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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dyHwang 님의 서재입니다.

토르의 망치를 찾아서 - 브라잇 동맹 3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CindyHwang
작품등록일 :
2020.02.28 11:17
최근연재일 :
2022.02.04 15:10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671
추천수 :
4
글자수 :
178,815

작성
20.11.20 12:10
조회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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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1

DUMMY

그들은 어두운 복도를 따라 걸어갔다. 그런데 아무리 가도 어째 문이나 별다른 게 나타나지 않는 것이었다. 계속 복도만 이어졌다. 정말 불안하고 가슴 조마조마한 일이었다.


심기가 불편해진 그들은 누군가가 살짝 이름만 불러도 화가 날 정도로 긴장의 끈이 조여져 갔다. 흑염소는 수진 옆에 딱 붙어서는 길을 인도할 의향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렇게 꽤 걸은 것 같은 그때였다. 앞서 가던 카할이 뭔가를 발견하고 앞으로 막 달려 나갔다. 다른 이들도 따라 달렸다.


그리고 보았다. 길이 없어 꽉 막힌 막다른 벽을.

그리고 읽었다. 거기에 삐뚤삐뚤 새겨진 붉은 글씨들을.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카할이 또박또박 소리 내어 읽었으나 이게 도대체 무슨 뚱딴지같은 말인지. 그들은 잠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레빌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먼저 입을 열었다.


“암탉이 어디 있다고? 이미 다 돌로 변해버린 마당에.”


“할 수 없어요. 우리가 암탉처럼 우는 수밖에. 셋 하면 다 함께 울어요! 하나, 둘, 셋!”


“꼬꼬댁”

“꼬르르르”

“꼬끼오”

“콕끼오”


그들은 이안의 제안대로 닭의 날갯짓까지 따라 하며 마구 울어댔다. 거인의 성에서 이런 행동까지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모두들 나름 열심히 했다. 하지만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수진, 너 혼자서 울어봐! 암탉은 여자잖아.”


울기를 그만둔 카할이 제안하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양 팔을 옆구리에 낀 채 펄럭 펄럭 날갯짓까지 하며 곱고 어여쁘게 울기 시작했다.


“꼬끼오오~~ 꼬끼오오~~꼬오끼이오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앞의 벽이 흐물흐물해지더니 한가운데가 쩍 갈라지며 통로가 벌어진 것이다. 날쌔게 그곳을 통과하자 등 뒤로 벽이 다시 막혀버렸다.



안은 어둡고 차가운 방이었다. 중간에 우물 하나만 달랑 놓여 있는데 입구 여기저기가 무너져 내리고 오랫동안 버려진 듯 황폐하였다. 그곳으로 다가가려다 수진이 멈칫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녀가 깜짝 놀라 외쳤다.


“어머, 염소가 못 들어왔어. 어떡해?”


“지금 염소 걱정할 때가 아니잖아.”


이안이 신랄하게 말을 내뱉으며 그녀의 어깨를 돌려세우고 우물 쪽으로 떠밀었다. 그 꺼림칙한 동물을 떼어놓으니 이제야 안심이 되는 그였다.


우물벽은 바짝 말라있었고 바닥은 꽤 깊어 보였다. 레빌이 어두운 안쪽을 뾰족한 턱 끝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안에서 바람이 불어오고 있어. 바깥이랑 연결되어 있나 봐. 여기 계단 비슷한 것도 있는데.”


“제가 먼저 내려가 볼게요.”


수진에게서 램프 반지를 받아 낀 카할이 역시 지하세계의 후예답게 돌계단을 성큼성큼 내려갔다. 바닥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반지의 수정을 돌려서 켰다. 주변을 살핀 후 괜찮다고 외치자 한 명씩 천천히 내려갔다. 마른 지 오래되어 돌에 이끼가 끼어있지 않아 전혀 미끄럽지 않았다.


모두가 안전히 내려오자 주위를 정찰하던 카할이 비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안내했다.


“저기 통로가 이어져 있어.”


아마도 예전에 자연스레 물이 차고 빠지던 물길이리라. 그러나 벽과 바닥은 이미 완전히 말라 만지면 먼지가 날릴 정도로 건조했다.


과연 이런 곳에 토르의 망치가 있을지 다들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까지 자신들을 이끌고 온 운명의 힘을 믿고 나아갈 수밖에. 게다가 바람에서는 나무와 꽃냄새가 섞여있었다. 좋은 징조인 것 같았다. 그땐 그런 줄로만 믿고 있었다.



해골 계단 사이를 유유히 지나 계단 끝에 우아하게 도착한 남자에게로 흑염소가 울부짖으며 달려왔다. 그는 거인들을 돌려보낸 바로 그 자였다. 그가 흑염소의 머리를 쓰다듬자 그것의 머리통은 점점 작아지더니 몸속으로 쪼그라들어갔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세 개의 멍멍이 머리통이 튀어나왔다.


예전 푸다크 별궁의 수진의 방을 침범한 적이 있는 바로 그 지옥의 개였다. 붉은 광선을 뿜어내는 6개의 눈이 그를 바라보며 반갑게 꼬리 치자, 그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그것의 머리를 차례차례 쓰다듬어주었다.


“잘했어, 펜리스. 이제 네 명의 귀염둥이 실력들 좀 봐볼까?”



