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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dyHwang 님의 서재입니다.

토르의 망치를 찾아서 - 브라잇 동맹 3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CindyHwang
작품등록일 :
2020.02.28 11:17
최근연재일 :
2022.02.04 15:10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683
추천수 :
4
글자수 :
178,815

작성
20.12.1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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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1

DUMMY

출구 앞으로는 우거진 밀림이 펼쳐져 있었다. 가파른 화강암 절벽이 빙 둘러싼 분지지형이었고 굉장히 습해서 조그만 움직여도 땀이 흘러내렸다.


무릎을 넘는 고사리가 듬성듬성 떼로 나 있고, 얼굴크기 만한 노랑, 주황, 파랑 꽃들이 강렬한 색채를 뽐내며 활짝 피어있었다. 야자나무와 열대나무가 들어찬 가운데 허벅지만 한 덩굴들의 줄기와 뿌리가 그것들과 뒤엉키며 흡사 태곳적 원시 자연을 떠오르게 했다. 대부분의 식물이 크고 굵어 한눈에도 징그러워 보일 정도였다.


그들은 주위를 경계하며 밀림 안으로 들어섰다. 앞을 헤쳐 나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종종 카할이 칼로 덤불과 줄기를 베어 길을 만들어야만 했다.


수진은 걷다가 무심코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녀가 날카로운 비명을 내질렀다. 굵은 거미줄에 손바닥 크기만 한 머리를 가진 거미들이 대롱대롱 매달려있었던 것이다. 곧장 그것들이 그녀의 머리로 떨어질 것만 같았다.


“괜찮아, 어서 가자.”


이안이 두려움에 떠는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그녀는 그의 손을 꼭 잡고는 절대 놓지 않았다. 숲의 곤충들까지도 그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몇 배씩 컸기에 순간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었다. 하물며 개미도 징그럽게 컸다. 하지만 그 밖의 동물이나 바위에 낙서그림을 그린 그 누군가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가고 있는데 이안이 제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고 살며시 뒤돌아보았다. 잠시 그쪽을 째려보다가 뒤돌아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레빌이 손잡고 걷는 그들 옆으로 따라붙자 그는 손가락으로 쉿 하며 작은 소리로 알렸다.


“우리를 미행하는 자가 있어요.”


이안의 말에 그들은 뒤를 의식하며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들 중 가장 둔한 청력을 가진 수진에게조차 터벅터벅 흙을 밟거나 사각사각 나뭇잎을 헤치며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저 멀리 야자나무 사이로 보이는, 절벽에 난 커다란 동굴 입구를 발견하곤 그리로 향하였다.


그런데 그들의 걸음은 다시 멈추고 말았다. 너무나도 다른 풍경이 그들 앞에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방금 전 코끼리 떼가 지나가기라도 한 것처럼 나무들이 부러지거나 뿌리 채 뽑혀 나와 있고, 바위가 통째로 뽑히고, 흙이 마구 파헤쳐져 풀, 꽃 등과 뒤섞여 있는 등 엉망진창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깊게 파인 똥구덩이까지 있어 화장실 악취가 진동했다.


지금 그들의 신발이 놓인 곳 뒤로는 완벽한 밀림숲이 펼쳐져 있는데 앞은 이리도 다른 모습이라니 선뜻 발걸음이 내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토르의 망치’라는 중요한 임무를 떠올리고 용기를 내어 걸음을 내디뎠다. 그렇게 그곳의 중간지점까지 다가간 그때였다.


“움바움바움바~움바움바움바~”


해괴한 비명소리에 깜짝 놀란 그들이 동시에 뒤를 돌아보았다. 숲 사이로 커다란 침팬지 한 마리가 나타났다. 아니 침팬지라 하기엔 좀 모습이 틀려 보였다. 흡사 인간의 얼굴과 꽤 비슷한 것 같기도 했다. 그것은 숲의 시작점 바로 뒤에서 멈추더니 벌떡 일어서서 두 손을 번갈아가며 절벽 동굴을 가리킨 채 두 팔을 크게 흔들고 펄쩍펄쩍 뛰기 시작했다. 동시에 입술을 부르르 떨며 움바움바 날카롭게 울어댔다.


