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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dyHwang 님의 서재입니다.

토르의 망치를 찾아서 - 브라잇 동맹 3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CindyHwang
작품등록일 :
2020.02.28 11:17
최근연재일 :
2022.02.04 15:10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679
추천수 :
4
글자수 :
178,815

작성
21.10.22 11:0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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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6

DUMMY

한 고비를 넘긴 것 같아 안심이 되었지만 걸음을 서둘렀다. 그들은 토르의 망치 앞으로 다가갔다. 카할은 남은 캉무 열매 두 개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다 뱉어서는 손잡이 부분을 고정한 도자기 끈에 싹 발랐다. 끈이 연기와 함께 사르륵 녹기 시작했다.


시간은 좀 걸렸지만 아까처럼 위협될 만한 것은 없었기에 여유롭게 기다릴 수 있었다. 이내 망치가 카할의 손으로 떨어졌다. 그녀는 그것을 받아보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전에 대장간 박물관에서 보았던 모조품과 정말 똑같아서 놀라웠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그런 놀라운 능력을 지니고 있을지 살짝 의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녀는 그에게 다시 돌려준 후 앞장서서 계단을 내려갔다.


벽에 매달리기 전까지 정신을 잃었던 그녀였기에 지금 옆으로 지나쳐 보이는 것들은 그녀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레이디 포터리가 자랑하던 주인의 선물들이라는 것을 깨달은 후 그녀의 입은 차마 다물어지지 못하고 저절로 벌어졌다. 특히 붉은 드레스를 입은 얼굴 없는 시체가 옷걸이처럼 걸린 것을 보자 그녀의 등골로 찬 기운이 스치며 지나갔다. 카할이 만약 조금만 늦었더라면 목과 두 손목, 발목이 잘린 자신의 몸뚱이가 저렇게 걸렸을 수도 있었으리라.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서둘러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계단이 끝나고 앞으로 긴 치마 통로가 이어졌다. 통로의 끝에 다다르자 그녀는 있는 힘껏 벽을 밀어보았다. 그러나 그럴 줄 미리 예상이나 한 것처럼 끄떡도 하지 않았다. 카할은 계단을 다 내려오자 더 이상 통로로 나오지 않고 계단 앞에 그대로 서 있었다. 그녀가 뒤돌아 당황한 목소리로 외쳤다.


“여기서 어떻게 나가지? 막혔어!”


그런데 그 말을 듣고도 그는 조금의 당혹감이나 두려움을 얼굴에 나타내지 않았다. 그저 싱글벙글 웃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의 여유에 오히려 그녀가 당황하여 매섭게 쏘아붙였다.


“지금 이 상황에서 웃음이 나와?”


“뭘 그리 걱정하니? 우리에겐 이것이 있는데.”


그가 손에 든 것을 위로 치켜들었다. 토르의 망치가 있으니 아무 걱정도 하지 말라는 투였다. 의구심이 든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솔직히 털어놓았다.


“난 사실 못 믿겠어.”


“그럼 이리로 와서 한번 해보자. 해보면 알 거 아니야?”


그녀는 그의 옆으로 미적거리며 다가갔다. 그는 망치든 손을 앞으로 자랑스럽게 내밀었다. 그리고 자신이 마치 과거의 영웅이자 망치의 주인이었던 토르나 된 것처럼 잔뜩 폼을 잡은 채 힘껏 그것을 내던졌다.


“휘이익~”


망치가 바람소리를 내며 저 앞으로 휙 날아갔다. 그리고 정면의 도자기 벽을 딱 찍고는 돌아와 다시 그의 손에 들려졌다. 곧이어 벽 주변으로 두꺼운 금들이 쩍쩍 그어지기 시작했다. 무척 놀라워하는 그녀를 향해 카할은 힘껏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아이가 레이디의 드레스 치마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동안, 우리의 친구 이안과 레빌은 레이디와 술래잡기를 하고 있었다. 술래인 그녀가 이리로 오면 그들은 저리로 도망가고, 그녀가 저리로 가면 그들은 이리로 도망치는 등, 쫓고 쫓기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더 이상 두꺼비는 그들에게 방해물이 되지 않았다. 되도록 발바닥을 끌고 다녀 그것들을 옆으로 밀거나 정 급할 때에는 그냥 밟아버렸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레이디가 두 팔을 내민 채 그들에게 다가오려다가 갑자기 동작을 멈춘 것이다. 그녀는 전원 나간 로봇처럼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처음에 그들은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이안은 그녀 내부의 이상 조짐을 짐작하고 그녀의 얼굴과 치마를 유심히 살피었다. 카할이 해낸 것일 수도 있으리라.


그는 그만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어떤 환영이 자신의 눈에 순간적으로 포착된 것이다. 도자기 인형의 하얀 얼굴 위로 금발의 얼굴이 뚜렷이 겹쳐 보였다. 어디선가 본 듯한 남자의 얼굴이었다. 그런데 누구인지 도대체 떠오르지가 않았다. 잘생긴 그의 표정은 몹시 거만하고 위선적으로 보였다. 그는 레빌에게도 보이는지 물어보려 다시 얼굴을 쳐다봤을 땐 이미 그것은 사라진 후였다. 레빌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안은 순간 잘못 본 거려니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그 환영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의 기억 아주 깊숙한 서랍 속에 저장되어버렸다.


“이것들이 내 몸에.. 내 몸에..”


레이디가 동작 멈춤을 해지하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팔을 위아래로 부산스레 움직였다. 중얼거리는 입으로 검은 연기가 거세게 내뿜어졌다. 이안은 그녀의 내부에서 무슨 큰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확신했다. 레빌에게도 넌지시 그 점을 알렸다.


“펑!”


