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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dyHwang 님의 서재입니다.

토르의 망치를 찾아서 - 브라잇 동맹 3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CindyHwang
작품등록일 :
2020.02.28 11:17
최근연재일 :
2022.02.04 15:10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673
추천수 :
4
글자수 :
178,815

작성
21.03.05 11:12
조회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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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2

DUMMY

그에게서 허스키하면서 저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순간 너무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어떻게 제 이름을?”


질문을 하면서 그녀의 눈이 솔방울처럼 커지고 입술은 살며시 벌어졌다. 겁이 나서 몸이 살짝 떨리기까지 했다. 그는 이런 상황을 즐기기라도 하듯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이름을 알고 있어서 놀랐나 보군. 넌 나를 모르겠지만 난 너를 알고 있지. 이번이 처음이 아니거든.”


“처음이 아니라고요? 그럼 우리가 전에 만난 적이 있단 말이에요? 언제요?”


그녀가 토끼 같은 눈으로 언성을 높여 꼬치꼬치 캐묻자 그의 입술 끝이 살며시 올라가더니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의 붉은 입술 아래로 새하얗고 가지런한 이들이 보기 좋게 드러났다. 그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거의 가려진 얼굴을 옆으로 기울이며 생각에 빠진 듯 보였다. 그는 얕은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너와 친구들이 토르의 망치를 찾기 위해 이곳을 방문한 것도 알고 있지.”


그녀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그는 회피했다. 하지만 그녀는 토르의 망치란 말을 듣자마자 머리카락이 쭈뼛 서고 말문이 탁 막혀버렸다. 그가 알고 있다면 일은 다 틀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것을 순순히 돌려주지 않을 터이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얼굴이 걱정으로 찌푸려지고 가슴은 막막해졌다. 그가 별안간 떠오른 듯이 물었다.


“아, 내가 주방에 준비해 놓은 것은 잘 먹었나?”


그 와중에도 그녀는 얼떨결에 감사를 전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고개를 숙여 정중히 인사했다.


“맛있게 잘 먹었어요. 너무 배가 고팠거든요. 하나도 안 남기고 다 먹었어요. 준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의 아래턱이 살짝 흔들리더니 화통하게 웃기 시작했다. 저음의 웃음소리가 그녀의 귀에 다시 근사하게 들려왔다. 왠지 그가 그렇게 나쁜 자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하지만 그의 다음 말이 그런 생각을 와르르 무너뜨리고 말았다.


“재미있군, 이 겁 없고 당당한 아가씨야. 만약 네 앞에 있는 자가 누구인지 안다면 아무도 너처럼 말하지 못할 텐데. 그런 점은 그녀와 닮았군그래.”


그들 사이로 세찬 바람이 여러 차례 불어왔다. 그의 뒤로 물러나 있는 나무의 무수한 잎사귀들이 심하게 흔들리는데 매우 반짝거렸다. 마치 나무가 보석 박힌 스카프를 온몸에 두르고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다.


전에는 미처 못 봤었는데 연두색을 띠는 둥근 열매 같은 것들이 나뭇잎 사이에서 살짝살짝 모습을 드러냈다. 애잔한 구슬 소리는 바로 그것들에게서 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호기심이 일어 앞에 서 있는 그를 지나쳐 나무 밑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았다. 황금 달빛 아래 잎사귀에 가려진 열매들이 영롱한 빛을 내며 살살 흔들리고 있었다.


“옥이야. 아주 귀중한 옥이지. 하지만 아무나 딸 수는 없어. 나무의 주인이 허락을 해야만 하지. 보름달이 뜬 밤에 나는 그녀를 여기로 데리고 왔었어. 그다음부터 이곳은 그녀의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되었지. 특히 그녀는 이 나무에 기대어 명상에 잠기기를 참 좋아했었어.”


“그럴 만하네요. 정말 아름다워요.”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옥구슬들이 바람에 나부끼는 것을 바라보면서 그녀는 감탄하여 말했다. 아무리 다시 봐도 질리지 않았다. 침묵이 흐른 후 그는 감상에 젖은 목소리로 대화를 이어갔다.


“그녀의 생일이 다가오자 난 나무 주인에게 몇 개만 따게 해달라고 부탁했지. 나 같은 존재가 부탁이란 걸 다 하다니 지금 생각해도 놀라울 따름이군. 사실 내 몸은 옥과 그리 친하지 못해서 만지면 나를 아프게 해. 그래서 따는 동안 손바닥이 고통스러웠지. 하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어. 그걸 받았을 때 그녀의 표정을 보았다면, 또다시 볼 수만 있다면 난 여기 있는 옥을 다 따버릴 거야. 아무리 고통스럽다고 해도. 아니, 사실 그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지. 그냥 조금 불편하고 사소한 느낌이랄까?”


자신을 앞에 세워놓고 마치 편한 사이라도 되는 것처럼 주저리 말을 늘어놓는 그가 이상하게만 느껴지는 그녀였다. 그래서 그냥 듣기만 하며 낮게 드리워진 나뭇가지로 손을 뻗어 올렸다. 마침 잎사귀들 사이로 은은한 연두색 옥이 보였기 때문이다. 손가락이 거의 닿을 듯 그것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자석의 양극이나 된 것처럼 그것이 손가락을 피해 이리저리 도는 게 아닌가? 그녀가 있는 힘껏 손가락을 쭉 뻗었으나 잡히기는커녕 결국 잎들 사이로 모습을 숨겨버리고 말았다.


“주인의 허락 없이 딸 수 없다니까.”


