 이안이 몰래 퍼다 놓은 똥이 가득 쌓여 있었다.


어떻게 퍼서 옮겼는지 궁금하기는 했지만 아무도 그에게 묻지 않았다. 맛있는 점심이나 저녁식사를 앞둔 독자 여러분을 위해 이 부분은 모른 척 그냥 덮어두기로 하겠다. 어찌했든 티라노사우루스의 똥이 마련되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니까.


카할이 끝에 둥근 홈을 판 나무 막대기로 그것을 떠서 망토 위에 살살 바르기 시작했다. 보기에는 역겨웠지만 그들의 목숨을 살려줄 유일한 방도인 똥망토였다. 각자 조심스레 어깨에 두르고 목 앞으로 엇갈려 튀어나온 잎사귀 줄기들을 묶어 고정시켰다. 그리고 공룡이 있는 동굴로 서둘러 갔다.


수진은 가는 도중에 혹시 밑으로 새지 않을까 조바심이 들어 여러 번 걸음을 멈추어 찬찬히 살피기까지 했다. 게다가 언제부터인가 모습이 보이지 않는 루시도 슬슬 걱정이 되었다.


“저기 루시도 같이 데려가야 하지 않을까?”


그녀가 물었지만 앞서 가고 있는 이들 중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이런 곳에 남겨두고 가다니 마음이 안쓰러웠지만 더 이상 어쩔 도리가 없다 단념하고 그녀는 서둘러 그들 뒤를 쫓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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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13. 차가운 이별 - 1 21.12.03 25 0 9쪽
43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7 21.11.19 20 0 12쪽
42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6 21.10.22 24 0 8쪽
41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5 21.10.01 27 0 10쪽
40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4 21.09.09 29 0 8쪽
39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3 21.08.27 30 0 9쪽
38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2 21.08.06 34 0 8쪽
37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1 21.06.18 30 0 8쪽
36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4 21.06.04 36 0 10쪽
35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3 21.05.14 31 0 7쪽
34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2 21.03.05 24 0 7쪽
33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1 21.02.10 31 0 8쪽
32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4 21.01.22 68 0 8쪽
»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3 21.01.08 28 0 8쪽
30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2 20.12.25 37 0 9쪽
29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1 20.12.11 31 0 8쪽
28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2 20.11.28 34 0 7쪽
27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1 20.11.20 31 0 7쪽
26 8. 해골 계단 20.11.14 28 0 12쪽
25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6 20.11.06 30 0 7쪽
24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5 20.10.23 24 0 9쪽
23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4 20.09.30 29 0 9쪽
22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3 20.09.05 33 0 9쪽
21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2 20.08.29 32 0 10쪽
20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1 20.08.14 45 0 10쪽
19 6. 과보족 마을 - 4 20.08.07 52 0 6쪽
18 6. 과보족 마을 - 3 20.07.24 29 0 8쪽
17 6. 과보족 마을 - 2 20.07.17 29 0 11쪽
16 6. 과보족 마을 - 1 20.07.09 33 0 11쪽
15 5. 사기꾼 레빌 - 4 20.07.02 27 0 7쪽
14 5. 사기꾼 레빌 - 3 20.06.26 36 0 10쪽
13 5. 사기꾼 레빌 - 2 20.06.19 46 0 9쪽
12 5. 사기꾼 레빌 - 1 20.06.12 30 0 8쪽
11 4. 요툰하임 - 2 +2 20.06.05 43 1 5쪽
10 4. 요툰하임 - 1 20.05.29 34 0 10쪽
9 3. 진달래 해적선과 제임스 후크 선장 20.05.15 42 0 10쪽
8 2. 학과의 결투 - 3 20.05.08 33 0 10쪽
7 2. 학과의 결투 - 2 20.04.30 51 0 10쪽
6 2. 학과의 결투 - 1 20.04.17 76 0 9쪽
5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5 20.04.10 41 0 6쪽
4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4 20.04.03 43 0 8쪽
3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3 20.03.27 43 0 9쪽
2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2 +2 20.03.20 60 1 10쪽
1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1 +4 20.03.13 116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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