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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dyHwang 님의 서재입니다.

토르의 망치를 찾아서 - 브라잇 동맹 3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CindyHwang
작품등록일 :
2020.02.28 11:17
최근연재일 :
2022.02.04 15:10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682
추천수 :
4
글자수 :
178,815

작성
21.02.1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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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1

DUMMY

은색 문을 열고 들어온 곳은 깊은 산속에 있을 법한 산장 안의 거실이었다. 굵은 통나무로 지어진 이층 산장은 투박한 인테리어와 가구들로 채워져 편안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이전의 긴장감과 불안이 점차 가라앉음을 느낄 수 있었다.

거실의 한쪽 벽에 위치한 커다란 벽난로에서 장작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 앞으로 하얀 모직 카펫이 바닥에 깔려있고, 그 위로 붉은 방석이 깔린 소파들이 놓여있었다.


그들은 난로를 향해 놓인 정중앙의 긴 소파 위에 나란히 앉아 잠시 불을 쬐었다. 곧 몸이 따듯해지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벽난로 위 벽면에는 생동감 있게 박제된 곰과 사자머리가 걸려 있는데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모양새가 흡사 손님을 맞이하는 주인들처럼 느껴졌다. 노곤해져서 졸리기까지 한 레빌이 혼잣말인지 잠꼬대인지 모를 말을 중얼거렸다.


“나 원 참, 이젠 평범한 집까지. 뭔가에 홀려도 단단히 홀린 게 분명해.”


그들은 움직이기 싫은 몸을 겨우 추스르며 일어났다. 그리고 복도로 나간 후 계단 옆으로 나 있는 문을 열어보았다. 식당이었다. 투박하고 녹이 슨 램프불이 올려진 식탁과 의자들이 있는데, 놀랍게도 따뜻한 음식들이 식탁 위에 먹음직스럽게 차려져 있었다.


탐스럽고 싱싱해 보이는 포도가 담긴 바구니, 막 구웠는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애플파이와 스콘이 예쁘게 놓인 나무쟁반, 그리고 하얀색 도자기에 붉은 장미가 그려진 티팟이 있었다. 티팟 주둥이에서 하얀 수증기가 뿅뿅 세어 나왔다. 각자 자리 앞으로 하얀 접시 위에 놓인 찻잔이 있고, 그 옆으로 개인접시와 포크, 나이프, 버터와 잼이 든 조그만 접시들이 아기자기하게 늘어져 있었다.


한마디로 완벽하게 세팅된 4인용 티타임 전용 식탁이었다. 누구보다도 먹을 것 앞에서 자제력을 잃는 수진이 가장 먼저 달려가 자리에 앉아 노랗게 잘 구워진 스콘을 한입 베어 물었다.


“안 돼, 먹지 마! 혹시 독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이안이 후다닥 달려와 그녀의 손에서 스콘을 뺏으려 했다. 그러자 그녀는 잽싸게 손을 허리 뒤로 내빼어 안 빼앗기려고 버텼다. 결국 그가 방심한 사이 나머지 스콘이 그녀의 입으로 들어갔고 바로 꿀꺽 삼켜졌다.


“너무 맛있다. 먹고 죽어도 나 혼자 죽을 게. 지금 너무 배가 고프다고. 그리고 잘 봐봐, 누군가 우리가 올 줄 알고 이렇게 찻잔 수도 다 맞춰 준비해두었잖아. 성의를 봐서라도 맛있게 먹어줘야지, 안 그래?”


기분 좋게 말하며 그녀는 티팟을 들어 앞에 놓인 찻잔에 커피를 따라 부었다. 긴가민가 의심이 가던 카할과 레빌은 오 분이 지나도록 멀쩡한 그녀를 보더니 성큼 자리를 잡고 앉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그녀가 그들에게도 직접 커피를 따라주었다. 이안은 성이 난 표정으로 그들을 못마땅하게 쳐다보다가 위층을 둘러보고 오겠다며 식당 밖으로 뾰로롱 나가버렸다.


