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CindyHwang 님의 서재입니다.

토르의 망치를 찾아서 - 브라잇 동맹 3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CindyHwang
작품등록일 :
2020.02.28 11:17
최근연재일 :
2022.02.04 15:10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687
추천수 :
4
글자수 :
178,815

작성
21.01.22 15:20
조회
67
추천
0
글자
8쪽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4

DUMMY

드디어 숲이 끝나는 지점에 도착했다. 그들이 모습을 나타내자 티라노사우루스가 기다렸다는 듯이 동굴 안에서 얼굴을 내밀어 크렁크렁 콧김을 내뿜었다. 곧 육중한 몸을 이끌고 햇살 안으로 한 발자국씩 걸어 나왔다. 그리고 온 땅이 쩌렁쩌렁 울리고 산산이 부서지도록 몸을 힘차게 흔들어대며 크게 포효했다.


다시 보아도 너무 끔찍하게 무섭고 오금이 다 저려왔다. 레빌 뿐 아니라 다른 이들 역시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는 선뜻 앞으로 걸음을 내딛지 못하였다.


그러나 여기까지 온 이상 그것을 통과하여 문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점을 다들 잘 알고 있었다. 전진해야만 한다. 다만 누군가가 먼저 나서 스타트만 끊어주면 될 텐데 말이다.


그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동시에 이안을 쳐다보았다. 아이디어를 낸 당사자가 먼저 시도하기를 바란 것이다. 더군다나 그는 잘 죽지 않는 뱀파이어이지 않는가? 물론 한 입에 목이 물어 뜯긴다면 그 길로 끝이겠지만.


자신의 막중한 의무를 알아차린 그가 조심스레 앞으로 나아갔다. 공룡의 두 눈에서 광채가 번쩍이더니 상체를 숙이고 그를 향해 뛰어오기 시작했다. 온 지면이 쿵쾅쿵쾅 진동하는 가운데 이안은 균형을 잃고 쓰러질 뻔했지만 겨우 지탱하며 제자리에 섰다.


“오, 안 돼, 이안! 이안!”


레빌과 두 친구의 목소리가 갈라지며 크게 진저리를 쳤다. 그러나 그는 계속 버티며 서 있었다. 티라노사우루스가 얼굴을 아래로 내밀어 그를 향해 입을 쫙 벌리자 무시무시한 이빨들이 햇살 아래 쇠창살처럼 번득거렸다.


침이 뚝뚝 떨어지는 입이 그에게 가까이 다가왔을 때였다. 공룡이 불현듯 코를 킁킁거리는 것이었다. 그러다 그만 화들짝 놀라 눈이 커지고 몸을 뒤로 확 젖힌 채 두 앞발을 허공에다 허우적대었다. 그것이 급정거를 하려다가 그대로 뒤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티라노사우루스의 엉덩방아 찧는 모습은 긴 꼬리로 인해 으리으리하면서도 우아했는데 핑그르르 돌며 옆으로 미끄러지다 나무들을 우지직 쓰러트리고 뒤로 푹 넘어졌다.


그러자 기회는 이때다 싶어 이안이 재빨리 뒤돌아 그들을 향해 다급히 외쳤다.


“어서 달려! 빨리!”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레빌과 수진, 카할이 전속력으로 동굴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육상선수들도 지금 그들과 같이 달린다면 아마 금메달을 놓치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공룡이 일어나기 전에 도착하려는 그들의 눈물겨운 사투에 세계 신기록이 갈아 치워지고 선수들은 경기를 포기한 채 기립박수를 보내주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쥐라기 시대의 냉혹한 무법자는 고개를 흔들어 냉큼 정신을 차렸다. 그것은 일어나더니 달리는 그들 옆으로 성큼성큼 다가와 따라 달렸다. 그러나 얼굴을 내려 코를 킁킁거리면 자신의 똥냄새가 또다시 맡아져 온몸으로 진저리를 쳤고 그만큼 속도는 점차 느려졌다.


제일 먼저 동굴에 도착한 이안이 은색 문의 손잡이를 돌려보았다. 제발 열리기를. 그의 바람대로 손잡이가 돌아가며 열렸다.


