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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dyHwang 님의 서재입니다.

토르의 망치를 찾아서 - 브라잇 동맹 3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CindyHwang
작품등록일 :
2020.02.28 11:17
최근연재일 :
2022.02.04 15:10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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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
추천수 :
4
글자수 :
178,815

작성
20.07.0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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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6. 과보족 마을 - 1

DUMMY

다음날 아침 레빌과 아이들은 과보족 마을로 가기 위해 일찍 집을 나섰다. 아이들이 먼저 사다리를 타고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자니 머리 위에서 조심하라는 경고가 들렸다. 그리고 자루 더미가 바닥으로 쿵 하고 떨어졌다. 레빌이 위에서 소리쳤다.


“각자 들어라.”


쾌청한 아침, 나무 사이로 맑은 햇살이 비치자 어제 목격한 알유 같은 괴물은 없다는 듯 새침을 딱 떼며 겨울 숲이 싱그럽게 되살아났다. 그러나 곳곳에 놓인, 눈이 살짝 덮인 돌덩이들이 이곳에서 일어난 비극을 직설적으로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그것들 사이를 지나가자 아이들의 마음은 다시금 불편해졌다. 그들은 그것들을 밟지 않으려고 요리저리 피해 다녔지만 레빌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듯 밟히면 밟고 간간히 뻥 차기까지 했다. 그럴 때마다 수진이 제발 그러지 말아 달라고 그에게 부탁했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산딸기와 블루베리 등 야생과일들이 얼린 채 달려있어 아침으로 먹기에 충분했다. 다들 레빌을 열심히 따라가고 있는데 문득 커다란 바위 하나가 앞을 가로막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자세히 살펴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지나치려 했다. 그때 레빌이 바위 앞에 멈춰 서더니 그들을 불러 세웠다.


“얘들아, 이 분이 바로 위대한 족장 ‘따따’이시다. 이리 와서 문안 인사드려야지.”


그제야 아이들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화들짝 놀랐다. 그가 가리키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그 바위는 바로 돌로 변한 과보족 용사였던 것이다. 대머리인 용사는 걸으면 출렁거릴 아랫배 아래로 삼각팬티만 입은 채 다른 옷은 전혀 걸치지 않았다.

뱀을 한 마리씩 귀 양쪽에 걸고 또 양쪽 손목에 감았는데, 네 마리 모두 주인처럼 단단히 굳은 채 앞을 응시하며 위협적으로 입을 쫙 벌리고 있었다. 위대한 족장의 두 눈에도 힘이 잔뜩 들어갔는데 만약 돌이 아닌 실제 그 눈을 바라본다면 바로 심장마비에 걸릴 듯 부리부리했다.

오른손에는 긴 창이 들려있고 한쪽 발을 앞으로 내밀고 상체를 뒤로 젖혀 곧바로 창을 던질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따따’는 과보족을 이끄는 족장이자 위대한 용사라 칭송을 받았지. 과보들 중 가장 힘이 세고 용맹스러웠지만 항상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했거든. 완전 이방인인 나에게도 먼저 다가와 불편한 점은 없는지 자상하게 물어봐 주곤 했었는데. 그만 이렇게 비참한 꼴이 되어버리다니.”


레빌은 말을 멈추고 눈을 감은 채 잠시 옛 회상에 잠긴 듯했다. 아이들도 조용히 ‘따따’를 쳐다보며 그의 살아생전의 모습을 마음속으로 그려보았다. 레빌이 눈을 뜨더니 몸을 틀어 바위 옆으로 돌아가자 그들도 종종걸음으로 따라갔다.


하늘에서 내려다보이던, 나무 기둥으로 쳐진 테두리벽의 허물어진 틈을 지나 수십 개의 바위들이 흩어져 있는 초원에 도착했다. 바위 하나하나가 아까 ‘따따’보다 훨씬 컸고 모양도 다 제각각이었다. 어떤 것은 마치 아이스크림콘이 땅으로 떨어져 거꾸로 엎어진 모양이었고, 또 어떤 것은 뱀 2마리가 서로 엉켜있는 듯 구불구불 말린 모양이었다. 레빌의 집처럼 끝이 버섯모양을 가진 것, 피라미드와 파도가 높게 이는 모양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공동체를 이루지만 하나하나가 독립적으로 흩어져 있는 바위의 아랫부분에는 문이 뚫려 있고, 특히 가장 거대한 파도 바위에는 여러 개의 문들이 위아래로 달려있었다. 모두 과보들이 사는 주택이란다. 사과나무가 군데군데 심어져 있고 맑은 시냇물이 마을을 관통하여 졸졸 흘렀다.


