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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dyHwang 님의 서재입니다.

토르의 망치를 찾아서 - 브라잇 동맹 3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CindyHwang
작품등록일 :
2020.02.28 11:17
최근연재일 :
2022.02.04 15:10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686
추천수 :
4
글자수 :
178,815

작성
20.11.06 14:05
조회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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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7쪽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6

DUMMY

어느새 레빌과 카할도 바닥으로 내려와 모두 무사함을 기뻐했다. 그녀는 파이가 덕지덕지 붙어 안쓰러운 모습이었지만 목숨을 건진 것에 대해 신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렸다. 그리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이안에게 고맙다고 전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머리와 드레스에 붙은 파이를 말없이 털어주었다.


여기저기 깨진 접시들을 지나고, 널브러져 자고 있는 거인들을 피해 조심조심 문으로 걸어가는 것도 결코 수월하지 않았다. 가는 동안, 카할의 가발과 뾰족구두는 어느새 사라지고 덥수룩한 머리에 맨발이 되었다. 레빌도 똑같이 맨발에다 머리 위에 썼던 면사포 모자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드레스 아래 청바지를 입고 있었던 이안은 치마 부분을 사정없이 찢어버렸다.


아름다운 드레스가 찢겨나가는 것을 본 수진의 마음은 무척이나 아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빨리 브래지어를 빼 달라고 그녀에게 등을 내밀었다. 브래지어와 뾰족구두를 벗고 그녀가 핸드백에서 꺼내 준 운동화를 신고 나서야 그는 비로소 편안한 표정이 되었다. 수진 역시 파이로 뒤범벅된 구두를 벗고 운동화로 갈아 신었지만 여분의 옷이 없었기에 드레스는 그대로 입어야만 했다.

그러나 전혀 불만은 없었다. 아직도 살아있으니 그걸로 충분했다.


행렬의 앞에서 레빌이 아이들을 재촉했다.


“어서 서두르자꾸나. 저 수면제는 우리에게 1주일 효력이 있지만 거인에게는 많아야 이틀이야. 그 안에 망치를 찾아서 나가야만 해. 어서 가자고.”


그들은 조금 열린 문틈 사이로 나왔다. 어두운 복도로 나오자 다들 이제 살았다는 실감이 되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런데 이안이 기다려달란 말만 남긴 채 불쑥 방 안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그 지옥 같은 곳으로 말이다.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몰랐지만 도깨비불 아래 펼쳐진 어두컴컴한 복도를 바라보며 다들 초초한 마음으로 그를 기다렸다.


몇 분이 지나고 그가 뛰쳐나왔다. 그러나 아무도 그에게 이유를 캐묻지 않았다. 물론 낯설고 위험한 곳에서 길게 떠들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복도를 따라 걷는데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카할이 속삭이는 어조로 물었다.


“성이 너무 커서 이틀이 넘어가겠는데. 도대체 토르의 망치는 어디에 둔 걸까?”


“그렇게. 아까 수면제 먹이기 전에 기회를 봐서 한번 물어보기라도 할걸.”


이안이 대답했다. 그러나 자신의 말이 허무맹랑하다는 점을 즉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참, 거인들이 잘도 알려줬겠다.’


다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도깨비불들이 한꺼번에 확 꺼져버렸다. 주위가 칠흑 같이 어두웠다. 이안이 마법지팡이를 꺼내 불을 밝히려는 순간, 복도 구석의 한 낡은 문 앞으로 도깨비불이 화들짝 나타났다. 그들은 흠칫 놀라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저기로 가보자.”


먼저 발걸음을 뗀 이안의 말에 수진이 의심 가득한 표정으로 거부하자, 레빌이 그녀의 팔을 살짝 잡아당기며 알려주었다.


“숲에서 길을 잃었을 때 도깨비불을 따라가라는 속담도 있단다. 아마 우리가 원하는 것을 알고 저들이 도와주려나 봐.”


그들은 도깨비불을 향해 조심조심 나아갔다. 가까이 다가가자 방문이 스르륵 열리는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들을 초대하는 것만 같았다. 방안은 수백 개의 초가 밝혀진 샹젤리제와 화덕이 있는 주방이었다. 밝은 곳을 만나니 우선 반가운 마음에 안으로 들어서긴 했지만 내심 두려움도 점점 커져갔다. 서로 말은 안 했지만 뭔가에 홀린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것이다. 이안은 특히 그랬다. 그래서 그는 아무것도 건드리지 말라고 그들에게 재차 강조했다.



방금 전까지 생일잔치가 한창 벌어졌던 방은 이제 거인들의 코 고는 소리로 가득 찼다. 다들 누가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아니, 그런 것처럼 보였다.


“끼이익~”


문이 활짝 열리고 찢어진 청바지, 박스 티셔츠, 화려한 힙합풍의 보석 목걸이를 걸고, 최신 유행의 검정 운동화를 신은 젊은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챙이 긴 모자를 비스듬히 쓰고 있었는데 모자 옆으로 드러난 한쪽 귀에 단 사파이어 귀걸이가 영롱하게 빛이 났다. 뒤이어 두 명의 키클로프스족 거인들이 따라 들어왔다.