우물 바닥에서 이어진 통로로 들어서자 여기저기에 아주 살짝 물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예전엔 물이 풍부한 샘 같은 곳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저 앞 바닥에 웬 물체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공처럼 매우 동그랗고, 그들이 바라보는 쪽으로 붉은 실핏줄 같은 것이 혼잡하게 엉켜있었다.


호기심이 든 그들은 재빨리 그것을 지나쳐 반대편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수진이 넘어가는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으악! 이것은 눈알이잖아!”


그랬다. 방금 눈에서 뽑힌 것처럼 싱싱한 눈알이었다. 사람의 것보다 커서 거의 테니스공만 했다. 우물 안에 눈알이 있다니,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지고 소름이 끼쳐오는 그들이었다. 그것의 눈동자는 아주 새파랗고 투명하게 반짝이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계속 쳐다보면 볼수록 두려움은 점점 사라지고 대신 보석처럼 아름답고 영롱한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끌어당기는 마력이 그 안에 숨어있기라도 한 듯 말이다.


이안이 그것을 손바닥에 들어 올려 살피다가 뭔가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앗, 여기 조그맣게 이름표가 붙었는데. 오딘? 오딘의 눈알인가 봐?”


“오딘이 누구야?”


수진이 처음 듣는다는 표정으로 물었지만 다른 이들 역시 모르겠다며 고개를 도리도리 했다. 그들은 이안의 손에 들려진 그것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갑자기 신기한 현상이 포착되었다. 파란 눈동자가 불길처럼 타오르더니 점점 망치 모양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제야 그들은 바로 정신을 차리었다. 레빌이 연민이 담긴 어조로 중얼거렸다.


“망치가 있긴 있는가 보군. 눈알이 뽑혀 우물로 던져지다니 오딘인가 오든인가 인생이 참으로 불쌍하기 짝이 없어. 평생 애꾸눈 병신으로 살아야 할 테니. 쯧쯧.”


그는 쯧쯧 하면서 눈알을 처음 놓인 그대로 내려놓는 이안 곁을 스쳐 지나갔다. 그들은 걸음을 재촉하였다. 수진이 여러 번 뒤를 돌아보았다. 오딘의 눈알은 불길이 꺼져가는 초처럼 점점 빛을 잃으며 어둠의 저편으로 사라져 갔다.


그러나 방향을 완전히 틀기 전에 마지막으로 돌아보자 밤바다의 등대처럼, 아니 밤하늘의 별처럼 안광이 한번 번쩍거리었다. 마치 그녀에게 작별인사라도 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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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13. 차가운 이별 - 3 [THE END] 22.02.04 22 0 7쪽
45 13. 차가운 이별 - 2 22.01.07 17 0 11쪽
44 13. 차가운 이별 - 1 21.12.03 24 0 9쪽
43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7 21.11.19 20 0 12쪽
42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6 21.10.22 23 0 8쪽
41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5 21.10.01 27 0 10쪽
40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4 21.09.09 28 0 8쪽
39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3 21.08.27 30 0 9쪽
38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2 21.08.06 34 0 8쪽
37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1 21.06.18 30 0 8쪽
36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4 21.06.04 35 0 10쪽
35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3 21.05.14 30 0 7쪽
34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2 21.03.05 23 0 7쪽
33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1 21.02.10 30 0 8쪽
32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4 21.01.22 67 0 8쪽
31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3 21.01.08 28 0 8쪽
30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2 20.12.25 36 0 9쪽
29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1 20.12.11 30 0 8쪽
28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2 20.11.28 34 0 7쪽
»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1 20.11.20 31 0 7쪽
26 8. 해골 계단 20.11.14 28 0 12쪽
25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6 20.11.06 29 0 7쪽
24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5 20.10.23 24 0 9쪽
23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4 20.09.30 29 0 9쪽
22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3 20.09.05 32 0 9쪽
21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2 20.08.29 32 0 10쪽
20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1 20.08.14 44 0 10쪽
19 6. 과보족 마을 - 4 20.08.07 52 0 6쪽
18 6. 과보족 마을 - 3 20.07.24 28 0 8쪽
17 6. 과보족 마을 - 2 20.07.17 29 0 11쪽
16 6. 과보족 마을 - 1 20.07.09 33 0 11쪽
15 5. 사기꾼 레빌 - 4 20.07.02 26 0 7쪽
14 5. 사기꾼 레빌 - 3 20.06.26 36 0 10쪽
13 5. 사기꾼 레빌 - 2 20.06.19 46 0 9쪽
12 5. 사기꾼 레빌 - 1 20.06.12 29 0 8쪽
11 4. 요툰하임 - 2 +2 20.06.05 42 1 5쪽
10 4. 요툰하임 - 1 20.05.29 34 0 10쪽
9 3. 진달래 해적선과 제임스 후크 선장 20.05.15 42 0 10쪽
8 2. 학과의 결투 - 3 20.05.08 32 0 10쪽
7 2. 학과의 결투 - 2 20.04.30 51 0 10쪽
6 2. 학과의 결투 - 1 20.04.17 75 0 9쪽
5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5 20.04.10 41 0 6쪽
4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4 20.04.03 42 0 8쪽
3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3 20.03.27 43 0 9쪽
2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2 +2 20.03.20 60 1 10쪽
1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1 +4 20.03.13 114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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