그의 어조에 살짝 조롱이 섞이었다.


그녀는 포기하고 그들 옆으로 광채를 발하는 노란 보름달을 향해 돌아섰다. 그렇게 크고 밝은 달은 난생처음이었다. 그런데 어머머, 저게 뭐야? 멀리서 볼 때는 몰랐는데 나무로 가려졌던 달 표면에서 뭔가가 꿈틀대었다. 손등으로 눈을 비빈 후 그녀는 자세히 쳐다보았다.


달 안에서 뭔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어머나, 초록 토끼가 절구 방망이를 움직여 열심히 절구통을 찧고 있었다.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가 힘차게 뜨며 다시 째려보았다. 그러나 토끼와 절구는 그새 사라지고 울퉁불퉁한 달 표면만 남아있었다.


‘잘못 봤나?’


그녀의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그녀는 그 집을 좋아했었어. 숲속에 있는 조그만 통나무집, 네가 잠시 머물렀던 그 산장 말이야. 화려한 궁전이나 거대한 성이 아니라 아늑하고 따듯해 보이는 그곳을 찾아오곤 했었지. 낮에는 주변 숲을 돌아다니며 꽃과 토끼, 사슴과 대화를 나누고, 밤에는 활활 타오르는 벽난로 앞 소파에 누워 책을 읽었지. 몇 시간이고 그렇게 책을 읽었어. 그럴 때면 그녀는 세상의 금은보화를 다 가진 표정을 띠고 있었지. 정말 아름다웠어...”


그는 말끝을 흐리며 달 쪽으로 몸을 돌렸다. 수진이 시선을 돌려 달을 바라보는 그의 옆모습을 쳐다보았다. 모자가 살짝 뒤로 넘어가 있었지만 그의 얼굴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왠지 쓸쓸해 보였다. 그녀는 조심스레 캐물었다.


“아름다운 그녀는 지금 어디 있나요?”


그녀의 질문이 마치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찌른 것처럼 그의 몸이 별안간 파르르 떨렸다. 그는 몸을 돌려 등으로 달빛을 받으며 상체를 앞으로 웅크렸다. 잠시 후 그는 몸을 피면서 고통스러운 어조로 겨우 답했다.


“그녀는 죽었어.”


그의 비참함과 절망이 망토를 뚫고 그녀에게까지 전해져 왔다. 그녀는 미안하고 안쓰러웠다. 조금이나마 위로를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이제 그만 돌아갈 때가 되었음을 느꼈다.


“너무 안타깝네요. 그런 아름다운 추억을 나누었던 분이 돌아가셨다니 말이에요. 그래도 힘을 내요. 또 다른 사랑이 꼭 찾아올 거예요.”


그녀는 그동안 열심히 읽어왔던 로맨스 소설들을 떠올리며 진심으로 위로의 말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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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13. 차가운 이별 - 3 [THE END] 22.02.04 22 0 7쪽
45 13. 차가운 이별 - 2 22.01.07 17 0 11쪽
44 13. 차가운 이별 - 1 21.12.03 24 0 9쪽
43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7 21.11.19 20 0 12쪽
42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6 21.10.22 23 0 8쪽
41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5 21.10.01 27 0 10쪽
40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4 21.09.09 28 0 8쪽
39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3 21.08.27 30 0 9쪽
38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2 21.08.06 34 0 8쪽
37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1 21.06.18 30 0 8쪽
36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4 21.06.04 35 0 10쪽
35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3 21.05.14 31 0 7쪽
»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2 21.03.05 24 0 7쪽
33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1 21.02.10 30 0 8쪽
32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4 21.01.22 67 0 8쪽
31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3 21.01.08 28 0 8쪽
30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2 20.12.25 36 0 9쪽
29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1 20.12.11 30 0 8쪽
28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2 20.11.28 34 0 7쪽
27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1 20.11.20 31 0 7쪽
26 8. 해골 계단 20.11.14 28 0 12쪽
25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6 20.11.06 29 0 7쪽
24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5 20.10.23 24 0 9쪽
23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4 20.09.30 29 0 9쪽
22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3 20.09.05 32 0 9쪽
21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2 20.08.29 32 0 10쪽
20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1 20.08.14 44 0 10쪽
19 6. 과보족 마을 - 4 20.08.07 52 0 6쪽
18 6. 과보족 마을 - 3 20.07.24 28 0 8쪽
17 6. 과보족 마을 - 2 20.07.17 29 0 11쪽
16 6. 과보족 마을 - 1 20.07.09 33 0 11쪽
15 5. 사기꾼 레빌 - 4 20.07.02 26 0 7쪽
14 5. 사기꾼 레빌 - 3 20.06.26 36 0 10쪽
13 5. 사기꾼 레빌 - 2 20.06.19 46 0 9쪽
12 5. 사기꾼 레빌 - 1 20.06.12 29 0 8쪽
11 4. 요툰하임 - 2 +2 20.06.05 42 1 5쪽
10 4. 요툰하임 - 1 20.05.29 34 0 10쪽
9 3. 진달래 해적선과 제임스 후크 선장 20.05.15 42 0 10쪽
8 2. 학과의 결투 - 3 20.05.08 32 0 10쪽
7 2. 학과의 결투 - 2 20.04.30 51 0 10쪽
6 2. 학과의 결투 - 1 20.04.17 75 0 9쪽
5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5 20.04.10 41 0 6쪽
4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4 20.04.03 42 0 8쪽
3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3 20.03.27 43 0 9쪽
2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2 +2 20.03.20 60 1 10쪽
1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1 +4 20.03.13 114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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