“어서 문으로, 어서!”


그가 소리치자 따라오던 그들은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뛰었다. 공룡은 더럽다고 포기했는지 더 이상 따라오지 않은 채 중간에 서서 그들을 따라 시선만 옮길 뿐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움바움바움바~움바움바움바~”


루시의 애타는 울부짖음이 그들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 수진이 멈춰 뒤돌아보았다. 루시가 자신도 데려가라는 듯 잽싸게 그녀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인간처럼 두발로 달리고 있었다. 그녀는 루시를 챙기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자신도 모르게 뒤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즉, 공룡을 있는 쪽을 향해 나아간 것이다.


“야, 너 미쳤어?”


거의 다 도착한 레빌과 카할 사이로 이안이 뛰어나가며 윽박질렀지만 그녀에겐 전혀 들리지가 않았다. 루시가 잽싸게 티라노사우루스의 앞을 지나 달려오는 그녀에게 안겼다.


그런데 너무 세게 안겼는지, 아님 그동안 죽자살자 뛰어 묶인 잎사귀 줄기가 헐거워졌는지 망토가 그녀의 어깨에서 스르륵 벗겨졌다. 깜짝 놀란 수진이 얼른 집으려 다가가는데 훅 불어오는 바람에 그것이 저 멀리 야자나무 위로 날아가 버렸다. 티라노사우루스가 일부러 콧김을 세게 내쉰 것이었다.


무방비상태로 노출된 수진과 루시. 으르렁거리는 공룡 바로 앞이어서 도망칠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제자리에 주저앉더니 그들은 서로를 꼭 껴안았다. 수진이 알을 품은 어미닭처럼 루시의 몸을 가려주며 품 안에 안았다.


이안은 그들에게 달려오면서 마법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미처 주문을 외우기도 전에 공룡의 거대한 발이 살짝 들어 올려지더니 바로 그녀들의 위로 빠르게 내려왔다.


“안 돼!”


이안과 레빌, 카할의 무서운 절규가 처참히 울리는 가운데 공룡의 발바닥이 수진의 등에 닿으려는 순간이었다.


“쾅!”


굉음과 함께 공룡이 홀로그램처럼 점점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완전히 사라졌다. 곧 향기롭고 선선한 바람이 밀림에서 불어 나왔다. 동시에 숲의 푸른 경계선이 황량한 이곳으로 빠르게 넘어왔다. 황폐하게 부러진 나무들이 세워지고 튀어나온 뿌리도 흙속에 다시 박히며 풀이 나고 꽃이 피는 등 푸르름을 되찾아갔다. 똥구덩이도 완전히 사라져 평평한 잔디밭으로 변하였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신기하고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주저앉은 수진의 등에 이안이 손을 대자 그녀가 번쩍 눈을 떴다. 그녀는 주변의 변화를 목격하고 충격을 받은 듯 했다.


“앗, 루시가 없어.”


그녀가 일어나 루시를 부르며 찾았지만 그녀는 소리를 내지도, 달려오지도 않았다. 그

녀의 두 눈에서 눈물이 살며시 흘러내렸다. 이안이 그녀의 어깨를 두들기며 달랬다.


“공룡과 함께 사라져 버렸나 봐. 어서 가자.”


그녀는 주위를 다시 둘러보고 아쉬워하면서 그와 함께 문으로 갔다. 그런데 그가 입고 있는 망토 위의 똥도 어느새 사라지고 흔적조차 없었다. 문 안으로 이미 들어갔던 레빌과 카할이 입을 벌린 채 다시 나와 자신들의 어깨에 걸쳐진 깨끗해진 망토를 벗어 신기한 듯 살펴보았다. 그들은 은색 문으로 들어갔다.



약 320만 년 전, 지금의 에티오피아 북부 하다르 아와시 강은 늘 그래 온 것처럼 물결이 찰랑찰랑 부딪치며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노란 보름달이 강 위에 저와 똑같은 그림자를 밝히어 주변을 훤히 비추었다. 홀연 밤하늘 위로 더 눈부시게 하얀빛을 내뿜는 또 다른 타원형의 소용돌이가 불쑥 나타났다. 주변에서 야간 사냥을 하거나 물을 마시던 동물들이 두려움에 휩싸여 울부짖으며 뛰어 달아났다.