그가 다시 돌아왔을 때에도 그들은 여전히 식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음식이 하나도 남지 않았고, 지저분한 부스러기가 식탁에 가득 떨어져 있었다. 배불러서 둔탁해진 눈빛들이 그를 향하자 그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보고했다.


“이층에는 이상한 점이 없어. 그냥 침실들뿐이야.”


배가 너무 불러 자꾸만 졸음이 쏟아지는 레빌이 뒤뚱뒤뚱 그의 곁을 지나치며 말을 흘렸다.


“저기, 한 시간만 자고 수색하면 어떨까? 이층 침실에서 잠 좀 자고 내려와야겠다.”


뒤따라 카할과 수진이 반쯤 감긴 눈으로 식탁에서 일어나 좀비처럼 엉성하게 걸어 나왔다. 카할은 레빌과 함께 이층으로 올라갔지만 수진은 따듯한 벽난로가 좋아 그 앞 소파 위에 길게 드러누웠다. 그리고 이안이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한 채 스르륵 잠이 들어버렸다.



그녀는 단잠에 빠져있었다. 몸을 덥혀주던 앞쪽의 난로 온기는 거의 사라지고 발이 놓인 아래쪽에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기분 좋게 일어나 앉은 그녀의 얼굴과 몸으로 달콤하면서 상큼한 장미향을 간직한 바람이 살살 불어왔다.


그녀의 두 눈이 살며시 떠지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일행의 이름을 불러보았지만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자신만이 이 산장에 혼자 덩그러니 남은 것 같았다. 또다시 장미향 바람이 불어왔다.


‘어디서 불어오는 거지?’


호기심이 든 그녀는 소파에서 일어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찾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옆 벽면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손으로 일일이 벽의 통나무 사이의 틈새를 만져보다가 한 지점에서 멈추었다.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두 손으로 힘껏 밀자 따그닥 소리와 함께 벽의 삼분의 일이 분리되며 뒤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달콤한 향이 물씬 밀려오고, 그녀의 머리카락과 드레스 자락이 바람에 휘날리며 뒤로 확 퍼져나갔다.


밖으로 나온 그녀는 장미 나무 덤불로 만들어진 미로 입구에 서 있었다. 붉은 장미와 흰 장미 넝쿨이 단단히 엉키어 빼곡히 미로를 이루며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별이 총총히 빛나는 아름다운 밤이었다. 막대사탕을 닮은, 알록달록한 얇은 지팡이 끝에 올려진 둥근달 모양의 가로등들이 미로 사이에 띄엄띄엄 낮게 세워져 있었다. 밤인데도 장미 한 송이 한 송이가 매우 탐스럽고 색깔이 뚜렷한 게 무척이나 싱그러워 보였다.

수진이 미로 앞에서 흡족한 마음으로 꽃들을 바라보며 서 있는데 불현듯 그 안에서 여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로를 따라오세요.”


그녀는 처음에 주저했지만 용기를 내어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키보다 몇 배 높은 미로였지만 그것을 휘감은 장미들의 아름다운 자태와 고귀한 향기로 인해 지나가는 내내 행복하고 기분이 좋아졌다.


곧 미로가 끝나자 밤하늘 아래 넓게 펼쳐진 구릉과 평원이 눈앞에 나타났다. 미로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던 둥근 보름달이 나지막한 언덕 끝에 덩그러니 걸려있었다. 참 신기하게도 그녀가 태어나서 본 수많은 보름달 중 지금 것만큼 크고 밝은 것은 처음이었다. 마치 황금으로 만든 쟁반처럼 노랗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쟁반 안으로 언덕 위의 나무 한 그루가 들어가 있었다. 달그림자로 검어진 몸뚱이를 그대로 드러낸 채, 나무는 길게 늘어진 잎사귀들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며 그녀를 유혹하였다.