하지만 아쉽게도 예전의 활동적이며 생명 충만했을 기운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안타깝고 끔찍한 광경이 그들 앞에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문 안으로 도망치려다 돌이 되어 버린 아이, 공포에 질린 아기를 향해 팔을 쭉 뻗으며 달려오다가 그대도 굳어버린 엄마, 바닥에 떨어져 있는 과일바구니와 썩어빠진 사과들. 손질한 가죽을 걷는 도중에 돌로 변해버린 여인네들.


“못된 거인들과 남자가 여기로 침범한 거야.”


레빌의 언급에 아이들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대부분의 과보가 지금 그들이 서 있는 곳을 향하여 놀라 겁에 질린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 무리의 남자 과보들이 몽둥이나 도끼, 창 등을 들고 그들이 서 있는 곳으로 떼 지어 달려오다가 그대로 돌로 굳어져버렸다. 급한 나머지 자기의 팔에 매달린 뱀을 풀어 지금 레빌이 있는 쪽을 향해 던지려다 그대로 동작이 멈춘 소년, 무슨 일인가 궁금하여 문에서 고개만 빼꼼히 내밀었다가 그대로 굳어버린 할머니, 아이들을 안고 도망치다 이쪽을 뒤돌아보고 변을 당한 부모들.


적의 급박한 출현에 당시 상황이 얼마나 처참하고 비참하게 돌아가고 있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저들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이런 꼴로 만들어놓다니.”


수진이 흐느끼며 말했다. 그리고 괜한 분풀이로 땅을 여러 번 발길질하였다. 카할과 이안은 그녀처럼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무척 심란한 표정들이었다.


레빌과 아이들은 과보족 마을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거의 마을이 끝날 때쯤 구석에 홀로 세워져 있는, 커피잔 모양의 바위 집으로 레빌이 다가갔다. 열린 문으로 들어서는 찰나, 그 크기와 비교하여 그들이 문득 작게만 느껴졌다. 햇빛이 안으로 잘 반사되었기에 집 안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한가운데 난로와 그 위로 커다란 무쇠 솥이 얹어있었다. 벽에는 갖가지 연장 도구와 불룩한 주머니들이 걸려있고, 방 한쪽 바닥에는 색색의 바구니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모든 물품들이 과보 사이즈에 맞게 컸다.


난로 뒤로 한 과보가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무엇인가를 하는 모습이었다. 거의 수진의 몸만 한 초록 덩어리를 칼로 자르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레빌이 가까이 다가가더니 석상에 손을 얹고 눈물을 흘리며 애틋한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샨샨, 오늘도 널 보러 왔어. 물론 그저께도 왔었지. 친한 사이라면 친구의 불행을 그냥 눈감고 있을 수는 없잖아? 마침 집에 손님이 들어 치즈가 벌써 떨어지기도 했고 말이야. 언제쯤 마법이 풀려 예전처럼 같이 놀 수 있을까? 그리운 친구.”


그는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부리나케 그 초록 덩어리로 달려들었다. 그의 어깨에 멘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그것을 살살 긁자 그 밑으로 노란색 치즈가 모습을 드러냈다. 레빌은 거의 자신의 머리 두 개 만 한 덩이를 잘라내어 자루 속에다 집어넣었다. 자루의 1/4이 치즈로 가득 찼다.


그는 아이들을 불러내 방 한쪽에 차곡차곡 배열해놓은 바구니들 앞으로 데리고 갔다. 이안의 어깨를 딛고 오른 레빌이 초록색 바구니 뚜껑을 열자 그 안에 하얀 밀가루가 가득 들어있었다. 그는 수진에게 자루를 받아서 밀가루를 가득 퍼 담았고, 그 옆 바구니에서 땅콩과 견과류까지 자루 끝이 더 이상 조이지 않을 정도로 가득 쟁여 넣었다. 그렇게 나머지 자루들도 갖가지 식재료들로 엄청 무거워졌다.


우연히 바구니들 뒤에 숨긴 꿀 항아리를 발견하자 그는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환호성을 내질렀다. 항아리 입구 모서리를 꺾은 허리로 매달린 채 오른손에 든 물병을 아래로 향하여 꿀을 담으려 했다. 하지만 꿀의 수면이 낮아진 상태여서 수면에 닿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는 무서운 집념으로 계속 시도했고 그럴수록 몸을 지탱하고 있는 허리가 휘청거렸다. 까닥 항아리 안에 빠질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연출되자 이안이 그를 도우러 모서리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의 두 다리를 꽉 잡아 내려주자 그는 항아리 깊숙이 들어가 드디어 그것을 뜰 수 있었다. 그는 마치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양 꿀병을 가슴에 소중히 품고 내려왔다.


“솔직히 말해보세요, 아저씨. 친구를 방문하여 슬픈 영혼을 달래준다는 건 다 핑계고 식량 훔치러 오는 거 아니에요? 그냥 이렇게 마구 가져가도 돼요?”