그 순간 그들의 긴장이 훅 풀려버렸다. 자신들을 미행한 자가 바로 저 침팬지라니.


레빌은 깔깔거리며 이제 안심이라고 떠들어 댔고, 모두의 얼굴에는 멋쩍은 미소가 지어졌다. 수진이 잡았던 이안의 손을 놓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근데, 왜 저리 난리일까? 유난스럽게 비명을 지르고 눈이 번쩍 떠졌잖아?”


“우리 같은 존재를 처음 봐서 그렇겠지. 자신의 영역표시일 수도 있고.”


이안의 그럴듯한 대답에 마음을 좀 놓으려던 찰나였다. 하지만 그러지 말라는 전조의 표시인지 “쿵”하는 진동이 땅을 타고 울려 퍼졌다. 또다시 “쿵, 쿵, 쿵...”


진동은 동굴 안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그러자 침팬지는 아까보다 더 난리를 치며 손을 앞으로 내밀어 어서 자기 쪽으로 오라는 듯 마구 흔들어댔다. 이쯤 되자 그들의 본능은 도망치라고 명령을 내리었다. 뒤돌아 숲 쪽으로 되돌아가려는데 때마침 동굴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불쑥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크게 포효했다.


“크아앙~크아앙!”


“꺄아악!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다!”


비명을 지른 수진의 눈이 공포에 질려 숲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티라노사우루스가 날카롭고 거대한 발톱이 세워진 두 앞발을 양쪽으로 달랑거리면서 입을 크게 벌려 귀청이 떨어지도록 괴음을 내지른 후 전속력으로 쾅쾅 뛰어왔다. 길고 육중한 꼬리가 요란스레 흔들리는데 그렇게 무섭고 두려울 수가 없었다.


다들 혼비백산 걸음아 나 살려라 달렸다. 그런데 그만 레빌이 웨딩드레스 자락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레빌 살려!”


숲 경계까지 도달한 아이들이 뒤를 돌아보고 경악했다. 공룡이 더 이상 따라오지 않은 채 레빌의 바로 뒤에서 그를 무시무시하게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심한 으르렁거림에 그가 허옇게 질린 얼굴로 천천히 뒤돌아보았다. 그리고 그것의 사나운 눈동자와 딱 시선이 마주치자 그대로 기절하여 땅에 털썩 쓰러졌다. 공룡은 크게 포효하며 발버둥을 쳤으나 그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였다. 그것이 입을 벌려 그를 꿀꺽하려던 찰나였다. 갑자기 그것의 머리로 돌이 날아왔다.


“어이, 추한 공룡아, 넌 왜 그리 못생겼니? 여자 친구는 있니?”


“어이, 공룡, 인상 좀 펴봐, 너무 험상궂잖아. 여기 좀 봐봐!”


수진과 카할이 돌을 던지고 손짓 발짓해가며 춤을 추고 소리치자 티라노사우루스가 고개를 들었다. 화가 잔뜩 난 눈동자가 더욱 불꽃을 튀기며 그들을 무섭게 째려봤다. 흡사 재들이 미쳤나 싶은 표정이거나, 아님 그들의 말을 정말 알아듣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그들이 계속 오버하며 난리를 치는 동안 옆에 있던 침팬지도 같이 소란을 피웠다.


그러는 사이 이안은 바람처럼 달려가 레빌을 어깨에 메고 있었다. 그리고 도망치려는 순간 때마침 그것의 눈동자가 밑으로 쑥 내려왔다. 아이들이 저 앞에서 아무리 난리를 쳐도 눈동자는 더이상 흔들리지 않고 이안에게 고정되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그는 레빌을 업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공룡도 머리를 그쪽으로 쭉 내밀며 무섭게 따라 달렸다. 온 땅이 흔들리고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진동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닿을 것 같다가도 피하고, 쫓고 쫓기는 그들의 아슬아슬한 장면에 수진과 카할은 할 말을 잃어 어쩔 줄 몰랐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그들 역시 살살 도망치고 있었다.