그녀는 최면에 걸린 듯 언덕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옥구슬이 떼구루루 구르거나 서로 부딪쳐서 나오는 맑고 투명한 소리가 들려왔다. 나무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세세한 윤곽이 다 보일 정도로 가까이 다가가고 나서야 누군가가 거기에 기대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수진이 더이상 다가가지 않고 걸음을 멈추었다. 남자는 서서히 몸을 돌리더니 팔짱을 낀 채로 그녀를 향하였다. 순간 불어오는 미풍에 나뭇잎들이 흔들렸고 그 틈새로 황금 달빛이 내려와 그를 비추었다. 검은 망토로 가려진 몸은 날씬하고 단단해 보였으며 긴 챙모자 아래 드러난 하얀 턱은 티끌 없이 맑고 투명했다.


둘은 잠시 서로를 관찰하였다. 그녀의 머릿속으로 번개가 번쩍이었다. 혹시 레빌이 말한, 방울을 흔들어 생명체를 돌로 만들어버린 그 자가 아닌 가 싶었다. 그녀의 생각을 눈치채기라도 한 것일까? 그는 기대었던 나무 둥지에서 일어나 똑바로 섰다. 그리고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키가 상당히 훤칠했다. 그가 신고 있는 유명 브랜드의 검정 운동화가 유난히 튀었다.


‘나도 돌로 만들려고 그러나?’


그녀가 뒷걸음질 치려던 찰나, 그는 멈추더니 더 이상 다가오지 않았다. 고요한 침묵 속에서 그들은 서로를 향하여 서 있었다. 바람이 불자 나무에서 다시 옥구슬 소리가 났는데 왠지 구슬프고 스산하게 들려왔다. 그녀는 어색해진 나머지 뒤돌아서려 했다.


“안녕, 수진. 널 기다리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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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13. 차가운 이별 - 1 21.12.03 25 0 9쪽
43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7 21.11.19 20 0 12쪽
42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6 21.10.22 24 0 8쪽
41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5 21.10.01 27 0 10쪽
40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4 21.09.09 28 0 8쪽
39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3 21.08.27 30 0 9쪽
38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2 21.08.06 34 0 8쪽
37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1 21.06.18 30 0 8쪽
36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4 21.06.04 35 0 10쪽
35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3 21.05.14 31 0 7쪽
34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2 21.03.05 24 0 7쪽
»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1 21.02.10 31 0 8쪽
32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4 21.01.22 67 0 8쪽
31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3 21.01.08 28 0 8쪽
30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2 20.12.25 37 0 9쪽
29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1 20.12.11 30 0 8쪽
28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2 20.11.28 34 0 7쪽
27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1 20.11.20 31 0 7쪽
26 8. 해골 계단 20.11.14 28 0 12쪽
25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6 20.11.06 29 0 7쪽
24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5 20.10.23 24 0 9쪽
23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4 20.09.30 29 0 9쪽
22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3 20.09.05 32 0 9쪽
21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2 20.08.29 32 0 10쪽
20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1 20.08.14 44 0 10쪽
19 6. 과보족 마을 - 4 20.08.07 52 0 6쪽
18 6. 과보족 마을 - 3 20.07.24 28 0 8쪽
17 6. 과보족 마을 - 2 20.07.17 29 0 11쪽
16 6. 과보족 마을 - 1 20.07.09 33 0 11쪽
15 5. 사기꾼 레빌 - 4 20.07.02 26 0 7쪽
14 5. 사기꾼 레빌 - 3 20.06.26 36 0 10쪽
13 5. 사기꾼 레빌 - 2 20.06.19 46 0 9쪽
12 5. 사기꾼 레빌 - 1 20.06.12 30 0 8쪽
11 4. 요툰하임 - 2 +2 20.06.05 42 1 5쪽
10 4. 요툰하임 - 1 20.05.29 34 0 10쪽
9 3. 진달래 해적선과 제임스 후크 선장 20.05.15 42 0 10쪽
8 2. 학과의 결투 - 3 20.05.08 33 0 10쪽
7 2. 학과의 결투 - 2 20.04.30 51 0 10쪽
6 2. 학과의 결투 - 1 20.04.17 75 0 9쪽
5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5 20.04.10 41 0 6쪽
4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4 20.04.03 43 0 8쪽
3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3 20.03.27 43 0 9쪽
2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2 +2 20.03.20 60 1 10쪽
1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1 +4 20.03.13 115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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