침팬지 비슷한 유인원들도 가까운 동굴로 도망쳤다. 곧 소용돌이 안에서 뭔가가 툭 튀어나오며 빛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바로 루시였다. 그녀를 알아본 유인원들이 우르르 네발로 기어 나와 죽은 듯이 누워있는 그녀의 몸을 찌르거나 이리저리 흔들어댔다. 그녀가 눈을 떴다. 그리고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에 너무 기쁜 나머지 벌떡 일어나서 달리고 춤을 추었다.


동족의 눈동자가 커지었다. 모두 해괴한 장면에 놀란 기색들이 역력했다. 그녀는 언제부터 이 땅을 내려다보았을지 모를 별들이 촘촘히 박혀있는 하늘을 향해 두 손을 쳐든 채, 두 발로 빙빙 돌아다니며 그들에게 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들은 그녀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고, 하나 둘 자리에서 서서히 일어나 두발로 걸어보았다. 그렇게 그들은 현생인류로 향하는 ‘직립보행’이라는 놀라운 진화의 길로 한 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작가의말

현존하는 직립보행 최초인류인 ‘루시’는 이렇게 탄생하게 되었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토르의 망치를 찾아서 - 브라잇 동맹 3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6 13. 차가운 이별 - 3 [THE END] 22.02.04 22 0 7쪽
45 13. 차가운 이별 - 2 22.01.07 18 0 11쪽
44 13. 차가운 이별 - 1 21.12.03 25 0 9쪽
43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7 21.11.19 20 0 12쪽
42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6 21.10.22 24 0 8쪽
41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5 21.10.01 27 0 10쪽
40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4 21.09.09 28 0 8쪽
39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3 21.08.27 30 0 9쪽
38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2 21.08.06 34 0 8쪽
37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1 21.06.18 30 0 8쪽
36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4 21.06.04 35 0 10쪽
35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3 21.05.14 31 0 7쪽
34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2 21.03.05 24 0 7쪽
33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1 21.02.10 31 0 8쪽
»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4 21.01.22 68 0 8쪽
31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3 21.01.08 28 0 8쪽
30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2 20.12.25 37 0 9쪽
29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1 20.12.11 31 0 8쪽
28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2 20.11.28 34 0 7쪽
27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1 20.11.20 31 0 7쪽
26 8. 해골 계단 20.11.14 28 0 12쪽
25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6 20.11.06 30 0 7쪽
24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5 20.10.23 24 0 9쪽
23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4 20.09.30 29 0 9쪽
22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3 20.09.05 33 0 9쪽
21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2 20.08.29 32 0 10쪽
20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1 20.08.14 44 0 10쪽
19 6. 과보족 마을 - 4 20.08.07 52 0 6쪽
18 6. 과보족 마을 - 3 20.07.24 28 0 8쪽
17 6. 과보족 마을 - 2 20.07.17 29 0 11쪽
16 6. 과보족 마을 - 1 20.07.09 33 0 11쪽
15 5. 사기꾼 레빌 - 4 20.07.02 26 0 7쪽
14 5. 사기꾼 레빌 - 3 20.06.26 36 0 10쪽
13 5. 사기꾼 레빌 - 2 20.06.19 46 0 9쪽
12 5. 사기꾼 레빌 - 1 20.06.12 30 0 8쪽
11 4. 요툰하임 - 2 +2 20.06.05 43 1 5쪽
10 4. 요툰하임 - 1 20.05.29 34 0 10쪽
9 3. 진달래 해적선과 제임스 후크 선장 20.05.15 42 0 10쪽
8 2. 학과의 결투 - 3 20.05.08 33 0 10쪽
7 2. 학과의 결투 - 2 20.04.30 51 0 10쪽
6 2. 학과의 결투 - 1 20.04.17 75 0 9쪽
5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5 20.04.10 41 0 6쪽
4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4 20.04.03 43 0 8쪽
3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3 20.03.27 43 0 9쪽
2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2 +2 20.03.20 60 1 10쪽
1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1 +4 20.03.13 115 2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