레빌이 꿀병을 아주 조금 자리가 남아있던 자루에다 무자비하게 쑤셔 넣자 카할이 무거워진 그의 자루를 들여다보며 불평했다. 그러자 그가 흥분하여 윽박질렀다.


“훔쳐가다니, 이건 ‘빌려가는’ 거야. 암, 잠시 빌리는 거지. 너희들은 그 유명한 외국소설 ‘허클베리 핀의 모험’도 안 읽어봤냐? 전혀 모르겠다고? 이런 무식한 것들. 그럼 잘 들어봐. 그 책의 가장 유명한 부분을 말이야.

허클베리 핀은 이렇게 말했어.”


그러면서 외우기 시작하는데 아예 한 페이지를 통째로 읊어댔다. 자신이 마치 허클베리라도 된 것처럼 그는 쇳소리를 섞어 간지러지게 흉내내기까지 했다.


************************************************************************

“아빠는 늘 입버릇처럼 기회만 있으면 언제나 꼭 닭을 훔치라고 말했었지요. 만약 내가 닭을 원치 않으면 그걸 원하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게 마련이고, 또 착한 일은 잊혀지지 않고 두고두고 고마움을 받는 법이라나요.

(~생략~)

해가 뜨기 전 아침이면 나는 옥수수밭으로 몰래 기어 들어가 수박이며 참외며 호박이며 햇옥수수며 그런 것들을 슬쩍 빌려왔습니다. 아빠는 언젠가 갚을 생각만 있다면 그런 것들을 빌려와도 나쁘지 않다고 했지요.”


(민음사 "허클베리 핀의 모험", 마크 트웨인 지음, 김욱동 옮김, P144)

**************************************************************************


"나도 꼭 갚을 생각이란 말이야. 그러니 친구 사이에 잠시 빌려와도 전혀 나쁘지 않아. 그런데 나의 우정을 그리 오해하다니. 친구 샨샨, 어서 마법에서 풀려나 우리의 깊은 우정은 이렇게 마구 빌려가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주면 얼마나 좋겠니?”


그가 억울한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린 채 울먹거리자 안 그래도 못난 얼굴이 더 못생겨져 보였다. 카할이 당황하여 바로 사과했다.


“죄송해요. 제가 오해를 했어요. 제발 울지 마세요.”


안정을 되찾은 레빌은 바구니 뚜껑 위를 뛰어다니며 이전보다 더 노골적으로 뒤지기 시작했다. 그들이 매고 왔던 자루들은 정말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뚱뚱해졌다. 터지기 일보직전이었다. 아이들은 과연 이것을 짊어지고 집에까지 갈 수 있을지 슬슬 걱정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 여기 바구니에서 쬐금, 저기 바구니에서 쬐금씩 빼내서는 자신의 옷 속과 주머니에 마구 쑤셔 넣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라도 바구니를 비워낸 후 좀 더 쑤셔 넣기 위해서 말이다. 게다가 아이들에게도 똑같이 하도록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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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13. 차가운 이별 - 1 21.12.03 25 0 9쪽
43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7 21.11.19 20 0 12쪽
42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6 21.10.22 24 0 8쪽
41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5 21.10.01 28 0 10쪽
40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4 21.09.09 29 0 8쪽
39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3 21.08.27 30 0 9쪽
38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2 21.08.06 34 0 8쪽
37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1 21.06.18 30 0 8쪽
36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4 21.06.04 36 0 10쪽
35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3 21.05.14 31 0 7쪽
34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2 21.03.05 25 0 7쪽
33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1 21.02.10 31 0 8쪽
32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4 21.01.22 68 0 8쪽
31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3 21.01.08 29 0 8쪽
30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2 20.12.25 37 0 9쪽
29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1 20.12.11 31 0 8쪽
28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2 20.11.28 34 0 7쪽
27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1 20.11.20 31 0 7쪽
26 8. 해골 계단 20.11.14 29 0 12쪽
25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6 20.11.06 30 0 7쪽
24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5 20.10.23 25 0 9쪽
23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4 20.09.30 29 0 9쪽
22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3 20.09.05 33 0 9쪽
21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2 20.08.29 32 0 10쪽
20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1 20.08.14 45 0 10쪽
19 6. 과보족 마을 - 4 20.08.07 52 0 6쪽
18 6. 과보족 마을 - 3 20.07.24 29 0 8쪽
17 6. 과보족 마을 - 2 20.07.17 29 0 11쪽
» 6. 과보족 마을 - 1 20.07.09 3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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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5. 사기꾼 레빌 - 3 20.06.26 37 0 10쪽
13 5. 사기꾼 레빌 - 2 20.06.19 47 0 9쪽
12 5. 사기꾼 레빌 - 1 20.06.12 30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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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4. 요툰하임 - 1 20.05.29 3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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