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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dyHwang 님의 서재입니다.

토르의 망치를 찾아서 - 브라잇 동맹 3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CindyHwang
작품등록일 :
2020.02.28 11:17
최근연재일 :
2022.02.04 15:10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678
추천수 :
4
글자수 :
178,815

작성
20.04.0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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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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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4

DUMMY

갑자기 천지가 개벽한 듯 세상이 뒤집어졌다. 이안과 수진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한꺼번에 뿔고동과 북소리가 팡팡 터져 나오자, 폭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온 지면이 흔들렸다. 그들의 귀가 먹먹해졌다.


'학 쫓아버리기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드디어 터진 것이다.


동시에 군중들은 커다란 함성을 내지르며 장화 신은 발을 힘차게 굴렸다. 이어서 수백 개의 허수아비의 팔이 요란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팔에 장착된 창들은 학이 가까이 오면 찌를 거라고 위협하듯 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하게 휘둘러졌다.


그리고 옥수수 밭 위로 지나가던 리본들도 정신없이 춤을 추며 흔들렸다. 리본 아래 숨어있던 자들이 손에 쥔 나무 꼬챙이로 그것을 열심히 때리고 있었던 것이다. 정신없이 흔들리는 리본은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이 났고 하강하는 학의 시야를 교란시켰다.


이안과 수진, 카할 역시 고함을 지르며 나뭇가지로 열심히 리본을 때려댔다. 다른 이들과 함께 움직이는 그들의 얼굴에는 더 이상 두려움이나 공포가 자리하지 못하였다.

함께 힘을 합쳐 위험한 대항에 도전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이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용기와 자신감을 그들의 마음속에 불어넣어준 것이다.


쥐 죽은 듯 조용하다가 갑자기 터진 이런 소동에 깜짝 놀란 학들은 돌연 높은 곳으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 마리는 여전히 겁먹지 않은 채 자세를 낮추어 꿋꿋이 밭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곧 그것의 발톱이 옥수수에 닿으려는 순간이었다.


바로 그 밑에 숨어있던 딥언더니아인들이 뾰족한 창끝을 불쑥 세우고 작은 손도끼들을 힘껏 날리었다. 당황한 학은 발목이 잘리지 않으려고 속히 접으며 허둥지둥 전속력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다른 것들을 따라 상공 멀리 떠나가 버렸다.


학 떼가 떠나자 온 땅이 흔들릴 정도로 커다란 승리의 함성이 온 평원에 가득 울려 퍼졌다. 딥언더니아인들이 밭 여기저기서 튀어나와 막춤을 췄다.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북을 든 자가 어디선가 나타나 열심히 두들기며 축제의 흥을 돋웠다. 본격적인 축제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한 명이 부르기 시작한 노래는 곧 다른 사람들에게로 전파되었다. 노래의 멜로디는 간단했고, 가사는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도 따라 부를 정도로 쉬웠다.


“싸우자. 싸우자. 싸우자···”


‘싸우자’가 가사의 전부였던 것이다. 이안과 수진은 노래를 따라 부르고 춤을 추면서 축제를 즐겼다. 생전 처음 만난 딥언더니아인과도 전혀 어색함 없이 오랫동안 서로 알고 지냈던 것처럼 손을 잡거나 껴안고 볼을 비비기까지 했다. 그렇게 분위기는 한창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뿌우웅~ 뿌우웅~뿌우웅~”


아까 들었던 낮은 뿔고동소리가 다시 주변을 요동쳤다. 학에게 차여 구릉 아래로 추락했던 병사는 어느새 다시 올라가선 깃발을 연신 흔들어댔다. 축제를 즐기던 자들이 모두 하늘을 올려다보며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학이 돌아온다. 어서 준비해!”


떠난 줄 알았던 학 떼가 다시 이리로 몰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방금 전 아무 일도 겪지 않았던 듯 그것들이 똑같은 행동을 반복했던 것이다.


허공을 맴돌다가 고도를 낮춰 밭으로 내려온다. 그럼 이쪽에서는 몸을 숨겨 조용히 기회를 엿보다가 그것들이 거의 다 내려온 최후의 순간이 되면 뿔고동과 북소리, 고함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며 한바탕 난리법석을 피운다. 허수아비의 창이 휘둘러지고 리본이 반짝거리며 손도끼가 날아간다. 그럼 학들은 다시 놀라 파다닥 저 멀리 날아가 버린다. 옥수수 밭에는 아까보다 더 시끄러운 축제판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총 3번 이런 식으로 학을 내쫓고 나자 이번엔 커다란 나팔소리가 온 평원을 가로질러 나아갔다. 음악이 뭔가 전투적인 것이 발을 맞춰 나아가고 싶은 행진곡이었다. 그러자 군중들은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밭을 가로질러 아까 카할과 아이들이 가보았던 경기장을 향해 우르르 몰려갔다. 대신 밭에는 옥수수를 지킬 최소의 병력만이 남아 보초를 섰다.


만약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본다면 밭의 사방팔방에서 몰려드는 어마어마한 수의 딥언더니아인의 행렬이, 아프리카의 물소 떼보다도 더 장관이라고 혀를 내두르며 감탄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경기장으로 향하는 일직선 대로를 빽빽이 채운 군중 속에서 이안과 수진이 큰 키로 인해 유독 눈에 띄었다.


