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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dyHwang 님의 서재입니다.

토르의 망치를 찾아서 - 브라잇 동맹 3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CindyHwang
작품등록일 :
2020.02.28 11:17
최근연재일 :
2022.02.04 15:10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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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수 :
178,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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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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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3

DUMMY

문득 그들 머리 위의 도깨비불이 환하게 타올랐다. 복도의 양쪽 벽을 따라 쭉 매달려있는 요상하게 생긴 돌들이 빛을 받아 모습을 드러냈다. 등에 박쥐 날개가 달려있고 꼬리가 기다란 원숭이 조각들이었다. 그들을 향하여 부릅뜬 그것의 눈동자에 광기가 서려있고, 비웃는 듯이 삐죽 올라간 입술 밑으로 날카로운 송곳니가 튀어나와 있었다.


모두 99개나 되는 것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양쪽 벽면에 일렬로 들러붙어 있었다. 빛과 그림자로 인해 매끄러운 눈동자들이 아래로 걸어가는 그들을 따라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다.


도깨비불이 위쪽을 다 비추지 못해 천장이 얼마나 높은 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위의 어둠 속에서 약한 신음소리가 들리다 안들리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만약 혼자 이곳에 있다면 단 몇 분 만에 심장마비가 올 것 같다고 수진은 생각했다.


제일 뒤에서 따라오던 이안은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뱀파이어의 눈으로 도깨비불이 꺼진 캄캄한 복도를 살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예민한 동물적 감각은 어둠의 장막 저 어딘가에 뭔가가 숨어있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었다. 네발 달린 짐승의 터벅터벅 걷는 소리도 언뜻 들려왔다. 소리가 나자 그는 재빨리 뒤돌아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왠지 오면 안 될 곳을 온 것처럼 불안해지고 이상하게 초조해졌다. 죽음을 두려워해서가 절대 아니었다. 토르의 망치보다 더 소중한 무언가를 작은 부분이나마 이곳에 남겨두고 갈 것 같다는 찝찝함, 그리고 누군가가 지금 자신을 시험하고 있고 일부러 이곳으로 부른 것 같은 기묘한 느낌 등이 뒤섞여 굉장히 기분 나쁘고 마음이 무겁고 앞으로 나아가기가 두려웠다. 제발 이 예감이 틀린 것이기를.


아이들과 레빌은 거인을 따라 무덤 같은 복도를 깊숙이 들어갔다. 대체 언제까지 가려는 걸까? 이러다 지옥문 앞까지 가는 건 아닐는지.


거인은 잘 따라오고 있는지 감시하기 위해 종종 뒤를 돌아보았는데 그럴 때마다 아이들의 가슴은 벌렁벌렁 뛰곤 했다. 드디어 저 끝으로 불빛이 조금 새어 나오는 문이 나타났다. 거인이 커다란 문손잡이를 확 잡아당기자 환한 노란 불빛이 한꺼번에 그들의 몸으로 쏟아져 내렸다.


동시에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 고기 굽는 냄새와 연기, 그리고 화끈거리는 열기가 뒤섞여 그들을 반겨주었다. 그러나 방 안으로 들어선 순간, 그들은 경악했고 숨이 턱 막히며 몸이 돌처럼 굳어졌다.


세 명의 거인들이 활활 타오르는 벽난로 옆 테이블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한 명은 왔다 갔다 움직이며 정신없이 주위를 맴돌았다. 벽난로 위로 커다란 은쟁반이 올려 져 있는데 반짝반짝 잘 닦여져서 방안의 모습을 그대로 비추었다. 마치 거기에 똑같이 생긴 거인들이 한 명씩 더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아이들은 또다시 충격에 빠졌다. 전에 레빌이 목격했었던 키클로프스들이 아닌 아주 생소한 모습의 거인들이었던 것이다. 거의 키클로프스와 비슷한 크기인데, 다섯 거인이 모두 모이니 마치 다섯 개의 산봉우리가 그들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고기와 복숭아 파이 등 여러 음식이 올려 진 거대한 테이블의 정 중앙 자리에는 겹이 진 두꺼운 눈꺼풀로 외눈을 완전히 덮은 거인이 앉아있었다.


그의 이름은 ‘발로르’였다.