그런데 이럴 수가, 그 순간 발로르와 토백을 제외한, 잠을 자던 모든 거인의 눈꺼풀이 살며시 떠지는 것이 아닌가? 발로르는 입을 조금 벌리더니 멈추었던 파이 먹기를 다시 시작했다. 눈꺼풀이 없어 눈을 뜬 채 대자로 누워있던 토백의 눈알들이 제각각 돌아가다가 문 쪽을 바라보고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남자에게 굽신거리며 다가오더니 두 손을 공손히 모아 예를 차리고 흉측하게 찢어진 입을 실실거렸다.


“그렇게 차려입으시니 전혀 못 알아볼 뻔했습니다, 주인님. 샌드펜으로 보내신 전갈대로 해독제를 먹고 잠자는 연기를 하였습니다만, 그것들이 예상하신 대로 향했는지요?”


주인님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주위를 향해 요란하게 박수를 치고 크게 소리쳤다.


“자, 이제 그만. 아주 훌륭했어요. 발로르 형님도 그만 좀 드세요.”


마법이 풀린 것처럼 누워있던 거인들이 하나 둘 깨어나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인님 앞으로 몰려와 공손히 무릎을 꿇었다. 발로르도 입안에 물은 접시를 테이블에 내려놓고 브리아레오스의 도움으로 방향을 잡아 그대로 바닥에 엎드렸다.


놀랍게도 그들은 전혀 잠든 것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뺨치는 연기력으로 레빌과 아이들을 감쪽같이 속인 것이다. 수면제는 그들의 기대와 달리 전혀 소용이 없었다.


젊은 남자는 깨진 접시 더미 사이를 우아하게 지나 벽난로 위에 놓인 은쟁반 앞에서 멈추었다. 낮은 억양이 섞인 그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바로 명령을 내렸다.


“너희들의 임무는 여기서 끝났다. 돌아가라. 때가 되면 부를 것이다.”


남자가 손바닥을 쟁반에 갖다 대자 그것이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손을 댄 부분에서 하얀 연기가 밖으로 튀어나와 블랙홀처럼 점차 확대되어갔다. 가까이 있던 펜카르가 그것에 팔을 집어넣자 순식간에 안으로 쑥 빨려 들어갔다. 이어 다른 거인들도 차례로 들어갔다. 거인들을 단번에 삼킨 연기는 그의 주문으로 바로 사라져 버리고, 쟁반은 회전을 멈추었다. 남자만 홀로 남은 주변은 아주 조용하였다.


그는 방금 전 발로르가 앉았던 의자로 다가와 앉았다. 잠시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모자 아래로 그의 한쪽 입술 끝이 살며시 올라가며 차가운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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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13. 차가운 이별 - 3 [THE END] 22.02.04 22 0 7쪽
45 13. 차가운 이별 - 2 22.01.07 18 0 11쪽
44 13. 차가운 이별 - 1 21.12.03 25 0 9쪽
43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7 21.11.19 20 0 12쪽
42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6 21.10.22 24 0 8쪽
41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5 21.10.01 27 0 10쪽
40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4 21.09.09 28 0 8쪽
39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3 21.08.27 30 0 9쪽
38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2 21.08.06 34 0 8쪽
37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1 21.06.18 30 0 8쪽
36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4 21.06.04 35 0 10쪽
35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3 21.05.14 31 0 7쪽
34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2 21.03.05 24 0 7쪽
33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1 21.02.10 31 0 8쪽
32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4 21.01.22 67 0 8쪽
31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3 21.01.08 28 0 8쪽
30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2 20.12.25 37 0 9쪽
29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1 20.12.11 31 0 8쪽
28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2 20.11.28 34 0 7쪽
27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1 20.11.20 31 0 7쪽
26 8. 해골 계단 20.11.14 28 0 12쪽
»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6 20.11.06 30 0 7쪽
24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5 20.10.23 24 0 9쪽
23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4 20.09.30 29 0 9쪽
22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3 20.09.05 33 0 9쪽
21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2 20.08.29 32 0 10쪽
20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1 20.08.14 44 0 10쪽
19 6. 과보족 마을 - 4 20.08.07 52 0 6쪽
18 6. 과보족 마을 - 3 20.07.24 28 0 8쪽
17 6. 과보족 마을 - 2 20.07.17 29 0 11쪽
16 6. 과보족 마을 - 1 20.07.09 33 0 11쪽
15 5. 사기꾼 레빌 - 4 20.07.02 26 0 7쪽
14 5. 사기꾼 레빌 - 3 20.06.26 36 0 10쪽
13 5. 사기꾼 레빌 - 2 20.06.19 46 0 9쪽
12 5. 사기꾼 레빌 - 1 20.06.12 30 0 8쪽
11 4. 요툰하임 - 2 +2 20.06.05 43 1 5쪽
10 4. 요툰하임 - 1 20.05.29 34 0 10쪽
9 3. 진달래 해적선과 제임스 후크 선장 20.05.15 42 0 10쪽
8 2. 학과의 결투 - 3 20.05.08 33 0 10쪽
7 2. 학과의 결투 - 2 20.04.30 51 0 10쪽
6 2. 학과의 결투 - 1 20.04.17 75 0 9쪽
5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5 20.04.10 41 0 6쪽
4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4 20.04.03 43 0 8쪽
3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3 20.03.27 43 0 9쪽
2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2 +2 20.03.20 60 1 10쪽
1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1 +4 20.03.13 115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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