드디어 토르의 망치를 건 운명이 걸린 ‘학과의 결투’가 바로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것이 전해주는 충격과 두려움은 이전까지 그들을 전율시켰던 흥분과 열기의 도취에서 조금씩 깨어나게 만들었다. 그리고 여태껏 일부러 피했던 눈앞의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그것은 누구나 듣기만 해도 참으로 두렵다며 펄쩍 뛰고 두 손으로 힘껏 말릴만한 일이었다. 바로 다음과 같았다.


[저 무시무시한 학에게 낚아 채여 ‘요툰하임’으로 가야만 하는 참혹한 계획]


다행히 둘의 마음속에는 아직 ‘용기’라는 불꽃이 약하게나마 타고 있었다. 축제에서 점화되기 시작한 그 불은 학을 처음 목격했을 때보다 담대하고 용감하게 그것에 대항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었다.


경기장 앞에 도착한 카할은 결투 순서를 정하러 축제사무실로 먼저 뛰어가 버렸다. 이안은 나란히 걷던 수진이 점점 뒤처진다는 걸 알아채고는 그녀 곁으로 다가갔다. 그가 타이르듯 말했다.


“수진, 지금이라도 괜찮으니까 가지 않아도 돼. 응?”


“···.”


대답을 안 하는 모양새를 보니 그녀의 마음속에 갈등이 생긴 게 틀림없었다. 기회는 이때다 싶어 그는 다시 그녀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오늘 보니까 그리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 같아. 위험하기도 하고. 그러니까...”


“그래도 난 갈 거야. 떨리고 두렵지만 도전해볼 거야.”


“하지만 잘 생각해봐. 굉장히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몰라. 그리고 나랑 카할이 항상 네 옆에서 보호해 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알아. 하지만 아까 축제를 겪으면서 알게 된 점이 있어. 직접 부딪쳐보지도 않고 무섭다고 피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말이야. 오늘 저들은 옥수수를 지키기 위해 어른이고 아이이고 힘을 합쳐 무서운 학을 쫓아냈잖아? 작지만 서로 힘을 합치면 어떠한 시련도 이겨낼 수 있는 큰 힘이 되는 거야. 내가 가면 아마 너희에게 짐이 되겠지. 하지만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분명 있을 거야. 우리 모두 힘을 합치면 토르의 망치를 꼭 되찾아올 수 있을 거라고. 난 그렇게 믿고, 또 그렇게 믿고 싶어.”


그녀의 말에 이안은 잠시 멍해졌다. 어떻게든 친구를 돕고 싶다는 그녀의 순수한 마음이 전해져 감동을 받은 것이다. 그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홀연 그녀가 대견스럽게 느껴졌다. 그는 아주 정중히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주저하다가 그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둘은 손을 맞잡은 채 북적거리는 경기장 안으로 씩씩하게 나아갔다.


지금 이 순간, 그 어떤 무시무시한 괴물이 다가와도, 마왕 블랙수트가 눈앞에 나타나더라도 그들의 앞길을 막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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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13. 차가운 이별 - 1 21.12.03 24 0 9쪽
43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7 21.11.19 20 0 12쪽
42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6 21.10.22 23 0 8쪽
41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5 21.10.01 27 0 10쪽
40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4 21.09.09 28 0 8쪽
39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3 21.08.27 30 0 9쪽
38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2 21.08.06 34 0 8쪽
37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1 21.06.18 30 0 8쪽
36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4 21.06.04 35 0 10쪽
35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3 21.05.14 31 0 7쪽
34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2 21.03.05 24 0 7쪽
33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1 21.02.10 30 0 8쪽
32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4 21.01.22 67 0 8쪽
31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3 21.01.08 28 0 8쪽
30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2 20.12.25 36 0 9쪽
29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1 20.12.11 30 0 8쪽
28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2 20.11.28 34 0 7쪽
27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1 20.11.20 31 0 7쪽
26 8. 해골 계단 20.11.14 28 0 12쪽
25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6 20.11.06 29 0 7쪽
24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5 20.10.23 24 0 9쪽
23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4 20.09.30 29 0 9쪽
22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3 20.09.05 32 0 9쪽
21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2 20.08.29 32 0 10쪽
20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1 20.08.14 44 0 10쪽
19 6. 과보족 마을 - 4 20.08.07 52 0 6쪽
18 6. 과보족 마을 - 3 20.07.24 28 0 8쪽
17 6. 과보족 마을 - 2 20.07.17 29 0 11쪽
16 6. 과보족 마을 - 1 20.07.09 33 0 11쪽
15 5. 사기꾼 레빌 - 4 20.07.02 26 0 7쪽
14 5. 사기꾼 레빌 - 3 20.06.26 36 0 10쪽
13 5. 사기꾼 레빌 - 2 20.06.19 46 0 9쪽
12 5. 사기꾼 레빌 - 1 20.06.12 30 0 8쪽
11 4. 요툰하임 - 2 +2 20.06.05 42 1 5쪽
10 4. 요툰하임 - 1 20.05.29 34 0 10쪽
9 3. 진달래 해적선과 제임스 후크 선장 20.05.15 42 0 10쪽
8 2. 학과의 결투 - 3 20.05.08 33 0 10쪽
7 2. 학과의 결투 - 2 20.04.30 51 0 10쪽
6 2. 학과의 결투 - 1 20.04.17 75 0 9쪽
5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5 20.04.10 41 0 6쪽
»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4 20.04.03 43 0 8쪽
3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3 20.03.27 43 0 9쪽
2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2 +2 20.03.20 60 1 10쪽
1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1 +4 20.03.13 115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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