레빌이 수레에 탄 그를 목격했었는데 그의 생김새는 특이하고 괴상했다. 이마 정중앙에 박힌 외눈이 얼마나 큰지 거의 얼굴의 반을 차지할 정도였고, 그것을 덮은 두꺼운 눈꺼풀 밑으로 쇠스랑이 꺼풀 끝을 감은 채 매달려 있었다.


전설에 따르면 발로르의 눈은 전쟁시에만 떠지는데 스스로 무거운 눈꺼풀을 뜨지 못해, 네 명의 장정들이 눈꺼풀 끝에 달린 쇠스랑을 말아 올려주어야 한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떠진 눈이 바라본 곳은 예외 없이 완전히 초토화될 정도로 엄청난 파괴력을 지니고 있단다. 그리하여 ‘파괴안(眼)’을 지닌 그가 거인들 중에서 가장 우대를 받았고, 오늘 유일하게 그를 위한 생일파티까지 열어준 것이다. 비록 감긴 눈이었지만 자신 앞에 놓인 고기를 잘도 집어 우적우적 씹어 먹었다.


그의 오른쪽으로, 윗니 두 개가 입 밖으로 튀어나와 무릎까지 길게 자라난 ‘착치’라고 불리는 거인이 있었다.


이빨의 끝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마치 조각을 할 때 쓰는 끌처럼 생겼다. 그는 고개를 뒤로 젖힌 후 이빨 끝으로 고기 덩어리를 찍어 긴 혀끝으로 그것을 빼내어 먹었다. 다른 음식도 똑같이 먹었다. 대머리인 얼굴 위에는 종기들이 울퉁불퉁 튀어나와있는데, 마치 화분이라도 되는 냥 종기 위로 초록색 이끼와 풀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여기저기 흙도 묻고 지저분한 얼굴과 몸이었지만 미백치약으로 이 닦기를 하루도 빼먹은 적이 없어 그의 두 앞니만큼은 아주 새하얗게 빛이 났다.


파티 주인공의 왼쪽으로 백 개의 팔이 등과 옆구리에 달린 거인 ‘브리아레오스’가 앉아있었다.


손들이 마치 해파리 촉수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고기와 술잔들을 들어 그의 입안으로 쉴 새 없이 들이 붇고 있었다. 빈 잔은 테이블로 돌아갔고 남아있는 손이 술 항아리를 들어 잔을 다시 채운 후 그의 입으로 전해졌다. 그러고도 아직 남은 손들이 많았기에 발로르와 착치를 위해 그들의 잔도 계속 채워주는 등 서빙 서비스까지 제공해주었다. 그리고도 남아있는 손들에는 칼과 창, 방패 등이 들려있어 파티를 즐기면서도 무장을 풀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이들이 들어갔을 때 테이블 옆에서 홀로 왔다갔다 부산스레 움직였던 거인은 바로 지하세계의 관리자인 ‘토백’이었다.


다른 거인들보다 조금 작은 체구를 가졌지만, 몰골만큼은 그중 최악으로 끔찍하게 흉측했다. 얼마나 끔찍했으면 행여나 그 모습이 꿈에라도 나올까 봐 그들이 다시 쳐다보기를 주저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의 등은 꼽추처럼 툭 튀어나왔고 얼굴은 호랑이를 닮았는데 머리 위로 두 개의 날카로운 뿔이 달려있었다. 그의 눈은 모두 세 개인데 호랑이의 눈동자와 닮았고, 눈꺼풀이 아예 없어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눈알 자체도 겉으로 튀어나와 360도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굴러갔다. 그래서 그는 정면뿐 아니라 위와 아래, 오른쪽과 왼쪽을 동시에 다 볼 수 있었다.


양쪽으로 길게 찢어진 빨간 입술 안으로 뾰족뾰족 나있는 검은 이빨들이 드러났다. 자세히 보니 송곳니에 붉은 살덩이가 끼어있기까지 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누런 머리카락은 마치 번개를 맞은 듯 하늘을 향해 바짝 서 있고, 온몸은 황토색이었는데 피부에 부스럼이 나있었다. 온전한 옷을 입은 다른 거인들과 달리 잡풀로 대충 만든 초록색 반바지 차림이었는데 그 밑으로 나온 다리도 여기저기 관절뼈가 튀어나오고 혹이 달려있는 등 매우 징그러웠다.