폭발음이 천둥소리처럼 크게 퍼져나갔다. 마구 날아오는 도자기 파편을 피해 그들은 테이블 밑으로 내려가 몸을 잔뜩 수그렸다. 하얀 가루와 파편이 날리는 가운데 이안은 살짝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드레스 앞치마에 굴 같은 검은 구멍이 뻥 뚫려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망치를 든 카할이 잽싸게 뛰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뒤이어 수진도 꾀죄죄한 몰골로 튀어나왔다. 그녀의 모습을 보자 그는 이내 마음이 놓였다. 안도의 한숨이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오려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런, 아직 일렀나 보다. 달리려는 그녀 뒤로 불쑥 레이디 포터리가 나타나더니 성큼 손을 내밀어 그녀의 드레스 자락을 확 집어 올렸다. 레이디의 치마에 구멍이 뚫리긴 했지만 전체에 비해 적은 부분이어서 균형 잡고 서 있기에는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다만 움직이는 것은 불편한 것 같았다. 거꾸로 들리어진 수진의 두 손이 바닥으로 향한 채 그녀가 비명을 내질렀다.


“악, 놓아주란 말이야. 이 괴물아!”


“이것만 주면 놓아주지, 어서 내놔!”


레이디가 남은 한 손으로 아래로 쳐진 수진의 핸드백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그녀 역시 이제 와서 뺏길 수 없다는 듯 그것의 끈을 죽자살자 자기 쪽으로 잡아당기며 악을 내질렀다.


“이건 내 거야! 이 도둑 여인네야!”


“도둑이고 뭐고 맘에 드는 건 다 내 거야!”


“손 안 놔! 죽어도 내 건 못줘!”


핸드백을 사이에 두고 줄다리기하는 두 여자의 치열한 전쟁의 서막이 마침내 열리는 순간이었다. 물론 레이디 쪽이 유리해 보였다. 하지만 그것을 향한 수진의 집념도 만만치 않았다. 만약 앞에 도자기 인형이 아니라 불을 내뿜는 지옥 악마가 있었다 해도 그녀는 불에 타 죽을지언정 절대 놓지 않을 기세였다. 이전의 벌벌 떨던 그녀와는 완전히 다른 변화된 모습이었다.


“여자에게 핸드백이 저런 존재라는 걸 오늘에서야 알았구나. 정말 무섭다, 그지?”


레빌의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묻자 이안과 카할도 그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잠시 공격을 잊은 채 넋을 잃고 그녀들의 싸움을 구경하였다. 인형은 수진의 머리카락까지 잡아당겼지만 그녀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현재까지도 전해져 내려오는 그 유명한 ‘일리아드’의 저자 호메로스가 만약 이 자리에 함께 있었다면, 그가 노래한 전설적인 전쟁씬 중 지금 이 장면이 능히 한 에피소드를 차지하고 남을 처절한 싸움으로 기억되었으리라. 그는 분명 깨달았으리라.


핸드백을 향한 여자들의 아주 무시무시하고 무덤 속에서도 기어 나올 그 처절한 집념과 목숨을 건 애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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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13. 차가운 이별 - 3 [THE END] 22.02.04 22 0 7쪽
45 13. 차가운 이별 - 2 22.01.07 18 0 11쪽
44 13. 차가운 이별 - 1 21.12.03 24 0 9쪽
43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7 21.11.19 20 0 12쪽
»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6 21.10.22 24 0 8쪽
41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5 21.10.01 27 0 10쪽
40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4 21.09.09 28 0 8쪽
39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3 21.08.27 30 0 9쪽
38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2 21.08.06 34 0 8쪽
37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1 21.06.18 30 0 8쪽
36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4 21.06.04 35 0 10쪽
35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3 21.05.14 31 0 7쪽
34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2 21.03.05 24 0 7쪽
33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1 21.02.10 30 0 8쪽
32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4 21.01.22 67 0 8쪽
31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3 21.01.08 28 0 8쪽
30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2 20.12.25 36 0 9쪽
29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1 20.12.11 30 0 8쪽
28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2 20.11.28 34 0 7쪽
27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1 20.11.20 31 0 7쪽
26 8. 해골 계단 20.11.14 28 0 12쪽
25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6 20.11.06 29 0 7쪽
24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5 20.10.23 24 0 9쪽
23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4 20.09.30 29 0 9쪽
22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3 20.09.05 32 0 9쪽
21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2 20.08.29 32 0 10쪽
20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1 20.08.14 44 0 10쪽
19 6. 과보족 마을 - 4 20.08.07 52 0 6쪽
18 6. 과보족 마을 - 3 20.07.24 28 0 8쪽
17 6. 과보족 마을 - 2 20.07.17 29 0 11쪽
16 6. 과보족 마을 - 1 20.07.09 33 0 11쪽
15 5. 사기꾼 레빌 - 4 20.07.02 26 0 7쪽
14 5. 사기꾼 레빌 - 3 20.06.26 36 0 10쪽
13 5. 사기꾼 레빌 - 2 20.06.19 46 0 9쪽
12 5. 사기꾼 레빌 - 1 20.06.12 30 0 8쪽
11 4. 요툰하임 - 2 +2 20.06.05 42 1 5쪽
10 4. 요툰하임 - 1 20.05.29 34 0 10쪽
9 3. 진달래 해적선과 제임스 후크 선장 20.05.15 42 0 10쪽
8 2. 학과의 결투 - 3 20.05.08 33 0 10쪽
7 2. 학과의 결투 - 2 20.04.30 51 0 10쪽
6 2. 학과의 결투 - 1 20.04.17 75 0 9쪽
5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5 20.04.10 41 0 6쪽
4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4 20.04.03 43 0 8쪽
3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3 20.03.27 43 0 9쪽
2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2 +2 20.03.20 60 1 10쪽
1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1 +4 20.03.13 115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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