이안이 겨우 숲 안으로 들어오자 그들은 다 함께 내달렸다. 그런데 공룡이 더이상 따라오지 못한 채 숲의 시작점 앞에서 서성이는 것이었다. 그것이 들어올 수 없는 경계인 듯 싶었다. 그것은 잠시 으르렁 서성이다가 곧 자신의 동굴로 돌아가 버렸다.


그들은 망치고 뭐고 다 잊은 채 아까 그들이 나왔던 그 자연 동굴로 무작정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샘 곁의 둥지로 다가가 레빌을 거기에 눕히고 모두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눈앞이 말 그대로 캄캄하고 놀란 가슴이 세게 펄떡거렸다. 그들은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지만 좀처럼 진정하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쓱쓱 긁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다들 신경이 예민해져서 살짝 떠진 눈으로 소리 나는 방향을 쳐다보았다. 같이 들어온 침팬지가 두 다리로 일어서서 평평한 바위 위에 손을 대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날카로운 돌 끝으로 팔을 몇 바퀴 돌려가며 바위그림 위를 긁어대고 있었다. 이제야 그것의 정체를 알아차리었다.


그건 바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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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13. 차가운 이별 - 2 22.01.07 18 0 11쪽
44 13. 차가운 이별 - 1 21.12.03 25 0 9쪽
43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7 21.11.19 20 0 12쪽
42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6 21.10.22 24 0 8쪽
41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5 21.10.01 27 0 10쪽
40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4 21.09.09 28 0 8쪽
39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3 21.08.27 30 0 9쪽
38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2 21.08.06 34 0 8쪽
37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1 21.06.18 30 0 8쪽
36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4 21.06.04 35 0 10쪽
35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3 21.05.14 31 0 7쪽
34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2 21.03.05 24 0 7쪽
33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1 21.02.10 31 0 8쪽
32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4 21.01.22 67 0 8쪽
31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3 21.01.08 28 0 8쪽
30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2 20.12.25 37 0 9쪽
»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1 20.12.11 31 0 8쪽
28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2 20.11.28 34 0 7쪽
27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1 20.11.20 31 0 7쪽
26 8. 해골 계단 20.11.14 28 0 12쪽
25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6 20.11.06 29 0 7쪽
24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5 20.10.23 24 0 9쪽
23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4 20.09.30 29 0 9쪽
22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3 20.09.05 32 0 9쪽
21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2 20.08.29 32 0 10쪽
20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1 20.08.14 44 0 10쪽
19 6. 과보족 마을 - 4 20.08.07 52 0 6쪽
18 6. 과보족 마을 - 3 20.07.24 28 0 8쪽
17 6. 과보족 마을 - 2 20.07.17 29 0 11쪽
16 6. 과보족 마을 - 1 20.07.09 33 0 11쪽
15 5. 사기꾼 레빌 - 4 20.07.02 26 0 7쪽
14 5. 사기꾼 레빌 - 3 20.06.26 36 0 10쪽
13 5. 사기꾼 레빌 - 2 20.06.19 46 0 9쪽
12 5. 사기꾼 레빌 - 1 20.06.12 30 0 8쪽
11 4. 요툰하임 - 2 +2 20.06.05 42 1 5쪽
10 4. 요툰하임 - 1 20.05.29 34 0 10쪽
9 3. 진달래 해적선과 제임스 후크 선장 20.05.15 42 0 10쪽
8 2. 학과의 결투 - 3 20.05.08 33 0 10쪽
7 2. 학과의 결투 - 2 20.04.30 51 0 10쪽
6 2. 학과의 결투 - 1 20.04.17 75 0 9쪽
5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5 20.04.10 41 0 6쪽
4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4 20.04.03 43 0 8쪽
3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3 20.03.27 43 0 9쪽
2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2 +2 20.03.20 60 1 10쪽
1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1 +4 20.03.13 115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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