하지만 지금까지 설명한 것은 그래도 다음에 비하면 강도가 약한 편이었으니, 그들을 몸서리치게 만든 아주 결정적인 특징이 남아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을 향해 앞으로 내민, 붉은 피로 범벅된 그의 두 손이었다. 지하세계 관리자인 토백은 피로 물든 두 손으로 저승에 온 자들을 쫓아다니며 잡아먹기를 즐겼고, 죽은 자들은 그에게 먹히지 않으려 비명을 지르며 이리저리 도망쳤다.


평소 죽은 자나 추한 것을 주로 접하던 토백 앞에 어여쁘게 치장한 여자들이 등장하자, 태어나서 처음으로 세 개의 눈알 모두가 몇 초 동안 그들을 향해 정지하였다. 관찰이 끝나자 눈알들은 제각각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문에 서 있는 거인을 향해 그가 퉁명스럽게 물었다.


“어이, 펜카르. 저 조그만 것들은 뭐여?”


문에서부터 그들을 데리고 들어온 키클로프스의 이름이 ‘펜카르’였다 보다. 그는 테이블 앞으로 다가와 생일잔치 주인공인 발로르 앞에 당당히 섰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며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외쳤다.


“형님, 당신이 그렇게도 원하던 여자들을 대령하였습니다. 근데 그게 다가 아닙니다. 저 여자들이 형님을 위해 춤까지 춘다고 합니다. 비록 형님이 앞을 보지 못하지만 당신의 존귀한 탄생을 축하해주기 위해서 말입니다. 제가 이날을 위해 무희들을 준비했습니다. 저 펜카르 가요.”


“근데 덩치가 너무 작잖아? 차라리 그냥 잡아먹는 게 더 즐겁겠는데.”


발로르가 입을 열기에 앞서, 토백이 피 묻은 양 손을 비비적거리고 입맛을 다시며 먼저 말했다. 착치는 마침 날카로운 이빨 끝에 걸려있던 고기 덩어리를 얼른 혀로 빼내 꿀꺽 삼키고는 그들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는데 이빨 끝으로 침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브리아레오스는 앞에 놓인 음식들을 집으려던 수십 개의 손동작이 별안간 딱 멈추더니 곧 등에서 창과 칼, 방패가 넘어와 앞으로 쭉 내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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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7 21.11.19 20 0 12쪽
42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6 21.10.22 24 0 8쪽
41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5 21.10.01 27 0 10쪽
40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4 21.09.09 28 0 8쪽
39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3 21.08.27 30 0 9쪽
38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2 21.08.06 34 0 8쪽
37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1 21.06.18 30 0 8쪽
36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4 21.06.04 35 0 10쪽
35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3 21.05.14 31 0 7쪽
34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2 21.03.05 24 0 7쪽
33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1 21.02.10 31 0 8쪽
32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4 21.01.22 67 0 8쪽
31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3 21.01.08 28 0 8쪽
30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2 20.12.25 37 0 9쪽
29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1 20.12.11 31 0 8쪽
28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2 20.11.28 34 0 7쪽
27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1 20.11.20 31 0 7쪽
26 8. 해골 계단 20.11.14 28 0 12쪽
25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6 20.11.06 29 0 7쪽
24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5 20.10.23 24 0 9쪽
23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4 20.09.30 29 0 9쪽
»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3 20.09.05 33 0 9쪽
21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2 20.08.29 32 0 10쪽
20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1 20.08.14 44 0 10쪽
19 6. 과보족 마을 - 4 20.08.07 52 0 6쪽
18 6. 과보족 마을 - 3 20.07.24 28 0 8쪽
17 6. 과보족 마을 - 2 20.07.17 29 0 11쪽
16 6. 과보족 마을 - 1 20.07.09 3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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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5. 사기꾼 레빌 - 2 20.06.19 46 0 9쪽
12 5. 사기꾼 레빌 - 1 20.06.12 30 0 8쪽
11 4. 요툰하임 - 2 +2 20.06.05 42 1 5쪽
10 4. 요툰하임 - 1 20.05.29 34 0 10쪽
9 3. 진달래 해적선과 제임스 후크 선장 20.05.15 4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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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3 20.03.27 43 0 9쪽
2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2 +2 20.03.20 60 1 10쪽
1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1 +4 20.03.13 115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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